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127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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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년 1월 10일.
미켈란젤로는 부오나로토에 보낸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인색함은 대죄야. 대죄가 있는 곳에 행복한 종말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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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제나 예술가로서 엄청난 수익을 받아내었고, 열심히 모았고, 토지와 집을 사들여 임대 수익도 받아냈으며 대부금으로 수익을 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금화가 항상 그의 발바닥에 깔려있는 건 아니었다.
미켈란젤로는 인생을 길게 살았던 만큼 인생의 희비가 몇번이나 교차하는 걸 경험했다.
그는 자신이 받은 의뢰로 인한 재료비를 제 돈으로 메꾸기도 하고, 의뢰 때문에 발목이 잡혀 가난 아닌 가난에 시달리기도 하고, 수입이 없어본 적도 있고, 수입 자체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토스카나 지방 출신의 피렌체를 사랑했던, 이 깐깐하고 지칠 줄 모르는 일중독자는 모으고 사들이고 절약하여 결국에는 말년에 부자가 되는데 성공해냈다.
밥 먹는 것도 절약하고 사치를 부린 일도 거의 없었다.
때문에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그의 인생은 괴팍한 인성과 함께 굉장히 인색했을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실제로 인색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인색함을 싫어했다.
실제로 미켈란젤로가 조카 부오나로토에게 “인색은 대죄야.”라고 편지를 쓸 정도로, 그는 인색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일단 그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아버지와 형제들을 부양하였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형제들의 자식들도 부양하다시피 했다. 아니. 부양했다.
그는 첫째로 항상 가족을 살폈다.
피렌체에서 부오나로티 일가가 풍족하고 유복한 일가로 보일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둘째로는 부조도 많이 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집안을 일으키는 것에 진심이었다. 피렌체의 부오나로티 일가가 존경받는 집안이 되기 위해 로마와 피렌체에서 처녀들이 시집갈 때 축의금을 넣을 정도였다.
셋째로는 가난하고 불우한 이들을 많이 도왔다.
그가 신실하게 믿었던 천국을 위해 선행을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는 자신보다 못난 이에게 돈을 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정작 본인 밥은 빵 한 조각과 와인으로 대충 떼우고 작업에 하루를 온전히 쏟으면서도 그렇게 했다.
그 미켈란젤로가 자신이 가난하게 살아감으로써 남의 배를 불리웠다니···믿어지는가?
솔직히 나부터가 믿기지 않는다.
– [조각가와의 수업]의 저자이자 1세대 조각가인 양선구가 강연 중 했던 말을 기록한 블로그 게시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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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코는 결국 유화나 수채화처럼 하나의 회화 방식 중 하나이다.
모든 유화가 동일한 방법으로 칠해지지 않듯 프레스코 역시 누가 그리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미켈란젤로의 첫번째 특징은, 경이로운 속도.
[(₩2,000) 와···! 빠르다!] [조각은 워낙 문외한이 와닿지 않았는데 그림은 취미로 그려본 적이 있어서 알겠음. 개미친속도임.] [망설임이 없을 수록 쌉고수라고 배웠는데 진짜 속도 무슨 일이야···?] [(₩1,000) 아직 뭐 그린 것도 아닌데 그렇게 놀랄일?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거임.] [지나가던 오지라퍼임돠. 벽에 석회반죽을 칠하는 건 예를 들어 케이크 빵 위에 생크림을 바르는 일과 같슴돠. 그런데 지금 보면 한 번 바른 곳을 다시 바르는 일이 없슴돠. 한마디로 생크림을 평평하고 바르게 한 번에 쫙 바르고 있다고 빗댈 수 있슴돠. 케이크 그렇게 바르는 거 보셨슴까? 이건 그냥 바르는 스킬이 미친 수준이라는 뜻임돠. 그럼 다시 지나가겠슴돠.]강석이 빠르고 크게 팔을 휘둘렀다. 석회반죽을 그 팔의 움직임을 따라 일정한 두께로 빈틈없이 꽉 채워져 발랐다.
