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얼어붙은 땅 (1)
홈즈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통신을 연결하려고 해도, 메시지를 보내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잠깐 자리를 비웠나 생각도 했지만, 몇 시간 뒤에 다시 연락을 해 봐도 여전했다.
‘웬만해서는 옥좌에 있을 거라고 했었는데.’
물론 나도 며칠 동안 계속 자리를 비운 적이 있고, 홈즈도 다른 일이 있어서 옥좌에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금방 이렇게 연락이 끊기니 뭔가 위화감이 있었다.
‘백작이나 다른 위원회 사람한테 물어볼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었을 때, 관측기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울렸다.
‘설마 홈즈?’
하지만 메시지를 보낸 건 홈즈가 아니었다.
위원회에서 만난 오디세우스였다.
[보낸 이 : 현명한 귀환자] [제목 : 안녕하십니까] [본문 :지난번에 만났던 오디세우스입니다.
모임은 재밌었는지 모르겠군요.
앞으로 자주 얼굴 보도록 합시다.
사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 건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인데…….
혹시 그 이후 홈즈와 따로 만난 적이 있습니까?
오늘 만날 약속을 했는데 오지 않아서 말입니다. 연락도 받지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보고 있는데 다들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혹시 아는 거 있으면 연락 바랍니다.]
메시지를 읽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홈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오디세우스까지 이러는 걸 보면, 확실히 뭔가 있는 것 같았다.
‘확인을 해 봐야겠어.’
나는 곧장 홈즈의 옥좌로 출발하기로 했다.
* * *
“…….”
뭔가 실수했나 생각했다.
분명히 나는 S급 성좌 ‘진실의 수사 고문’ 홈즈의 옥좌로 이동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이 공허한 공간이었다.
“이건 대체…….”
내가 잘못 온 건 아니다.
처음에 홈즈는 이 좌표를 알려 줬고, 지난번에도 이 좌표로 홈즈의 옥좌를 방문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홈즈가 모종의 이유로 몸을 숨겼다거나…….’
그런 게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지만, 옥좌를 감추거나 이동하는 성좌 스킬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사도를 통해 그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홈즈가 이미 소멸했다거나.’
홈즈는 딱히 파산할 정도로 근원력이 부족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았을 것이다.
‘대체 누가?’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건 멀린이었다.
나와 홈즈가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걸 알고, 홈즈를 먼저 처리한 걸지도 모른다.
물론 멀린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성좌의 짓일 수도 있다.
‘만약 이게 나하고 관계있는 일이라면…….’
홈즈 다음에는 내가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전투형 성좌는 아니더라도 S급 성좌인 홈즈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린 적이다. 자칫하면 나도 위험해질 수 있다.
‘방비를 해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
바로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얼룩…… 이 아닌가?’
바닥에 뭔가 묻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 눌어붙은 자국?’
무릎을 꿇고 자세히 관찰했다.
얼굴을 가까이 대 쳐다보고 나서야, 그게 글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M……?’
바닥에 M이라는 알파벳이 적혀 있었다.
‘설마…….’
내 머릿속에 한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다잉 메시지?
살해당한 인물이 죽어 가면서 남긴 마지막 말.
추리 소설에 자주 나오는 그것을…… 홈즈가 남긴 건가?
‘설마 범인의 이름?’
M으로 시작되는 이름을 지닌 성좌가 누가 있을까.
‘일단, 멀린도 M이야.’
멀린이 범인이라는 의미에서 M을 써 놨을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성좌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알고 있는 성좌들의 이름을 쭉 되새겨 봤다.
‘모드레드…… 는 아니겠지.’
생각보다 M으로 시작하는 이름이 별로 많지 않았다.
‘잠깐.’
한 명 떠올랐다.
‘몬테크리스토도…… M으로 시작하잖아.’
* * *
그러고 보면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특이한 인물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만난 성좌가 바로 백작이었다.
불쑥 내 옥좌에 찾아와 후원자가 되어 줬고, 내가 성좌로서 자리를 잡는 걸 도와줬다.
여러 성좌를 소개시켜 줬고, 결정적인 도움을 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나한테 찾아오기만 할 뿐, 자기 옥좌의 좌표는 알려 주지 않았다.
가끔은 전혀 연락이 없어 나한테 관심을 끊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정말로 그는 단순히 흥미 때문에 나에게 관여하고 있던 걸까.
‘만약 백작이 홈즈를 죽였다면, 그 이유는 뭘까.’
