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천상운 (1)
천상운.
옛 서울 강남 일대를 본거지로 삼고 있는 팔부중.
그리고…… 자타가 공인하는 수도권 최강의 SS급 계약자.
그가 계약하고 있는 S급 성좌 ‘빛나는 수호자’는 서사시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영웅 헥토르다. 그리스군과 사투를 벌인 트로이의 총사령관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벌인 아킬레우스와는 달리 국가와 명예 등을 위해 싸우는 모범적인 인물로, 유럽에서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세에는 기사도의 이상을 이룬 구위인(九偉人)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으며, 혹자는 그를 ‘인류 최초의 기사’로 평하기도 했다.
그런 헥토르와 계약하고 있는 계약자답게, 천상운 자신도 한 명의 기사 같은 인물이다.
검과 창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엄청난 무용(武勇)을 보여 주고, 지휘관으로서의 역량도 뛰어나다. 옛 서울의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넓은 영역을 지배하는 통치자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수려한 외모를 지니고 있기도 해서 민간인들한테 인기가 높다.
‘그 천상운이 강유진을 만나러 왔다…….’
천상운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강유진 앞에 나타난 걸 보고, 나는 관측기 앞에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파격성도 네 장점 중 하나였지.’
관측기를 통해 보이는 수려한 얼굴을 확인하면서, 나는 복잡한 심정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나는 생전에 천상운하고 적지 않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속셈일까.’
천상운은 야습 같은 걸 할 인물도 아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혼자 있는 강유진에게 접근한 걸까.
* * *
“그리고 이쪽은 내 부하인 소문광이야. 조금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잠깐 너를 위협하는 태도를 취했어. 이해해 줬으면 좋겠군.”
“…….”
천상운은 계속 미소 띤 얼굴로 부드럽게 말하고 있었지만, 강유진은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천상운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봐, 소문광. 너 때문에 첫인상이 너무 안 좋아졌잖아.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지?”
“죄송합니다.”
“농담이야. 어차피 내가 허락한 일이니까 내 책임이지.”
그렇게 자기 부하와 대화를 나눈 뒤, 천상운은 다시금 강유진을 쳐다봤다.
“흠, 노파심에서 물어보는 건데, 나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나?”
“팔부중의 일원이고, 수도권 최강의 SS급 계약자라고 들었는데.”
“그래, 뭐 그 정도면 내 소개는 생략해도 되겠지.”
“나도 자기소개를 해야 하나?”
“자세히 듣고 싶긴 한데, 오늘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지.”
“그럼 빨리 용건부터 말해.”
강유진은 천상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야 당신을 어떻게 대할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
“하하. 그렇군.”
천상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찾아온 건, 너하고 거래를 하고 싶어서야.”
“거래?”
“강유진, 지금 화성문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
화성문의 상황.
그 단어를 듣고, 강유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지난번 내분으로 전력이 매우 약해졌어. 간부들뿐만 아니라 말단 멤버들도 적지 않게 빠져나갔지.”
“…….”
“지금 화성문은 옛날과 비교하면 한심할 정도로 빈약해진 상태야. 옛날 같았으면 내가 이렇게 숨어 들어오는 것도 어려웠겠지.”
화성문의 상황이 어렵다는 건 주민하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화성문의 간부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지만,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같다.
“이대로 가면 원필소한테 화성문 전체가 잡아먹힐 거야.”
원필소.
안양을 중심으로 넓은 영역을 지배하는 팔부중으로, 예전부터 화성문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들었다.
“이미 원필소는 준비에 들어갔어. 현재 각지의 간부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일정 조율을 하고 있는 중이지.”
“그게 정말인가?”
“적어도 우리 쪽에서 확인한 바로는.”
화성문 내부에서는 최소 일주일 정도는 여유가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었는데, 너무 낙관적이었던 걸까.
“원래 화성문은 원필소의 세력보다 힘이 약했지. 전력이 약화된 지금 시점에서 정면 대결이 시작된다면…… 화성문의 승산은 없어.”
“……그래서.”
“음?”
“정보를 알려 줬으니 목숨 걸고 지켜보라고 하는 건가?”
“하하. 그런 건 아니야.”
