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113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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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는 이렇게 주장한다.
“유식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늘 즐겁다. 당신도 기억하겠지만, 피렌체에서 학자치고 내 친구가 아니었던 사람은 없었다.”
진실은 알 수 없다.
···또, 그의 전기를 쓴 콘디비는 이런 말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는 조수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다. 그는 자주 자진해서 가르쳤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가 가르친 자는 능력이 없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끈기가 부족하여 조금 배우면 나가서 마치 대가인 척 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주장에 따르면 미켈란젤로는 조수들에게 절대 복종을 가장 강조했다. 그에게 버릇없이 행동하는 자들은 결단코 용서하지 않았다. 그러나 겸손하고, 충실한 제자들에 한하여서는 한없이 관대해지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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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가지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바가 있다.
미켈란젤로는 유식한 자를 좋아했고, 오만불손한 자는 싫어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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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이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입장하자 시선이 힐긋힐긋 돌아갔다. 한국대, 한예종, 할 것 없이 유명한 대학에 붙거나 해외 유학이 결정된 아이들도 그랬다.
1년만에 완전히 그 위상이 달라진 청화예술고등학교가 배출한 천재적인 예술가, 그게 지금의 강석이었다.
“야. 강석이다.”
“···진짜 왔네.”
“아까 정문에 모여있던 기자들, 다 강석 보러 왔던 거래.”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이 강석을 쫓았다.
이제 막 사회의 출발선에 서기 직전인 졸업생들로서는 강석이 거의 연예인이나 다름없었다.
아무것도 손에 쥐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뜸 성북동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더니, 그게 강석의 소유고, 이제는 르네상스 쇼핑몰 8층짜리 쇼핑몰도 이제 강석의 것이라질 않나, 요즘 예술과 관련된 포토스팟은 죄다 강석과 연관되어있질 않나.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부럽다.”
“아, 미술과 부럽다.”
“미술과? 미술과는 갑자기 왜?”
“강석이랑 친할 거 아니야.”
미술학과는 인원이 많다고는 하지만 겨우 80명.
3년동안 오전 8시 이전부터 오후 밤 10시 이후까지 부대끼는데 친해지지 않기는 어려웠다.
“···아. 맞네?”
강석과는 아예 접점이 없던 다른 학과 학생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서 걸어가는 강석에게서 시선을 돌려, 옹기종기 모여 앉은 미술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국악과 3학년 과대표가 강석이 다가오는 걸 바라보는 미술과 학생들을 응시하다 고개를 기울였다.
강석이 미술과 쪽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들이 경직되어 가는 게 눈에 보여서였다.
“···보통 친한 사람 앞에서 저렇게까지 긴장을 하나?”
“뭐가?”
옆에서 들려오는 질문에 과대표는 고개를 바로했다.
“아냐.”
어차피 남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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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 뒤에 걸어오는 사람. 양선구 맞지?”
미술과 오혜정은 옆에서 들려오는 친구, 권소희의 목소리에 강석이 있는 쪽을 돌아봤다. 때마침 강석의 뒤에서 한복을 입은 수염 기른 할아버지가 뭐라뭐라 말을 건네고 있었다.
“···저 한복입으신 분?”
“어. 저 한복하며 늘어진 수염하며, 맞는 거 같은데···양선구.”
“양선구가 누군데?”
“아, 혜정이 너 기억안나? 그 있잖아. 1세대 조각가. 그 저번에 나랑 유튜버로 봤었잖아. 엄청난 금수저 조각가. 저번에 무슨 카라라 산에서 대리석 사오겠다고···”
“아아!”
기억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조각용 석재를 보유하고 있는 1세대 조각가. 서교동 학원 선생님들의 스승으로, 지금 학원가에서 일하는 원장 선생님들은 한번쯤은 양선구 밑에서 배움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후학양성에 힘을 썼던 조각가라고 했던 것 같았다.
“우리 학교에도 선생님으로 있었다고 하던데?”
“어? 진짜?”
오혜정이 놀라서 큰소리를 내었다가 주변 눈치를 봤다. 소리가 너무 크지 않았나,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러나 그 걱정이 무색하게 미술과 전부가 수군거리고 있었다.
양선구가 강석에게 거대한 꽃다발을 건네는 모습이 시선에 콕 박혔다.
