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명탐정 (2)
셜록 홈즈.
코난 도일의 소설인 셜록 홈즈 시리즈의 주인공으로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탐정.
그는 미소 띤 얼굴로 자연스럽게 합석했고, 백작처럼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파이프가 아니군요.”
“이게 더 편하니까 말이지.”
홈즈의 트레이드마크인 파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조금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내가 만나 본 성좌 중에서는 가장 근대의 인물인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19세기 초반의 인물이고, 셜록 홈즈는 19세기 말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한편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시기를 생각하면 기원전 12세기 무렵의 인물이고, 아르주나도 대충 비슷한 시기다.
‘근대의 성좌 두 명하고, 까마득한 고대의 성좌 두 명하고 한자리에 앉아 있는 건가.’
3천 년의 시대 차이가 있는 인물들이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사실을 생각하면 조금 신기한 기분이었다.
“무명의 왕, 자네가 가장 궁금해하는 걸 알려 줄까.”
“네?”
갑자기 홈즈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성좌가 어떻게 담배를 피우는지 궁금하겠지.”
“……아니, 그건 별로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래? 나 같으면 그게 가장 궁금할 텐데.”
“홈즈, 어설픈 추리 놀이는 그만하라고.”
오디세우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뭘 맞추는 걸 못 봤어.”
“너무하는군. 열 번 하면 세 번은 맞는 것 같다만.”
“아니, 그 정도도 별로 자랑할 수준이 아니거든?”
“제 기억으로는 열 번 하면 두 번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옆에서 아르주나도 거들자, 홈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야? 홈즈는 뭐든지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명탐정 아니었나?’
다른 성좌들에게 엉터리 탐정 취급받는 꼴을 보고 있으니 상당한 위화감이 있었다.
“그건 그렇고, 다들 내 얘기 좀 들어 줬으면 좋겠군.”
“무슨 얘기인데?”
“지상에서 도색 서적을 구해다 줄 수 있다는 사도를 만났어.”
“또또또 그런 속물적인 얘기를…….”
“성좌가 된 이후로도 그런 욕구가 남아 있습니까? 저는 전혀 없습니다만.”
홈즈가 뭔가 엉뚱한 소리를 하면 오디세우스가 태클을 걸면서 호응을 해 주고, 아르주나가 차분하게 코멘트를 한다. 그리고 백작은 그런 대화를 조용히 지켜본다…… 그런 식의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뭔가 김이 빠지는데.’
첫날이어서 내 앞에서는 그냥 잡담만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예상했던 것하고는 너무 달랐다.
‘최근에 만난 양전이나 아서 왕이 정말로 진지하기 그지없는 인물들이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진단 말이지…….’
2시간 정도 잡담이 이어진 뒤, 오디세우스가 슬슬 가 봐야겠다고 말을 꺼냈기 때문에 해산하게 되었다.
결국 홈즈 이후로는 그 어떤 성좌도 나타나지 않았다.
“재미있는 시간이었어, 무명의 왕.”
“저야말로…… 즐거웠습니다.”
“그러면 다행이지.”
살롱을 나오면서, 홈즈가 팔을 들어 내 어깨를 둘렀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하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사교적인 인물인 걸까.
홈즈는 웃으면서 살롱을 떠났고, 나 또한 다른 성좌들과 인사를 한 뒤 내 옥좌로 돌아왔다.
“……?”
하지만.
내 옥좌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을 때, 나는 주머니에 뭔가가 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작은 쪽지가 하나 들어가 있었다.
* * *
“초대에 응해 줘서 고맙군, 무명의 왕.”
“쪽지를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지금 나는 셜록 홈즈의 옥좌에 와 있었다.
마치 소설 속에 나오는 홈즈의 방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옥좌였다. 다만 책이나 서류 등이 어질러져 있어서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대체 무슨 용무로 저를 부르신 건지요?”
“용무가 있는 건 자네 쪽일 텐데?”
의자에 앉은 채, 홈즈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서 왕이 나한테 의지하라고 하지 않았나?”
“……!”
