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126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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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는 이름을 적을 때 이렇게 써내리곤 했다.
Michelange, ischultore.
조각가 미켈란젤로.
업무용 편지에까지 그렇게 서명을 적어넣을 때가 있을 정도로, 그는 제 천직을 조각가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고개를 들어 이 프레스코를 보아라.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예배당에 그려넣었다는 를 보고 누가 그를 조각가라고 믿겠는가.
실제로 오늘날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예배당에 그려넣은 프레스코 와 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하나로 추앙받는다.
그는 자신을 조각가라고 규정했지만···세상이 보기에는 조각도, 건축도, 그림도, 모두 다 그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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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이어붙인 것 같은 푸른 하늘이 건물의 통유리창을 꽉 채웠다.
마치 유리컵 안에 바다 옮겨 담아놓은 것 같은 색감에 강석이 잠시나마 시선을 빼앗겼다. 꽉 닫힌 창과 유리를 넘어올 수 없는 바다냄새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봄을 만끽하던 강석은 어느새 초여름 한복판에 놓인 채였다.
아주 잠깐동안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여름을 만끽한 강석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라이브 스트리밍 채팅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왜···왜 쳐다봐?] [@~@ 우리 보지 말고 프레스코 그리자.] [불안하다불안해] [(₩3,000) 우리 오랜만이잖아···(간절함 이모티콘) 이러지 말자···] [아니 지금 스트리밍 켠지 30분도 안되지 않음? 다들 진정하셈. 방송 중단 아님.] [그럼 뭔데]강석이 방송 카메라를 쳐다보는 일은 방송을 중단할 때를 제외하곤 없다보니 다들 지레 겁을 먹고 채팅을 올리는 중이었다.
여태까지 자신의 행적을 돌아보지 못한 강석은 의아하다는 듯 한쪽 눈썹을 추켜 올렸다.
[화났다!] [화났어!] [그래도 가까이에서 얼굴 보니까 좋다···진짜 강석 어디 소속사랑 계약된 거 아님? 얼굴 관리 왜 이렇게 잘 되어있음?] [(₩5,000) 얼굴천재 파스텔과 색연필로 그린 것처럼 부드러움 근데 묘하게 인상이 차가워서 또 절대 부드럽지 않음 한번만 웃어줬으면 좋겠다···]강석이 지금 있는 곳은 꽤 구시대적인 건물이었다.
특히 양쪽으로 계단이 있어 중간벽은 아예 2층 천장까지 쭉 연결된 이 가운데 층계참은 그 흔한 샹들리에나 전등은 물론, 양초나 오일램프도 연결이 되어있지 않아서 오로지 자연광 뿐이었다.
자연광을 조명 삼아 흔들거리는 머리카락과 투명하리만치 선명한 적갈색 눈동자는 회화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게 했다. 부드러운 가을의 느낌이었다.
카메라와 가까울 수록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들을 바라보던 강석의 귓볼이 슬쩍 빨개졌다.
앞머리를 신문지를 깔고 잘라주던 강채영과의 대화가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 ‘아니 나는 진짜 오빠 얼굴을 보고 어떻게 여자들이 가만 놔뒀는지가 제일 이상해. 머리카락으로 얼굴 반절 덮은 거야 뭐 그 오빠 잘하는 거 있잖아. 앞머리 뒤로 까기. 그걸 못 본 사람이 없을 텐데···진짜 남자는 머리빨 이런 건가? 아니지? 오빠가 안경을 썼어, 여드름이 났어, 혹시 오빠 뭐 마스크라도 끼고 다녔어? ’
– ‘뭐래.’
– ‘아니···진짜 인정하기 싫긴 한데 오빠가 머리빨을 타는 얼굴은 아니잖아. 나였어봐. 진짜 짜증나긴 한데 오빠 얼굴 정도되는 사람이 우리반에 있었다고 쳐봐? 난 가만히 참지 않아.’
– ‘그럼 뭐하는데?’
– ‘바로 옆자리 스틸이지.’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 드라마 명대사를 날리는 남자 주인공처럼 목소리를 뇌리 깔고 중얼거리던 강채영의 대화를 끝으로 강석이 상념에서 빠져왔다.
