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81
81화. 음모의 밤 (2)
“이 미친놈들……!”
이죽헌이 욕설을 내뱉으며 칼을 휘둘렀다.
석태준을 습격한 건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였다. 아마 천상운의 심복이라는 S급 계약자 소문광일 것이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시끄럽군.”
소문광은 손에 든 단검 하나로 이죽헌의 공격을 가볍게 흘려보냈다.
그것만으로도 소문광이 대단한 실력을 지닌 계약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문광, 빨리 끝내기 어려운가 보지?”
“죄송합니다. 예상외로 기술이 뛰어납니다.”
“어쩔 수 없지. 어쩌니 저쩌니 해도 강유진의 동료이니까.”
“빨리 끝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천상운에게 그렇게 대답한 뒤 소문광이 공격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면서 파고드는 소문광의 공격에, 이죽헌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주위의 다른 계약자들이 달려오는 기색이 없다.
설마 이놈들이 이미 다 처리해 버린 상태인 걸까.
‘석태준을 치료해야 하는데!’
석태준은 이미 상당히 피를 흘리고 있는 상태다.
빨리 이놈들을 격퇴하고 치료해 줘야 하는데, 소문광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크으으으윽!”
이죽헌은 이를 악물고 소문광에게 달려들었다.
소문광의 움직임을 최대한 예측해서 공격을 시도했다.
“생각보다 빠르군.”
소문광이 살짝 놀란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나한테 닿지 않는다.”
소문광의 전광석화 같은 발차기가 이죽헌의 오른손을 정확히 가격했다.
격심한 통증에 이죽헌은 칼을 떨어뜨렸고, 소문광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날카로운 단검이 이죽헌의 목을 노렸다.
“멈춰.”
그때 목소리가 들렸고, 소문광이 움직임을 멈췄다.
“어째서입니까, 천상운 님.”
소문광을 제지한 건 다름 아닌 천상운이었다.
“저 남자한테 동료의 숨통을 끊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야. ……갑자기 각성 같은 걸 할 수도 있잖아?”
“만화를 너무 많이 보셨습니다.”
이죽헌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창고에서 나와…… 강유진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강유진, 달기를 감시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 달기를 내버려 두고 이렇게 나오면 위험할 텐데?”
“…….”
느긋한 목소리로 말하는 천상운을 힐끔 쳐다본 뒤, 강유진은 땅에 쓰러진 석태준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죽헌, 치료 부탁할게.”
“아, 알겠어!”
명령하지 말라고 화낼 상황도 아니었다.
이죽헌은 다급히 석태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지난번에 사도에게 구입한 회복약을 꺼냈다.
‘아직 숨이 붙어 있어! 체력 스테이터스가 높기 때문인가?!’
아직 늦지 않았기를 빌면서 이죽헌은 치료를 시작했다.
‘부탁한다, 강유진……!’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강유진에게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없었다.
* * *
“…….”
강유진은 키메라를 안고 서 있는 천상운을 노려봤다.
지난번에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잘생긴 얼굴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천상운, 이미 얘기는 들었어.”
“흠, 무슨 얘기일까?”
“당신이 달기를 봉인에서 풀어 주고, 하민아를 죽인 뒤 그 자리를 차지하라고 지시한 장본인이라는 걸 말이야.”
“어라.”
천상운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악녀 말을 믿는 거야?”
“믿기 어려운 얘기지.”
그렇게 대꾸하면서 강유진은 고개를 돌렸다.
쓰러진 석태준과 그를 치료하고 있는 이죽헌을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 광경을 보지 않았다면 말이야.”
“이것 참…….”
천상운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 동료들을 습격했다는 건,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생각이 없다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딱히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어.”
“그래?”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당신 음모는 만천하에 드러났어.”
뻔뻔한 태도를 취하는 천상운을 보면서, 강유진은 말했다.
“만약 여기서 우리를 전부 죽여서 증거를 없앤다고 해도…… 지금 수많은 성좌들이 이곳을 주목하고 있을 거야. 당신 본성은 널리 알려지게 되겠지.”
“…….”
“이제 당신은 더 이상 민중의 지지를 받는 고결한 기사가 아니야.”
사실 강유진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천상운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과 계약하고 있는 성좌도, 당신의 이런 모습을 알면 실망감을 느끼겠지.”
