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69
69
* * * *
청명한 하늘.
1200년 유구한 역사의 도심 속 천년고찰 봉은사.
주지 상좌(上佐, 수제자) 대허의 막내 제자, 동자스님 혜총이 회색 장삼만 걸친 차림으로 빠르게 봉은사 마당을 가로질렀다.
두 팔을 살짝 펼친 혜총이 도도도 지나갈 때마다 봉은사 내 스님들이 슬쩍슬쩍 고개를 숙였다. 혜총은 고개를 바닥에 닿을 기세로 딱따구리 마냥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나 이리저리 고개를 기웃거렸을까. 저 멀리 장삼 위로 갈색에 가까운 괴색(愧色)의 가사를 걸친 스님을 발견한 혜총이 양 입꼬리가 활짝 올라갔다.
“스님!”
혜총이 민머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문대며 돌계단을 두 개씩 깡충깡충 올랐다.
“스님! 스님!”
가까워지는 외침에 투둑투둑 떨어지는 여우비를 바라보던 스님이 몸을 돌렸다. 하회탈처럼 웃는 모양 그대로 주름이 남은 얼굴.
천년사찰 봉은사의 주지, 법경이었다.
“주지 스님!”
“손수상좌(수제자의 수제자). 뭐가 그리 신이 나서 오셨습니까?”
“제가 어떻게 손수상좌입니까, 우리 은사스님(스승)께는 제자가 잔뜩입니다!”
“그럽니까?”
회색 장삼 어깨 부근이 비로 젖은 걸 보며 법경의 눈가가 못 말리겠다는 듯 접혔다. 소맷자락에서 봉숭아로 물들여놓은 손수건을 꺼낸 법경이 혜총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물기를 빼기 위해서였다.
“주지 스님. 뭘 보고 있으셨습니까?”
“마당을 보고 있었지요. 지지난달에 있었던 봉축 법요식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아아!”
봉축 법요식.
지지난달이라면 석가모니불의 탄신일을 말함이었다.
혜총이 그때가 생각난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그 함박웃음에 법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혜총 스님의 행진이 아주 멋졌지요.”
“그지요?”
자기도 생각해도 그렇다며 혜총의 머리가 위아래로 세차게 끄덕여졌다. 둥그렇고 작은 머리에 물기가 맺혀 이슬처럼 반짝였다. 법경의 손수건이 이번에는 혜총의 머리께로 향했다.
“그래서 우리 혜총 스님께서 저를 찾으신 이유가 무얼까요?”
“아! 은사스님께서요! 이번에 세계불교학술대회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 것이 있다고 주지 스님을 찾으시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주지 스님을 찾으려고 봉은사를 돌았습니다!”
잘했지요?
혜총이 둥근 머리를 이리저리 기울이며 법경을 바라봤다. 이제 채 7살을 채우지 못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언변이었다.
법경이 짧은 혀로 이리저리 박학다식한 말을 쏟아내는 혜총을 귀엽게 바라보며 손수건을 소매에 넣었다.
“상좌가 저를 찾는다니 가봐야겠네요.”
“은사스님이 말하기를 무슨 불상 문제라고 했습니다. 제가 듣기로 이번에 홍보 불상을 제작하는데 뽑혔던 청화예고 불상제작동아리가 그, 에···그 임···”
“임무 말입니까?”
“그래요! 임무! 임무를 부외원 강석이라는 학생에게 일임하였다고 했다지 뭡니까? 그래서 그렇게 처리해도 될지 주지스님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군요.”
상좌도 참. 하회탈 같은 눈가를 접은 법경이 아쉬움의 웃음을 감추질 못했다.
제 뒤를 이을 대허는 법명의 제자답지 않게 참으로 우유부단하고, 겁이 많았다. 자잘한 일을 맡겨도 큰일을 맡은 것처럼 허둥지둥거리니 이 어찌할꼬. 법경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걸음을 내디뎠다.
“그나저나 청화예고라, 그리운 이름이군요.”
“개인적 연이 있는 곳입니까?”
“흠. 옛날 저에게도 은사스님이 있었습니다. 월곡 스님이라고, 아주 총명하신 은사셨죠.”
월곡스님이라면 아주 예전에 주지스님 하셨던 적이 있다던 그 스님을 말함이었다. 혜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는 고갯짓이었다. 그 모습에 법경이 제 법의를 우산 삼아 혜총의 머리 위로 펼치며 웃었다.
“제 은사께서 청화라는 이름을 그 학교에 주었습니다. 그런 작은 연이 닿아있는 곳입니다.”
“오!”
