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orry I went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01
사자의 심장 (2)
클레이오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그건 말이 안 됐다.
저건 이제 막 창공으로의 걸음마를 뗀 인류가 일으킬 수 있는 재난이 아니었다.
수도를 태우는 화마는 므네모시네의 문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이번에 열린 던전은 ‘영원한 겨울의 도시’가 아니라 8교의 순서 그대로 ‘전광의 밤’이었던 것이다.
다만 8교에서는 문의 폭발도 마수 준동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하늘에서 불을 뿜어내는 쇠의 새라는 것이 전투기의 실루엣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 세계의 기괴한 혼돈이 이번에도 뒤통수를 때렸다.
그뿐인가?
‘또 적이 강해졌어. 제길!’
그러는 동안에도 마수 몇 기가 강하하여 폭발하는 에테르 뭉치를 투하했다.
피이이이이잇― 쿠쿠쿵!
화르륵!
‘약속’의 「이해」가 경고하고 있듯, 이 파괴의 불은 마수가 토해낸 것이었다.
클레이오는 ‘약속’의 「지각」을 최대치로 개방했다.
도시의 상공을 선회하는 수십 개의 검은 그림자는 마치 금속의 날개를 지닌 프로펠러 폭격기처럼 보였다.
[하늘의 귀족—분류: 마수
—레벨: 5]
마치 2차 대전을 다룬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착각을 주는 형상이었으나, 그것들의 정체는 의심할 바 없이 마수였다.
「지각」을 통해 감지하므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저건 금속도, 실재하는 물질도 아냐. 뼈와 깃털도 없어. 에테르가 뭉쳐 있는 연기 덩어리일 뿐.’
.
.
.
클레이오 일행이 탄 기차를 마지막으로, 수도방위대에 의해 기차역은 폐쇄되었다.
상황은 심각했지만 아직까지는 복구 못 할 피해로 번지지 않았다.
마수 출몰의 진원지는 므네모시네의 문.
마수들은 아직 수도 전역으로 퍼지지 않고, 스콜라 지구와 소버린 지구의 상공을 맴도는 중이었다.
궁성과 학교로 공격이 집중된 동안 스콜라 지구의 주요 진입로에 수도방위대 기사단원과 마법단원이 자리 잡고 상황을 통제했다.
중급 기사들은 민간인을 교외로 대피시키고 서클 범위가 넓은 마법사들이 연이어 [방어] 마법을 펼쳤다.
그들 가운데 있는 상급 기사 하나가 [진격의 원]을 날리며 마수에게 역공을 가했다.
슈우우우우우웃!
쿠콰쾅!
피잉!
제법 매서운 공격에 지상 가까이로 강하하던 ‘하늘의 귀족’ 몇 기가 비틀거리거나 추락했다.
잘 훈련된 기사단원들은 상급 기사를 구심으로 삼아, 그가 추락시킨 마수를 협공으로 해치우며 점점 학교를 향해 원을 좁혀나갔다.
내뱉는 불덩이가 위협적인 데다 비행형이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울 뿐, 본체에 공격을 가할 수만 있다면 처치가 불가능한 마수는 아니었다.
학교에는 메이지 마스터인 제베디와 소드마스터인 로사가 있으니 수도방위대의 평단원 모두를 합친 것보다 든든한 전력이었다.
수도방위대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민간인을 우선적으로 대피시키고 그 뒤에 메이지 마스터와 소드마스터에게 조력한다는, 합리적인 계획으로 보였다.
치이익.
치익.
또한 수도방위대 마법단원은 기사들의 후열에 붙어 각자의 방법으로 잔불 진화에 나섰다.
마법사의 레벨에 따라 다르게 펼쳐진 크고 작은 서클 안엔 수증기가 자욱했다.
물론 물을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건 없었다. 기후 마법도 지금은 금지되어 있다.
대신 [차폐] 후 [냉기] 마법을 끼얹으면 수증기가 일며 불이 꺼졌다. 그게 그나마 통하는 방법 같았다
.
하지만 수도방위대 기사단에 재단 중인 6레벨 기사의 수는 스무 명이 채 못 됐고, 상급 마법사의 수는 그보다 더 적었다.
수도의 요지에 흩어져 있는 그들만으론 사태가 순순히 진정될 것 같지 않았다.
클레이오는 순식간에 견적을 냈다.
‘제압이든 진화든 저래선 속도가 너무 느려.’
주기적으로 강하한 마수들이 거듭 에테르 폭탄을 떨어뜨려, 꺼져가는 불을 다시 일으켰다.
동서 양안 모두 불과 연기로 혼란스러웠다.
마법사들의 분투는 화재의 확산을 아슬아슬하게 막는 정도에 그쳤다.
현장 책임자들은 당면한 상황의 처리에 바빠서 기사예비생들에게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
아서나 클레이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외곽으로 피신하라.’고만 말했다.
물론 그럴 순 없었다.
