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싸움의 후일담 (2)
“그게 아니야! 좀 더 자세를 낮춰!”
“뭔가 어색한데요.”
“아직 미숙하다는 증거지! 더 연습을 해야 해!”
“연습 안 하고 후다닥 익히는 방법은 없습니까?”
“자네는 왜 그렇게 속전속결을 좋아하는 건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석태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강유진 씨가 대표님한테 혼이 나고 있네요.”
“무술을 가르쳐 주는데 맨날 저런 태도니까 그렇지. 혼나는 것도 당연해.”
그렇게 대꾸한 건 옆에서 벤치에 앉아 스포츠 드링크를 마시고 있던 이시온이었다.
원래 화성문 서열 4위였던 이시온은 지난번 내분을 마무리 지은 뒤 서열 2위로 상승, 화성문의 부대표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사부님이 강유진을 가르쳐 주는 것에 반대야.”
“네? 어째서죠?”
“사부님 건강 때문이지.”
“아…… 역시 그런가요?”
제갈금은 아직도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기차에서 입은 부상 자체는 이제 완전히 치유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몸 상태가 완전하지 못하다.
강유진에게 스킬을 전수해 주고 바로 화성문으로 달려왔기 때문에 그 피로 탓이 아닐까 했지만…… 아무래도 그것만은 아닌 듯했다.
“사부님, 아무래도 이번에 갑자기 팍 늙으신 것 같아.”
“…….”
“예전에도 가끔 나이가 드셨구나 하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
“성좌의 배신, 그리고 한세원 일파의 배신 때문일까요?”
“그래, 겉으로는 드러내시지 않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이시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기껏 한세원 일파를 축출하고 다시 자리를 되찾으셨는데…… 은퇴가 머지않은 걸지도 모르겠어.”
“은퇴하시게 되면…… 이시온 씨가 화성문의 대표가 되시는 건가요? 새로운 팔부중?”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시온이 코웃음을 쳤다.
“화성문 애들을 관리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만, 팔부중 자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그런가요?”
“그래, 일단 탑클래스의 실력을 지닌 계약자여야 하고, 다른 팔부중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실적이 있어야 해.”
그 말을 들으며, 석태준은 잠시 천무혁을 떠올렸다.
페가수스를 타고 다니는 마법사였던 천무혁은 한때 팔부중의 일원이었다.
그가 수도권에서 어떤 실적을 쌓았는지는 모르지만, 석태준의 고향에서 하던 걸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실적을 쌓았을 것 같았다.
“내가 화성문에서 여러 전투에 참여했지만, 솔직히 내세울 만한 대표적인 업적은 별로 없어.”
“그런가요…….”
“차라리 네 동료인 강유진 쪽이 더 많겠지.”
“강유진 씨가…….”
석태준은 다시 강유진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뭐, 사부님도 지금 당장 은퇴하시지는 않을 거야. 그때까지 화성문을 보다 더 탄탄하게 만들어 놔야지.”
“네, 그렇겠네요.”
“내 예상으로는 원필소가 우리 화성문을 노릴 가능성이 있어.”
“원필소…… 옛 부천에서 성남까지 넓은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팔부중이라고 하셨죠?”
“그래, 본거지는 안양인데 야심이 많은 놈이야. 우리 화성문하고 종종 충돌이 있었어.”
원필소의 세력은 화성문보다 더 크다고 한다.
특히 부하들 머릿수가 많다는 것 같았다.
“약체화된 화성문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워. 그러니…… 너희들 힘이 필요한 거야.”
그렇게 말하며 이시온이 석태준의 어깨를 툭 쳤다.
“잘 부탁할게.”
“하하…… 이렇게 된 이상, 한동안 신세 지겠습니다.”
현재 주민하는 다른 간부들과 함께 화성문 재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강유진이 수도권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화성문을 이용할 생각인 것 같았다.
참고로 이죽헌은 강유진처럼 무술 훈련 중이다. 이쪽은 화성문에서 검술에 능한 사람 몇 명을 데려다 놓고 주로 대련 형식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럼 슬슬 휴식을 끝내고 시작해 볼까.”
“……아.”
석태준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이시온이 씩 웃었다.
“왜 그런 표정이지? 창술 배우기 싫어?”
“아니요, 그건 아니고…….”
“너는 완전히 기초부터 배워야 해.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해야지.”
“아, 알고 있습니다.”
석태준이 창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자기가 가르쳐 주겠다고 나선 것이 이시온이었다.
