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125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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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피렌체 산이 아니면”
시스티나 천정화 작업을 앞두고 안료를 구비하던 미켈란젤로는 말의 서두에 위와 같은 말을 붙였다.
실제로 미켈란젤로는 부친에게 돈을 보내어 적색 안료를 부탁할 때에도 “최고급 피렌체 산이 아니면 아예 살 생각도 마십시오.”라고 거듭 강조할 정도였다.
그 당시 최고의 안료는 피렌체가 아니라, 동양으로 통하는 항구가 있는 베니스였다.
때문에 당시 그의 말은 피렌체를 향한 미켈란젤로의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요구는 단순히 자부심 때문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 근거는 미켈란젤로가 콘디비에게 자랑하듯 늘어놓은 말이다.
[시스티나 예배당에 사용한 안료의 비용은 기껏해야 20에서 25두카트였다.]미켈란젤로 특유의 과장이 조금 보태졌겠지만 실제로 당시 그 돈이면 최고급 담청색 3온스(약 90g)를 겨우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물론 담청색 중 최고급 담청색이란, 그 당시 예술가들이 주린 배를 움켜잡으며 참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안료였지만 어쨌든 설명을 해보자면 그렇다.
그리고 두번째 근거는 안료의 재료였다.
기록에 따르면 안료 제작자들은 이탈리아 각지에서 파낸 흙이나 점토를 이용하여 안료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때 주로 사용한 것이 토스카나 지방의 흙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토스카나는, 발 델사 언덕 아래를 삽으로 긁으면 황색, 적색, 청색, 백색, 흑색의 점토들이 단층을 구경할 수 있을 만큼 여러가지 색깔의 흙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그 토스카나와 가까운 곳이 피렌체였다.
실제로 피렌체도 비안코 산조바니(성 요한의 백색)라는 독자적인 안료를 판매할 정도로 솜씨 좋은 안료 제작자들이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그 메디치가 머물던 피렌체였으니···베니스에 결코 뒤지지 않았을 터였다.
이 두 가지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미켈란젤로의 “최고급 피렌체 산이 아니면”이라는 주문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켈란젤로도 모든 것을 피렌체 산으로 구하지는 않았다.
피렌체에서 북으로 160km 떨어진 베로나에서 채석한 해녹석으로 만들어지는 테라 베르데(녹청색 점토)라거나 그 유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건너온 청금석으로 만든 아주로 울트라마리노(담청색)는 온전히 피렌체에서 나고 자란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어찌되었든 미켈란젤로는 안료를 피렌체에서 주로 구입했다.
이처럼 완벽주의 성향인 그가 피렌체에서 주문을 한 이유를 다시 정리해보자.
그건, 단순히 자부심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없다.
안료 제조는 무척이나 까다롭고 동시에 무척이나 높은 전문성을 요구했다.
안료의 질에 지나치게 까다로웠던 완벽주의자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베니스(베네치아)에서 안료를 사오기보다는 겨우 사십 남짓의 화방수가 전부인 피렌체에서 사오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리고 가격대에 맞춰야 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까다로운 그의 심미안을 만족시킬 수준 높은 안료여야만 했을 터였다.
프레스코의 완성도는 안료의 완성도와 직결된다고 할 정도로···석회와 섞여 하나가 되는 안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니. 미켈란젤로로서는 신중을 기해서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그만큼 프레스코를 위해 준비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특히 안료는 그 중에서도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경고한다.
프레스코는 이미 지나간 과거다.
그쪽은 쳐다도 보지 말아라.
– 한양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 박지엽의 특별 강연 [회화와 벽화] 내용을 기록한 블로그 게시글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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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이 마이애미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튼 시각.
강채영은 대한민국 최대 온오프라인 도서쇼핑몰 교문고 강남점 입구를 넘어서고 있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다른 곳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고 지하 1층 교문고로 들어선 강채영은 한 곳을 향해서 나아갔다. 교문고 특유의 향취가 가득 채워진 곳에서 그녀가 나아가는 방향은 교문고 내에 위치한 만년필 매장 쪽이었다.
– ‘여보. 한 번만 써보자니까?’
– ‘안된다니까요. 이런건 원래 한 번도 안써야 더 가치가 오르는 거라고요···!’
– ‘어차피 안 팔거라며.’
