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in Character’s Little Sister RAW novel - Chapter (30)
상사에게 팩트로 후려 맞았다고 정신이 아찔해진 이보배에겐 참 부러운 뚝심이었다.
“제가 한 잔 따라 드릴게요.”
“그럴 필요 없다니까.”
“사주시는 거니까 한 잔만.”
이보배는 박마노의 잔을 넘치기 직전까지 꽉 채워 따랐다. 박마노는 흘러넘칠 것처럼 위태로운 술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입가로 가져갔다.
“선배님은 어떻게 그런 확신이 있으세요?”
“음?”
“확고한 철학과 이상이 있으시고 힘도 겸비하셨잖아요. 정의로우시기도 하고요.”
“내가 좀 잘났지. 더 칭찬해 줘.”
“정말 대단하세요. 지금 관리국 이미지도 다 선배님이 세우신 거잖아요. 우리나라가 각성자 범죄율 최하위인 것도 전부 선배님 덕분이고 고위 헌터들이 선배님 때문에 관리국에 취직하기도 하고요. 진짜 우리나라에 없어선 안 될 위인이시죠. 저랑 몇 살 차이도 나지 않으시는데 정말 굉장해요.”
박마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더니 올라간 입꼬리를 술잔으로 가렸다.
“좋아, 거기까지. 아부는 그만하고 본론.”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물넷에 진로 고민이라……. 균열 터지기 전이면 대학 졸업할 때긴 하네.”
“전 정말 모르겠어요. 오늘 부길마님 얘기를 듣고 나니 머리가 텅 비어버려서…….”
“게임 뇌 얘기는 무시해도 된다니까. 걔가 엄청 진지하게 세상 사는 것 같지? 알고 보면 만렙 찍는 거랑 스킬 트리 짜는 데 눈이 시뻘게진 거야. 삶을 게임처럼 보면서 남의 육성에 훈수 두는 거지. 아, 거기 그거 찍으면 안 되는데. 경험치 여기보다 저기가 더 주는데.”
박마노는 가볍게 말했지만 이보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현우는 정말 진지했다. 설혹 게임 뇌면 어떠랴. 그 정도로 진지하면 게임이 그의 인생이고 인생이 곧 게임인 것을.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걸 모르겠어요.”
“꿈은 없어?”
“얼마 전에 다 이뤘거든요.”
반쯤 생존을 포기했던 이귀한이 돌아오고 이한생이 깨어났다. 이보배는 더는 바랄 게 없었다. 이대로 오빠들을 잃는 일 없이 살아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오빠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라……. 음……. 뭐 그럴 수 있지. 세상이 하도 위험하니까 옛날처럼 평범한 일상이 어렵긴 해.”
게 먹은 흔적은 못 감춘다더니, 식탁 위에 게 껍데기가 즐비했다. 직원이 들어와 게딱지를 치우고 내장 볶음밥을 가져왔다. 박마노는 술을 추가했다.
“길드 나오는 건? 그런 얘기까지 들었는데 화 안 나?”
“나가는 게 무서워요.”
“한현우가 나가도 잘될 거라고 했다며. 걔한테 인정받은 거면 나가도 어렵지 않을 거야. 공방 차리면 박마노 단골 가게라고 홍보해도 돼.”
“부길마한텐 무섭지 않다고 했지만 무서운 거 맞아요. 차라리 잘린 거면 절박한 마음에 잊고 뭐라도 해볼 것 같은데 남아도 된다고 하니까 그냥 남고 싶어요.”
“……향상심이나 욕심, 야망보단 자존심과 자존감 회복이 우선이구먼. 그럼 수제 포션 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역시 선배님은 자기 계발에 중점을 두시는 거군요.”
“그런 게 아니라, 게임 뇌 얘기 중에 재능 있다는 부분은 나도 공감하는 편이라. 포션 제작에 재능이 있기에 시스템이 생산계로 각성시켰을 거다, 이 말이야.”
비각성자들이 각성자를 비꼴 때 늘 하는 말이 있다.
운 좋아 각성한 놈. 내가 각성했으면 너보다 나았을 거다.
거기에 대고 각성자들은 이렇게 반론한다.
우리는 재능이 있어 각성한 거다.
“뭐든 잘되면 기분이 좋잖아? 자존감 향상에 괜찮겠지. 재료랑 설비 대준다는데 츄라이 츄라이. 시간을 뺏기긴 하겠지만 집순이에 취미도 없는 것 같던데. 길드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고.”