실제로 전생을 떠올리기 전에는 인생의 모든 대운이 막힌 것처럼 굴러가긴 했었던 것 같다.
머리스타일을 바꾼거나 고개 숙이는 거 말고는 딱히 바뀐 것도 없는 것 같은데···표정인가?
이 순간에도 사람의 외모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 게 더 외적인 미를 잘 드러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강석이 다시 채팅창을 바라봤다. 정확하게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마이크 기능을 켰다.
연결되는 순간. 아주 잠깐동안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백색소음처럼 공간의 울림이 느껴졌다.
[으아아아아! 마이크 켰다!] [끄지마! 끄지마!] [말하지마!] [그냥 방송 진행시켜!] [방 송 중 단 결 사 반 대] [방송중단 반대모임 1/10000] [2/10000] [반대한다! 반대한다!] [33333!]필사적인 채팅에 강석이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강석이 마이크를 활성화시킨 이유는 그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방송을 끄기 전에 알림사항을 전해드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그랬다.
“안녕하세요.”
보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에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가 눈물 표시를 흘리면서도 강석의 인사에 반응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안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지만 지금 듣고 싶은 건 아니었어·········] [やめてよ(그러지마)] [ㅠㅠㅠㅠㅠㅠㅠㅠ가지마] [강석안녕ㅠㅠㅠㅠ] [강석쿤안녕ㅠㅠㅠㅠㅠㅠ]강석이 빨개진 귓볼을 살짝 잡았다 떼며 말을 이었다.
“···어, 이번에는 방송을 끄려고 마이크를 활성화한 건 아니고요. 10만 명이 방금 넘었거든요.”
[10만명 넘었어?] [10만? 실버?] [실버버튼이야?] [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 [축하합니다! 제가 딱 10만번째 구독자였어요!] [매니저 뽑아줘! 10만명 기념으로 매니저 뽑아주세요!] [(₩10,000) 솔직히 너튜버한테 매니저는 좀 웃긴 말이고 편집자라도 뽑아주세요. 기존 방송텀도 길고 영상길이도 너무 길어서 구독자가 빨리 안 느는 것 같은데···음악 넣고 후시녹음이라도 해서 편집갈궈서 올리면 콘텐츠 재소비되도 될 거고, 텀 길어도 영상 편집본 올라오는거 반복 스트리밍 하면서 기다리기도 수월하고 구독자도 팍팍 늘어날 것 같습니다.] [오오오오!] [맞네! 편집자!]강석이 길게 올라온 슈퍼챗을 읽다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앞으로 이 너튜브 채널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나쁜 조언은 아니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적절하게 물밀듯이 쏟아지는 조언을 가르고 들어간 강석이 마이크를 켜게 된 이유, 본론으로 넘어갔다.
강석도 고두한 만큼이나 냅다 본론을 말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다.
“어쨌든 10만명이 된 기념으로 구독자 이벤트를 하나 할까 합니다. 급하게 생각하게 된 거라 준비가 급작스러워, 이번 이벤트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정 이벤트가 될 것 같습니다. 미리 양해말씀 부탁드립니다.”
[·········뭔가 큰 거 올 것 같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분들부터 심상치 않음.] [역시 갓물주] [역시 갤러리사장님] [역시 성북동 자가소유!]올라가는 채팅에 흔들림 한 번 없이 강석은 말을 이어갔다.
강석이 말을 이어가는 동안 뒤늦게 번역 어플을 돌리거나, 해석에 성공한 외국인들이 너무 아쉽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벤트 참여 방법은 간단합니다. 일단 이 라이브 스트리밍이 종료되면 이번에도 똑같이 영상 풀스트리밍본이 채널에 올라갈텐데 거기다가 이메일이랑 감상 댓글 남겨주시면 됩니다. 형평성을 위해 뽑기로 추첨할 거고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대한민국 국적 가지신 분들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강석이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거 처음인듯;;] [지금 실시간으로 놀라는 중] [딕션 정확하다. 놀랐다.] [실제로 저는 강작가님이 다녔던 입시미술 학원을 다니고 있는 입시미술생인데 이렇게 길게 말하시는 거 저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진짜 길게 말하시는 겁니다.] [보통 입시미술생이 본인 입으로 입시미술생이라고 함? 주작아님?]한마디 한마디에 경청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강석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 자그마한 창 안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단순 유명세 때문에 너튜브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몇시간 며칠에 걸쳐서 진행되는 무음 라이브 스트리밍을 따라와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다.