– ‘우리 강씨집안 자손들에게 대대손손 물려줄 거라니까요. 제가 미정언니하고 저번에 모임을 했었는데요. 이런건 절대 절대 팔면 안된대요.’
– ‘미정언니? 그 이민혁 교수님 부인? 그분하고 연락을 하고 있었어?’
– ‘네. 어찌되었든 이건 우리집 가보니까 절대, 절대, 절대, 비매품 세트는 포장도 뜯지 마세요.’
– ‘아니···이게 진짜 영롱한 잉크빛을 보고 어떻게 참으라는 거야.’
– ‘그러니까 보지 말라고 화장대 깊숙한 곳에 넣어놓은 걸 왜 맨날 꺼내서 그래요.’
만년필 매장쪽으로 나아가며 어젯밤에도 거실 한복판에서 펼쳐진 사건을 떠올린 강채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사건의 발단은 마이애미 아트페어 참가를 위해 출발한 오빠가 비매품으로 만든 잉크와 딥펜 세트를 부모님에게 선물로 드리면서 시작이었다.
의견이 갈리는 법이 없던 엄마아빠의 의견이 처음으로 갈린 것이다.
아빠는 을 한 번이라도 써보고 싶어서 안달이었고, 엄마는 대대손손 물려주겠다고 매일 같이 비상금 숨기듯 을 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제는 엄마가 화장대에 숨겨놓은 을 아빠가 기어코 찾아내며 제 23차 대전이 일어나버린 것이었다.
‘엄마랑 아빠도 참. 그냥 오빠한테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면 될 걸 가지고···’
정작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강채영 역시 바쁜 오빠에게 을 저한테 하나 만들어달라는 말을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빠엄마가 정품도 아니고 비매품을 가지고 싸우는 것에 대해서 알리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엄마, 아빠, 그리고 나도.
오빠가 더 바빠지는 것이 싫어서였다.
‘그러니 어쩌겠어.’
강채영이 한숨을 삼켰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잖은가.
“···저기요.”
강채영이 어색한 눈으로 점원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투피스를 입은 여성이 친절한 얼굴로 다가왔다.
“혹시 만년필을 좀 볼 수 있을까 해서요. 그리고 잉크도요. 기왕이면 화려한 잉크가 좋을 것 같은데···히, 있을까요?”
“아, 잠시만요. 일단 제일 잘 나가는 만년필 라인 먼저 보여드릴게요.”
비매품 세트를 대신하기엔 부족할 수 있지만 그 대신할 만년필과 잉크라도 이 착한 효녀가 사드려야지. 강채영이 번역 일을 뛰어 벌어들인 수익이 고스란히 담긴 체크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절한 점원의 설명을 경청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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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이라는 고민의 시간을 거쳐 강채영은 할인 쿠폰을 다 긁어서 148만원짜리 만년필과 잉크를 결제했다.
만년필이나 잉크계열을 잘 모르는 강채영이 보기에도 과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이것으로 제 24차 사수대전이 늦춰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엄마 선물도 하나 사야할텐데···’
강채영이 주변을 살폈다. 아빠 것만 비싼 걸 사주고 엄마건 교문고에서 대충 떼울 수는 없는 법이었다. 백화점이라도 가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며 강채영이 걸음을 내디뎠다.
팬카페 매니저 활동을 하면서 다져진 영어 실력이 아니었다면 고등학생이 온전히 제 돈으로 이런 선물을 부모님에게 사드리는 것은 어려웠을 터.
‘오늘 돌아가서 내 특별히 오빠 찬양글 10개를 올려주지.’
새삼 이 선물도 어떻게 보면 돌고 돌아 오빠 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채영이 결의를 다졌다.
그렇게 백화점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빨리하는 그때.
강채영의 눈동자에 익숙한 것이 들어왔다.
‘방금···’
스쳐 지나간 것을 다시 보기 위해 강채영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 순간에도 그녀의 눈동자가 기시감이 들게한 것을 다시 찾기 위해 이리저리 굴러갔다.
“어어. 맞네!”
강채영이 주변도 의식하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오빠 책이다.”
강석이 작년에 출간했던 [강석의 인체소묘집]이 교문고에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채영이 인체소묘집이 걸려있는 포스터의 제목을 천천히 눈으로 읽어내렸다.