“그럼 어서 가죠. 상좌가 기다리겠습니다.”
“네! 근데, 스님.”
“말씀하세요.”
“홍보 불상을 제작한다고 했는데···그러면 학술대회가 끝나면 그 불상은 우리 봉은사가 가져옵니까?”
“으음.”
법경이 처음으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남 도심 속 한복판에 지어진 봉은사는 유서 깊은 사찰이었다. 청화 예고 불상제작 동아리 전원이 만든 것도 이 봉은사에 들이기 아쉬운 판에, 신원 미상의 부외원이 만든 불상을 들이기엔 어려움이 클 터였다.
법경이 혜총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으며 말했다.
“많은 사찰들이 힘써서 여는 학술대회이니만큼. 다른 사찰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색색이 화려한 봉은사에 단기간에 제작된 불상이 어울릴 확률은 낮았다.
게다가 불상인 이상, 봉헌을 한다 해도 값을 치러주는 게 대사찰의 품격을 지키는 일인데···대부분의 스님은 고등학생이 제작한 불상에 돈을 쓰려고 하지 않을 터.
그러므로 부외원이 제작할 예정이라는 홍보 불상은 봉은사가 아니라, 규모가 작아 곤혹을 치르고 있는 사찰에 적당한 가격으로 팔리고 끝이 날 게 뻔했다.
“그럼 다른 사찰에서 가져가는 건가요?”
“아마 그렇게 되겠지요.”
“시시합니다!”
혜총이 입을 삐죽였다.
아직 속세의 물이 덜 빠진 혜총은 불상을 가져오는 게 봉은사가 이기는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이렇게 강한 욕심이라니. 매일 울보였던 대허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또 귀엽고 마음에 들어 법경이 호선을 그렸다.
그리고 삐친 혜총을 달래기 위해 속삭였다.
“가질 필요가 없어서 안 가지는 거랍니다. 너무 섭섭지 마세요. 저희 봉은사에는 워낙 아름다운 불상이 많아 들이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럼 스님.”
“네. 말씀하세요.”
“홍보 불상이 만약에, 아주 만약에요. 아주아주 만약에 엄청나게 멋있게 조각되면 어떻게 합니까?”
“엄청나게 멋있게요?”
“네에! 남 주기 아까울 정도로 잘 만들어지면요?”
남을 주기 아까울 잘 만들어진 불상이라, 하하. 법경이 웃었다. 하회탈처럼 휘어진 눈가에 맺힌 건 욕심이었다. 청명했던 날씨가 구름에 가려지며 속이 유약한 대허라면 질려할 법경의 숨은 속내가 드러났다.
봉은사의 주지 법경.
그는 평화로운 현대 봉은사의 주지보다 중세 로마의 교황이 어울릴 성격이었다.
혜총이 정면을 응시하는 사이.
법경은 조용히 읊조렸다.
“그럼, 가져야지요.”
얼마를 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회색으로 물든 구름 안에서 노란 불빛이 반짝였다. 쿠르르릉, 태풍이 올 신호였다.
* * * *
서울 근교 산속.
도심과 단절된 것처럼 흐린 안개가 낀 요상스러운 풍경에 떡하니 지어진 한옥채.
신발 놓는 댓돌에 발을 얹고, 마루에 앉아 수박을 까먹던 불상제작 동아리 회원들이 정면을 응시했다.
석재 부스러기가 치워져 깔끔해진 한옥채 마당 한가운데.
강석이 서 있었다.
강석은, 자신이 선택한 석재 앞에 불편해 보이는 의자에 앉은 채 포도 탄산 음료수만 들이키고 있었다. 벌써 사흘째였다.
그리고 석재와 강석의 주위를 삼각대에 올려진 방송용 카메라 28대가 감싸고 있었다. 전방위 촬영 중이었다. 그것도 벌써 사흘째였다.
정영호가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새로운 방식의 스터디윗미인가요?] [가끔 벌레 우는 소리가 좋네요.] [지금 실시간 방송 맞나요?] [네. 맞아요. 가끔 일어나서 화면에서 사라지더라고요.] [명상 중인가?] [재미없네. 나갑니다.]최근 대화는 이게 전부였다.
실시간 시청자 수는 34명.
[얼굴 보는 맛에 틀어놓습니다.]대부분이 강석의 얼굴을 구경하기 위해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저렇게 앉아서 돌만 바라보는 것도 사흘째. 너튜브 [강 석]이라는 이름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한 지도 사흘째.
진짜 강석에게 맡기기로 한 거···잘한 게 맞겠지? 이제 슬슬 강석만 따르겠다는 제 믿음도 흔들리고 있었다.