출입을 통제하는 기사를 피해 뒷길로 들어간 일행은 급히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클레이오가 단호히 말했다.
“학교로 가야 해. 고작 수십 마리가 다일 리 없어. 문이 심적색이라면 하늘이 뒤덮이도록 새까맣게 마수가 몰려나올 거야!”
아이들은 므네모시네의 문에 관한 한 클레이오가 틀린 적 없다는 걸 알았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일지라도.
“알겠어!”
“여기서 도망칠 순 없지.”
마음이 다급해, 이어지는 클레이오의 말은 무척 빨랐다.
“이번에 열린 기억된 세계는 ‘전광의 밤’이야. 비행형 마수가 꺼지지 않는 에테르의 불을 쏘아내니까, 당장 불을 끄는 것보단 마수를 잡는 게 우선이야. 안 그러면 태울 게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불을 내뿜어.”
“저 새끼들을 잡아 족치려면 우리도 하늘로 가야 할 것 같은데. 비행을 할게.”
“화재 때문에 근방의 기류가 엉망인데 괜찮겠어?”
“기체에 [강화] 전도가 가능해. 잠시간이라면 마수의 공격도 버틸 수 있고, 엔진에 박은 마석 다이아몬드로 증폭시키면 에테르 사용량도 줄어들어.”
“하지만 공격할 방법이 없잖아. 수류탄 던지는 걸론 명중이 쉽지 않다면서.”
리피가 번쩍 손을 들었다.
“내가 첼 뒷자리에 탈게. 소총이랑 은탄환도 갖춰놨다며. 이 몸은 백발백중이라고.”
첼은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수락했다.
“그랬지, 왕의 숲의 명사수. 탄환은 서른 발이야.”
“일단 다 쏴보면 몇 마리나 죽을지 알 수 있겠네.”
클레이오는 수심에 찬 얼굴로 당부했다.
“몸조심해. 탄환을 다 소모한 뒤엔 가능하다면 학교 부근으로 내려와서 합류해 줘. 절대 무리하진 말고.”
“알겠어.”
첼과 리피가 룬데인 동역의 화물 역사를 향해 사라졌다. 거기에 첼의 비행기가 묶여 있었다.
화물 역사 뒤편의 빈터에서 충분히 이륙 가능할 터였다.
레티샤, 이시엘, 아서는 클레이오의 의견대로 골목길에서 지붕을 향해 뛰어올랐다. 클레이오 역시 [도약]과 [가속]을 활용해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서와 이시엘이 앞장서고 레티샤와 클레이오가 그 뒤를 따랐다.
쉴 새 없이 마법식을 펼치는 클레이오의 마음은 복잡했다.
도시가 파괴되고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이번 던전엔 반드시 아서를 들여보내야 하는데.’
‘전광의 밤’이 남기는 던전 보상품은 방어구 ‘박편의 이창’이었다.
눈으로 보고 기척으로 감지하여 공격을 먹여도 ‘박편의 이창’이 작동하면 상대의 눈이 흐려지고 감각이 교란됐다.
분명 몸통 한복판을 베었다고 생각하는데 칼끝에는 은빛 금속 파편만이 촤르르 부딪히도록 만들었다.
마치 알루미늄 조각을 흩뿌려 레이더망을 교란하는 기구처럼.
‘그건 아슬란과의 최종 대결에서 아서를 구해줄 거야. 반드시 얻어야만 해.’
피유유유유유유!
쿠쿵!
이 와중에도 하늘에서는 지상으로 불덩이가 쏟아졌다.
포격은 간헐적이나, 하나하나가 위협적이었다.
스스스슷!
콰콰쾅!
아서는 앞장서 나가며 [진격의 원]으로 하강한 마수 한 마리를 격추시켰다.
그러나 마수가 사라졌어도 그 불은 남아, 박공지붕으로 넓게 펼쳐졌다.
화르르륵!
최대한도로 [강화]한 기사예비생들이 지옥의 업화 같은 불을 넘어서 마수들이 뛰쳐나온 진원지로 향했다.
클레이오는 서클을 최대 범위로 펼쳐 끝에서 끝까지 [도약]해 불을 피했다.
지금은 불을 끄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 더 많은 마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므네모시네의 문부터 점검해야 했다.
간난신고 끝에 학교의 시계탑이 보이는 교문까지 당도한 클레이오는 그 어느 곳보다 참혹한 피해를 입은 학교 주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마수가 뿜어내는 마법의 불.
물로도 모래로도 꺼트릴 수 없는 새파란 열이, 마차와 전차가 멈춰 선 텅 빈 도로와 인적이 끊겨 괴괴해진 학교 앞 도로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약속’의 「이격」이 작동되며 클레이오의 비탄을 억눌렀다.
평정을 되찾자 알 수 있었다.
‘아직 최악의 상황은 아냐. 내부, 외부 두 개의 결계가 모두 작동 중이고.’
