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베오울프 (2)
강유진은 모든 내공을 끌어올리며 몸을 날렸다.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지만 김무명이 베오울프의 품으로 파고들어 탄환을 박아 넣었다.
그 덕택에 베오울프가 주춤하고 있으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무명…….’
솔직히 김무명은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일반적인 계약자들보다는 훨씬 강한 듯했지만, 성좌와의 싸움에 끼어들 정도는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도…… 강했던 건가.’
근력이나 민첩성을 보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공격할지 전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교묘하게 움직여,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투 스타일.
그것은 강유진이 보기에 하나의 완성된 예술 같았다.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일지 전부 다 보이는 건가. 대단한데.’
인정할 수밖에 없다.
김무명은 분명히 대단한 실력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뒤처질 생각은 없었다.
‘나는 내 방식으로 승리하겠어!’
지난번, 강유진은 헤라클레스를 상대로 패배했다.
비장의 수였던 [화천대뢰]는 공격 자체가 봉쇄당했다.
그 이후, 강유진이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었던 건 아니다.
운기조식 등을 통해 내공을 더욱 정갈하게 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내공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그리고…….
‘그동안, 계속 다듬어 온 이 기술이라면……!’
과거의 강유진은 제갈금이 가르쳐 준 동작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유진은 제갈금하고는 체형도 근력도 다르다.
제갈금이 자신을 기준으로 만든 [화천대뢰]의 동작은 강유진에게 최적화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홀로 최적의 동작을 찾기 시작했다. 관절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확인하면서, 모든 것을 효율화하려고 하였다.
그 결과, 진짜로 딱 하나 정해진 동작은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상황에 따라,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강유진은 자신만의 [천화대뢰]를 세분화하여 최적화시키기 시작했다.
또한 [발경] 스킬도 다시 한번 원점부터 검토하여,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의 전환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것은 그동안 간단한 필살기를 배우는 걸 선호해 왔던 강유진에게는 정말로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끈기를 갖고 단련에 몰두했다.
상대가 성좌라고 해도 두 번 다시 패배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눈을 부릅뜬 베오울프가 살기를 드러내며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까지처럼 여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전력을 다해 상대방을 박살 내겠다는 기세였다.
하지만, 강유진은 결코 움츠러들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개량한 화천대뢰!’
베오울프의 주먹이 강유진을 향해 날아왔다.
사람 하나쯤은 분쇄할 수 있을 듯한, 막강한 위력의 스트레이트.
강유진이 표적으로 삼은 것은 그 주먹이다.
부위 파괴를 노리는 ‘화천대뢰 파형(破形)’이 베오울프의 주먹에 꽂혔고…… 그 주먹을 완전히 분쇄했다.
“……!”
베오울프가 경악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개량된 화천대뢰에서 뿜어져 나온 막강한 내공은 베오울프의 주먹을 부숴 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팔까지 무력화시켰다.
베오울프는 반대편에 든 ‘거인의 칼’로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강유진은 [회보] 스킬로 베오울프의 무방비한 측면으로 이동해 있는 상태였다.
“하아아아압!”
어디를 노릴지는 정해져 있었다.
방금 전, 김무명이 결사의 각오로 달려들어 총탄을 박아 넣었던 옆구리 부분.
총탄이 박힌 구멍이 남아 있는 그 부분을 향해, 진정한 필살의 일격을 꽂아 넣는다.
헤라클레스 같은 극강의 성좌를 쓰러뜨리기 위해 강유진 스스로 파괴력을 극대화시킨 기술.
원래 파천대뢰는 번개처럼 방출된 내공으로 상대방의 몸 전체를 뒤덮어 호신강기나 마성의 방어막을 날려 버렸지만, 이건 다르다.
상대방의 몸 전체가 아니라, 일점집중으로.
마치 번개의 창을 찔러 넣듯이, 관통력을 지닌 기운을 때려 박는다.
이름하여 ‘파천대뢰 무극(無極)’.
