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in Character’s Little Sister RAW novel - Chapter (32)
“작은오빠 혹시 회귀 전에.”
이보배가 운을 떼자 이해기가 이제야 알았냐는 듯 한숨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굉장히 뻐기는 것처럼 보였다면 착각일까?
“그래. 내가 회귀 전에 마노 누나랑.”
“쫓아다니다 차였어?”
“제대로 사귀는 사이였다!”
이보배의 눈매가 더러워졌다. 이해기는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동생 때문에 화가 났는지 밥 푸던 걸 멈췄다.
“그 눈은 뭐야! 이 오빠가 어디가 부족해서! 난 세계 최고의 헌터였다고!”
“아니, 그거랑 연애는 다르잖아. 마노 선배가 뭐가 부족해서 오빠를 만나?”
“부족한 게 없었지……. 지금은 없고 이젠 앞으로도 없겠지.”
이해기가 아련한 얼굴로 과거이자 오지 않을 미래를 회상하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 지금의 그녀는 부족한 게 없어. 그걸 바랐으면서도 진짜 그렇게 되니 실망하는 내가 있구나. 놔주어야겠지. 다 내 욕심이고 집착이니.”
‘내가 어제 마신 김칫국은 김칫국이 아니었어.’
어제 김치통을 뒤집어썼던 이보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잡은 적도 없는 물고기를 놔주겠다고 청승 떠는 이해기. 저 정도는 되어야 김칫국 마신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국 끓이느라 부엌 공기는 훈훈한데 이보배의 몸엔 소름이 돋았다. 아재 기억이 덮어쓰기된 이후 많이 망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셋 중에 제일 정상적인 작은오빠였다.
그런 이해기가 더 망가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막내로서 오빠를 존경하고 싶은데 어째서 오빠들은 그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실로 통탄할 노릇이었다.
“난 큰오빠랑 막내 오빠 깨울게.”
“그래, 콩나물국에 계란 넣어줄까?”
“응.”
누구는 비려서 싫다고 하지만 이보배는 계란 넣는 게 좋다. 술 마시고 다음 날 먹는 콩나물국밥은 정말.
‘해장술을 부르는 맛이지.’
이보배는 이귀한부터 깨웠다. 이귀한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1일 3식, 1똥, 8시간 수면이란 규칙을 세워 충실히 지켰다.
‘통으로 안 자고 쪼개 자서 그렇지.’
심하게는 5분씩 쪼개 자서 걱정된다. 본인 주장으론 어쨌든 자긴 잔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큰오빠, 일어나. 밥 먹어.”
이보배는 자면서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는 큰오빠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히잉, 5분만.”
“난 깨웠다.”
이귀한을 깨웠으니 이한생을 깨울 차례다. 귀족 출신 아니랄까 봐 11시 이전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화르세인지가 과연 일어나려 들까?
혹 일어나도 아침부터 천것과 겸상하기 싫으니 밥상을 차려 방까지 대령하라고 우길 확률이 높았다.
이보배의 예상은 항상 적중률이 낮았다. 그걸 증명하듯 화르세인지의 반응은 이보배의 예상을 깨부쉈다.
정신연령이 막내인 걸 자랑하듯 화르세인지는 곰 인형을 안고 자고 있었다. 이한생 본인이 선물했던 인형을 끌어안고 자는 모습에 이보배의 가슴이 찡해졌다.
‘햄스터 인형 하나 사 줘야겠다.’
생각해 보면 막내 오빠는 예전부터 귀여운 걸 좋아했다. 이보배는 이귀한처럼 발을 쓰지 않고 손을 써서 흔들어 깨웠다.
“막내 오빠, 일어나. 밥 먹어.”
“네 이년!”
“엄마, 깜짝이야.”
이보배가 흔들어 깨우기 무섭게 망나니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네 이년, 방종한 돼지! 내 친히 돼지를 훈계하기 위해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나 출근해야 하니까 밥 먹으면서 해.”
