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101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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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탄으로 그렸는데 천사의 손으로 그린 듯했다. 아름다운 눈, 그 입과 코, 고대 복장과 손에는 초상인지 메달인지를 들고 있고, 수염이 없는 그 초상은 가장 재능이 넘치는 사람을 낙담하게 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그린, 토마소 델 카발리에리의 초상을 본 어느 당대인이 남긴 감상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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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한과의 짧은 1박 2일 여행일정을 마친 강석은 서울로 올라왔다. 고두한이 운전하는 것을 바라보던 강석은 넌지시 르네상스 쇼핑몰 7층에 갤러리를 열 생각이라는 말을 전달했다.
– ‘···그러니까 한 마디로 그거네. 네 작품을 보관할 겸 마련한 상시전시 갤러리. 맞냐?’
– ‘예. 그런 거죠.’
– ‘뭐 네 작품이 가져간다고 가져갈 수 있는 작품이 아니긴 하겠지만 그거 들어갈 순 있냐.’
강석은 엷게 웃었다.
일단 7층 갤러리에 당장 들어갈 작품은 과 뿐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대로 두 작품만큼은 다른 데다 대여하지 않고 갤러리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과 는 그렇게 큰 작품이 아니였다.
은 오픈 전이나 마감 후에 옮기면 될 것이었고, 노을의 연작인 는 작품 속 조형물의 크기를 하나하나 따지면 언제 옮겨도 상관없을 정도로 적당한 크기였다.
– ‘예. 당장은 괜찮아요.’
– ‘그러냐.’
고두한은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말했다.
– ‘뭐 당장은 괜찮다니까 별 상관은 안하겠다만, 그래도 거 뭐야. 네 작품이 하나하나가 워낙 스케일이 크잖냐.’
그 대목에서 고두한은 강석을 슬쩍 바라봤다. 안 그러냐. 고두한이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강석이 앞으로도 스케일이 커다란 작품을 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강석 역시 그에 대한 대비책은 생각해두었다.
아주 간단했다.
– ‘예. 그래서 이번 작품은 거기서 만들려고요.’
처음부터 거기서 만들어버리면 문제는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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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직은 노을이 쫓아오지 못한 겨울의 오후.
강석이 가방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겨울 특유의 녹슨 철냄새가 강석의 코끝을 간질였다. 강석은 싫지 않은 냄새에 빠르게 익숙해지는 코밑을 손가락 마디로 쓸었다.
강석의 손에는 중간에 들린 사진관에서 인화한 사진이 쥐어져 있었다. 고두한이 예전에 관측한 달 사진들과 이번에 촬영한 일주운동, 밤하늘 그리고 카노프스 등이 그 주인이었다.
묵직하게 제 손에 채워진 사진을 잠깐 응시한 강석이 거의 동시에 뒤를 돌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운전석의 창문이 내려가고 있었다.
“왜, 인마.”
“···감사합니다. 선생님.”
모자와 선글라스로 제 얼굴을 꽁꽁 가린 고두한의 입매가 비틀렸다. 고두한 특유의 웃음이었다. 그가 시니컬한 투로 핸들을 검지로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뭐 정 고마우면 작품 완성되면 따로 불러주던지.”
자신이 애정하는 작가의 작품을 홀로 대관한 것마냥 즐길 수 있다면 1박 2일의 고생은 깃털처럼 가벼울 터였다.
강석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꼭 초대하겠습니다.”
“그래, 인마. 지켜본다. 가끔은 학교도 오고. 거 너 덕분에 쓸데없이 눈만 높아져서 요즘 영 학교 생활이 쉽지가 않아, 쉽지가.”
“예. 찾아뵐게요.”
“뭐. 학교 싫으면 내 작업실로 와도 되고.”
“예.”
“그래. 간다.”
강석이 고개를 슬쩍 숙였다. 고두한은 모자를 다시 한 번 푹 눌러쓰더니 손을 몇번 흔들고 운전석을 연 채, 미끄러지듯 도로를 내달려 사라졌다.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 고두한의 차량 뒤꽁무니를 바라보던 강석이 천천히 등을 돌렸다.
강석의 앞에는 르네상스 복합 쇼핑몰이 위풍당당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줄줄이 입장하는 쇼핑몰을 올려다보며 강석의 눈이 간판에 멈춰섰다.