주먹이 꽂히면서 방출된 막강한 기운이 베오울프의 몸을 관통했다.
* * *
누구나 숨을 죽였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성령대계의 성좌들조차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
한낱 계약자가, 용맹하기로 유명한 S급 성좌 ‘괴력의 영웅왕’을 쓰러뜨린 것인가.
그걸 확인하기 위해, 나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
강유진이 주먹을 거둬들이고, 뒤로 물러섰다.
베오울프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2미터가 넘는 검을 지팡이 삼아서.
“……나 참.”
베오울프의 입에서 비로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면목이 없군.”
그 목소리는 예상외로 느긋했다.
“주먹질에서 밀려 버리다니, ‘괴력의 영웅왕’이라는 성좌명도 반납해야겠어.”
“……당신은 확실히 강했어.”
중얼거리는 베오울프에게, 강유진이 천천히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싸워 본 상대 중에서, 두 손가락 안에는 들 거야.”
“나머지 한 사람은 헤라클레스인가?”
그렇게 말하며 베오울프는 피식 웃었다.
“뭐 됐어. 이렇게 마음 놓고 한바탕 싸워 볼 수 있었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워. 이 정도면 괜찮아.”
“……베오울프.”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당신은…… 왜 멀린에게 협력하고 있던 거지?”
“…….”
“멀린에게 협력해서, 당신한테는 무슨 이득이 있는 거지?”
“이득이라.”
베오울프가 또다시 피식 웃었다.
“나는 그런 걸 따지면서 살지 않아.”
“뭐?”
“내가 원하는 건, 내 손으로 강력한 적과 싸우는 것뿐이야.”
평온한 얼굴로 베오울프가 말했다.
“괴물을 잡고 싶을 때는 괴물한테 달려가서 싸우고, 용을 잡고 싶을 때는 용한테 달려가서 싸우지. 그런 건 내가 전사이든 왕이든 성좌이든 항상 똑같아.”
“…….”
전승 속에서 베오울프는 수많은 적을 쓰러뜨린 뒤 왕의 자리에 오른다.
50년 동안 나라를 현명하게 통치하고 노인이 되었지만, 사악한 용이 나타나자 몸소 용을 퇴치하기로 한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의 둥지로 뛰어 들어간 베오울프는…… 사투 끝에 용을 쓰러뜨리고 목숨을 잃는다.
말하자면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싸움꾼이었던 것이다.
“멀린한테 왜 협력했냐고? 그야 물론 멀린이 육성하려는 최강의 전사와 한판 붙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베오울프는 강유진을 힐끔 쳐다봤다.
“그걸 통해 최강의 전사 육성에 기여하고, 나아가서는 최종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거고.”
“최강의 전사라는 게 뭐지? 최종 전쟁은 또 뭐고?”
사정을 모르는 강유진이 질문했다.
“아, 너는 아직 모르는군.”
“그게 대체 뭔데?”
“흠…… 뭐 어차피 이제 죽을 몸이고, 비밀 같은 건 지킬 필요도 없으려나.”
베오울프는 살며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사도는…… 저쯤에 있나.”
카메라를 의식하는 듯 포즈를 잡으면서, 베오울프가 입을 열었다.
“다들 들어 봐.”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성령대계에서 지켜보고 있는 성좌들한테도 하는 말이었다.
“나는 애초에 멀린이 이것저것 숨기고 일을 진행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러니 이 기회에 다 까발리도록 하지.”
어느새 베오울프의 윤곽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몸에서 금색의 입자를 떨어뜨리면서, 베오울프가 말했다.
“멀린은 이 현상대계에 최강의 전사를 만들 생각이야. 그러기 위해 수많은 분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지.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아서 왕의 라운드가 한국을 침략한 것도 멀린의 음모였어.”
“……!”