학교의 정문으로부터 외부를 감싼 외부 결계도, 므네모시네의 문을 감싼 내부 결계도 에테르 반응은 모두 정상이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부드러운 금빛 광채로 감싸인 두 결계에서 에테르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었다.
「지각」을 한계까지 펼친 클레이오는 곧바로 일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제베디 교수가 학교 결계를 역방향으로 작동시켜서 마수를 막고 있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와 하늘을 검게 뒤덮을 마수들을 학장이 틀어막고 있는 거였다.
쿠쿵.
쿠쿠쿵.
구구궁.
확장된 지각에 잡히는 소리가 불길했다. 내부 결계는 이미 무시무시한 공격으로 뒤흔들리는 중이었다.
마법사는 자신의 서클 안에서만 완전한 마법을 펼칠 수 있다.
그 모든 사실을 종합할 때,
제베디는 여전히 내부 결계 안에서 마법식을 펼치고 있었다.
“학장님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몰라. 돌입하자.”
아서가 진지한 태도로 되물었다.
“우리가 돌입하면 이 일을 해결할 방법이 있어?”
“있어.”
클레이오는 품에서 마광석 지갑을 꺼냈다.
그 안엔 마수 옥타보에게서 얻은 운무의 아게이트가 들어있었다.
“학장님의 내부 결계가 풀리는 순간, 이 운무의 아게이트를 매개로 기후 마법을 쓸 거야. 저 마수들은 냉기와 물이 약점이니까. 하지만 바깥의 마수를 잡는 건 미봉책일 뿐, 근본적으론 기억된 세계를 파훼해서 반복을 막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전력으로 달린 뒤라 여전히 숨이 달리는 클레이오의 말을 이시엘이 침착하게 받았다.
“기억된 세계가 반복될 때마다 문에서 같은 마수가 또다시 쏟아지게 되겠군.”
“그럼 얼른 들어가서 시계를 깨야지.”
아서의 말에 이시엘과 레티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검과 건틀렛을 다 갖춘 상태였다.
“수도방위대의 단장과 부단장은 위기상황에서 궁성을 먼저 수호해야 하니, 서안을 정리하고 학교까지 넘어오면 너무 늦을 거야. 우리가 가장 가까이에 있으니 우리가 들어가면 돼.”
“알겠어.”
“이렇게 마수가 다 빠져나왔으니까, 들어가면 의외로 마스터 클락까지 진입은 쉬울지도 몰라. 기억해 둬. ‘전광의 밤’의 마스터 클락은 강가에 있는 시계탑이야.”
아서와 이시엘의 눈동자 안에서 빛나는 것은 정의에 대한 의지, 수도를 구하겠다는 의기였다.
클레이오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는 오로지 정의로운 이유로 던전에 돌입하려는 게 아니었다.
아서는 여기에서 마도구 ‘박편의 이창’을 얻어야만 했다.
고개를 돌린 채로 클레이오는 어렵게 입을 땠다.
“그리고 이 기억된 공간의 보상 품목은 전에 없던 방어 마도구야. 나는 우리가 그걸 꼭 얻었으면 해.”
“오오, 오랜만에 예측 성흔을 배알하네! 하긴, 그런 최강 방어 마도구라면 레이 네게 꼭 필요하긴 하겠다.”
“아니, 꼭 내가 쓰려는 건 아니고… 레티샤, 너 진짜!”
“레티샤의 말이 그르지 않은데 왜 그러나.”
레티샤도 이시엘도 지나치게 긴장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하는 소리인 걸 알았다.
하지만 마음이 무거운 클레이오는 여유 있게 반응하질 못하고 딱딱하게 굴게 되었다.
“아서에게 필요한 거야.”
“아서는 어지간해선 죽여도 안 죽을 텐데.”
“그러게. 방어 마도구라니. 걸리적거리기만 할 것 같지만, 뭐 우리 마법사님이 꼭 필요하다시니!”
아서와 레티샤가 각자 양옆에서 클레이오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잔뜩 굳어졌던 근육에서 스르르 힘이 빠졌다.
길은 하나가 아니고 클레이오의 방비책도 기후 마법뿐만이 아니었다.
아서 외의 아이들은 아직까지 알지 못하니 언급할 수 없었지만, 기후 마법이 실패한다면 그 상태에서 편집자 권한을 발동해야겠단 결심이 섰다.
“그렇게 됐으니까, 아무튼 가자.”
“가자!”
파아아아앗!
스스스슷!
메이지 마스터의 힘으로 역발진된 외부 결계의 방어력은 막강했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좀처럼 끊어내기 어려운 견고한 에테르의 철쇄였다.
“이시엘, 칼끝 좀 더 밀어 넣어 봐!”
“하나, 둘!”
“벌린다!”
“여기 방어마법 범위 안에 붙어 줘!”
세 사람은 [강화]와 [방어] 마법으로 서로를 도와 결계의 틈을 벌리고, 어렵사리 학교 정문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