백작은 내가 홈즈와 개인적으로 만났다는 걸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홈즈의 협력을 방해하려 홈즈를 살해했을 수도 있다.
‘홈즈를 통해…… 내가 정보를 손에 넣는 걸 막기 위해?’
이번에 나는 홈즈를 만나면서 여러 가지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손에 넣었다.
앞으로 홈즈와 계속 교류하면 여러 의문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백작이 나한테 숨기고 있는 게 있다면…… 내가 홈즈와 교류를 계속하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다.
‘나는 계속 이용해야 하니까, 내가 아니라 홈즈를 죽였다?’
물론 이런 건 백작이 뭔가 숨기면서 나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전제하의 얘기다.
그런 게 아니라면 아무 의미 없는 추측이다.
‘백작에 대해서 알아봐야겠어.’
나는 비로소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지상에서는 북한 지역의 판데모니움 세력을 소탕하는 작전이 준비 중이다. 그건 내가 관여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고, 한동안은 그냥 내버려 둬도 괜찮다.
전략적인 부분은 이아손과 모드레드 등에게 맡기고, 중계는 49호와 달기 등에게 맡겨 놓으면 된다.
‘백작을 조사하려면…… 누구에게 물어보면 될까.’
문중한테는 위원회 얘기를 들을 때 웬만한 건 들었다.
아르주나는 위원회 소속이기도 하고 백작의 귀에 들어갈 수 있다.
헥토르나 아서 왕 등은 애초에 별로 가깝지 않다.
‘그러고 보니…… 용길공주를 소개해 준 것도 백작이었지.’
용길공주는 나하고 가까운 사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일단 용길공주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정보를 많이 갖고 있을 만한 성좌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다름 아닌 양전이었다.
양전은 나와 가까운 성좌 중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했던 성좌다. 나처럼 정보 수집을 하고 작전을 세우는 스타일이고, 정보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내가 약점을 잡고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써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두 사람을 만나 봐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관측기를 조작했다.
* * *
“어서 오시죠, 무명의 왕.”
양전의 옥좌에 방문하자, 양전이 나를 보며 깍듯이 인사를 했다.
강아지도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줬다.
“자리 만들어 줘서 고마워.”
“아닙니다. 회의 장소로 써 주신다니 영광이죠.”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양전이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은 또 어느 분이 오시는 건지요?”
“…….”
나는 잠시 멈칫했다.
“왜 그러시죠?”
“그게…….”
내가 머뭇거리고 있었을 때, 나머지 참석자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용길공주의 모습을 보고 양전이 흠칫 놀랐다.
용길공주 또한 고개를 숙인 채 불편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어색한가……?’
지난번에 알게 된 거지만, 용길공주와 양전은 생전에 모종의 로맨스가 있었던 사이다.
그것도 그냥 플라토닉한 관계가 아니라 동침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용길공주는 양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색한 태도를 보였었다.
“흠, 오랜만입니다, 용길공주.”
하지만 양전은 금방 평정을 되찾고, 평소처럼 미소 띤 얼굴로 용길공주를 맞이했다.
“제가 산해연합을 탈퇴한 뒤로는 처음 뵙는 것 같군요.”
“네, 그러네요.”
한편 용길공주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양전과 눈을 마주치는 걸 피하고 있었다.
“일단 앉으시죠.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양전은 안쪽으로 들어갔고, 나와 용길공주는 미리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
입을 꾹 닫고 앉아 있는 용길공주를 보니, 실수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왕 하는 거 여러 사람을 모아 놓고 진행하는 편이 좋다.
“그래서, 오늘 안건은 무엇인지요?”
차를 준비해 온 양전이 자리에 앉으면서 물었다.
“혹시 극동 제2지역이나 극동 제3지역의 판데모니움과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
“아니, 판데모니움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야.”
“그러면 무엇인지요?”
“S급 성좌 ‘복수자의 왕’……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조사하고 싶어서.”
“복수자의 왕을?”
양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갑자기……? 서로 협력 관계였던 거 아닙니까?”
“협력 관계인 건 맞아. 하지만 좀 조사해 보고 싶어서 말이야.”
나는 천천히 말했다.
“얼마 전, 나는 위원회의 초대에 응했어.”
“아, 결국 그렇게 된 거군요.”
“거기서 S급 성좌 ‘진실의 수사 고문’ 셜록 홈즈를 만났지. 그리고…….”
나는 홈즈와 만난 것, 홈즈가 연락 없이 사라진 것, 그리고 텅 비어 있는 홈즈의 옥좌에 남아 있던 다잉 메시지를 얘기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믿을 수 없네요.”