평소에는 도끼를 사용하긴 하지만 창술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너 정도면 잘 배우는 편이야. 아예 적성이 없는 놈들은 두들겨 패면서 배우게끔 해야 한다니까.”
“하하…….”
성좌인 ‘두 자루 도끼의 살인귀’의 영향을 받고 있는 전투 시와 비교하면 온건한 편이지만…… 평상시에도 이시온은 스파르타식이었다.
* * *
“후우…….”
“지쳤느냐?”
바닥에 주저앉아서 한숨을 내쉬자, 제갈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하긴, 지칠 만도 하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제갈금 밑에서 무술을 배웠다.
[발경]을 배웠을 때처럼 스킬을 배운 게 아니라 그냥 무술 자체를 배운 것이다.“자네는 훌륭한 제자야.”
“그렇습니까?”
“지금까지 이 화성문에서 여러 놈들을 가르쳤지만…… 자네처럼 빠르게 배우는 놈은 찾아보기 어려웠어.”
“저 말고는 누가 빠르게 배웠습니까?”
“한세원이 제일이었지.”
“…….”
자기를 배신했던 이인자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제갈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신체 조건 같은 건 자네가 훨씬 뛰어나지. 제대로 수련하면 정말로 뛰어난 무술 실력을 발휘하게 될 거야.”
“그렇군요.”
“마음만 같아서는, 자네를 몇 년 동안 붙잡아 놓고 내 모든 걸 전수해 주고 싶다만…….”
“그건 좀…….”
“그래, 자네는 갈 길이 바쁘지.”
제갈금이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가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내 무술을 최대한 전수해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갈금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나에게서 무술을 배웠다고 하더라도…… 너무 자만하지는 않는 게 좋을 거야.”
“무슨 뜻이죠?”
“수도권에는 자네도 함부로 대적할 수 없는 계약자들이 많기 때문이지.”
“……팔부중들 말입니까?”
“팔부중들뿐만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제갈금은 턱을 쓰다듬었다.
“음…… 수도권에서는 계약자도 등급을 매겨 평가하는 걸 알고 있나?”
“등급이요?”
“그래, 원래 해외에서 사용되는 평가 기준이고 한국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지만, 수도권에서만큼은 널리 사용되고 있지.”
그건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 평가 기준으로 나는 S급, 이시온과 한세원은 A급이었지.”
“그랬군요.”
“자네 동료들을 평가하자면…… 이죽헌한테는 A급을 주기에는 살짝 부족하기 때문에 B급을 줄 수 있겠고, 석태준은 C급이지만 키메라를 포함하면 B급, 주민하는 가까스로 A급이라고 할 수 있겠지.”
“저는 어떻습니까?”
“자네는 S급이지.”
“어르신하고 같군요.”
“자네가 나를 쓰러뜨리긴 했지만, 자네가 나보다 명백히 위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그건 인정합니다. 어차피 그때는 이죽헌하고 둘이서 싸웠었고요.”
강유진 스스로도 자기가 제갈금보다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경험이나 기술면에서는 제갈금이 명백히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말이다.”
“뭐죠?”
“S급이 끝이 아니라는 거지.”
“…….”
“솔직히 말해서…… 수도권 계약자들 중에서 순위를 매기자면 나는 열 손가락 안에도 못 들어가.”
“……팔부중 아니었습니까? 8위 안에는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못 들었나? 팔부중은 전투력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제갈금 같은 S급 계약자 위에는 어떤 자들이 있는 걸까.
그 의문에, 제갈금이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S급 위에는 SS급이 있지.”
“SS급…….”
“대부분 S급 성좌와 계약한 자들이고, 개개인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지.”
“누가 SS급입니까?”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제갈금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상운이라는 계약자가 있지.”
“천상운?”
“팔부중의 일원으로…… 수도권 최강이라고 불리는 남자야.”
수도권 최강.
그렇게 불리는 초고수가 있단 말인가.
“어르신보다 훨씬 강합니까?”
“하하, 비교할 게 못 되지. 나는 천상운한테 상대도 안 돼.”
“무공의 힘으로 어떻게 안 됩니까?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SS급 계약자들은 다들 무공처럼 자기 힘을 끌어올리는 스킬을 갖고 있지. 그런 건 거의 필수 요소니까.”
“…….”
“아마 천상운이라면…… 이 화성문에 쳐들어와서 혼자 힘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계약자들을 몰살시킬 수 있을 거야.”
“저희들과 어르신도 포함해서 말입니까?”
“그렇겠지.”
제갈금이 이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계약자라는 건가.
“한번 보고 싶네요.”