나는 홈즈 앞에서 아서 왕 얘기는 꺼낸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알아맞힌 걸까.
“아서 왕한테 얘기를 들은 겁니까?”
“아니? 하지만 이 정도는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지.”
홈즈는 의자 팔걸이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하르마게돈과 멀린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거겠지?”
“그건 또 어떻게…….”
“초보적인 것이지, 친애하는 무명.”
나는 당황스러웠다.
이게 엉터리 추리를 늘어놓으며 다른 성좌들에게 빈축을 사던 그 성좌와 동일 인물이 맞는 걸까.
“위원회에서는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얘기하는 거라서 말이야. 적중률은 2할에서 3할 정도밖에 안 되지.”
“……그랬군요.”
독심술 같은 성좌 스킬을 갖고 있는 걸까.
홈즈는 내 생각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에 너무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 주면 사람들이 나한테만 의지한단 말이지. 내가 모든 정답을 다 말해 줄 것처럼 생각하니까, 실제로는 별것 아닌 탐정처럼 행세하는 편이 나아.”
“…….”
“자, 일단 앉으라고. 의자는 없지만…… 저쪽에 쌓여 있는 책 위에 앉으면 되겠군.”
“알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책 위에 앉긴 했지만, 조금 흔들려서 불안했다.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자세를 바꾸고 있을 때, 홈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자네는 현상대계 인물인가?”
순간, 책 더미 위에서 떨어질 뻔했다.
“지금 뭐라고…….”
“질문을 바꾸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홈즈가 물었다.
“현상대계에서 어떤 업적을 이뤘기에 성좌가 된 건가?”
“……!”
완전히 허를 찔렸다.
내가 환상대계 출신의 영웅이 아니라는 건 그동안 성좌로서 활동하면서 철저히 숨겼던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셜록 홈즈는…… 그걸 명확히 지적했다.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어, 무명의 왕.”
“…….”
“나는 셜록 홈즈니까.”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지혜 겨루기에서 밀리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나는 셜록 홈즈니까 말이야.”
홈즈의 말을 들으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홈즈의 추리 능력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위원회에 얼굴을 내민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다.
“그렇게 낙담하지 마. 딱히 자네한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으니까.”
내 얼굴을 보며 홈즈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나는 S급 성좌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별 볼 일 없어. 위원회에서도 나보다 근원력이 적은 성좌는 없을 거야.”
“그렇습니까?”
“지상에 개입하는 일도 거의 없고, 계약자들도 나를 별로 선호하지 않아.”
홈즈가 어깨를 으쓱했다.
“예를 들어 백작 같은 경우는 검술과 사격의 달인이기 때문에 계약하면 전투 측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단 말이지. 하지만 나는? 계약자한테 바리츠라도 전수해 줄까?”
“추리 능력으로 온갖 어려운 사건들을 해결하고 다닌다면…… 근원력은 꽤 올라갈 텐데요.”
“글쎄,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 말하며 홈즈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여기서 자네가 나를 공격한다면 나는 꼼짝 없이 당하겠지. 한번 시험해 보겠나?”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군요.”
“그럼 다행이군. 나는 자네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으니까 말이야.”
우호적인 관계라…….
“아, 그리고.”
홈즈가 손가락을 치켜들며 웃었다.
“존댓말을 쓸 필요는 없어. 백작한테 하는 것처럼 말을 놓아도 괜찮아.”
“……그러면, 홈즈. 대체 원하는 게 뭐지?”
“자네의 협력.”
“협력?”
“이미 말했지만 나는 성좌로서는 별 볼 일 없는 존재라서 말이야. 성좌로서 큰 영향력을 지닌 자네 힘을 빌리고 싶거든.”
“위원회의 다른 성좌들은? 백작이라든가.”
“신용할 수 없거든.”
홈즈는 딱 잘라 말했다.
“다들 세상을 뒤집어엎을 음모 한두 개쯤은 가슴속에 품어 놨을 만한 자들 아닌가?”
“…….”
“흠, ‘당신도 마찬가지인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군.”