르네상스.
오랜만에 보는 이 간판의 이름은 다시 또 강석을 묘한 감상에 빠트렸다.
‘내가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방문이었다.
* * * *
“·········선생님.”
텅 빈 7층으로 올라오는 강석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동범이 냉큼 달려왔다. 선생님. 조사장님 입에서 나오는 호칭을 보아하니 이곳에 이미 다른 손님들이 도착해있는 모양이었다.
“조사장님. 오랜만입니다.”
“만수무강하셨습니까. 진짜 갑자기 통영이라고 하시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갔다 올 일이 있어서요. 제가 부탁드린 건 어디에 있어요?”
“아, 그게······”
그렇게 인사하며 강석이 한 발짝을 내디뎠을 때였다.
7층 건물 전체에서 쾅쾅 소리가 들렸다. 하얗게 도배가 된 곳에 공간이 대부분 텅 비어있어서 그런지 울림은 메아리가 되어 7층을 울렸다.
공사중인 모양이었다.
오는 길에 윤수철 소장님에게 부탁드렸던 작업이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는 건가. 강석이 애써 돌아가는 시선을 붙잡으며 조동범을 바라봤다.
그러자 조동범이 서둘러 구석진 한쪽을 가리켰다. 포대에 담겨 울퉁불퉁 튀어나온 것들이 보였다.
“저 부탁하셨던 색유리 찌꺼기들인데요. 하나같이 부서진 것들이라 작업하시기에 위험할텐데 진짜 저걸로 작업하시려고요···?”
강석이 쿵쿵 울리는 공사음 속에서 조동범이 준비했다는 포대로 걸어갔다.
포대를 들추자 부탁했던 깨진 유리 조각들이 잔뜩 들려있었다.
대부분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일 터였다.
원래는 유리병이거나, 아니면 그릇이었거나, 그도 아니라면 찻잔, 또는 컵이거나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공예품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잘근잘근 깨져 있었다.
원래 작품을 위해 일부러 공예된 것이 아니라 진짜 쓰레기이다보니 이리저리 깨져 볼품없이 찌그러진 유리 부스러기들을 강석은 만족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예. 이거 맞아요. 딱 원하던 것들이네요. 이거 담아오시느라 고생하셨을텐데 어디 다치진 않았죠?”
“네? 네네. 물론입니다···!”
순간이나마 스승님이 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조동범이 콧김을 뿜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석은 다치지 않았다는 말에 이미 시선을 돌린 뒤였다.
강석이 들춘 포대 근처에는 포대들이 산더미였다. 대충 100리터 정도 되어보이는 마대가 스물다섯개 정도 되어 있었다. 아무리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지만, 다 옮기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터.
···하지만 모자랐다.
“더 구해오실 수도 있죠?”
“······네? 더요? 어, 얼마나요?”
당황한 조동범의 물음에 강석이 대답했다.
“이만큼 한 두번 더? 가능할까요?”
“······가, 가능은 한데 소화가 가능하시겠습니까? 저희 공방에 있는 유리도 쓰실 거라고 하셨잖아요. 이거 나중에 폐기처리하는 것도 돈이 만만치 않게 들 텐데···”
“괜찮아요. 더 구해다 주세요.”
강석이 생각하는 작품을 만들려면 모자랐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다.
그나저나 가마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여기에 임시로 설치하는 건 무리겠지. 그러면 일부는 공방에서 작업하면서 작게 작게 작업해서 여기로 옮겨야 하나···강석이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윤수철 소장님에게 현장을 맡겨놓기만 했던 7층의 전체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선 갤러리가 될 공간은 상영관이 8개나 있던 것을 다 뚫어 합쳐놓았더니 정말 상당한 크기였다. 입구와 화장실 쪽을 제외하고 요청했던 대로 들어서자마자 얼마 걷지 않아 네 개로 갈라진 공간이 보였다.
일자로 쭉 늘어선 네 개의 통로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벽으로 정확하게 갈라진 채였다.
강석은 그 정경을 바라보다가 공사 소리가 들려오는 가장 오른쪽 통로로 걸어갔다. 네 번째 구석진 공간은 들어가자마자 뻥 뚫린 해방감을 선사했다.