“천상운을?”
“정확히 말하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실력 있는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강유진은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는 게 어떤가.”
“네?”
“한번 싸워 보고 싶다고 말이야.”
“…….”
“허허. 자네는 투쟁심이 강한 편인 것 같군.”
제갈금이 웃으면서 강유진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지금의 자네 힘으로는 한참 부족해.”
“SS급은 그 정도로 특별합니까?”
“그렇지.”
“어떻게 하면 SS급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까?”
“……SS급이 되고 싶은가?”
“이왕이면 되는 게 좋죠.”
“흠…….”
수염을 만지면서, 제갈금이 고개를 끄덕였다.
“SS급으로 인정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인간을 초월하지 않으면 안 돼.”
“인간을…… 초월해야 한다고요?”
“강유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라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야.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세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뿐이지.”
“그건…… 그렇습니다.”
각성 스킬인 [일체 분쇄]는 살짝 애매하긴 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주먹으로 때리거나 해서 육탄전을 할 뿐이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파워나 스피드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어르신, 마법 공격 타입의 계약자들은 이미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주를 넘어선 거 아닙니까? 마법 쪽은 예외로 치는 건가요?”
“그게 맞아. 다만…… SS급의 계약자는 물리 공격 타입이라고 해도 마치 마법 같은 힘을 쓸 수 있지.”
“마법 같은 힘? 무공의 힘으로 장풍이라도 쏘는 겁니까?”
“허허. 대충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지.”
제갈금이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SS급이 되는 방법은 나도 가르쳐 줄 수 없네. 내가 할 수 있는 건…… S급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SS급에 육박할 수 있게 단련시켜 주는 것뿐이지.”
“…….”
“일단 그 경지를 목표로 삼는 게 좋아.”
그렇게 말한 뒤, 제갈금이 콜록콜록하고 기침 소리를 냈다.
“……나는 이만 들어가 봐야겠군.”
“괜찮으십니까?”
“너무 오래 바깥에 있었던 모양이야. 이제 좀 쉬어야지.”
제갈금의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건 강유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갈금은 병약한 노인 취급받는 걸 싫어하는 듯했다. 그래서 강유진은 그 부분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편히 쉬십시오.”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조금 더 연습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아까 저쪽에 시온이가 주먹밥을 두고 갔어. 그거라도 먹고 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가 보겠네.”
제갈금은 기침 소리를 내면서 자리를 떴다.
혼자 남은 강유진은 일단 제갈금이 말한 주먹밥을 먹어치운 뒤, 가볍게 몸을 풀고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제갈금이 가르쳐 준 동작을 반복하면서, 몸에 익숙해지게 만들려 했다.
* * *
“…….”
어느새 주위가 어두워져 있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중간에 석태준이 한 번 얼굴을 내밀었지만,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냥 가 버렸다.
딱 하나 켜져 있는 가로등에 의지한 채, 강유진은 홀로 계속 수련했다.
“후우…….”
그리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려 잠시 움직임을 멈췄을 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
이제 잘 시간이라고 석태준이 부르러 온 것일까.
아니면 화성문에 소속된 계약자들의 야간 순찰일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인기척이 느껴진 방향으로 몸을 돌렸을 때였다.
“조용히 해 줬으면 좋겠군. 딱히 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까.”
인기척이 느껴진 쪽하고는 반대 방향.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며, 목에서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짓이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이다. 화성문의 계약자들 몰래.”
“……네가 누군지 알아야 대화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네가 대화를 나눌 상대는 내가 아니다.”
“뭐라고?”
배후의 습격자하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때, 앞쪽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수려한 외모를 지닌 미청년이었다.
“소문광, 이제 그만 칼을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 이 상황에서 비명을 질러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남자 같지는 않아.”
“알겠습니다.”
청년이 지시를 내리자, 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이 사라졌다.
힐끔 뒤돌아보니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단검을 품에 집어넣고 있었다.
“미안하게 됐어. 현시점에서 내가 화성문을 방문하는 건 여러모로 여파가 클 것 같아서 말이야. 조용히 용건만 해결하고 싶었거든.”
“당신은 누구지?”
여유로운 태도의 청년을 보면서 강유진은 경계심을 가졌다.
“나는 천상운이라는 사람이야.”
“천상운, 이라고?”
그건 방금 제갈금이 언급한 팔부중의 이름이다.
수도권 최강의 계약자라고 하는 그 남자가 왜 여기에 나타났단 말인가.
“너하고 은밀하게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시간 좀 내주겠나?”
그렇게 말하며, 천상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