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최고의 영웅 (5)
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서 1조가 넘는 근원력을 넘겨받았다.
또한 백작이 근원력을 투자하여 강화한 무기들, 그리고 여의금고봉 같은 전설의 무기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백작과의 사투를 통해 나만의 전투 스타일을 완성한 상태였다.
그런 나의 전투 능력은 아마 성령대계의 S급 성좌들 중에서도 제법 상위권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헤라클레스 앞에서는 의미 없는 일이었다.
“성좌가 계약자보다 약하진 않겠지?”
“……!”
헤라클레스의 냉정한 목소리와 함께, 대포알 같은 주먹이 날아왔다.
내 민첩성으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속도였고, 나는 정통으로 얻어맞고 후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음?”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주먹을 받고도…… 내가 아무런 상처 없이 일어섰기 때문이다.
“방어막이라, 꼼수를 부리는군.”
그렇다.
나는 49호에게 특별히 주문한 방어 장비를 몸에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단순히 방어력을 높이는 갑옷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방어막을 전개하여 적의 공격을 막아 내는 기능을 갖고 있다.
나중에 백작처럼 원거리 저격이 가능한 적을 만났을 때 당하지 않으려고 주문한 것인데…… 헤라클레스가 날린 신속(神速)의 펀치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면…… 얼마나 버티는지 시험 좀 해 볼까.”
“……!”
헤라클레스가 다시금 움직였다.
그 거대한 몸집이 달려드는 모습은 한 마리의 코뿔소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무수한 공격이 펼쳐졌다.
쿵! 쿠웅! 콰앙!
공간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
한 대라도 정통으로 맞으면 치명상이 될 듯한 공격이다.
멀린이 결계를 쳐 놓았으니 여기서 쓰러지면 성령대계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여기서 헤라클레스에게 얻어터지면…… 나는 그대로 소멸하는 것이다.
“소극적이군!”
“윽……!”
헤라클레스의 옆차기가 내 어깨를 노렸다.
방어막이 전개되어 막아 주긴 했지만, 그 충격에 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반격 하나 제대로 못하는 건가!”
헤라클레스의 목소리에 노기(怒氣)가 섞이기 시작했다.
“자기 계약자보다 못하군! 근육도 별로 없고, 허약한 놈……!”
“그야 당신들보다는 근육이 적긴 하지……!”
그렇게 대꾸하면서 나는 몸을 최대한 낮췄다.
헤라클레스는 몸집이 크지만, 그만큼 공격도 높은 위치에서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낮춰서 헤라클레스의 공격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소용없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대응했다.
다리를 짧게 움직여 나를 걷어찬 것이다.
방어막에 부딪치면서 충격이 내 몸에 전해졌고, 나는 땅을 굴렀다.
“윽……!”
방어막이 살짝 약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공격을 받으면 완전히 깨질지도 모른다.
“이제 얼마 안 남았군……!”
소리치면서 헤라클레스가 달려왔다.
그리고 나를 두 발로 짓뭉개려는 듯이 도약했다.
나는 다급히 몸을 굴려 그 공격을 피했고, 애꿎은 땅바닥만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졌다.
‘괜히 헤라클레스가 아니네.’
나는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헤라클레스는 정말로 너무 강했다.
지금까지 강유진을 비롯해 수많은 실력자들을 봐 왔지만 헤라클레스는 진짜 규격 외의 존재였다.
“…….”
멀린은 헤라클레스한테 모든 걸 맡겼는지 이쪽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다.
마법 등으로 서포트해 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이건 다행이야.’
만약 멀린까지 합세해서 덤벼든다면 정말로 답이 없다.
나는 몇 초 버티지도 못하고 패배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헤라클레스만 덤벼들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생긴다.
“흠?”
헤라클레스가 나를 보면서 눈을 치켜떴다.
내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기 때문이다.
“무기를 꺼내 들었군. 이제는 좀 반격을 시도해 볼 생각이 들었나 보지?”
“…….”
“하지만 그렇게 가느다란 칼로 나한테 상처를 입힐 수 있을까?”
“……글쎄.”
내 셔츠 앞주머니에는 여의금고봉이 들어 있지만, 이걸 헤라클레스 앞에서 꺼내는 건 자살행위다.
헤라클레스는 그 괴력을 활용해 여의금고봉을 내 손에서 뺏을 수 있을 테니까.