“강사장님···!”
하얗게 도배된 공간을 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윤수철이 목장갑을 벗으며 다가왔다. 강석이 엷게 웃으며 윤수철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네. 그렇게 됐네요.”
“작업은 잘 되가고 있는 거죠?”
“네, 뭐. 저번처럼 한 번에 이해되는 도안이 있으니 뭐 알아서 척척이죠.”
윤수철이 자신 있다는 듯 네번째 방의 끝을 바라보았다.
네번째 방은 마치 대형 실내 서핑장을 떠올리게 했다.
100미터는 넘어보이는 길이의 방은 처음부터 중간까지는 미끄럼틀을 설치하는 것마냥 경사면 작업이 들어가고 있었고, 중간부터 끝은 넓다란 평지가 펼쳐지고 있었다.
“좋네요. 경사작업 끝나면 검은색으로 재도배 작업이 들어가는 건가요?”
“아, 네. 그렇게 될 겁니다. 경사면 작업 끝나면 페인트 작업을 하고, 저기 평지랑 경사 사이에 말씀하셨던대로 가벽 하나 두껍게 설치하고, 저 안에는 유리돔을 설치하고···”
“예. 그거면 됩니다.”
“더 주문하실 거 있으면 주문해도 됩니다. 전 추가작업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동그라미 모양을 만든 윤수철이 환하게 웃었다. 강석도 마주 웃어준 뒤 천천히 자리를 파했다. 그리고는 미련없이 등을 돌려 양선구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사 작업도 잘 되고 있고, 유리도 구해졌으니, 이제 필요한 건 대리석이었다.
“선생님, 평온하셨죠.”
[···내가 뭐 평온하지 않을 일이 있남. 그나저나 을 끝낸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전화를 줬남? 마당 다시 비워?]“아뇨. 이번엔 마당은 괜찮고요.”
강석이 보이지 않을 양선구를 향해 적갈색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대리석을 좀 구할 수 있을까 해서요.”
[대리석?]“예. 근데 이번에는 흰색 말고요 회색이요.”
[···회색?]“툰드라그레이 같은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혹시 구할 수 있을까요?”
[·········끄응, 역시 평범한 건 안 찾는구나. 곤란한 녀석 같으니라고.]이제 쉬려고 했더니만. 양선구가 앓는 소리를 들으며 강석이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분명 앓는 소리를 내는 중이건만 양선구의 목소리에는 묘하게 운율이 있었다. 한마디로 즐거워보인다는 뜻이었다.
마치 달빛의 표면을 닮은 툰드라 대리석을 떠올리며 강석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이번에는 꼭 온기의 회갈빛과 냉기의 회푸른빛을 동시에 품고 있는 그 천연대리석 툰드라그레이가 꼭 필요했다.
즐겁게 끙끙 앓는 양선구에게서 구할 수 있다는 대답이 들려오길 기다리며 강석이 천천히 통로 쪽으로 다가갔다.
조각이란 회화와 달리 작품에 임하기 전, 여러가지 준비할 것이 산더미였다. 지금처럼 한 번에 한 작품이 아니라 네 작품을 연달아 만들려면 처음부터 준비에 만반을 가해야만 했다.
[툰드라가 얼마나 크면 되겠남?]“······일단은, 이번에는 단순히 크면 안 되고 일단 표면을 좀 봐야 해서요···”
강석의 말이 조심스럽게 이어졌다.
대리석까지 구해지면 본격적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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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구와의 통화를 끝낸 뒤.
강석은 네 개의 공간 중에 첫번째 공간 구석에서 드로잉북을 꺼내 통로 한쪽 벽면에 붙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즐겁게 또 새로운 작품이구나, 지켜보던 조동범의 동공은 가면 갈 수록 격하게 흔들렸다.
딱 13번째 스케치가 벽면에 붙는 순간부터였다.
그리고 스케치가 붙고 붙고, 또 붙어서 29번째가 벽에 붙여지는 순간.
조동범은 다가왔다.
그림에 이끌리듯 29번째 스케치 앞에 선 조동범을 벽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 이게 다 뭡니까.”