석불(石佛), 그것도 우리나라 불상 특유의 화강암도 아니고 중국에서나 쓰는 흰 대리석을 이용하여 석불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도 그러려니 했건만.
‘석가모니불을 만들 건지, 약사불을 만들 건지, 비로자나불을 만들 건지, 아미타불을 만들 건지, 아니면 미륵보살인지 관음보살인지 문수보살인지 보현보살인지 대세지보살인지 지장보살인지. 뭐라도 정해져야 할 거 아니냐고.’
사흘 동안 무슨 불상을 제작할 건지도 정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정영호가 핸드폰 화면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자연스럽게 꺼진 화면에 얼굴이 비치면서 다시 액정 화면이 켜졌다.
벌써 7월 25일이었다.
이제 정영호 자신을 비롯해 동아리원들은 여름방학 특강을 위해 산에서 내려가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전에 뭐라도 보면 안심이라도 될 텐데···’
강석은 꼼짝없이 탄산음료만 들이킬 뿐이었다. 그것도 무조건 포도맛 탄산음료였다. 정영호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강석의 왼손을 훑었다.
왼손잡이인 강석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오늘은 스케치라도 해야 할 텐데···그냥 카메라 끄고 내가 뭐라도 그려야 할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없나? 역시 갑자기 맡기는 건 부담이었나?’
동아리 부장으로서의 죄책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솔직히 정영호는 강석에게 불만을 품을 처지가 되지 못했다. 강석에게 1학년 신입 한 명을 받기 위해 벽화 동아리로 가주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던 게 저니까. 정영호가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언제까지 저럴 작정이지?”
“그러게.”
고개 숙인 정영호의 귓가로 부원들의 목소리가 꽂혔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스케치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불상 조각하는 법을 까먹은 것 같은데······.”
“에이 그건 아니다. 그럼 왜 저렇게 가만히만 있어. 바로 우리한테 도움을 청하겠지.”
“카메라 앞이라서 굳었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우리랑 강석 저 녀석이 뭐 그렇게 좋은 사이라고 도움을 청해. 강석 자존심 엄청 강한 거 모르냐. 절대 요청 안 하지. 그냥 지금이라도 우리가 슬쩍 건네주자.”
“뭘 또 확신하고 있어.”
그때였다.
내내 가만히 있던 양선구가 기가 차다는 듯 수염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너희들 석이 녀석이 조각하는 모습을 한 번도 안 본 게야?”
“네?”
“네?”
“안 봤었냐고.”
“아, 아뇨. 봤었죠.”
청화예술고등학교에서 몇 번이나 봤었다.
아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양선구가 그럼 더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럼 알 거 아닌감.”
“······네?”
“석이 녀석이 스케치를 왜 해.”
“네?”
“이거 이상하네. 꼭 모른다는 투야.”
양선구가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의 미간이 세모꼴로 좁혀졌다. 그러면 여태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다가 를 조각하면서부터 스타일을 바꾼 건감. 양선구가 입맛을 다셨다.
생각을 하고 있자니 눈가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황소처럼 들이받을 듯 걸어가 대검을 휘두르듯 그라인더를 휘두르던 강석에 대한 기억이었다.
양선구가 허허롭게 신선처럼 웃었다. 기억 너머, 마치 부처와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네모난 석재만 바라보는 강석을 응시하던 양선구가 말했다.
“그저 기다려보면 알 거다.”
강석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천재인지.
양선구가 허허허, 웃음을 터트렸다.
강석이 의자 밑에 내려놓은 그라인더를 움직이는 순간. 세상은 외면하고 있던 천재를 주목할 수밖에 없을 거였다.
그렇고 말고.
.
.
.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강석은 하얀 석재를 바라봤다.
정사각형과 직사각형 사이의 오묘한 비율을 가진 하얀 대리석이 우중충한 날씨에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게 보였다.
사흘.
사흘째였다.
‘대체 넌 누구냐.’
강석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망막에 맺힌 하얀 석재 너머, 대리석 안에 있는 혼을 보기 위해서였다. 혼이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보였다. 아주 잘 보였다.
너무 많이 보여서 문제지.
강석이 피곤하다는 듯 눈을 감았다.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하얀 석재 안에 있는 혼은 모래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모습을 바꿔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관(보살이 쓰는 관)이 불이 타오르듯 여러 형태로 바뀌어갔다. 그러다가도 영락(목이나 팔에 두르는 장신구)이 안개에 스치듯 이리저리 끼워져있다가 모든 것이 사라지고 천의(보살이 걸치는 숄 형태의 옷)가 날개옷마냥 흔들거렸다.