주말에 이보배는 하는 일이 없다.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자거나, 발가락으로 종아리를 긁으면서 TV를 본다. 책은 읽지 않고 노래도 듣지 않으며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내내 이불 위에서 뒹굴거릴 수 있다. 그녀의 몸에도 식충이 세 마리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
가장의 책임감 때문에 버티고 있을 뿐 사실은 이보배도 얼마든지 게을러질 수 있었다.
“포션 개발한다는 핑계로 회사 엿 먹이는 것도 좋지. 비싼 재료 팍팍 써버려. 자기가 한 말이 있으니 한현우가 사비를 털 텐데. 통장 텅장 만들어 버리자!”
신나게 말하던 박마노가 말끝을 흐렸다.
“그건 걔가 군납을 해서 좀 어려운가…….”
“부길마가 군납을 해요?”
“독. 동아시아 양지의 연금술사 중엔 한현우가 유일하지. 어디 가서 대놓고 말하지는 마. 선글라스 끼고 검은 양복 입은 사람이 문 두드린다.”
‘독도 제작할 수 있었구나.’
독을 지닌 몬스터를 잡아도 독은 얻기 힘들다. 균열 보상으로도 잘 나오지 않아서 독은 귀했다.
독이 귀한 이유는 또 있다. 몬스터에겐 인류 무기의 꽃 총화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냉병기는 통하지만 비각성자가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독은 비각성자도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은 마석 비슷하게 국가에서 전량 매수한다.
그런 독을 제작하고 주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연금술사라면 받들어 모셔도 모자랐다. 나라에 없어선 안 되는 인재와 그런 인재를 게임 뇌라고 폄하하는 또 다른 인재. 아무리 생각해도 이보배에겐 천상계 얘기로 들렸다. 이보배 본인이 천상계 문턱을 밟았음에도 실감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현우가 자기가 한 말 후회할 정도로 팍팍 써버려. 요한이 복수를 하는 거다.”
“최요한 씨요?”
갑자기 웬 복수? 이보배가 어리둥절해하자 박마노가 이를 갈았다.
“요한이 월급 절반이 한현우 통장에 꽂혀. 국방부에 갑질하는 것도 모자라 공무원 월급을 뜯어가다니……. 애국심 밥 말아 먹은 자식…….”
이보배는 설명을 더 요구하지 않았다. 마커 찍은 상대를 반드시 명중시키는 관통 공격. 최요한이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그의 공격엔 치명타가 부족하다고.
부족한 공격력은 무기와 도구로 채우면 된다. 한현우가 제작하는 독은 최요한의 부족한 공격력을 채우기 제격이었다.
‘최요한 씨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최요한은 자신의 스킬을 갈고닦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보배였다면 공격이 반드시 명중하는 데 만족하고 안주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와 별개로 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저도 만들 수 있을까요?”
=저도 군납하고 싶습니다.
“독 제작은 스킬이라 어렵지만 해독제는 가능할걸.”
“해독제는 일반 포션보다 난이도가 높다고 들었는데…….”
회복 포션 외엔 제작해 본 적 없는 이보배에겐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박마노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B급 해독제면 한 번에 성공 못 하지. 이것저것 시도해 봐. 해독제가 싫으면 다른 상태 이상 치료제도 괜찮잖아. 다들 외상에 치중해서 상태 이상을 얕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 훅 가거든. 재료도 다양하다고 들었으니까 한현우 통장을 탈탈 털기 좋을 거야.”
상태 이상은 균열의 유형만큼이나 종류가 다양하다. 정신력 능력치나 내성, 무효, 흡수 등의 스킬로 막을 수 있었지만 종류가 다양하니 모두 방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포션 중엔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해 주는 전설의 약도 있다며? 한현우에게 들었을 때 게임 얘기하냐고 안 믿었는데 영국에서 온 연금술사도 같은 얘기 하더라. 기왕 텅장 만들 거 목표를 크게 잡아봐. 그 약 이름이 뭐더라……. 게임에서 많이 들어봤는데.”
“엘릭서!”
“그래, 그거. 한현우 말론 모든 상태 이상에 효과가 있다던데 한번 시도해 봐. 설명 들으면 완전 무안단물이던데 이한생 씨 기억상실도 고치지 않을까?”
이해기가 한 말이 있다. 이보배는 이한생을 치료하기 위해 엘릭서 제작을 목표로 포션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고. 결국 엘릭서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이해기를 노리는 세력에게 속아 살해당해 버렸다고 했다.
그게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이해기는 종종 이보배를 과잉보호하려 했다. 간헐적 과잉보호라 주접이나 진상으로 느껴지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까지 이보배는 엘릭서에 대한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애초에 미래의 이보배가 엘릭서를 연구한 이유는 이한생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한생이 깨어났다.