“이번달 베스트셀러···”
세상에.
베스트셀러 TOP10 중에서도 1위였다.
강채영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석이 1등을 했단 것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 카메라 기능을 켜고 있었다.
[2월 1일부터 2월 29일까지 영업점과 인터넷에서 도서 및 eBook 판매 실적을 합산해 한달간 가장 많이 판매된 책 순위를 발표···]세상에.
베스트셀러 상세 내용을 읽어내리던 강채영이 포스터를 연속으로 찰칵찰칵 찍어댔다.
강채영은 짧은 순간에도 이 내용을 팬카페에 올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쇼핑백도 내려놓고 가장 멋있게 찍기 위해 골반을 접어가며 셔터를 눌러대었다.
그리고 그런 강채영의 열의 넘치는 행동에 지나가던 방문객들이 슬쩍 포스터를 힐긋거리며 쳐다봤다.
“어. 강석이다.”
“강석?”
“몰라? 요즘 젊은 조각가로 유명하잖아. 작품 의뢰비로 건물을 받았대. 그, 저번에 지나갔었잖아. 요즘 데이트 명소로 유명한 그···”
“르네상스 쇼핑몰?”
“어어, 거기 르네상스 쇼핑몰 통째로 의뢰비로 받았다잖아. 실력이 진짜 장난 아닌가봐. 나 주변에 미술하는 친구들 많잖아? 요즘 인체하는 애들은 저 인체소묘집 필수로 산다던데? 두권 샀다는 친구들도 있어. e북 없다고 교문고에 요청글 넣었던 애도 있다던데···”
가만히 카메라 버튼을 누르던 강채영의 귀가 쫑긋거렸다. 강채영이 교양있는 얼굴로 차분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쇼핑백을 왼손에 들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주변 사람들을 힐긋거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오빠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해서였다.
‘물론, 이것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누가 봐도 입시미술을 하게 생긴 아이들이 포스터 앞에 놓인 책을 두세권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는 것 역시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여태까지는 주로 외국인들하고만 대화를 해서 몰랐는데 진짜 제 오빠가 점차 유명한 셀럽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확, 와닿았다.
‘윤유란한테 자랑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강채영이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와 동시에 핸드폰이 진동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윤유란이었다.
강채영이 입술을 꼬물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즐거움이 묻어났다.
“어어. 유란아. 왜 전화했···”
ㅡ 채영아! 석이 오빠 너튜브 봤어? 지금 구독자수 장난 아니게 오르고 있는데?
“뭐?”
난데없이 구독자수가 왜?
강채영이 빠르게 이어폰을 끼며 핸드폰 화면을 두들겼다. 너튜브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제 구독자 최상단의 위치하게 설정해놓은 오빠의 채널이 보였다.
[강 석] [@GANGSUK] [구독자 125,246명] [조각가, 강석의 공식 너튜브 채널입니다.]뭐야?
몇시간 사이에 갑자기 3만명에 가깝게 오른 숫자에 강채영이 눈을 깜빡였다.
ㅡ 지금 석이 오빠 너튜브 알고리즘에 떴나봐. 그리고 지금 라이브 스트리밍 중인데 이게 프레스코? 그 시스티나 카페에 있는 벽화 있잖아. 그거 같은 걸 그리려고 하고 있나봐. 그 석이 오빠가 마이애미에 간다며. 그것 때문에 간 거였어?
“나야 모르지. 그나저나 알고리즘 한 번 탔다고 이렇게 오를 수가 있어?”
강채영이 눈을 깜빡거리며 라이브 스트리밍을 클릭했다.
요즘은 개그맨, 배우, 아이돌, 가수 할 것 없이 연예인 또는 비연예인 모두 너튜브를 하는 시대였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홍해와 같이 밀려드는 신입 너튜버들이 몰아치는 상황이었다.
이런 곳에서 마이크도 없어서 백색소음 하나 없이 무음의 라이브 스트리밍이 구독자 10만에 가까웠던 것도 대단한데 여기서 갑자기 3만이 솟구친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그때였다.
해답을 찾은 윤유란의 목소리가 휴대폰 스피커를 타고 넘어왔다.
ㅡ 오빠가 구독자 이벤트를 한대!
구독자 이벤트?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인간이?
126. 미켈란젤로는 이름을 적을 때 이렇게 써내리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