가뜩이나 헤라클레스는 곤봉을 잘 쓰는 걸로 유명하다. 타격 무기의 최고봉인 여의금고봉을 잡게 되면…… 그야말로 신들조차 두들겨 팰 수 있는 무적의 존재가 될 것이다.
“일단 해 보려고.”
“……계약자처럼 투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군.”
“당신 재미있으라고 싸우는 건 아니니까.”
“혹시 나를 도발하는 중인가?”
“글쎄.”
“…….”
헤라클레스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도발에 응해 주마.’라고 말하는 듯한…… 무서운 표정이었다.
콰앙!
인간이 땅을 발로 차는 소리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굉음.
헤라클레스가 미친 듯이 돌진해 왔다.
나는 그 돌진을 막기 위해 방어막을 한곳으로 모았다.
파아앙!
방어막이 모조리 깨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내 몸도 공중으로 떠올랐다.
헤라클레스가 주먹을 뒤로 젖혀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나는 들고 있던 검을 집어 던졌다.
“소용없다!”
헤라클레스가 팔을 휘둘러 검을 받아쳤다.
하지만, 그 순간.
타앙!
총성이 울려 퍼졌다.
검을 던지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헤라클레스의 주의를 끌면서, 미리 준비해 뒀던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
그렇게 총을 쏜 뒤, 나는 근처에 착지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헤라클레스의 상태를 살폈다.
헤라클레스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물론 심한 상처는 아니었다.
총탄이 귀를 스쳤는지 귓불에서 피가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흐르는 피를 닦지도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어떤 타이밍에 공격을 해야 할지……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었나?”
“…….”
“줄곧 방어만 하는 척하면서 내 움직임을 계속 관찰했던 거군.”
헤라클레스의 입에서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쉽게 되었군. 머리에 정통으로 명중시킬 수 있었다면 나를 쓰러뜨릴 수 있었을 텐데.”
“……글쎄, 당신이라면 이마 정중앙에 맞아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차라리 눈알에 명중시켰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공중에서 불안정한 자세로 그렇게 정확한 사격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백작의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해서 그의 사격 솜씨까지 이어받은 건 아니니까.
“어쨌든, 아쉽게 되었다.”
“…….”
헤라클레스의 몸에서 증기 같은 게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체온이 상승해 실제로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그의 막강한 투기(鬪氣)가 눈으로 보이는 것일까.
어쨌든 그는 명백히…… 열 받은 상태였다.
“이제부터는 확실히 너를 ‘적(敵)’이라고 인식하고 싸워 주마.”
무시무시한 목소리.
수많은 괴물들과 거인들을 척살한 영웅 중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나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나는 가벼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시간은 충분히 벌었으니까.”
“……뭐라고?”
그 순간.
사방에서 유리가 깨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멀린!”
헤라클레스가 다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결계가 깨졌다!”
그렇다.
지금 이 순간, 우리를 가둬 놓고 있었던 결계는 완전히 해제되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네 결계는 완벽한 거 아니었나?”
“……그래, 내 결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는 성좌 중에서도 거의 없지. 하지만, 이건…….”
멀린이 비로소 상황을 깨달았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주민하, 그 계약자의 각성 스킬인가!”
“그래, 맞아.”
주민하의 각성 스킬 [교란 결계(攪亂結界)].
특정 공간 내부의 신호를 교란시켜 마법 등을 무효화시키는 그 능력으로, 멀린의 결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꽤 걸렸어. 멀린이 이중 삼중으로 위장을 해 놨던 건가?’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 나는 49호를 시켜서 주민하를 불러오게 했다.
나 이외의 인물은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도록 결계가 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헤라클레스한테 죽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헤라클레스가 까드득 이를 갈았다.
“멀린, 이놈을 처리하고 빨리 철퇴한다.”
“……가능하겠나?”
“오래 걸리지는 않아. 사도가 와서 영상을 찍기 전에 처리하고 가자고.”
마침 이곳은 판데모니움의 세력권이다.
성좌들이 직접 들여다볼 수 없는 지역이니, 빨리 처리하고 도망친다면 흔적이 남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글쎄, 그게 그렇게 쉬울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새로운 검을 뽑아 들었다.
그걸 보고 헤라클레스가 눈썹을 찌푸렸다.