“그럼 뭐지?”
“내가 화성문을 도와줄 수도 있거든.”
천상운이…… 화성문을 도와준다?
“나는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 한편 화성문은 수원 주변을 지배하고 있어.”
“그런데?”
“원필소의 지배 영역은 딱 그 사이야. 북쪽으로는 나하고, 남쪽으로는 화성문하고 맞닿아 있지.”
“그러면…….”
“그래, 북쪽의 내가 원필소를 위협하면 원필소는 남쪽을 침공하기 어려워지지.”
원필소 입장에서 생각하면, 북쪽의 천상운 세력이 조금만 수상한 행동을 보여도 남쪽으로 진군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화성문을 공격하고 있는 사이 천상운 세력의 공격을 받아 본진이 털릴 수도 있으니까.
“어때, 화성문을 위기에서 구하는 신의 한 수 아닐까?”
“…….”
확실히 천상운이 원필소를 견제해 준다면 화성문은 한시름 놓을 수 있다.
원래 강유진은 원필소가 공격해 오면 화성문을 도와 싸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태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화성문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조직 재건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러니 천상운이 원필소를 견제해 준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원하는 게 뭐지?”
“음?”
“당신 같은 사람이 아무런 대가 없이 이런 제안을 할 리가 없지.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닌가?”
“이봐, 강유진. 나는 이해타산만을 따지면서 사는 인간이 아니야. 딱히 기사도를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질 때도 있어.”
천상운의 목소리는 여유로웠다.
“하지만…… 그래, 내가 너희에게 협력해 주는 만큼, 너희도 나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지.”
“어떤 도움을 원하는 거지?”
“도와줄 생각이 있나?”
“얘기를 들어 보고.”
“이제 곧 시나리오가 시작된다는 얘기는 들었겠지?”
시나리오.
이벤트나 퀘스트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큰…… 세계의 운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건.
그것이 수도권에서 곧 시작된다는 얘기는 이미 천무혁과 싸웠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시나리오에 대비해서 파티를 구성할 생각이야.”
“파티?”
“그래, 파티. 게임은 해 봤겠지?”
“어렸을 때 좀 해 봤지.”
“실력 있는 계약자들을 모아서 시나리오를 대비한 파티를 만들 예정이야. 여기 있는 소문광도 그 멤버 중 하나고.”
“…….”
지목당한 소문광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파티에 너를 영입하고 싶어.”
“나 말고도 수도권에는 쟁쟁한 계약자들이 많을 텐데.”
강유진은 의구심을 가진 채 천상운을 쳐다봤다.
수도권 최강의 SS급 계약자라는 남자가, 어째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걸까.
“강유진, 나는 너를 높게 평가하고 있어. 중서부 지역에서는 정말로 대단한 활약을 했지.”
“수도권 사람들은 중서부에 별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나는 흑룡회 서울 지부하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든. 덕분에 최근 중서부에서 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얘기를 들었어.”
“흑룡회 지부하고…….”
“그렇기 때문에 네 힘을 필요로 하는 거야.”
“…….”
“솔직히 말하자면, 멤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말이지.”
“어려움?”
“파티를 만들려는 팔부중은 나뿐만이 아니거든. 이렇게 급하게 널 찾아온 것도, 다른 팔부중들이 너에게 접근하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해 두고 싶어서야.”
그렇게 말하고 천상운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제갈금은 몸 상태 때문에 시나리오 참가가 어려워 보이고 말이지.”
“……나는 그 시나리오가 언제 시작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내용인지도 몰라.”
“그렇겠지.”
“그런 상태라서, 섣불리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데.”
“그러니까 지금 당장 화성문을 도와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거지.”
결국…… 화성문이 인질인 셈인가.
“그렇다면 정식으로 화성문을 방문해서 양해를 구하는 편이 낫지 않나? 이렇게 몰래 나하고 구두 약속을 하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을 텐데.”
“제갈금은 내 제안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아.”
“어째서지? 원필소를 견제할 수 있잖아.”
“팔부중들은 기본적으로 대등한 경쟁 관계야. 다른 팔부중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난다? 망신스러운 일이지.”
“…….”