베오울프의 폭로를 듣고, 강유진을 비롯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멀린이 무명의 왕을 적대하여 전쟁을 벌인 것도 결국 그것 때문이야. 성좌들이 강림하여 판데모니움을 쓸어버리면, 계약자들이 판데모니움과 싸우면서 경험을 쌓고 강해지는 게 어려워지거든.”
그렇게 말한 뒤 베오울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 지금 내 얘기를 듣고 있는 너희들도 한번 고민해 봐. 성좌들이 직접 내려와서 인간 세상을 정리해 주고 최대한 빨리 평화를 되찾아 주는 게 나을지, 아니면 인간들이 계속 치고받고 피를 흘리면서 더 강해지게 만드는 게 나을지…… 생각 좀 해 보란 말이야.”
그건 성좌들에게 화두를 던지는 행위였다.
인간 세상에 전란을 불러일으켜 계약자들을 육성하는 멀린의 방식을 인정할지 안 할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성좌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어서, 나도 이건 알리지 않고 있었는데…….’
성격 때문인지, 베오울프는 별다른 주저 없이 이 사실을 폭로해 버렸다.
“최강의 전사라는 것은, 이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멀린이 육성하려고 하는 용사야. 그런 개체를 만들려고 멀린은 후보자 몇 명을 추려 놨지.”
“설마…….”
“그래, 강유진. 너도 그 후보자 중 하나야.”
강유진을 쳐다보며 베오울프가 말했다.
“네가 일본의 사이온지 케이토와 싸운 것도, 라운드의 토마스 프라이스와 싸운 것도, 결국 멀린이 의도한 일이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설마…….”
“그래, 애초부터 하민아가…….”
폭로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베오울프가 소멸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미 베오울프의 몸은 상당 부분이 무너진 상태였지만, 아직 완전히 소멸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투창이 베오울프의 몸을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베오울프가 고개를 돌렸다.
“조잘조잘 떠들기나 하고 말이야.”
베오울프가 쳐다본 방향에서, 한 남자가 걸어왔다.
그는 피투성이였다. 하지만 그가 질질 끌고 온 금발의 남자가 더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내가 분명 말했었지? 함부로 떠들고 다니는 놈은 죽여 버린다고.”
“쿠, 훌린…….”
S급 성좌 ‘맹견의 용사’ 쿠 훌린.
멀린 휘하의 그 성좌가, 피투성이가 된 핀 막 쿨을 질질 끌면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 죽어 가는 몸이면 종알대지 말고 죽으란 말이야.”
“이 자식이……!”
베오울프가 포효하면서 손으로 잡고 있던 검을 집어 던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베오울프의 몸에서 수많은 가시가 튀어나왔다.
방금 베오울프에게 꽂힌 투창…… 쿠 훌린의 작살 ‘게이 볼그’에서 수많은 가시가 뻗어 나와, 베오울프의 몸을 안쪽에서 꿰뚫은 것이다.
“꼴사나운 모습 보이지 말고, 죽어.”
“크, 으…….”
그걸로 끝이었다.
온몸이 꿰뚫린 처참한 모습으로 베오울프는 완전히 움직임을 정지했고, 그 육체는 바로 소멸되었다.
“…….”
쿠 훌린은 말없이 핀 막쿨을 이쪽으로 집어던졌다.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던 ‘금발의 기사단장’은 쿠 훌린의 창에 유린당해 온몸이 구멍투성이였다.
물론 쿠 훌린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쿠 훌린도 핀 막 쿨의 창에 찔렸는지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쿠 훌린은 아무런 대미지도 없다는 듯이 당당했다.
“베오울프 자식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는 바람에 일이 좀 꼬인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쿠 훌린은 인상을 찡그렸다.
“뒷일은 멀린에게 맡기고…… 나는 내 할 일을 해야겠어.”
그 순간, 쿠 훌린에게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크프리트나 베오울프에게서 느껴지던 것하고는 다른…… 마치 적의 숨통을 끊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는 듯한 맹수의 기운이었다.
“너희들 모두, 한 놈도 빠뜨리지 않고 죽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