정말 제 작품을 좋아하고 강석의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일 터. 강석은 그들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가끔씩 들여다보았던 댓글들을 기억에서 건져올렸다.
대부분이 강석의 영상을 기다린다는 댓글이었다.
강석의 작품을 좋아하고 가족들과 함께 보러 가보고도 싶지만, 이런저런 사정들 때문에 실제로 볼 수가 없다는 댓글들. 그래서 영상이라도 많이 보고 싶다는 댓글들은 강석의 마음에 깊게 남아있었다.
대부분이 돌려 말하긴 했지만 그들에게 거리, 시간, 돈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그 거리와 시간을 해결할 돈이었다.
제 작품을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
그런 말들에 강석은 짧지만 깊은 고민 끝에 답을 내놓았다.
매번 그럴 수는 없겠지만, 10만 명을 달성했다는 한정된 기회를 역이용하여 베풀 순 있을 터. 강석은 자신의 생각을 짧게 쳐내며 뒷말을 이었다.
“10만명을 달성한 지금부터 제가 프레스코를 완성할 때까지 1만명이 올라간 숫자를 카운팅하여 만명 단위로 10분을 선점하여 이 푸른 프레스코가 있는 곳에 와볼 수 있는 비행기 2인 왕복표를 드려볼까 합니다.”
만명 단위로 10분.
제주도 왕복으로 따져도 2인이면 대충 삼사십만원은 하는 돈이었다. 그걸 곱하기 십하면 1만명만 올라도 몇백만 단위였다.
프레스코 작업이 아무리 길어봤자 1만명 단위로 했을 때 얼마나 오를지는 모르겠지만···엄청나게 통이 큰 이벤트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이벤트를 아무리 건물주라지만 10만 구독자 달성으로 쏜다고?
그런 의문에 찬 채팅들이 빠르게 라이브 스트리밍에 도배되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채팅을 관리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에 거의 아무도 읽지 못할 속도로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대부분은 여태까지 구독 안하고 영상만 보고 있었는데 바로 구독한다는 댓글들이었다.
그와 동시에 당연하게 이런 댓글들도 달렸다.
[···근데 거기가 어딘데요?] [진짜 어디임?]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하얀 벽밖에 보이지가 않으니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그 순간. 매의 눈으로 댓글을 읽어낸 강석이 뜸들일 틈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마이애미비치 앞이요.”
[응?] [……………어디?] [???????] [그럼 뭐임?] [지금 1만당 마이애미 2인 왕복권을 10세트 단위로 쏘는 거임?] [?????????????] [···············이것이 갓물주···?] [클라스 미쳤다.]마이애미 2인 왕복권은 저가 비행기에 경유로 알아봐도 대충 300만원은 훌쩍 넘을 거였다. 그걸 10명에게 골고루 나눠주면 1만 단위로 벌써 3천만원이었다.
사람들이 채팅을 치는 속도가 느려질만큼 경악하는 가운데.
강석이 아주 미세하여 돋보기를 화면에 들이대도 포착하지 못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만 여기 건물 입장권은 별도고, 비행기표만 드리는 거니까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오신 분들은 당연히 여기에 그려질 프레스코를 보려고 오시는 거니까 인증샷은 보내주시는 겁니다?”
프레스코 하나 그리겠다고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버린 강석만이 할 수 있는 통큰 이벤트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잠시 해석하는데 오래 걸린 이 이벤트를 받아들이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채팅 하나를 쳤다.
