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명탐정 (3)
무명의 왕, 애초에 성좌란 무엇일까?
인간이 더 높은 경지의 존재가 되어 인간을 지켜보는 케이스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이 존재했어.
심지어 먼 옛날 중국에서 태공망이 했던 것처럼 강제로 ‘봉신’하여 그런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일도 있었지.
그런데 10년 전, 갑자기 이변이 발생했어.
성령대계가 성립되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던 ‘고위의 존재’들을 모조리 ‘성좌’라는 형식으로 통일시킨 거야.
또한 저승에 있던 영혼들까지 상당수가 불려나와 성좌가 되었지.
하지만 이상한 일이 있었어.
성좌가 된 자들은 모두 ‘환상대계’ 출신이었지.
하지만 성령대계에서 관측할 수 있는 건 ‘현상대계’뿐이었어.
예전에도 성좌들과 비슷하게 세상을 내려다보는 존재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은 환상대계와 현상대계 양측을 관측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
그런데 성좌가 되고 보니 어느새 환상대계를 관측할 수 없게 된 거야.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성좌들이 당황해 했던 건 아니야.
어차피 현상대계라는 곳이 존재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성좌로서 수호해 줘야 하는 인간들의 땅인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우리한테는 이 땅을 지켜보라는 임무가 부여된 거구나.’ 하고 납득한 거지.
반대로 환상대계는 현상대계 출신의 성좌들이 지켜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 말이야.
아, 환상대계에 대해서도 얘기해야겠군.
많은 사람들은 환상대계가 갈기갈기 찢겨져서 현상대계 위에 덧씌워졌다고 생각하고 있지.
하지만 나는 그게 양쪽에서 동시에 벌어졌다고 보고 있어.
환상대계의 일부 요소가 현상대계에 왔고, 현상대계의 일부 요소는 환상대계로 가 버린 거지.
지금 우리는 환상대계의 상황을 관측할 수 없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현상대계처럼 멀쩡히 존재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이게 자연스러운 일일까?
그럴 리가 없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야.
우리들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방법으로 세계 단위의 천재지변을 일으켜, 두 세계를 서로 뒤섞어 놓은 거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알 수 없어.
추리할 재료가 부족하거든.
어쩌면 진짜 ‘신(神)’이 그냥 재미 삼아 한 짓일 수도 있겠지.
자, 그러면 본래 얘기로 돌아와서.
우리 성좌들은 현상대계를 수호하는 존재지.
물론 대부분 직무 유기를 하고 있지만 말이야.
내가 관찰한 결과, 성좌들이 10년 전에 한꺼번에 태어난 건 아니야.
10년 전에 갑자기 많이 발생한 건 맞지만, 그 이후에도 조금씩 조금씩 늘어났지.
하지만, 그들은 전부 과거의 인물이었어.
환상대계와 현상대계가 교차된 이후에 죽은 인물은 단 한 명도 성좌가 되지 못했지.
그래서 나는 지상에서 더 이상 성좌가 뽑힐 일은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네라는 성좌가 나타난 거야.
나는 자네가 현상대계의 인물, 그것도 10년 이내에 죽은 인물이라 추측하고 있어.
다만 정확히 누가 환생한 건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
어쩌면 자네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인물일지도 모르고 말이야.
성좌 시스템을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면, 자네가 성좌가 된 것도 누군가의 의도일 가능성이 있어.
동일한 존재가 진행한 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어쨌든, 그는 무슨 의도로 자네를 성좌로 만든 걸까?
많고 많은 인간들 중에서 왜 자네를 선택한 걸까?
판단할 재료가 부족해서, 지금 시점에서는 추리가 불가능해.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수수께끼인 건 사실이야.
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지.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인 자네한테도 얘기해 주는 거야.
이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 줬으면 좋겠어서 말이야.
본래 수수께끼는 혼자서 푸는 걸 좋아하지만, 이번 일은 나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거든.
자네라면 내 새로운 조수로서 부족함이 없지.
물론 나도 자네한테 협력할 생각이야.
자네가 원한다면 내가 갖고 있는 정보들을 모두 제공하지.
필요하다면 아직 근거가 부족한 추리까지 알려 주고 말이야.
내 두뇌와 자네의 수완이 결합된다면, 이 세상에서 밝혀내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
우리는 서로 좋은 협력 관계가 될 수 있을 거야.
* * *
홈즈와의 면담을 마치고, 나는 내 옥좌에 돌아왔다.
“…….”
나는 입을 다문 채 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항상 표시되어 있었던 관측기 화면을 다 꺼 버리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후우…….”
조용한 우주에서 내 한숨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머릿속이 복잡해.’
멀린을 잡을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홈즈가 던져 준 수수께끼가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문제는 의식적으로 멀리하고 있었는데.’
내가 왜 성좌가 되었는가.
그동안 일부러 고민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건 확실히 가장 큰 수수께끼이기는 했다.
나는 현상대계의 존재인 데다가 아무런 업적도 없는 밑바닥 계약자이니까.
그런 내가 성좌가 되었다. 그것도 무려 S급 성좌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하지만, 알아낼 방법이 없었지.’
내가 성좌가 된 이유를 알고 싶어도, 어떻게 알아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섣불리 정보를 수집하려 하다가 내 정체가 들통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성좌가 된 이유를 알아보는 걸 뒤로 미뤘다.
그것보다는 성좌로서 성장하는 걸 우선했다.
하지만 오늘, 홈즈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 수수께끼가 다시금 부상하게 되었다.