[근데 어디까지 칠할 생각이지?] [ㄹㅇㅋㅋ지금 벌써 농구선수 세명 나란히 누워도 될 정도로 칠한 것 같은데···?] [와 근데 이걸 자로 재지도 않고 그냥 막 바르네. 원래 프레스코가 사전계획이 진짜 철저해야하는 작업인데···강석은 조각도 그렇고 프레스코도 그렇고, 그냥 바로 스케치도 없이 갈궈버리네 개멋있다 진짜ㅠㅠㅠㅠ]프레스코는 작업의 복잡한 정도에 따라, 하루 작업량이 정해져있다고 하더라도 그 작업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그릴지, 그것에 위치는 어디로 할지···등등.
굉장히 제도적인 설계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보통 반죽 위에 다시 한 번 도안을 깔기는 하지만, 그 전에도 작업량에 대한 경계를 정해놔야 하는 것은 필수였다.
그러나 강석은 그런 것은 상관 없다는 듯 그려내었다. 자신만이 보이는 스케치가 있는 것처럼 강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였다.
큼지막하게 채워지는 회색의 공간에 사람들이 채팅을 빠르게 채워나갔다.
[(₩30,000) 이거 가능한 거 맞나요?] [진짜 벌써 마음이 격해진다···강석 그는 신이야] [미쳤다······] [멈춰야 하는 거 아님?] [이건 진짜 너무 큰데?] [가능?] [너무 크다ㅠㅠㅠㅠ] [다들 뭔소리? 벽화인데 당연히 크게 그리지. 원래 강석은 무슨 작품이든 큼지막함. 알고나 좀 말하자.] [윗분······그게 아니고 프레스코는 일반적인 벽화가 아니고 별도의 작업이에요. 프레스코는 회반죽이 마르기전에 그려야해서 원래 작업할 때 매일 작업할 양만큼만 반죽 칩니다. 지금 저 회색이 하루 분량이라기엔 워낙 커서 다들 놀라는 중인 거예요]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고나 좀 말하자] [(₩10,000) 알좀말~]매일 하루 작업 분량만큼 화지를 조성하는 것이 첫번째 회반죽, 아리치오의 역할이다.
강석은 채팅창 속에서 사람들이 놀라건 말건 당당하게 농구선수 네 명은 들어갈 크기만큼을 회반죽으로 펴발랐다.
그리고 빠르게 그 위를 다시 한 번 회반죽으로 칠을 했다.
초지, 아리치오 위에 회반죽을 다시 또 재차 바르는 걸 인토나코라고 한다. 본격적인 그림을 그리기 전에 아리치오가 마르는 걸 대비하여 한 번 더 위에 덧바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치오보다는 조금 더 두껍게 하여 하루 작업 동안 마르지 않게 채워넣은 화지 위를 적셔놓는 작업이었다.
강석은 아리치오 위를 한 치의 빗겨감도 없이 덧발랐다. 이번에도 기계같은 손놀림에 사람들이 놀라는 사이.
강석은 빠르게 인토나코 작업까지 끝내버렸다.
앞서 누군가 표현했듯 농구선수 셋, 아니 넷은 들어갈만한 크기를 정말 콩 볶아먹듯 순식간에 두번이나 칠해버렸다는 뜻이었다.
[몇분? 지금 몇분 걸린 거지···?] [이게 말이 쉽지.] [지금 구독자수 얼마나 올랐음?]강석은 분명히 말했다.
푸른 프레스코 작업이 전부 끝날 때까지 오른 구독자 수 기준으로 1만명당 10명에게 마이애미 2인 왕복 비행기표를 쏘겠다고.