그리고 형태를 잡을만하면 군의(보살이 입는 치마)의 천자락이 이리저리 흔들리니.
도대체 저것이 미래에 성불하리라 약속받았던 미륵보살인지, 부처의 자비심을 상징하는 관음보살인지, 모든 중생의 어리석음을 없애 주는 힘을 지닌 대세지보살인지, 중생의 수명을 늘려주는 덕을 지닌 보현보살인지, 지혜의 문수보살인지,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영원히 부처가 되지 않고 있는 지장보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강석이 피곤한 눈을 몇 번 비빈 뒤. 다시 눈을 떴다. 모래바람 속에서 부릅뜨고 있었던 눈은 붉게 충혈된 지 오래였다.
그러나 전생에는 물감이 눈에 떨어져 내리는 것도 견뎌가며 그림을 그렸던 강석이었다. 이 정도의 피로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강석이 제대로 볼 때까지 눈을 감지 않겠다는 기세로 다시 눈에 힘을 주었다. 모래바람이 불고 있었다. 벌레 지저귀는 소리마저 멎어버린 것을 보아, 이 지나친 모래의 성질에 질려 벌레들마저 떠나가버린 것이 분명했다.
모래.
불어오는 바람.
따끔한 눈.
흐린 날씨.
뻥 뚫린 하늘 아래 우두커니 앉아있음에도 그늘 밑에 있는 것처럼 선선한 기온.
초록의 내음을 맡으며 강석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 모든 것을 망막에 담았다.
그 순간이었다.
하늘을 막아버린 회색 구름 아래로 아주 작은 태양 빛이 내려앉았다. 바늘을 꿰뚫는 실처럼 작은 빛줄기였다. 그것이 사선으로 내려와 하얀 석재에 닿자, 빛이 옮겨붙듯 하얀 석재가 아주 자그마한 불을 품었다.
마치 등불이었다.
그 순간, 강석의 동공이 커졌다.
하얀 석재를 담은 강석의 적갈색 눈동자가 탁하게 흐려졌다.
– ‘자, 너희가 불상을 제작하기에 앞서 내가 부처님 말씀 중에 좋은 말씀이 있어서 하나 가져왔다.’
– ‘우우우!’
– ‘불학에 관심 없다니까요, 쌤!’
– ‘자자. 들어봐. 부처님 말씀 중에 자등명 법등명(自燈明法燈明)이란 말이 있거든?’
자등명 법등명.
불상 제작 동아리에서 배웠던 말이었다.
– ‘너희들은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만을 등불로 삼아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기억 속 선생님의 입술을 따라 강석의 입술이 움직였다.
‘너희들은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만을 등불로 삼아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소리 없는 되새김이었다.
그 말을 돼내는 순간, 알 것 같았다.
하얀 석재 안.
돌 안에 갇힌 부처가 가느다랗게 눈을 떴다.
강석은 그 눈과 맞닿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당신이구나.
당신이었어.
강석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의자 아래맡에 대어놓았던 그라인더는 어느새 손에 들린 채였다. 석재가 빛을 품고 강석을 부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홀린 듯 강석이 다가갔다.
“어어!”
“움직인다?”
“오오! 드디어!”
아이들이 드디어 움직이는 강석을 따라 몸을 일으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천천히 걸어간 강석이 석재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돌에 갇힌 중생을 구원하듯, 구도자의 눈을 한 강석이 그라인더를 움직였다.
눈동자는 은은하게 광기가 맺혀있었다.
위이이이이잉!
전원이 켜진 그라인더가 하얀 석재에 닿았다.
불꽃이 튐과 동시에 유리가 깨지듯 하얀 돌들이 파스스스 떨어져 내렸다.
* * * *
강석의 그라인더가 하얀 석재를 향해 불을 뿜은 그날로부터 일주일.
[그거 봄?] [···미친 것 같음.] [그는 천재야.] [미쳤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디 가면 볼 수 있는 거야?] [대체 뭘 만드는 걸까.] [불상인 것 같던데···?] [몰라, 뭔지 몰라도 그냥 뭐랄까. 돌았어. 눈이 돌아있다고. 뒤돌아서면 보고 싶고, 끌 수가 없어.] [그냥 석멍임. 보고 있으면 계속 시간이 흘러.]강석이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한 지 열흘.
실시간 시청자 수가 2만 명에 육박한 순간.
[What's this?] [請解釋一下是什?視頻?] [かわいい !!! >,<] [????????]세상이 강석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불교학술대회가 시작되기까지 한 달이 남은 시점이었다.
70. 동서 문명의 십자로, 간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