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in Character’s Little Sister RAW novel - Chapter (33)
빨간불이다. 이해기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부드럽게 세웠다. 그가 처음으로 옆자리를 돌아보았다.
“이유가 나더구나. 내가 못 미더워서.”
“그렇지는 않아.”
“한생이 말이 옳아. 말로는 널 걱정하면서 실제로는 해준 것도 없고.”
“작은오빠가 있어서 내가 마음 놓고 출근하는 거잖아. 작은오빠 없이 큰오빠랑 막내 오빠를 내가 어떻게 챙겨.”
“세상은 멸망하지 않을 테고 너와 한생이는 죽지 않겠지. 형도 내 손으로 죽일 필요 없어. 그 평화와 행복에 너무 취해 버렸구나. 그리고 솔직히.”
아주 어려운 말을 꺼내려는 듯 핸들을 잡은 이해기의 손에 힘줄이 솟았다. 이보배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작은오빠가 할 말을 기다렸다.
“한번 노니 멈출 수 없더라.”
운전하는 사람을 아프게 때리면 위험하다. 이보배는 를 끄고 이해기를 때렸다.
찰싹찰싹. 맞는 이해기보다 때리는 이보배가 더 아팠다.
“때리지 마! 네 손만 다친다!”
“노는 게 무슨 감자칩이야? 왜 못 멈춰!”
“백수 짓이 얼마나 중독적인데! 보배야, 손! 손 다쳐!”
“내가 작은오빠한테만 기대는 것 같아서 얼마나 미안했는데 그딴 말을 해!”
미안한 마음 싹 가시게 할 용도였다면 적절한 발언이었다.
“너도 놀아보면 알겠지만 진짜 중독적이다. 옆에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금상첨화지.”
“잘났어, 아주 잘나셨어요. 아이고, 엄마! 아빠! 전교 1등 이해기가 백수가 좋대요! 엄마 아빠 잘난 아들들 죄 백수예요!”
이해기는 십억을 벌었고 그 외에도 이보배가 모르는 뒷주머니가 있는 듯하다. 이해기가 진짜 백수는 아니었지만 한량이나 백수 노릇을 하고 싶어 하는 건 분명했다.
실제로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이해기가 민망해했다.
“흠흠! 어쨌든. 생각해 보니 내 기억에 네가 이맘때쯤 회사를 나왔더구나. 나도 쉬지 않고 살았지만 너는 어린 나이에 더 힘들었겠지. 회사가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
“그럼 돈은? 대출금은 어떻게 갚아?”
“병원비가 나갈 일은 없잖니. 내가 프리랜서 헌터로 뛰고 네가 적당히 포션을 만들어 팔면 충분할 거다.”
“그래도.”
이해기의 능력이 출중하고 이보배도 어디 가서든 밥 벌어먹을 자신이 있으니 금전적인 문제는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이보배 자신에게 있었다.
이보배는 회사를 그만두는 게 무서웠다. 그녀가 주저하는 티를 내자 이해기가 말했다.
“하고 싶은 건 없니? 넌 꿈이 큰 아이였잖아. 중학생 때 장래희망이 거창했던 것 같은데.”
이해기가 뭔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 이보배가 얼른 정정해 줬다. 내일모레 쉰이면 기억이 가물가물할 만했다.
“임대업자. 빌딩 열 채.”
“내가 기억을 미화했구나.”
원대하다면 원대한 꿈이긴 했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된 요즘은 더 그렇다. 이해기는 강제로 정정된 추억에 슬퍼하며 말을 이었다.
“따지고 보면 넌 연금술사가 되고 싶어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잖니. 한생이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그거였을 뿐이지. 난 그나마 대학 문턱이라도 밟아봤지만 넌 그것도 없었고. 이전엔 한생이를 고치겠다고 존재가 미심쩍은 포션 개발에만 열중했지.”
동생을 찾아오는 이가 하나뿐인 동생 장례식에서 지새운 사흘을 이해기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시스템에게 회귀를 제안받았을 때 그는 결심했더랬다.
“이번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결심했었는데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를 지켜야 하니 계획을 짰는데…….”
회귀자가 짠 울트라초특급스페셜나이스퍼펙트한 독식 성장 계획서가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거기에 형이 돌아오고 쓰러뜨리려던 최종 보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해기는 잠시 본래 목적을 망각했다.
“다시는 너를 잃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번엔 더 잘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니까 보배야,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다오.”