[지금 125,246명] [2만 5천이네?] [거의 3만임] [벌써 20명······이긴 한데 속도 아까보다 느리긴 함. 한국인 대상이기도 하고, 애초에 아직 이야기가 많이 안 퍼짐 빨리 나르자.] [(₩10,000) 다들 급할 필요 없어요. 프레스코 저거 하루 작업치이고, 강석 성격상 이번에도 엄청나게 큰 프레스코를 할 모양인데···하루만에 끝날리가 없음.] [와 근데 진짜 다시 생각해도 미쳤다. 10만 구독자 이벤트가 이렇게 대형인거는 처음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인생 처음으로 마이애미 가겠네. 개설렌다.] [누가 너 뽑아준대?]사람들은 올라가는 구독자 수에 한 번 환호하고, 아직 작업이 끝나려면 멀었다는 사실에 한 번 환호하고, 강석의 이벤트가 워낙 통이 큰 것에 한 번 환호하고, 당첨이 될 김칫국을 마시며 또 한 번 환호했다.
무음으로 돌아간 라이브 스트리밍이건만 그 어떤 라이브방보다 뜨겁고 소란스러운 채팅이었다.
슈퍼챗이 계속해서 화면에서 사라지지 않고 새롭게 생겨나는 것도 보는 묘미가 있었다.
소리는 즐겁지 않아도 이리저리 보는 맛이 있는 너튜브 채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신나서 떠드는 동안.
강석은 세번째 겹바름을 시작했다.
조르나타.
세번째 회반죽이자 물에 갠 안료와 섞이는 가장 윗겹, 마지막 회반죽이었다.
[·········어? 지금 좀 색깔 달라진 거 같지 않음?] [네 화면 밝기가 달라진거겠지.] [아님. 그러면 안 발린 곳이랑 발린 곳이랑 색깔이 같아야지. 진짜 반죽 색깔이 이번거는 좀 다르니까.] [진짜다] [정말 카메라를 통해 봐서 그런지 몰라도 기존 것에 비해 굉장히 밝은 회색 느낌이네요. 흰색에 가까운 느낌?] [(₩10,000) 그냥 하얀색인데요?]두께도 굉장히 얇고, 굉장히 밝았다.
기껏 칠해놓은 회색의 흉터가 다시 하얀색으로 겹쳐 발라지는 느낌이었다.
[회반죽을 바르고 그 위에 그린다고 해서 굉장히 두껍게 바를 줄 알았는데 뭔가 얇게 펴바르는 느낌이 들어요.] [오] [나도 그렇게 생각함]이것이 바로 미켈란젤로가 그리는 프레스코의 두번째 특징. 얇고 하얀 조르나타였다.
보통 프레스코란 석회를 섞은 반죽 위에 안료를 넣어 굳히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회화보다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침체된 느낌의 색감을 가지고 있다.
어쩌다보니 의도는 안해도 어두운 색감이 된다는 소리였다. 그 유명한 선명한 푸른빛의 라피스 라줄리를 섞어 만든 담청색도 쉽게 살아남기가 어려울 정도로, 가라앉는 색조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프레스코의 특징이었다.
그게 싫다면, 도자에 모자이크 기법을 섞어서 프레스코를 해야 하는데···미켈란젤로는 오로지 부온 프레스코 방식으로 밀고 나가고 싶었다.
어두운 색조도 싫고, 프레스코가 프레스코가 아닌 것도 싫었다. 이 까칠한 완벽주의자가 원하는 것은 선명하고 밝은 색감이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석회 비율을 달리 하는 방법으로 이어졌다.
미켈란젤로는 기존 회반죽에다가 석회를 높은 비율을 섞었다. 일반적인 회반죽에 비해 석회 비율을 굉장히 높게 투여하여, 회반죽을 하얀색에 가깝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엷게 발라야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가장 알맞은 층의 두께는 겨우 1mm~2mm 정도. 100g도 안 되는 얇은 종이가 위에 깔렸다고 생각하면 딱 좋은 두께였다.
···강석은 이번에도 과거에서 배웠던 미케란젤로의 프레스코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형식을 캐치해내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얇다, 밝다, 라는 감상평만 내뱉는 정도였다.
그 순간이었다.