조동범은 하얀 도화지 속에서 흔들리는 시선과 자애로운 눈빛 속에서 범람하는 것 같은 시간과 지평선을 느꼈다. 자글자글한 주름을 달고 있음에도 위풍당당하게 느껴지는 허리에 곧음에선 또 젊음이 느껴졌다.
인간을 그린 게 아니었다.
분명했다.
“대체 뭘 그린 겁니까···스승님.”
조동범이 사람들이 들을 지도 모른다는 것도 잊고, 스승이라는 호칭으로 강석을 불렀다. 조동범의 시선은 여전히 벽에 붙여진 그림 속에 머물고 있었다.
강석이 대답했다.
“카노프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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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범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강석은 7층 한쪽 구석에 작업을 할 작업대와 이젤을 설치했다.
침묵 속에서 이리저리 물건을 놓던 강석이 고개를 든 건,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쯤이었다.
“아, 그리고 조사장님.”
“네! 조사장! 아니, 네, 에, 아니···말씀하시죠. 신 아니 스승님.”
조동범은 어렵게 어렵게 카노프스라 불리운 스케치에서 눈을 떼어내며 강석을 돌아봤다. 그는 어서 볼일을 끝내고 다시 카노프스의 혼을 그린 스케치를 보고 싶다고 눈빛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 조동범을 바라보며 강석이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혹시 주변에 아는 도슨트나 갤러리스트 중에서 추천해주실 분이 있을까 해서요.”
“···도슨트나 갤러리스트요?”
도슨트.
라틴어 docere, 가르치다에서 유래한 말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사람을 말하는 용어였다.
갤러리스트 역시 갤러리를 운영하거나 갤러리에서 미술관련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 용어였다.
둘다 직업이었다.
조동범이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그런 사람은 왜···라는 질문이 얼굴에 커다랗게 쓰여있었다. 그런 조동범의 되물음에 강석이 평이한 어조로 대답했다.
“직원을 좀 뽑으려고 하는데 처음 오픈하는 갤러리다보니까 웬만하면 경력직 분들에게 맡겨놓고 싶어서요.”
맡겨놓는다.
그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였다.
실제로 강석은 마구잡이로 돌아다닐 예정이었다. 한 나라에서만 유명해져선 안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싶었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으로 오픈한 갤러리를 대충 운영할 생각도 없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전문가였다.
강석은 이런 일에 돈을 아낄 생각이 없으니 좋은 분이 있다면 소개시켜달라며 조동범에게 말을 덧붙였다. 그 말에 조동범은 강석이 요청했던 사항을 입안에서 되내였다.
“······도슨트나 갤러리스트 추천···, 추천···말이죠······.”
“아. 너무 부담갖지는 않으셔도 돼요. 그냥 좋은 분 있으면 소개시켜달라는 말 그대로의 뜻이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요.”
실제로 강석은 조동범 말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 안건에 대해 부탁을 해놓았다.
정병권 선생님을 시작으로 고두한 선생님, 그리고 고두한 선생님 밑에서 일하시는 시간강사 선생님들 및 제자분들에 이어…설여진 관장님과 진도욱 관장님은 물론이고, 김윤서 실장님 및 주사랑 선생님, 그리고 조소학원 땅의 최율묵 원장님과 류수헌 수기관님 심지어는 류정형 이사님과 박선우 대표님에게까지 연락을 돌려놓은 참이었다.
그러니 부담갖지 말라는 뜻에서 강석이 재차 없으면 괜찮다는 뜻을 내비치는 순간. 조동범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석에게 다가왔다.
“그, 저, 스승님···전 안 됩니까?”
“······예?”
“저 잘할 수 있는데요. 도슨트.”
조동범이 얼굴과 합이 맞지 않는 초롱초롱한 새싹 같은 눈으로 강석을 바라봤다.
돈도 받으면서 매일같이 이 엄청난 유리더미로 만든 스승님의 작품을 볼 수 있다니···그걸 내가 왜 다른 사람한테 넘겨? 조동범이 광기 어린 눈으로 강석을 조르듯 쳐다봤다.
“제가 하겠습니다. 도슨트.”
한 자 한 자 힘을 눌러담아 발음하는 조동범의 기세는 마치 충성의 맹세를 바치는 기사와 같았다.
102. 미켈란젤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