환생인지 빙의인지 기억상실인지 모르겠지만 이보배는 이한생을 막내 오빠로 받아들였다. 엘릭서를 연구할 필요가 없었다. 엘릭서는 이보배의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보배가 방황하고 있는 지금 그녀 앞에 엘릭서가 다시 거론되었다. 이보배의 머릿속에서 잠자고 있던 뇌세포가 움직였다.
‘큰오빠의 상태를 나타내는 건 오염도야. 오염된 상태란 뜻이잖아. 그럼 엘릭서로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정화 스킬처럼 몇 퍼센트는 깎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심장이 뛰었다. 놀라서나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아찔한 의욕과 흥분이 이보배를 고조시켰다.
술기운일지도 모른다. 그럼 어떤가. 술기운이라도 방향을 잡았으면 된 거지.
“저 할래요.”
“그치? 손해 안 본다니까.”
“엘릭서 시도할 거예요.”
“그렇지! 목표는 크게!”
박마노가 손뼉을 치고 외쳤다.
“그럼 2차 가자!”
1차가 식사에 반주를 곁들였다면 2차는 술이 메인이었다. 박마노가 워낙 유명해 오픈된 장소로는 가지 못하고 개별 공간이 있는 술집을 찾아 들어갔다.
칵테일이 있어서 둘은 단맛 위주의 칵테일을 주문했다. 짠 걸 먹었으니 단 걸 먹어야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저 2차도 술 마시는 거 처음이에요. 늘 1차로 끝내고 2차는 아이스크림 먹었는데.”
“3차도 갈까?”
“저 내일도 출근이라…….”
“관리국 박 과장 접대했다고 해. 연차 써.”
이보배는 혀를 내둘렀다. 진짜 저 자신감의 원천이 궁금했다. 인사팀에 그 변명이 통할지 않을지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저런 얘기를 꺼내도 위화감 없이 어울리고 듣는 사람이 납득한다는 게 중요했다.
“진짜 선배님은 대단하세요.”
“비슷한 아부는 효과가 약한데.”
“어떻게 그런 확신과 자신감을.”
“보배는 술 취하면 했던 말 또 하는 게 주사구나.”
“정말 존경스러워요.”
“정신은 말짱하지?”
“네!”
취한 사람의 안 취했단 말은 의미가 없다지만 진짜 이보배의 정신은 멀쩡했다. 약간 알딸딸하긴 했지만 머리는 잘 돌아갔다.
박마노가 기본 안주인 땅콩을 씹었다.
“응, 취했구나. 몇 잔 안 마셨는데……. 나 술 깨는 아티팩트 있으니까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셔.”
“네!”
이보배는 메뉴판을 보고 마셔보고 싶은 이름의 칵테일을 마구마구 주문했다. 형형색색의 칵테일이 두 사람 앞에 좌르륵 놓였다. 술집 조명에 반짝이는 칵테일과 칵테일 잔이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이보배는 가까운 잔부터 비웠다.
“나 보배한테 궁금한 거 있었는데.”
“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능력치가 낮은데 어떻게 오빠들을 때리는 거야?”
“아, 그건요. 제가 스킬이 있는데요, 사랑의 힘으로.”
이보배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스킬을 설명했다. 얌전히 듣던 박마노는 방어 무시와 피해 없이 고통만 준다는 얘기에 이보배의 손을 잡았다.
“관리국에 관심 없어?”
가장은 안 빼 온다더니 동전 뒤집듯 태도가 바뀌었다.
“고문에 제격인 스킬인데 어떻게 얻는 건진 알고? 정보료는 얼마든지 낼 수 있으니까.”
“끝까지 들어주세요.”
이보배는 가 어디까지나 사랑에 근간을 둔 스킬임을 마저 설명했다. 박마노는 과한 관심을 보였던 사람치고 쉽게 납득했다.
“말 그대로 네. 신기하다. 나도 때려볼래?”
“네? 제가 어떻게 감히.”
“방어 무시가 궁금해서 그래. 자동 반격기도 무시하는 거야? 나 공격당하면 반격기로 전기 나가거든.”
“그렇구나.”
“혹시 전기가 튀면 위험하니까 이걸 쓰고.”
박마노가 인벤토리에서 두껍고 낯선 재질의 장갑을 꺼냈다. 전기 속성 저항을 올려주는 장비 같았다.
이보배는 장갑을 끼고 박마노를 툭 쳤다. 너무 가벼운 접촉이라 스킬도 때린 걸로 판단하지 않아 발동하지 않았다.
박마노가 얼굴로 말했다.