“나하고 계약하고 있는 성좌?”
“그래.”
S급 성좌 ‘빛나는 수호자’와 계약하고 있다고 했던가.
“하하, 웃기는군.”
“왜 웃는 거지?”
“이봐, 강유진.”
그건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내 성좌의 총애를 받고 있어. 인연도도 A랭크거든. 내가 아무리 은밀히 일을 진행한다고 해도 성좌의 눈을 피해 모든 걸 숨기는 건 불가능해.”
“뭐라고?”
“그래.”
천상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내 성좌도 한패인 거지.”
“……!”
“내가 이렇게 행동을 개시했으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천상운이 미소 지었다.
“내 성좌도 행동을 개시했을 거야.”
* * *
“움직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무명의 성좌.”
“…….”
의자에 앉아 관측기를 들여다보고 있던 내 목덜미에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소리 없이 나타난 한 명의 기사가 내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여기는 어떻게 알아냈지? 이곳의 좌표를 알고 있는 사람은 성좌와 사도를 포함해서 얼마 안 되는데.”
“다 방법이 있습니다.”
금색 머리카락을 지닌, 키가 큰 여자였다.
“인사가 늦었군요. 저는 A급 성좌 ‘하얀 깃털의 기사’, 진명은 브라다만테라고 합니다. 사를마뉴 12기사의 일원이며, ‘빛나는 수호자’ 헥토르 각하의 후손입니다. 수도권에서는 소문광이라는 계약자와 계약하고 있습니다.”
브라다만테.
그녀는 사를마뉴 12기사를 소재로 삼은 서사시 『광란의 오를란도』의 주역급 인물로, 12기사 중 유일한 여자 기사다.
매우 용맹한 기사로 알려져 있으며, 이교도의 기사와 사랑에 빠진 뒤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인물이다.
또한 그녀는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후손이라 알려져 있다.
“원래는 좀 더 온건한 방법으로 접촉할 생각이었지만, 급박한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강유진에게 항복하라고 지시를 내려 주셨으면 합니다.”
“현장에 있는 계약자에게 직접적으로 그런 명령을 내리라고? 그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거 아닌가?”
“상관없습니다. 아, 사도에게도 명령을 내려서 현장 중계도 중단시켜 주시죠.”
“…….”
“이건 협박입니다, 무명의 성좌.”
브라다만테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여기서 거부한다면 저는 당신을 처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S급 성좌라고 해도, 제 능력이면 충분히 당신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나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닌가?”
“시험해 보겠습니까?”
목에 닿은 칼날의 감촉이 더 뚜렷해졌다.
“무명의 성좌, 저희는 딱히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대의(大義)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의?”
“네, 이건 의로운 일입니다.”
브라다만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은…… 천상운과 계약한 ‘빛나는 수호자’와 한패인 건가?”
“네, 저는 헥토르 각하의 명을 받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
헥토르는 거물 중의 거물이다.
트로이 전쟁에서 국가와 명예 등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인 헥토르는 훗날 유럽에서 기사도의 모범으로 평가받으며 큰 존경을 받았다.
‘인류 최초의 기사’라고 불리기도 한 그는 성좌로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명성을 떨치고 있다.
“내가 알기로 헥토르는 매우 정의로운 존재였던 것 같은데 말이야. 천상운과 마찬가지로.”
“네, 헥토르 각하는 정의로운 분입니다.”
“정의로운 분이 이런 짓을 벌이나?”
지상에서 천상운이 하고 있는 짓도, 이곳에서 브라다만테가 하고 있는 짓도, 정의로운 것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어리석은 발언이군요, 무명의 성좌.”
“어리석다고?”
“진정한 정의를 위해서라면, 때로는 손을 더럽힐 필요도 있는 겁니다.”
브라다만테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뚜렷한 신념으로 가득 찬 기사…… 골치 아픈 타입이야.’
생각해 보니 계약자인 소문광하고 비슷한 측면이 있었다.
역시 성좌와 계약자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끼리 이어질 확률이 높은 걸까.
“한 가지 질문 좀 해도 될까?”
“네, 간단히 답변해 드릴 수 있는 거라면 지금 여기서 답변드리죠.”
“이번에 발생할 시나리오…….”
나는 관측기 화면에 시선을 향했다.