“우와···강석 보러 왔나봐.”
권소희가 부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부러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두걸음 내지 세걸음마다 학교 선생님이며, 학원 관계자며, 미대입시 잡지에서는 한번씩은 사진으로나마 보았던 인물들이 강석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서였다.
부모님에게 받은 꽃다발 하나씩을 들고서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던 미술과 학생들은 점차 조용해져갔다.
같은 학교.
같은 과.
같은 학년.
1학년 때만 해도 가장 밑에 있었던 이가, 저 멀리 자신이 닿지 못할 곳으로 가버린 느낌이었다.
강석은 점차 다가오는데 그의 손에 들리는 꽃다발이 많아질 수록 멀어지는 것 같았다.
호기심어렸던 시선은 부러움과 질시로, 그리고 부러움과 질시는 곧 경외감으로, 그리고 경외어린 마음은 곧 두려움으로 변질되어갔다.
그를 3년 내내 무시한 것이 바로 미술과 3학년이었기에···다른 학생들처럼 마냥 경탄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저렇게 커다란 존재가 자신들을 향해서 원망을 품으면 어떻게 하나. 이제서야 스멀스멀 두려움이 실체가 되어 그들을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무시하거나 놀리지 않았다고 해서,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방관자도 잘한 것은 없으니.
제 부모들이 몰래 다가와 강석한테 인사 안하냐고 기대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털썩.
강석이 자리에 앉았을 때, 그 긴장감은 최고조가 되어 있었다.
3학년이 되어서 강석과 조금 관계가 개선되었던 박혜연이나 불상제작동아리 정영호나 최이삭, 주솔찬 등과 같은 동아리부원들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가시방석이었다.
“오빠. 우린 뒤에서 볼게.”
“그래라.”
“아들, 좀있다 봐.”
“예.”
강석이 가족들에게 잠깐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미술과는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그 침묵은 조용히 이어졌다.
졸업식이 끝날때까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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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아. 나중에 연락할게.”
“어.”
“나도, 나도!”
“그러든지.”
강석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몇방의 사진과 함께 멀어지는 불상제작동아리 부원들을 배웅했다. 그들 덕분에 을 제작할 기회를 얻었으니, 묘한 인연이었다.
이제 슬슬 가볼까.
강석이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오전 11시 40분.
지금쯤이면 도착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강석이 자신이 주문했던 것을 떠올리며 옆을 돌아봤다.
강현도와 백명희는 학교를 돌아보며 추억에 잠겨있었고, 강채영은 자신이 찍힌 사진을 보정하는 중이었다. 강석이 이제 슬슬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말하려는 그때.
“석아.”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석이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강석이 묘한 눈초리로 다가오는 인영을 바라봤다.
단언컨대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누구지?
강석이 의문에 찬 시선을 보내었다. 피부에서 광택이 나는 것 같은 중년의 여인을 교과목 수업 시간에서도 본 적이 없어서였다. 의문이 깊어지는 그때. 중년의 여인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혜연이 엄마야. 처음 보는 건가?”
“···아, 예.”
강석이 저 멀리 보이는 시선이 마주치는 박혜연을 바라봤다가 다시 중년의 여인, 박혜연의 모친인 차지숙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쩐 일이세요?”
사진이라도 같이 한 번 찍자는 건가.
사진 한 번이면 어려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차지숙에게서 나오는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오늘 미술과 졸업생 몇명만 모여서 소소하게 졸업 축하 파티겸 식사라도 할까 하는데, 석이 너도 올래?”
“예?”
그리고 근처에서 강현도와 얘기를 하고 있던 백명희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강석의 어깨를 잡으며 끼어들었다.
“저기···누구세요?”
“어머. 석이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 혹시 기억하세요? 전에 만나뵌 적 있는데···차지숙이라고 해요.”
“아아. 안녕하세요. 그 혹시 혜연학생 어머니···”
“네에. 같은반 클라스 메이트, 박혜연이가 제 딸이에요. 기억하시죠.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시면, 식사 어떠세요?”
“아.”
갑자기 진행된 상황에 백명희가 당황하여 차지숙을 쳐다보았다.
차지숙.