조각 전공 유학생에게 연락을 받고 급하게 컴퓨터를 켠 대학원생 한명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채팅을 쳤다.
[Michelangelo!!!!] [È così che fa Michelangelo!(이건 미켈란젤로의 방식이야!)]이탈리아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으며 순수회화를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은 평소 미켈란젤로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바티칸에 가서 를 바라보며 얼마나 감동을 느꼈었던가. 제 뿌리가 이탈리아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 계기가 바로 미켈란젤로였다.
그런데 여기서 미켈란젤로의 흔적을 보다니···!
한국의 미켈란젤로.
그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이탈리아어로 빠르게 무어라 쏟아내자, 강석이 그렸던 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일부시청자들이 그 의미를 빠르게 해석해주었다.
[미켈란젤로의 방식이라고?] [역시 강석···과정 하나 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와 근데 기록만 남은 걸 이렇게 재현하는 게 가능한가?] [아니 근데 애초에 벽화가 아니라 프레스코를 하는 것도 신기하긴 함. 강석은 진짜 작업량도 미쳤는데 어떻게 이런 조사를 하고 진행하는 거지? 아니 애초에 저 전문가적인 솜씨는 어떻게 하는 거임. 시간을 초월한 거임?] [최소 인생 2회차다 진짜] [아니 근데 누가봐도 숙달되었는데 이게 프레스코라는게;; 요즘 하는 방식도 아니고;; 진짜 뭔가 과거를 보는 느낌이야. 유일하게 저 고글과 목베개, 그리고 엉덩이에 깔고 있는 저 도넛쿠션이 지금이 현대임을 말해주고 있다ㅋㅋㅋㅋ] [도넛쿠션 개귀여워] [솔직히 강석이 하는 작업 대부분이 노동임···도대체 갓물주님은 전생에 무슨 업이 있길래 저런 힘든 작업만 하는 건지···]그들은 잘은 모르지만 굉장한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걸 느끼듯 시끄럽게 채팅을 쳤다.
미술에 대해서는 잘은 몰라도, 등과 팔만 보이는 데도 역사의 한 순간을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10,000) 진짜 좋다·········뭔가 힐링되는 기분이 아니라 가슴이 벅차오름] [미리보기 없나···나 혼자 남들보다 빠르게 보고 싶다. 보고 있는데 보고 싶다.] [ㅇㄱㄹㅇ] [진짜 대학 안 간 이유가 있다.] [무슨 이유임?] [인생 2회차라 이미 다 알아서 배울 게 없었다.] [엌ㅋㅋㅋㅋㅋ진짜인듯] [회귀자일지도?]그때였다.
순백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은 조르나타를 잠시간 멈춰서 바라보던 강석이 움직였다.
그는 사다리 아래로 내려가 바닥에 깔려있던 하얀 전지를 들어올렸다. 화면에 순간 회색의 선으로 그려넣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근육이 꽉 쫘여진 남성과 파도였다.
[오! 나 봤다! 스케치 봤다!] [ㅇㅁ노하ㅣㅓㅇ나ㅣㅓㅎㅁ니ㅓㅏ 나 못봄, 나 라면 먹다가 못보뮤ㅠㅠㅠㅠ뭐였어뭐였어] [흉포한 근육이 보였다.] [······흉포한 근육?]사람들이 상상력을 더할 새도 없이 강석은 하얀 전지를 조심스럽게 조르나타 위에 얹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구경할 새도 없이 아주 얇은 가시 같은 것을 허리춤에서 꺼내어 회색의 선 위를 아주 빠르게 바느질을 놓듯 쑤셨다.
보통은 나무 조각을 이용해 꾹꾹 눌러가며 선을 새기고 얼굴과 정교한 부분만 소묘 위로 뚫어서 점선을 만드는데 강석은 그런 것 따위 알 바냐는 듯 한땀한땀 빠르게 손을 놀렸다.
이태리 장인의 손놀림이었다.
128. 스폴베로(Spolv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