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멀린 (3)
아마도, 현시점에서 어렴풋이나마 모든 걸 이해한 건…… 우주에서 오로지 강유진뿐일 것이다.
나는 게이 볼그를 맞고 그 자리에서 소멸한 것이 아니다.
게이 볼그가 명중하기 직전에…… 성좌 스킬인 [화신 강림]을 해제해 성령대계에 있는 내 옥좌로 돌아간 것이다.
본래 다른 성좌들은 전부 게이트를 이용해 지상을 오가고 있었고, 나도 지난번까지는 다른 성좌들과 함께 그렇게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예전처럼 [화신 강림] 스킬을 이용해 지상에 내려왔다.
[화신 강림]은 게이트를 거칠 필요가 없고, 지상에서 자기 옥좌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이번에 나는 많은 성좌들이 지상에 내려와 싸움에 참가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지상에 내려와 있는 성좌들은 자기 계약자에게 직접 가호를 내려 줄 수 없다.
하지만 만약 내가 [화신 강림]을 해제하여 순식간에 옥좌로 돌아온다면, 강유진 등 내 계약자에게 즉각 가호를 내려 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멀린과의 결전에 대비하여 내가 준비해 놓은 비장의 한 수였다.
쿠 훌린의 추격은 나한테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여의금고봉에 쓰러진 쿠 훌린의 숨통을 끊지 않은 것도, 쿠 훌린이 게이 볼그로 마지막 발악을 할 것 같다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게이 볼그가 꽂혀서 소멸한 것처럼 퇴장하는 건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였다.
[화신 강림] 스킬을 해제해서 사라지는 건 지크프리트나 베오울프가 죽을 때처럼 서서히 사라지지 않는다.하지만 게이 볼그 투척은 제대로 맞으면 인간 하나 정도는 완전히 갈기갈기 찢겨져 나갈 위력이고, 심지어 흉악한 가시가 튀어나와 적을 완전히 찢어발기기도 한다.
그런 공격을 맞아서 소멸되는 것이니, 성좌의 육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도 그럴 듯하다.
덕분에 다들 속아 넘어갔다. 성좌 튜브를 살펴보니 다들 내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고, 멀린조차 완전히 속고 있었다.
그 결과…… 강유진은 완전히 멀린의 허를 찌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이, 형씨.”
그때 통신이 들어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국에서 하민아를 감시하며 대기하고 있는 ‘두 자루 도끼의 살인귀’ 이규였다.
“이제야 통신 연결되네. 진짜로 죽은 줄 알았잖아.”
“미안. 죽은 척할 필요가 있어서 말이야.”
“크크. 하지만 조마조마해서 좋았어. 최근 형씨가 연출했던 반전 중에서 가장 흥분되었다고!”
이규가 이빨을 드러내고 웃어댔다.
“성좌 튜브에서 성좌 놈들 잔뜩 경악하고 있다니까? 한마디 해 주는 게 어때?”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그동안 나는 성좌 튜브 생중계에서 코멘트를 남긴 적이 한번도 없었다.
여기서 한마디 해 주면 꽤 반응이 좋을 것이다.
* * *
– 대체 뭐냐고?!
– 무명의 왕이 살아 있었던 거야?
– 소멸하는 척하면서 성령대계로 돌아갔던 건가?
– 멀린, 어떻게 된 거야?! 좀 더 가까이서 보여 줘!
– 무명의 왕 또 사기 쳤네!!
– 푸하하하! 다 속아 넘어간 거야.
– 무명의 왕 만세! 무명의 왕은 신이야!
– 나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음. 무명의 왕 소멸할 때 화면 각도 안 좋았잖아. 중계하는 사도가 수 쓴 거야.
– 그건 아닌 것 같았는데.
– 눈치챘으면 미리 말하든가. 꼭 다 끝나고 나서 그러더라.
– 멀린은 왜 눈치 못 챘냐고. 마법으로 다 알아야 하는 거 아냐?
– 마법은 뭐 다 만능인 줄 아냐?
[S급 성좌 ‘무명의 왕’이 관리자 권한으로 발언합니다.] [코멘트 : 많은 호응 감사합니다.]– 뭐야?!
– 무명의 왕!
– 무명의 왕!
– 뜬금없이 등장!
– 오늘 정말 미친 전개네.
– 무명의 왕 만세! 무명의 왕은 신이야!
–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명의 왕을 믿고 있었습니다. 멀린에게 혹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 믿어 주세요.