천상운이 석태준에게서 빼앗은…… 키메라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네 마리 짐승과 관계있는 건가?”
내 질문을 듣고, 브라다만테가 숨을 삼켰다.
“정말로 놀랍군요, 무명의 성좌…….”
브라다만테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역시 보통 분이 아니시군요. 생전에 학자였습니까?”
“딱히 그랬던 건 아니야.”
그런 쪽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지만…… 결국 하류 계약자로 살다 죽었으니까.
“대체 어떻게 눈치채신 겁니까?”
“……키메라가 왜 시나리오에 필요한지 그동안 계속 고민했었으니까. 방금 천상운의 태도를 보고 확신을 가졌지.”
물론 이것만은 아니다.
내가 이 가능성을 고려한 건…… 예전에 천상운 밑에 있었을 때, 이 부분에 대해 천상운과 얘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건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헥토르와 천상운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생각인 건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며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 * *
“천상운 님, 길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소문광이 앞으로 나왔다.
손에는 방금까지 없었던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
“강유진은 제가 제압하겠습니다. 천상운 님은 그 짐승을 데리고 이탈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 일단 지켜보도록 하지.”
“……천상운 님, 곧 이현제가 돌아올 겁니다.”
느긋한 천상운의 대답을 듣고 소문광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여기서 이현제와 싸울 생각은 아니시겠죠.”
“음, 어떻게 할까. 진상을 깨달은 그 녀석 얼굴이 보고 싶기도 한데.”
“……제가 무슨 말씀을 드려도 소용없겠군요.”
제멋대로인 상관의 태도에 한숨을 내쉰 뒤, 소문광은 강유진에게 시선을 향했다.
“너하고 싸우는 건 두 번째군, 강유진.”
“비켜.”
“그럴 수는 없지.”
차갑게 내뱉으며, 소문광이 창을 치켜들었다.
“다음에는 창을 써 달라고 말했었지. 그렇게 해 주마.”
“…….”
그 모습을 보면서, 강유진도 창을 치켜들었다.
얄궂게도 강유진의 창은 지난번에 소문광을 쓰러뜨리고 받은 선물을 개조한 것이었다.
“천상운 님이 하사한 뒤랑달 레플리카를 그렇게 조잡한 모습으로 개조하다니…… 용서 못 한다.”
“그러면 뺏어서 다시 원상 복구시키든가.”
“그렇게 해 주지!”
소문광이 땅을 박차고 움직였다.
[순동]이라는 스킬을 지닌 소문광의 움직임은 여전히 빨랐다.카앙!
소문광의 창과 강유진의 창이 맞부딪혔고, 강유진의 창이 튕겨져 나갔다.
소문광이 순간적으로 의기양양해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눈을 크게 떴다.
강유진은 이미 창에서 손을 놓고 소문광의 왼쪽 측면으로 파고들고 있는 상태였다.
“……!”
지난번하고는 다르다.
강유진도 지금은 [회보]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이현제에게도 먹혔던 그 스킬이, 소문광에게 통하지 않을 리 없다.
‘창이 주무기라는 놈하고 창술로 싸울 필요가 없지.’
창으로 맞서 싸울 것처럼 분위기를 잡은 건 어디까지나 페이크다.
‘이번에는 내 완승이다, 소문광.’
콰앙!
발경으로 파괴력을 극대화한 주먹이 소문광의 몸통에 꽂혔다.
* * *
“좋아, 알겠어.”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희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하지. 정말로 너희들이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거라면 협력해 줄 생각도 있어. 물론 자세한 얘기를 듣고 결정해야 하겠지만 말이야.”
“정말이십니까? 협력해 주신다면 자세한 얘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브라다만테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생각보다 해맑은 목소리여서 조금 의외였다.
어쨌든 브라다만테는 매우 기뻐했고, 내 목덜미를 누르고 있던 칼날의 압박감도 사라졌다.
“그런데 말이야, 브라다만테.”
“네?”
“미안하지만, 거짓말이야.”
그 순간.
브라다만테의 배후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솟구쳤다.
“앗……?!”
당황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브라다만테를 향해, 시커먼 얼굴의 사내가 달려든다.
“하마터면 늦을 뻔했군!”
B급 성좌 ‘두 자루 도끼를 든 살인귀’.
흑선풍 이규가 흉악하게 웃으면서 브라다만테에게 도끼를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