미술과 박혜연의 모친이자 마당발로 유명한 여인이었다. 대화를 하는 날이 오리라곤 예상도 못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백명희가 눈을 깜빡거리는 동안. 차지숙은 귀부인처럼 우아한 미소를 지은 채, 반짝거리는 입술 양끝을 보기 좋게 끌어올린 상태로 백명희의 대답을 차분히 기다렸다.
묘한 기분이 일었다.
‘남편이 압구정, 청담동, 할 것 없이 거대한 상가건물의 주인인데다 유명한 금은방도 운영한다고 했었지.’
일에 치여 살던 백명희조차 차지숙이 떨구었던 정보를 줏어먹은 적이 있을 정도로···그녀는 정말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동네별 입시학원 정보, 수시 전형에 따른 단계별 준비, 네임벨류, 입시미술 카페에서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없던 정보도 저 여인의 입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왔었지.
석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나.
백명희는 한때 롤모델이 차지숙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그녀를 존경했었다. 그랬던 그녀가 이렇게 자신에게 같이 식사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니.
“석이 어머니?”
“······아아. 오늘 말이죠.”
그렇게 되묻듯 대답하던 백명희의 시선이 순간, 차지숙의 어깨너머로 갔다.
저 멀리 박혜연으로 추정되는 여학생 근처에 얼마 안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바쁜 학부모 생활을 하면서도 이름 한번쯤은 들어보았던 학부모들이었다. 유치한 말로 상류층 중의 상류층이라고 표현하곤 했던, 일평생 돈 때문에 아쉬울 일 없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저기에 죄다 앉아있었다.
···미술은 인맥과 학연과 지연이라더니, 저렇게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모여있는 게 조화로워보였다.
백명희가 입술을 꼼지락거렸다.
어디 가서 이야기하고 노는 것을 빠지기 싫어하는 백명희 역시 한번쯤은 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긴 했다.
하지만···백명희는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의견을 물어봐준 것은 고마웠으나 결정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아들. 혹시 약속이 따로 있니?”
백명희가 시선을 돌려 강석을 쳐다봤다. 약속이 따로 있니, 라는 질문의 속뜻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이었다.
강현도와 강채영도 당연하다는 얼굴로 강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졸업식 기념 파티라면, 졸업하는 당사자인 강석이 정해야 마땅하다는 시선이었다.
차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백명희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강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럴 때는 어머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 텐데···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강석의 시선이 아주 짧게나마 그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자신을 떨떠름하게 쳐다보는 김동휘가 보였다. 김동휘. 3년 동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던 똥파리가 똥씹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여드름 자국의 붉은기가 다 사라질 정도로 창백하게 질린 얼굴만은 속내를 말하고 있었다.
내가 그 틈에 끼어드는 게 무섭구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상황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게 이 멀리에서도 여실하게 느껴졌다.
강석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김동휘는 뭔가를 착각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오늘은 바로 가볼 때가 있어서···따로 식사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어쩌죠?”
강석은 김동휘와 어울려줄 생각이 없었다.
김동휘를 굳이 혼자가 되게 외롭게 만들 생각도 없었다.
굳이?
가만히 놔두어도 광대처럼 날뛰다 즈려밟힐 인생이었다.
자신은 앞으로도 김동휘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그 어떤 약속이든, 참여하지 않을 거였다. 누가 눈치채길 바라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답을 알고 있어서였다.
“어머. 그러니. 뭐···어쩔 수 없지.”
강석의 거절에 차지숙이 아쉽다는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멀어졌다. 자꾸만 고개를 돌리는 시선에서 아쉬워하는 기색과 미련이 느껴졌다.
···멀어지는 차지숙을 바라보며 백명희와 강현도, 그리고 강채영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석이 3년 내내 고등학교 친구를 집으로 데려온 적이 없었다. 강석이 집이나 가난을 부끄러워한 적은 없으니, 친구가 없다는 게 맞았다.
그들은 이제와서 친한 척 하는 이들과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강석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리는 찰나.
차지숙이 혼자서 돌아오는 모습에 박혜연이 고개를 돌려 김동휘에게 뭐라 중얼거리는 것이 강석의 눈에 포착되었다. 김동휘가 파랗게 질린 낯으로 무어라 다급하게 말하는 것까지도···관찰력 좋은 강석의 눈에는 모두 보였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겠구나.’