이번에도 홈즈는 내 생각을 정확히 꿰뚫어 봤다.
“좋아, 그러면 내 쪽에서 먼저 정보를 제시하지. 자네가 나를 신용할 수 있게 말이야.”
“그래 주면 나야 좋지.”
“그러면 멀린의 목적부터 얘기해 볼까.”
홈즈는 근처에서 굴러다니던 체스 말 두 개를 집어 들었다.
“멀린과 하민아의 목적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달라. 하민아는 루시퍼를 부활시키는 게 목적이지만, 멀린은 그렇지 않지.”
“그럼 뭐지?”
“멀린은 강력한 개체를 지상에 출현시키려 하고 있어. 루시퍼의 소체이든 아니든 상관없지. 그게 아서 왕의 총애를 받는 계약자여도 상관없는 거고.”
체스 말의 머리 부위를 잡고, 홈즈는 공중에서 흔들었다.
마치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는 것처럼.
“아서 왕은 자기가 멀린하고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멀린한테 조종당하고 있던 거지.”
“그런 것 같았어.”
“물론 아서 왕의 계약자도 소체이긴 했지만, 딱히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소체가 아니어도 그만큼 강한 계약자라면 상관없거든.”
“잠깐, 그러면 아스모데우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아스모데우스는 계약자가 아니었잖아?”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지. 하나는 멀린조차 컨트롤하지 못한 불의의 사태였다는 추측.”
“또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아스모데우스는 강유진의 성장을 위한 ‘먹잇감’으로 마련된 존재라는 추측.”
판데모니움 극동 제1지역 사령관이자 중국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아스모데우스조차……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희생양이었다는 건가?
“근거가 부족해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태야. 감으로 찍을 수는 있겠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그건 정답률이 그리 좋지 못하거든.”
“……대체 멀린은 왜 그런 존재를 만들려고 하는 거지? 아서 왕 같은 새로운 왕을 만들려 하는 건가?”
“물론 그건 하르마게돈을 대비하려는 거지.”
결국 하르마게돈으로 귀결되는 건가.
“아서 왕은 기독교적인 최종 전쟁으로 생각하고 있던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뭐라고?”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전혀 다른 성격의 전쟁을 하르마게돈이라 부르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지.”
“…….”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는 기분이다.
“어쨌든 자네가 하민아를 붙잡아 버렸기 때문에, 멀린은 하민아를 이용하기 어려워졌어.”
“하민아를 잠재운 것도 결국 멀린인 건가?”
“확실하다고 봐야지. 하민아 입에서 정보가 새어 나가는 걸 염려한 거야.”
“…….”
하지만, 나는 이미 잠수함에서 모든 정보를 얻어 냈다.
이건 멀린도 몰랐을 것이다.
“어쨌든 멀린은 이제 다른 계약자를 움직여야 해. 그러면 뭔가 움직임이 있겠지.”
“그럼…….”
“이제는 멀린을 잡아야 한다는 거지.”
홈즈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민아를 붙잡은 것……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마 S급 성좌 ‘변화의 도사’를 활용한 거였겠지?”
“……정답이야.”
“그런 수완을 다시 한번 발휘해 줬으면 좋겠어, 무명의 왕.”
“아니, 잠깐.”
나는 홈즈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아서 왕의 얘기를 듣고, 당신이라면 그런 방법을 알려 줄 것 같아서 당신을 만나려 했던 거야.”
“하하하. 나는 탐정이지 경찰이 아니거든. 범인 체포는 전문이 아니야.”
“…….”
역시 이 탐정…… 별 도움이 안 되는 거 아닌가.
“흠, 지금 ‘역시 이 탐정, 별 도움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
“말 안 해도 내 마음을 다 알아줘서 고맙네.”
“그럼 어쩔 수 없지. 내 추리를 한 가지 더 알려 줘야겠군.”
홈즈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빨아들인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상대계 출신인 자네가 성좌가 된 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발생한 일이야. 어떤 존재가 자기 목적을 위해 자네를 성좌로 만든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