[B급 성좌 ‘금색과 은색의 동자’가 근원력 2000만 포인트를 후원합니다.] [코멘트 : 나 지금 정말로 눈물 나왔다.] [A급 성좌 ‘모험하는 뱃사람’이 근원력 5000만 포인트를 후원합니다.] [코멘트 : 정말로 죽은 줄 알았음!] [S급 성좌 ‘기사들의 왕’이 근원력 1억 포인트를 후원합니다.] [코멘트 : 믿고 있었다.]* * *
베오울프에게 치명상을 입힌 화천대뢰 무극을 꽂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멀린은 건재했다.
분명히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지만, 그 몸이 흐트러지더니 다른 곳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마법인가?!’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최고의 마법사라는 멀린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할 리 없다.
“강유진!”
“어떻게 갑자기 더 빨라진 거야?!”
“가호! 성좌의 가호를 받은 겁니다!”
크리스티나, 실비아, 알렉산드로스가 다급히 강유진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멈춰요!”
용길공주의 일갈과 함께, 물의 폭풍이 그들을 덮쳤다.
그 직후 이현제의 뇌전이 물속으로 쏟아지면서 그들을 감전시켰고, 석태준과 아탈란테도 다급히 공세를 펼쳤다.
“강유진! 잔챙이들은 우리한테 맡기고 너는 멀린을 잡아!”
이아손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유진은 멀린을 향해 질주했다.
“큭……!”
멀린이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번개와 화염이 동시에 휘몰아치며 강유진을 덮쳤다.
“소용없어!”
정신을 집중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명대법]을 사용하면 된다.
멀린의 마법을 구성하고 있던 마력이 흡수되어, 강유진의 주먹에 깃든다.
“하아압!”
멀린의 마력을 빼앗아, 멀린의 마법을 받아친다.
멀린이 펼친 수많은 공격 마법은 순식간에 파훼되었고, 멀린의 표정이 굳어졌다.
“공격 마법이 통하지 않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멀린이 다급히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강유진은 놓치지 않았다.
“무명대법, 굉천패룡(轟天覇龍)……!”
주위에 흩어진 기운까지 한데 모아, 일제히 방출했다.
맹렬한 기운이 한 마리 용처럼 뻗어 나가 멀린을 덮쳤다.
쿠콰콰쾅!
용의 머리가 멀린을 집어삼킨 채 건물의 지붕을 뚫어 버렸다.
강유진은 무너져 내리는 건물 지붕 사이로 도약하여 멀린을 쫓았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온 순간, 강유진은 현기증을 느꼈다.
‘환각인가!’
세상이 일그러져 있었다.
상하좌우가 불규칙적으로 바뀌면서 강유진의 감각을 혼란시켰다.
한쪽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한쪽에서는 용암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멀린……!”
순간적으로 멀린의 모습이 보인 듯했다.
그쪽으로 다급히 움직이려 했지만, 강유진은 곧바로 천길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윽……!”
그리고 등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이건……!”
강유진의 몸은 호신강기로 보호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호신강기를 뚫고 강유진의 등에 상처를 입혔다.
“롱고미니아드.”
뒤돌아보니, 멀린이 한쪽 손에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서 왕이 썼던, 물푸레나무로 만든 창이다…… 마지막 전투에서 모드레드를 죽였던 창이지.”
“어떻게, 당신이 그런 걸…….”
“10년 전부터 필사적으로 수집했거든. 성좌를 잃은 계약자들에게 들려 줄 무기들을 말이야……!”
강유진은 멀린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멀린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더니 또다시 등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마법사 주제에 창을 쓰다니……!”
“검은 쓰지 못하는 줄 아나?”
그 순간, 갑자기 머리 위에서 수많은 검이 쏟아져 내렸다.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검들을 보고 다급히 몸을 굴렸지만, 전혀 다른 방향에서 튀어나온 검이 강유진의 몸에 상처를 입혔다.
‘젠장……!’
[무명대법]으로 환술을 파훼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넓은 범위에 전개되어 있는 마법이라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소용없는 것 같았다.
“나는 너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강유진……!”
멀린의 목소리와 함께, 계속해서 공격이 쏟아졌다.
“네 본질은 단순한 광신자! 새로운 세계의 왕으로서는 자격 미달이다!”
“왕이 되고 싶다고는 한마디도 한 적 없다고!”
그렇게 소리치며 강유진은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존의 부적을 꺼내서 하늘로 집어던졌다.
“하앗!”
부적의 효과로 생성된 ‘발판’ 위에 올라탔다.
눈을 감은 채.
‘발판은 내 발이 닿는 곳마다 생성되고…… 눈을 감고 있으면 환각에 현혹될 일도 없어!’
강유진은 정신을 집중하며 몸을 날렸다.
계속해서 펼쳐지는 멀린의 공격을, 눈을 감은 채 피해 낸다.
“요상한 재주를……!”
“당신 마법이 더 요상해……!”
이어서 강유진은 인벤토리에서 철퇴를 꺼냈다.