“주와이외즈…….”
주와이외즈.
사를마뉴 대제가 갖고 있었던…… 성창의 조각이 봉인되어 있는 성검.
지난번 루브르의 싸움에서 나는 이걸 전리품으로 얻었다.
“헤라클레스! 저건……!”
“알고 있어.”
내가 주와이외즈를 뽑아 든 모습을 보고 멀린과 헤라클레스가 묘한 반응을 보였다.
“미안하지만, 무명의 왕. 그건 내가 가져가야겠다.”
“뭐?”
“필요한 물건이라서 말이야.”
그건 내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어째서 이들이 주와이외즈를 필요로 하는 걸까.
설마…… 성창의 파편 때문?
“이 검을 빼앗아 가겠다는 건가?”
“너를 쓰러뜨리고 나서 말이다.”
“하지만, 그게 쉬울까? 내가 이 검을 들었는데?”
“뭐라고?”
“잘 보라고.”
“……?”
내가 갑자기 칼끝을 살짝 흔들기 시작하자, 헤라클레스가 인상을 찡그리며 쳐다봤다.
그렇게 헤라클레스가 내 칼끝에 집중하는 사이…… 나는 미리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집어던졌다.
“처음부터 당신을 직접 상대할 생각은 없었어, 헤라클레스!”
“뭐라고?”
그 순간, 머리 위에서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돌려주는군, 요 녀석아!”
공중에서 내가 집어 던진 막대기를 정확히 캐치하고, 몸을 한 바퀴 돌린 뒤…… 한 마리의 ‘원숭이’가 헤라클레스를 덮쳤다.
“너는……!”
“크하하!”
적절한 사이즈로 돌아온 여의금고봉을 내려찍으며 원숭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공격을 받은 헤라클레스의 얼굴에는,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경계심이 떠올라 있었다.
“이봐! 무명의 왕!”
헤라클레스와 여유롭게 ‘힘겨루기’를 하면서 그 원숭이가 소리쳤다.
“약속은 꼭 지킬 거지? 나를 위해 최고급 복숭아밭을 준비해놓겠다는 거 말이야!”
“걱정 마시죠. 다른 성좌들 눈치 안 보고 배불리 드실 수 있게 다 준비를 해 놨습니다.”
휘말리지 않도록 뒤로 물러서면서, 나는 원숭이를 향해 대꾸했다.
“그러니 약속대로 부탁합니다, 제천대성.”
“맡겨 주라고!”
S급 성좌 ‘싸움에서 승리하는 부처’.
삼장법사를 도와준 뒤 얻은 칭호인 ‘투전승불’에서 성좌명을 지은 이 성좌야말로…… 동양 최강의 전투력을 지닌 존재, 제천대성 손오공이다.
“자유롭게 지상으로 내려가서 맛있는 걸 마음껏 먹을 수 있다니, 왜 진작 말 안 했냔 말이야!”
손오공은 평소 자기 옥좌에 틀어박혀 게으르게 지내고 있었다. 지인들이 도움을 요청해도 꼼짝 안 하는 은둔형 외톨이었다.
하지만 지난번에 나는 손오공을 회유하는 것에 성공했다. 성령대계에서는 자유롭게 구할 수 없는 ‘복숭아’를 뇌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이 최강의 원숭이를 먹을 걸로 회유해 냈다.
“야, 나 앞으로 계속 지상에 있어도 되냐? 성령대계는 먹을 걸 구하기 너무 어려워!”
“아니, 그건 좀 그렇죠. 좀 이따가 돌아가셔야죠.”
“에이, 깐깐하게 굴지 말라고!”
그렇게 소리치면서 손오공이 헤라클레스를 향해 여의금고봉을 마구 휘둘렀다.
그 맹렬한 공격을 받으며, 헤라클레스는 나를 상대할 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방어’에 집중했다.
“으음!”
헤라클레스의 스펙이 손오공에게 밀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무기’만큼은 명백한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헤라클레스는 아무런 무기도 없는 맨손이지만, 손오공은 세계 최강의 타격 무기인 여의금고봉을 들고 있다.
헤라클레스가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고릴라 자식, 꽤 잘 버티는데!”
“누가 누구한테 고릴라라고 하는 거냐, 이 원숭이가……!”
헤라클레스가 분노하면서 눈을 치켜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