양전도 용길공주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말해 두지만, 백작이 홈즈를 죽였다고 확정된 건 아니야. 애초에 홈즈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거고.”
나는 일단 그 부분을 명확히 했다.
“그것하고는 별개로, 백작의 정체를 알고 싶어. 그래서 두 사람을 부른 거야.”
“음…….”
“……일단 제가 먼저 얘기해도 될까요?”
용길공주가 먼저 손을 들었다.
“제가 복수자의 왕하고 인연이 생긴 건, 문중을 통해서였어요.”
“문중하고?”
“아실지 모르겠지만, 문중은 복수자의 왕하고 종종 고난이도 이벤트를 기획해 왔어요.”
“난이도가 높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이 얘기는 예전에 문중한테 들었다.
다만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 문중의 설명이었다.
“이벤트에 물 관련 기믹이 필요해서 제 협력을 요청했죠. 복수자의 왕이 저한테 보수를 두둑이 줬던 걸로 기억해요.”
“보수라면, 어떤 거죠?”
“그게…… 눈여겨볼 만한 남자 2인조 계약자들 리스트를…….”
“…….”
“…….”
“뭐, 뭐예요!”
나와 양전이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자, 용길공주가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쨌든 제가 만든 기믹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뒤에도 몇 번 의뢰가 있었어요. 요새는 전혀 없었지만요.”
“그렇군요.”
“아, 그러고 보니.”
“뭐죠?”
“그때도…… 무명의 왕은 어떤 성좌 하나를 밀어 주려고 했었어요.”
“……네?”
“B급 성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적과 흑의 청년’이었던 것 같네요.”
들어 본 적이 없는 성좌명이다.
하지만 누구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소설 『적과 흑』의 주인공인 줄리앙 소렐이다.
나폴레옹을 동경하여 신분 상승을 노리다가 파멸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마찬가지로 19세기 초의 프랑스를 무대로 한다.
“그 성좌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죠?”
“소멸했다고 알고 있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
용길공주의 이야기를 듣고 침묵하고 있자, 양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저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뭐?”
“방금 그 성좌는 아니고, 다른 성좌를 지원해 준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한때 잘나갔는데 결국 몰락해서 소멸했다고 들었습니다.”
“…….”
“이거…… 조금 신경 쓰이는군요.”
양전이 손을 깍지 끼면서 말했다.
“무명의 왕, 당신도 그 성좌의 지원을 받고 있었죠.”
“그렇지…….”
“복수자의 왕은 야망 있는 신입 성좌를 지원해 주는 걸 즐기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성좌들이 다들 잘된 건 아니었죠.”
“…….”
“두 명이나 소멸했다…… 이게 자연스러운 숫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야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긴 하겠죠. 무명의 왕도 지금까지 그런 위기가 몇 번 있었을 겁니다.”
“……맞아.”
“다만…… 그 성좌가 의도적으로 그런 상황을 유도하였다면 문제가 되겠죠.”
양전이 그렇게 말하자, 옆에서 용길공주도 다시 입을 열었다.
“설마 복수자의 왕이 무명의 왕도 파멸시키려고 한다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도 있겠죠.”
“아무리 그래도……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복수자의 왕은 무명의 왕을 많이 도와줬습니다.”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버릴 수도 있는 거죠. 실제로 홈즈도 죽이지 않았습니까?”
“아직 홈즈를 죽였다고 밝혀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전제로 얘기하고 있는 거죠.”
“아니요, 지금은…….”
“두 사람 다, 잠깐만.”
말싸움이 되는 것 같아서 중간에 끼어들었다.
“여기서 우리끼리 말싸움을 해 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그만하죠.”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양전과 용길공주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결국 의혹만 생기고 뭔가 밝혀진 건 없군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때 용길공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적과 흑의 청년’의 계약자가…… 아니 계약자였던 사람이, 시베리아의 판데모니움 지배 지역에 은둔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판데모니움에?”
“그 사람은 강유진처럼 복수자의 왕이 밀어 주는 계약자였죠. 그리고 제가 알기로…… 복수자의 왕은 그 계약자와 직접적인 접촉도 했었어요.”
백작이…… 계약자에게 직접 접촉을 했었다고?
“그러니,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용길공주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하고 양전이 함께 [화신 강림] 스킬로 지상에 내려가겠습니다. 그 사람을 찾아내 직접 얘기를 들어 보죠.”
“……네?”
옆에서 듣고 있던 양전이 왜 자기까지 끌어들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