그리고 공격할 테면 공격해 보라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런 무식한…… 윽!”
쇠구슬이 무언가에 격돌하는 감각과 함께, 멀린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와 철퇴의 감각에 의지해, 강유진은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마침내 멀린의 옷자락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걸로…….”
강유진은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눈을 부릅뜬 순간, 10여 명의 멀린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설마 지금 붙잡은 옷자락도 환각?!’
10여 명의 멀린이 일제히 강유진을 향해 공격 자세를 취했다.
진짜를 찾아내 공격하지 않으면 당한다. 강유진은 그렇게 직감했다.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억지로 주먹을 휘두르려 한순간.
주위의 환술이 모조리 해제되어 정상적인 풍경이 나타나면서, 멀린의 분신도 모조리 사라졌다.
“아니?!”
“주민하의 각성 스킬!”
주민하가 마침내 여기로 왔다.
각성 스킬 [교란 결계]로 멀린의 환술을 순식간에 해제한 것이다.
“하아아압!”
그리고 익숙한 기합 소리가 들렸다.
근처 건물 지붕 위에서 강유진을 향해 투척된 롱고미니아드를, 이죽헌이 공중에서 칼을 휘둘러 튕겨 내고 있었다.
“이죽헌……!”
“늦어서 미안하다, 강유진!”
이죽헌이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지만, 갑자기 아래에서 튀어나온 남자가 이죽헌을 덮쳤다.
헤라클레스의 계약자, 알렉산드로스가 사원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멈춰!”
알렉산드로스의 뒤를 따라 석태준이 키메라를 타고 날아올랐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거대한 금속 곤봉을 휘둘러 키메라를 찍어 눌렀고, 키메라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추락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석태준의 계약 성좌 ‘무명의 왕’에게서 가호(특대)가 내려집니다.] [석태준의 모든 능력치가 5분 동안 대폭 상승합니다.] [이죽헌의 계약 성좌 ‘무명의 왕’에게서 가호(특대)가 내려집니다.] [이죽헌의 모든 능력치가 5분 동안 대폭 상승합니다.] [주민하의 계약 성좌 ‘무명의 왕’에게서 가호(특대)가 내려집니다.] [주민하의 모든 능력치가 5분 동안 대폭 상승합니다.]추락하던 석태준이 키메라의 등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방금 땅으로 떨어진 이죽헌도 의천검을 두 손으로 잡고 도약했다.
주민하 역시 마법을 펼치면서 알렉산드로스의 움직임을 막았다.
“강유진 님!”
주민하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유진은 질주했다.
근처 건물 위에서 멀린이 방어 마법을 전개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강유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화천대뢰를 꽂아 넣었다.
“멀린!”
멀린이 펼친 방어벽은 마치 성벽처럼 두터웠다.
그 성벽을 뚫기 위해 강유진은 모든 내공을 끌어올렸다.
“아까 당신, 세상의 비극을 없애기 위해 자기하고 손을 잡으라고 했었지?!”
“그렇다, 강유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너는 나를 따라야 하는 거다!”
내공과 마력의 충돌로 발생하는 폭음 속에서, 멀린이 목소리를 높였다.
“나를 따라야 한다! 무명의 왕은 세상을 구하려는 의지도 없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단 말이다!”
“당신한테는 있다는 건가?!”
“그렇다!”
“그런데 왜 나를 구원해 주지 않았지?!”
“뭐, 라고?”
흠칫하는 멀린에게, 강유진을 계속 소리쳤다.
“나는 당신이 조종한 하민아에게 납치당해 실험동물이 되었어! 나는 당신 때문에 유발된 비극의 희생자야!!”
“……!”
“확실히 당신은 수많은 사람들을 비극에서 구해 낼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당신은 당신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은 구해 주지 않았어! 그저 못 본 척했지!”
강유진은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분은, 그 사람은……!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서 나를 구원해 줬어! 나를 비극의 구렁텅이에서 끌어올려 줬다고!”
그렇다.
멀린이 아무리 많은 사람을 구하려 하고 있든 상관없다.
강유진을 구원해 준 것은 그 사람뿐이다.
“그 사람을 버리고 당신에게 붙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크으으윽!”
마침내 멀린의 방어벽이 산산조각 나고, 강유진의 주먹이 멀린의 가슴에 꽂혔다.
하지만 부족하다. 세계를 자기 뜻대로 인도하려는 이 마법사를 상대로, 주먹 한 방으로는 부족하다.
“화천대뢰…… 무극!”
주먹이 꽂힌 상태에서 즉각 온몸을 비틀어 관절의 움직임을 주먹으로 전달, 모든 힘을 쏟아부은 화천대뢰를 한 번 더 처넣는다.
모든 마력이 터져 나가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멀린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