[···다, 당장 구독눌러.] [내 사돈의 팔촌의 여자친구의 여자친구 가족의 멍멍이까지 너튜브 가입시켜서 구독 누른다. 딱 기다려.] [우어어어 ㅠㅠㅠㅠ믿고있었다고 강서규ㅠㅠㅠㅠㅠㅠ] [Why is it only possible for the Korean people? I have a lot of friends, too!] [강서규 아니고 강석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알아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아아아!!!!!!!!! 미쳤다! 어떻게 해! 당장 소문내러 간다!] [강석! 강석! 강석!] [강석그는신이야그는신이야그는신이야!] [(₩10,000) 엄마저는커서강석이될래요엄마저는커서강석이될래요엄마저는커서강석이될래요엄마저는커서강석이될래요엄마저는커서강서기될래요엄마저는커서강석이될래요] [위에 손으로 친거임? 무섭네···]채팅이 가파르게 올라가며 강석의 구독자수도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반응을 만족스럽게 쳐다본 강석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카메라를 벽이 잘 보이는 곳에 둔 채, 강석이 마이크를 끄기 전 마지막 한 마디를 읊조렸다.
“그럼 그리러 가겠습니다.”
목베개와 복대, 그리고 쿠션을 든 채 걸어가는 강석의 모습은 갑옷과 검, 그리고 방패를 들고 걸어가는 용사의 그것과 같았다.
[믿습니다!!!!!] [따라가겠습니다!!!!] [구독 좋아요 알림 버튼!!!!]창 너머의 신봉자들이 그를 찬양하듯 외쳤다.
초여름 날씨의 마이애미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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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끄고, 하얀 벽을 마주보고 서니 남은 것은 오로지 침묵이었다.
새파란 초여름의 하늘도 보이지 않았고, 시끌벅적한 채팅창도 없었다. 하얀 대리석 위로 늘어진 검은 전선도, 카메라 거치대도, 노트북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석회 반죽과 그리고 석회 반죽을 바르기 위한 판. 그리고 흰색 전지에 그려넣은 스케치 뿐이었다.
강석은 천천히 하얀벽을 가늠하다가 석회 반죽을 내려다봤다. 구시대적으로 지어진 이 건물에 성분 분석표는 이미 예상했던 대로 돌로 된 석벽이었다.
저번처럼 파벽돌 같은 얇은 벽돌로 다시 돌벽을 만들 필요 없이 바로 석회 반죽을 칠하면 된다는 소리였다. 강석은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리고 손이 아니라, 머리에 그려놓은 풍경을 따라 오늘의 칠할 양을 눈으로 가늠한 뒤 망설이지 않고 석회 반죽을 퍼올렸다.
물과 석회 그리고 갈색화산재가 섞인 회반죽을 평평한 판에다가 한뭉텅이를 올린 강석이 사다리를 올라가 하얀 벽 가운데에 망설이지 않고 발랐다.
아리치오.
아리치오, 인토나코, 조르나타.
세 번의 회반죽 중 가장 첫번째 초벌이었다.
프레스코.
석회석이 열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에 의해 변화되는 성질을 이용한 기법으로 회반죽을 칠한 석벽이 마르기 전, 물에 갠 안료를 칠해 회반죽이 마르며 채색이 벽과 함께 굳도록 하여 아예 벽의 일부가 되게 하는 그림이 바로 프레스코다.
무릇 프레스코란 발전에 따라 부온 프레스코와 세코 프레스코라는 기법으로 나뉘게 되었는데···세코 프레스코는 회반죽이 마르고 나서 안료에 고착제를 넣어 진행하는 건식이고 부온 프레스코는 전통 그대로의 습식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석 아니, 미켈란젤로는 오로지 부온 프레스코만 취급하는 전통 중의 전통파이자 완벽주의자였다.
프레스코는 신선이 생명.
강석은 마치 허수아비를 눈 깜빡할 새에 양단하는 검사처럼 빠르게 판을 휘저었다.
적갈색 눈동자가 벽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훑었다.
동시에 판이 오른쪽에서 횐쪽으로 망설임없이 회반죽을 밀어트리며 미끄러졌다.
숭고한 하얀 벽 한가운데.
회색의 흉터가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127. 1515년 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