“그리고 내 도움을 얻으려고 너를 빌려준다는 것 자체를 싫어할 수도 있어. 제갈금 입장에서는 너를 볼모로 보내는 기분일 테니까.”
“그런가?”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너한테 개인적으로 제안을 하는 거야.”
“우리 둘이서 조용히 얘기를 진행하면, 아무 잡음 없이 화성문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는 건가.”
“바로 그거지.”
무슨 얘기인지는 대충 이해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당신 제안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뭐지?”
“내가 이기적인 인간이면 어쩔 생각이지?”
“…….”
“당신의 제안은 내 희생정신을 전제로 하고 있어.”
화성문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라는 걸 전제로 한 제안이다.
“나는 원래 화성문 사람도 아니야. 당신 제안을 받아들여 봤자 나한테 직접적인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
“지금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 줄 수 있어. ‘내가 왜 화성문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거지?’라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천상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천상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좋으니까.”
“뭐라고?”
“단언하지, 강유진.”
천상운이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영웅이야.”
“…….”
“영웅은 그렇게 쩨쩨한 사고방식을 하지 않지.”
영웅.
천상운은 강유진을 그렇게 정의했다.
“너는 딱히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희생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냥 ‘이렇게 전진하면 일이 해결된다.’라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눈앞에 보이는 길로 직진하는 남자지.”
“…….”
“거기서 자기 이득 같은 건 별로 고려하지 않아. 운명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자기 뜻대로 전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한테는 가장 큰 이득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천상운은 다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어때, 내 말이 틀렸나?”
“…….”
강유진은 침묵했다.
영웅 운운 하는 건 주민하가 하는 얘기를 듣는 것 같아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천상운의 얘기가 딱히 틀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맞는 말이라고 수긍하고 넘어가는 것도 별로 내키지는 않아.’
잠시 생각한 뒤, 강유진은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한 가지 조건을 달아야겠어.”
“조건?”
“그래, 나한테는 별로 이득이 되는 게 없으니까.”
“흠…… 뭐지?”
천상운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물었다.
그런 천상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강유진은 말했다.
“당신하고 싸우게 해 줘.”
“…….”
천상운이 잠시 침묵했다.
“미안하지만, 다시 얘기해 주겠나?”
“당신하고 한번 싸우게 해 달라고.”
“……대련을 해 달라는 건가?”
“그렇지.”
안 그래도 아까 제갈금하고 그 얘기를 했다.
물론 전혀 상대가 안 될 거라는 게 제갈금의 말이었지만…… 이왕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전혀 상대가 되지 않더라도, 분명히 얻는 게 있을 것이다.
“…….”
지금까지 계속 여유 있는 모습을 유지해 왔던 천상운이, 살짝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하고 대련을 해 보고 싶은 건가?”
“그래, 수도권 최강의 계약자라는 당신하고 말이야.”
“흠…….”
“미안하지만.”
그때 계속 침묵을 지키던 소문광이 끼어들었다.
“천상운 님은 다른 계약자와 대련 같은 건 하지 않는다.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나는 지금 천상운한테 얘기하고 있어. 끼어들지 마.”
“……함부로 말하는군.”
소문광에서 순간적으로 살기가 느껴졌다.
그러자 천상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치켜들었다.
“그만해, 소문광.”
“네, 천상운 님.”
“음, 그래.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천상운이 소문광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강유진을 쳐다봤다.
“먼저 이 소문광하고 싸워 봐.”
“뭐라고?”
“소문광을 쓰러뜨릴 수 있으면, 그다음에는 내가 상대해 주지.”
“당신하고 싸우려면 먼저 당신 부하부터 쓰러뜨리라는 건가?”
“그렇지.”
“…….”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소문광도 조건에 동의한 것 같았다.
“어때, 생각 있나?”
“……이 남자를 쓰러뜨리면 당신하고 싸울 수 있다는 거지?”
“그래.”
원했던 것하고는 다르지만…… 천상운과 붙어 볼 수 있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야. 소문광은 강하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어. 어느 정도지?”
“흠, 일단 S급 계약자지. 그리고…….”
천상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갈금보다 소문광이 더 강할 거야. 아마 제갈금도 동의하겠지.”
……제갈금보다 더 강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