“난 가족들만 행복하다면.”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네 인생이잖니. 내가 왜 크게 다치고 목숨도 위험한 짐꾼과 채집꾼 일을 했겠니? 각성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학생 이해기의 꿈은 소설가였고 20대 청년 이해기의 꿈은 헌터였어. 널 호강시켜 주고 한생이 병원비를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말 헌터가 되고 싶었다. 왜냐면 내가 꿈꾸던 망상이 현실이 되었으니까. 주연으로 뛰고 싶잖니. 변두리 엑스트라의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단다.”
“그럼 성공했네. 회귀는 주인공의 필수 요소잖아. 나는 약방의 감초, 주인공 여동생이고.”
이보배가 웃으며 말하자 이해기가 정색했다. 선글라스 뒤의 눈과 입매 모두 웃지 않았다.
“너는 그게 문제였지. 네 인생은 네 거란다. 네 인생의 주역은 너야. 우리가 아니야. 귀환자, 회귀자, 환생자, 빙의자. 어쩌면 기억상실. 특이하겠지, 특별해 보이겠지, 주인공처럼 보이겠지. 그래도 결국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야.”
대화 몇 번으로 죄책감이 사라질 리 없다. 이한생은 여전히 이보배의 아픈 손가락이고 이귀한의 실종은 여전히 제 탓으로 여겨진다.
이보배는 스스로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몰았으나 정작 인생의 주역으로 세우진 않았다. 이보배의 인생은 가족, 오빠들을 중심으로 돌았다.
오빠가 그녀의 태양이고 우주의 중심이었다.
이해기가 낮게 웃으면서 이보배의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잔머리 때문에 꽂은 핀이 엉켜서 이보배가 짜증 내며 쳐냈다.
“주인공의 여동생이 아니라 주인공. 나도 주인공 오빠가 아니라 주인공.”
“작은오빠…….”
“언제까지 우리 뒤치다꺼리하면서 살 순 없잖아. 네 인생을 살아야지. 우리에게 휘말리지 말고 우리를 네 인생에 휘말리게 해봐. 넌 할 수 있어.”
이보배는 진지하게 따라 말했다.
“난 할 수 있다.”
“그래. 넌 할 수 있어. 하고 싶은 거 다 해. 내가 적극 협력하마.”
이보배의 안에서 메말랐던 자신감이 샘솟았다. 지금이라면 하고 싶은 게 있다! 이보배는 눈을 빛냈다.
“그럼 나 엘릭서 만들래!”
“응, 안 돼.”
넌 뭐든 할 수 있다는 격려 대신 칼 같은 반대가 돌아왔다.
‘이 새끼가 사람 실컷 띄워놓고 한 입으로 두말을?’
오빠에 대한 존경심이 수직 하락했다. 이보배가 항의의 눈빛을 보내자 이해기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엘릭서는 안 돼. 다른 거.”
“왜왜왜왜왜왜왜왜왜!”
“안 돼. 안 도와줘. 다른 거.”
“엘릭서는 모든 상태 이상을 다 고친다고 들었어. 그럼 막내 오빠 기억상실도…….”
“한생이한테 연연하지 말랬지.”
“그리고 큰오빠 오염도!”
그 말에 이해기가 멈칫했다. 짚이는 구석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동일했다.
“어쨌든 안 돼.”
“나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더니 입 씻기야?”
“하나뿐인 여동생이 존재도 불분명한 전설에 인생 바치는 걸 두 번이나 보라고?”
회사가 지척이었다. 이해기는 이보배가 내리기 쉬운 장소에 차를 대고 재차 말했다.
“차라리 황금으로 피라미드를 만들어달라고 해. 그건 해줄 수 있어. 세계를 정복해 달라고 해. 그것도 나 혼자선 힘들지만 형이 도와주면 가능해. 그렇지만 엘릭서는 안 돼.”
이해기는 멋대로 이보배의 안전벨트를 풀고 그녀를 차 밖으로 내몰았다. 이보배는 저항했지만 힘의 차이가 여실했다. 그녀를 차 밖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한 이해기가 차 문을 잠갔다.
“야, 이해기! 더럽고 치사하게 이러기냐!”
결국 이보배가 여동생이 가장 화났을 때 오빠를 부르는 최종 호칭을 꺼냈다. 동생의 건방진 태도에도 이해기는 화내지 않았다.
“몰랐니? 원래 회귀자는 치졸하단다.”
이해기가 막냇동생의 울화통에 기름을 끼얹은 후 불을 질러놓고 떠났다. 이보배의 울화통이 폭발했다.
“으아아악!”
있으나 없으나 동생의 복장 터지게 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오빠다.
출근 시간 빌딩 숲의 가운데에서 이보배는 오빠 새끼의 이름을 외쳤다.
“이해기이이이! 용서 못 해!”