‘내가 현상대계의 존재라는 걸 홈즈가 꿰뚫어 봐 준 덕분에,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
어쩌면 이건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처음으로 내 환생의 비밀을 의논할 수 있는 상대를 얻게 되었다.
그것도 상대는 최고의 두뇌를 지닌 홈즈다.
‘일단 홈즈는 다른 꿍꿍이속이 없어 보여.’
홈즈는 순수하게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다른 성좌들처럼 뭔가 일을 꾸미려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진실의 수사 고문’의 이름을 거의 들어 보지 못했다. 홈즈는 자기가 말한 것처럼 별다른 활동을 안 하는 성좌인 것이다.
‘그의 지혜를 빌릴 수 있다면, 내 환생의 수수께끼를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나한테 큰 이득이 될지도 몰라.’
환상대계와 현상대계의 관계, 성좌 시스템의 구조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만 해도 나한테는 이득이었다.
하르마게돈이나 멀린에 관한 얘기보다 이게 더 가치가 있었다.
‘만약 내가 앞으로 하는 일들을 홈즈가 서포트해 준다면, 적어도 지혜 싸움에서 남들한테 밀릴 일은 없어지겠지.’
홈즈가 그렇게까지 해 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관계를 더 진전시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아, 이런.’
내가 성좌가 된 이유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어떻게 하면 홈즈를 이용해 내 힘을 키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란 놈은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명 님……?”
49호의 목소리였다.
눈을 떠보니 49호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었어요?”
49호는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닐 리가 없잖아요!”
내 대답을 듣고 49호가 발끈했다.
“뭔가 문제가 터졌으면 저한테도 알려 주시라고요! 나중에 고생하게 만들지 말고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로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에요?”
“그냥 머리가 아파서 그런 거야.”
“성좌도 머리가 아픈가요? 그건 몰랐네.”
49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갑자기 까치발을 들었다.
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는 시늉을 했다.
“아픈 거 없어져라, 없어져라…….”
“…….”
직접 손을 댔다가는 혼날 거라 생각한 걸까.
그래도 장난기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로 내 두통이 없어지라고 쓰다듬는 시늉을 하는 것 같았다.
“아…… 뭔가 반응을 보여 주시죠. 괜히 쑥스럽네.”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49호가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나도 어색해졌다.
“49호.”
“네?”
“너는 어떻게 사도가 된 거야?”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예요?”
“궁금해서.”
예전에 벨레로폰이 소멸할 때, 성좌가 파산하면 사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혹시 49호도 예전에는 성좌였던 걸까.
“글쎄요,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요.”
“기억이 안 난다고?”
“네, 그냥 처음부터 사도였던 것 같은데.”
“…….”
그러고 보니 벨레로폰이 소멸할 때, 사도가 되면 그동안의 기억을 모두 잃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만약 49호가 성좌였다고 하더라도 본인은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나중에 한번 홈즈한테 물어봐야겠어.’
사도가 원래 어떤 성좌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불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홈즈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정말로 유익한 시간이었어.”
홈즈는 미소를 지으며 펜을 내려놓았다.
종이에는 ‘무명의 왕’에게 전해 주려고 정리한 정보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제법 충격적인 얘기를 많이 해 줬는데도 불구하고, 눈빛이 계속 살아 있었지. 보통 사람 같았으면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이성을 유지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홈즈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이 사람과 함께 일을 해 보고 싶다……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오랜만이었어.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특별한 거지.”
그리고 홈즈는 고개를 돌려, 방문자를 쳐다봤다.
“그래서, 어쩔 생각이지?”
“그런 질문을 굳이 해야 하나?”
방문자는 냉정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홈즈를 쳐다봤다.
“너의 추리력이라면 충분히 알아맞힐 수 있을 텐데.”
“글쎄, 내 두뇌도 완벽한 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렇군.”
“하지만…… 비로소 이해가 되는군.”
“뭘 말하는 거지?”
“지난번 자네 태도 말이야. 내가 그날 살롱에 오는 걸 어떻게든 막아 내려고 했었지.”
“……눈치챘던 건가?”
“나를 뭘로 보는 거지?”
“하긴, 세계 최고의 명탐정이었지.”
고개를 끄덕인 뒤, 방문자는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있나?”
“흠, 담배 한 대만 피워도 되나?”
“그건 어렵지 않지.”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홈즈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입에 물고 한 모금 빨아들인 뒤, 다시금 방문자를 쳐다봤다.
“멋진 총이군.”
방문자는 권총을 들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방아쇠를 당긴다면…… 홈즈의 생명을 틀림없이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홈즈는 그의 사격 솜씨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나도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뭐지?”
“마지막으로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건 없나?”
“자네 추리를 얘기해 줄 건가?”
“전혀.”
홈즈는 마지막으로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 뒤, 책상 위의 종이에 담뱃불을 붙였다.
활활 타오르는 종이들을 보면서, 홈즈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두들겼다.
“이걸로 모든 수수께끼의 해답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게 되었지. 자네한테 전달되는 일은 없을 거야.”
“그 성좌는?”
“아직 통성명만 했을 뿐이야. 중요한 건 얘기하지 않았지.”
거짓말이다.
꼭 필요한 힌트는 얘기해 줬다.
그 남자라면 분명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일단 머리부터 쏴 줘.”
머리에 손가락을 댄 채, 홈즈는 계속 말했다.
“죽어 가면서 새로운 추리가 생각나면 짜증 날 것 같으니 말이야.”
“원하는 대로 해 주지.”
“고맙군, 백작.”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무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을 보면서…… 홈즈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