장난?
이보배는 어색하게 웃은 후 눈을 질끈 감고 박마노의 등을 때렸다.
퍽!
‘세상에 내가 박마노 헌터님을 때렸어!’
그녀가 술 취해 벌인 일 중 제일 대범한 일이 될 것이다. 박마노는 맞은 부위를 어루만지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 아프다?”
“우리나라에 선배님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쓰읍. 아파서 기분 좋으니까 기분 묘해지네. 때린 강도와 상관없이 호감에 좌우되는 거 맞지?”
“일단 그렇게 알고 있는데 제가 오빠들한테만 써봐서…….”
“죽일 듯이 때려봐.”
는 직관적인 스킬명에 스킬 사용 결과도 눈에 바로 보인다. 또한 생산계 관련 스킬은 일정한 품질로 양산하거나 최상급의 품질을 뽑거나 둘 중 하나로 스킬 용법이 갈리기 때문에 스킬 사용법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투계는 다르다. 스킬이 생성되면서 어떤 스킬인지 머릿속에 입력되고 몸에 체득되더라도 응용력에 따라, 위력에 따라 자신과 동료의 생사가 갈린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계 각성자는 새 스킬을 얻었을 경우 치열하게 탐구하고 한계치와 최소 운용치를 시험해 본다. 혼자 하면 힘들기 때문에 믿을 만한 베테랑에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꽤 많은 후배의 스킬을 봐준 박마노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스킬에 탐구심을 불태웠다.
“진짜 때려요?”
“괜찮아!”
“에잇!”
이보배는 온 힘을 다해 박마노를 때렸다. 둘 다 비각성자였다면 큰 싸움으로 번질 만한 진심 때리기였다. 하지만 스킬 효과로 박마노가 받은 통증은 고정되었다.
“와, 진짜 아까랑 비슷하게 아프네.”
박마노가 신기해하면서 즐거워했다.
“이거 중독되겠는데. 앞으로 만날 때마다 때려달라고 해서 호감도 체크해야겠어.”
“아까 게 마지막이니까요!”
“이렇게 단순무식한 사랑 확인법이 있다니……. 다른 건 더 없어?”
“이것도 이상한 스킬인데요, 이라고.”
이보배는 남들에겐 쓰레기의 SS급이지만 그녀 한정 SS급 스킬인 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게 저희 집 식구에게만 적용되는 건지 제가 가장인 걸 알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혹시 다 적용되는 거면 괜찮겠다 싶어서 주위에 가장인 거 티 내고 다니긴 했는데…… 했더니…….”
사내 인식이 좋아지고 주위 사람들이 먹을 걸 잘 챙겨주게 되었다. 덕분에 이보배는 체중이 2kg 늘었다.
처음 듣는 스킬명과 효과에 박마노는 이번에도 호기심을 내비쳤다.
“잘됐네, 나한테 써봐.”
“괜찮으시겠어요? 저한테 무릎 꿇는 거예요.”
“진정한 가오는 때와 장소를 가려 꿇는 무릎에서 나오는 거지.”
박마노 왈, 지금이 그때란다.
박마노가 의자에서 일어나 거리를 약간 벌렸다. 이보배도 같이 일어서서 엉거주춤 섰다. 혹시 박마노가 스킬 때문에 무릎 꿇으면 같이 꿇을 의도였다.
“할게요?”
“해! 처음은 무저항, 두 번째는 저항 상태로 해보자.”
“두 번이나 해요?”
“세 번 할래?”
“두 번 할게요!”
이보배가 스킬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아무 말이나 외치면 스킬이 발동된다. 오빠들에게 외치는 말은 ‘이게 뭐야!’나 ‘너무한 거 아냐?’가 빈도수 높았다.
박마노에겐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이보배는 스킬명을 외쳤다.
“가장의 위엄!”
박마노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이보배는 헌터 관리국 박마노 과장을 무릎 꿇리는 데 성공했다. 박마노가 배를 잡고 웃었다.
“와, 이게 되네? 뭐야, 나 엄마한테 혼날 때도 이렇게 안 앉는데. 어? 넌 왜 꿇었어.”
“하하하.”
한 번 더 꿇을 거기 때문에 박마노는 무릎을 털지 않았다. 이보배는 다시 한번 스킬을 썼다. 최대한 저항하겠다던 말대로 무릎이 바닥과 부딪치는 강도가 이전과 달랐다. 빡 소리가 날 정도로 억지로 무릎이 꿇린 것이다.
“괜찮으세요?”
“이 정도는 괜찮아. 나 물방 높아. 와, 이게 꿇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