이 상태로 출근할 순 없다. 이보배는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더 화가 났다.
‘안 되겠어. 이 상태론 일 못 해.’
언제부터 이보배가 감정 때문에 일을 못 하는 사람이 되었냐면.
‘바로 지금부터!’
이보배는 거칠게 숨을 내쉬다 주위의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보고 이성을 가다듬었다. ㅇㅇ역 출근이 싫은 직장인으로 인터넷 유명 인사가 되기 싫었다.
어쨌든 지금 이 상태론 일 못 한다. 하기 싫다.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 이거야.’
이보배는 이해기에 대한 분노를 끌어모아 회사에 전화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연차 썼다. 싱거울 정도로 쉽게 연차 신청이 수리되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 이해기를 족치냐고? 천만의 말씀!
‘난 오늘 탈선한다!’
바보 같은 이해기는 이보배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오늘 이보배는 회사를 가지 않는다! 회사 앞에서 딴 길로 샌다!
무단결근할 용기가 없어 전화로 연차를 신청한 지점에서 탈선이 아닌 느낌이 들지만 착각일 것이다. 이보배는 애써 충동을 북돋웠다.
사계절 길드는 대형 길드답게 회사 건물도 서울 노른자위 땅에 있다. 주위에 대기업 및 사무 건물이 즐비하고 조금만 걸어가면 백화점에 대형 쇼핑센터, 영화관, 서점에 맛집, 카페도 있다.
이보배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백화점과 쇼핑센터가 문을 열 시간이 아니었다. 이럴 땐 만만한 게 영화관이다.
출근하려던 차림 그대로 극장에 들어가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꿀맛이었다. 이보배는 오호호 웃었다.
“…….”
이보배는 떫은 표정으로 극장을 나왔다. 충동적으로 본 영화는 예술 영화였다. 돈이 아까워 억지로 보다가 졸아서 눈뜨니 엔딩 크레딧이었다.
백화점 문 열 때까지 기다릴 거였다면 카페를 가는 게 나을 뻔했다. 약간 후회했지만 이보배는 굴하지 않았다. 이제 백화점이 문 열 시간이다.
쇼핑은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지름은 언제나 옳으니까.
한 시간 뒤, 이보배는 쇼핑백 하나와 양손에 큼직한 인형 두 개만 들고 백화점을 나왔다.
하나는 누워 있는 햄스터 인형, 다른 하나는 똑같이 누워 있는 형태의 강아지 인형이었다. 뭔가 사려고 했으나 눈에 차는 건 가격이 비싸고 적당한 가격대엔 눈에 차는 게 없었다.
살 것 없어 부랑자처럼 백화점을 누비다 이벤트 매대에 인형이 잔뜩 쌓인 걸 발견했다. 마침 햄스터 인형이 있어 이한생을 떠올리고 홀린 듯 집었다.
인형 말고 지른 건 쇼핑백 하난데, 이것도 남의 물건이었다. 이해기가 최요한에게 벌인 진상 짓을 사죄하기 위한 뇌물이었으니까.
‘쿠키 괜찮겠지?’
박마노나 다른 동료들과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도록 여러 종류가 든 쿠키 선물 세트를 골랐다. 고작 과자로 휴일에 진상질 당한 분노가 풀리진 않겠지만 무시하는 것보단 나을 터였다.
‘내일도 확 연차 써버리고 관리국에 가서 사죄하고 올까.’
결국 자신을 위한 지름은 없고 남을 위해서만 돈을 썼다. 그래도 영화관 나올 때보단 기분이 후련했다.
이보배는 쿠키가 부서지지 않도록 인벤토리에 수납했다. 인형은 그냥 들었다. 푹신하고 보들보들해서 양팔에 끼고 있자니 미남 팔짱을 낀 것보다 기분 좋았다.
“그럼 이제 어디를 갈까.”
이제 어디 갈까 고민하면서 둘러보니 사람이 꽉 찬 카페가 눈에 띄었다.
‘저긴…….’
팀원들이 애프터눈 티 세트가 끝내준다고 몇 번이나 말한 카페였다. 점심시간에 가면 줄 서서 기다리다 끝나고 퇴근하고 가면 다 팔려서 못 먹는다고 아쉬워하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근래 저렴한 단건 많이 먹었지만 고급진 단것은 못 먹었던 것 같다. 비싼 버터와 밀가루, 설탕과 계란의 조합을 기억하는 이보배의 입에 침이 고였다.
‘스콘에 클로디드 크림 잔뜩 발라서 잼이랑 한 입.’
꿀꺽.