머지 않아 김동휘가 자신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도 못 붙이게 되리라는 직감을 느끼며 강석이 기분좋게 등을 돌렸다.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갈까?”
가족들과 함께 꽃다발을 오순도순 나눠들고 식사를 하러 가는 발걸음이 마냥 가벼웠다.
스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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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식사를 끝마친 강석은 양선구가 일주일 전에 놓고 갔던 회색의 대리석 앞에 서있었다.
연작 은 네 작품의 관람이 연달아 이어지는 작품이었다. 지금 완성된 것은 네 작품 중, 두번째 관람 순서가 될 였다.
그리고 이 회색의 대리석은···연작 의 첫번째 작이었다.
강석은 7층 작업대를 세번째 공간 벽에 붙여놓은 채, 인화한 사진을 하나하나 벽에 붙였다.
컴컴한 밤하늘 속.
노란색, 회색, 흰색, 푸른색, 붉은색, 각각의 색을 품은 동그란 원들이 벽에 붙여졌다.
달을 관측한 사진들이었다.
고두한이 직접 찍은 것과 강석이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들이 이리저리 붙여졌다.
그중에서도 고두한이 관측한 달, 영감의 첫번째가 되었던 회색의 빛은 특별히 3절지 사이즈로 인화를 하여 포스터마냥 커다랗게 사진들 가운데에 주인공처럼 붙여진 채였다.
강석은 그 사진들 앞에 회색의 대리석을 갖다놓았다.
툰드라 그레이.
터키에서 나온다는 자연석, 툰드라 그레이는 그 특유의 입자들과 무늬가 인상적이었다. 처음 알게 되었을때부터 달의 표면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었는데···양선구 선생님이 가져와주신 석재는 그 이상이었다.
툰드라 그레이에서도 최상품.
달을 사각형으로 오려서 가져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거칠면서도 차가운 질감이 자신이 원하던 대리석 그 자체였다.
마음에 든다.
강석이 달들의 사진 앞에 자리한 농구선수의 키마냥 커다란 석재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이도 강석과 같이 웃었다.
강석이 회색의 석재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영혼에게 말했다.
“곧 꺼내줄게.”
강석이 망치를 들어 올렸다.
얼마가지 않아 7층 전체가 까앙, 까앙, 돌을 내리치는 망치소리로 채워졌다. 망치는 달의 소행성이 부딪히기라도 한 것처럼 상처를 남기며 석재를 뭉그러트렸다.
강석이 망치를 연신 휘두른 끝에 성인의 주먹만한 돌들이 쿵쿵 소리를 내며 매트리스를 깔아놓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돌이 깔렸을 때 바닥에 상처가 나지 않게끔, 그리고 치우기 쉽게끔 양선구가 작업해놓은 매트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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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두들겼을까.
주변에 깔아놓은 매트리스 하나가 회색의 돌로 자갈밭처럼 메꾸어졌을 때. 조용히 있던 조동범이 천천히 다가갔다.
강석이 작업하기 편하게 매트리스에 있는 돌들을 치워놓기 위해서였다. 조동범이 강석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호흡조차 멈추고 매트리스 위에 있는 돌에 손을 대었을 때였다.
강석이 뒤에도 눈이 달린 사람마냥 사다리에 올라타 망치를 두들기던 걸 멈추며 말했다.
“그냥 두세요.”
“······헉.”
머리 위에서 울린 목소리에 조동범이 숨을 들이키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느새 강석이 고개를 돌려 조동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
적갈색 눈동자가 형형한 눈빛을 뿜고 있었다.
신에게 불을 훔치려다 걸린 사람처럼 조동범이 입을 꽉 다물었다. 죄를 지은것도 없는데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 돌도 다 쓸 때가 있으니.”
조용한 말이었다.
그러나 조동범은 그 한마디로 모든것을 깨달았다.
무언가 계획을 하고 있으시구나.
그 생각에 조동범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마치 신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묵직하게 받아들인 조동범이 천천히 물러섰다.
그리고 조동범이 거리를 벌렸을 때.
달을 부수는 망치소리는 다시 7층을 채웠다.
깊은 밤 속에서 의 두번째 영혼이 깨어나는 중이었다.
114. 그림은 머리로 그리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