이보배는 홀린 걸음으로 카페에 들어갔다. 비싸도 먹을 생각이었지만 가격 외의 복병이 있었다.
“애프터눈 티 세트는 1인은 안 되나요?”
“네, 2인부터 시작입니다.”
‘안 좋은 카페야.’
요즘은 고깃집도 1인 손님을 받는데 무조건 2인 세트라니. 안 좋은 카페였다. 이보배는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지만 옆자리 손님이 받은 애프터눈 티 세트가 너무 눈부셨다.
‘예쁘고 맛있겠다……. 하지만 나 혼자 다 못 먹어. ……그치만 맛있겠다.’
이보배의 머리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변명을 생각해 냈다.
‘노력과 근성을 발휘하면 혼자 다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팀원들도 맨날 못 먹었다고 우는데 내가 언제 또 여길 오겠어? 오늘이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다른 날의 이보배라면 카페를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고급진 단게 먹고 싶으면 주위에 널린 게 카페니까.
하지만 오늘의 이보배는 탈선을 각오한 이보배다. 이보배는 애프터눈 티 세트(2인분)를 주문했다.
“주문받고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넵.”
해가 들지 않는 지하에서 미싱을 돌리, 아니, 포션이나 제작하다 햇빛이 살랑살랑 들어오는 예쁜 카페에서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에 둘러싸여 있자니 꿈꾸는 것 같았다.
물론 마냥 좋은 생각만 든 건 아니다.
‘세상엔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이 참 많아.’
카페가 꽉 찬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카페 내부를 구경하던 것도 잠시. 이보배는 현대인의 필수품 핸드폰을 꺼냈다.
이보배는 일단 최요한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답문은 오지 않았다.
‘일하는 중인가 보네.’
카페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무료하다. 이보배는 인터넷 포탈 메인을 대충 훑었다.
‘재밌는 일 없나.’
오늘도 대한민국은 평화로웠다. 뭔가 사건 사고가 일어났어도 그녀가 관심 없는 분야였다. 헌터 관리국에서 신라 길드의 낙오자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기사가 그나마 눈에 띄었다.
‘맞아, 엘릭서.’
오늘 이보배가 탈출을 결심한 원인이 무엇인가. 바로 엘릭서다. 이보배는 그 엘릭서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할 수 있는 기적의 포션, 연금술사들의 최종 목표라는 것 정도가 아는 정보의 전부였다.
이보배는 인터넷에 엘릭서를 검색했다. 꽤 익숙한 단어라 그런지 검색 결과도 많았다.
불로불사의 약, 황금을 연성하는 약, 현자의 돌 등등. 말 그대로 연금술의 끝판왕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정보는 모두 과거부터 내려온 전승과 개념, 게임 속 엘릭서 이야기뿐이었다.
이보배가 관심 있는 균열의 날 이후의 엘릭서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해외 웹에서도 검색해 볼까? 아냐, 관두자.’
균열의 날 이후 한국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각성자 범죄율은 세계 최하위고 검성이 세운 반야 길드는 전 세계를 누빈다. 굳이 번역기 써가며 해외 웹을 뒤질 필요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이보배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 확률이 가장 높은 사이트는 ‘연금술사의 솥뚜껑’일 것이다. 한현우가 엘릭서의 존재를 알고 있다니 뭔가 적어두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배는 똥고집을 부렸다.
‘거긴 제일 마지막에 가자.’
어제 그런 얘기 듣고 바로 ‘연금술사의 솥뚜껑’에 접속하려니 자존심 상했다. 이보배는 오빠들을 위해선 자존심을 팔 수 있지만 본인을 위해선 팔지 않는다.
‘장례식에 와준 건 고마우나 이번 생엔 친구가 될 연이 아닌 걸로!’
사흘간 같이 밤샘해 주고 운구까지 해줬다니 참 고마운 일이다. 그쪽 이보배는 이해기가 가장 배턴을 이어받으면서 연구에 몰두했다 하니 한현우와 죽이 잘 맞았을지도?
부길마 한현우 보시기에 여유가 생기자마자 회사까지 그만두며 연구를 시작했으니 정말 될성부른 떡잎이다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바뀐 떡잎은 누렇다 이거야! 시들시들하다고!’
이보배는 이해기와 부길마에 대한 반감을 장작 삼아 헌터닷컴넷 회원 가입을 마쳤다. 마침 1개월 회원비가 무료이기도 했다.
‘일단 여기서 검색해 볼까.’
헌터닷컴넷은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디자인이라 좀 불편했다.
이보배는 엘릭서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는 많았지만 내용은 인터넷 포탈에서 검색할 때랑 비슷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