“기다려라, 돼지! 훈계는 첫째 놈과 둘째 놈도 받아야 하느니라!”
화르세인지는 5분만 더 자겠다던 이귀한의 방으로 향했다. 무서운지 들어가진 못하고 방문 안으로 곰 인형을 투척했다.
“일어나라, 이 악마야!”
“히잉, 5분만.”
“일어나라, 일어나!”
체키빙 공작가가 있는 세계는 귀족의 기준이 목청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기차 화통 삶아버린 소리에 이귀한이 짜증 내며 일어났다.
“다 깨웠네. 얼른 와서 밥 먹어.”
이해기가 각자의 자리에 물을 따라놓았다. 어쩌다 한번 보이는 간헐적 작은오빠였다. 늘 이러면 얼마나 좋겠냐만 간헐적 작은오빠는 간헐적 과보호보다 보기 힘들었다.
‘작은오빠가 사람 참 진중하니 괜찮았는데…….’
저런 이해기라면 박마노와 사귀었다는 얘기를 믿을 수 있었다.
‘작은오빠가 지금 27살이니까 22년 뒤면 49살. 거의 쉰이네. 사람이 힘든 일 겪고 나이 들면 진중한 맛이 더 깊어져야 하는데 왜 작은오빠는…….’
이해기는 진국이었다. 사람이 분명 진국이었는데 지금은 10번 재탕한 사골처럼 맹탕이 되었다.
이보배는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에 고민하는 걸 그만뒀다. 그보단 콩나물국에 밥을 마는 게 실용적이었다.
큰오빠가 자리에 앉고 작은오빠도 앉았다. 막내 오빠도 일단 자리엔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부모님이 계시면 수저를 드실 때까지 기다렸을 테지만 남매 사이엔 그런 거 없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숟가락을 드는데 망나니 혼자 밥숟갈을 뜨지 않았다.
“돼지! 그리고 악마와 간사한 사기꾼! 내 그간 너희의 횡포를 관대한 마음으로 참았지만 이번엔 보고 지나치지 못하겠느니라!”
이한생이 이보배에게 삿대질했다. 어제 두고 보자더니 진짜 두고 볼 생각이었나 보다.
“돼지 네 이년! 노동과 외박은 별개다! 나에겐 세계가 흉흉하니 늦게 다니지 말라면서 지는 외박을 해? 건방진 것!”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화내는 이한생을 보고 이귀한이 막내에게 속삭였다.
“쟤 어제 곰 인형 안고 현관문 앞에 앉아서 너 오기 기다림.”
딴 길로 새지 않고 칼같이 귀가하던 돼지가 늦게 오니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화르세인지의 분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악마와 사기꾼, 너희 둘! 돼지의 오빠라 자처하며 돼지가 버는 돈으로 놀고먹는 그 행태, 어지간한 쓰레기도 혀를 내두를 악행이 아닐 수 없다! 악행하는 것이 악마의 본업이라는 변명은 지껄이지 말거라! 왜냐면 너, 악마 새끼는 이 돼지의 오빠를 자처하지 않았느냐!”
망나니가 두 손으로 식탁을 두드렸다. 국과 물이 사정없이 출렁였다.
“세상 어느 오라비가 동생이 늦게 들어오는데 걱정하지 않는단 말이냐! 너흰 돼지의 오라비 자격이 없다!”
이한생이 밥 잘 먹고 있던 이보배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이 돼지를 보아라!”
“꾸익?”
“멍청하지만 건강하고 순종적이라 부려먹기 좋다! 성인 남성 3명을 건사할 만큼 밥 벌어먹을 능력도 있구나! 젊고! 건강하고! 멍청한데 능력 있고! 너희가 정녕 돼지의 오라비를 자처하겠다면 돼지를 걱정했어야 옳다!”
거룩한 돼지에 이어 1등급 고품질 노예 돼지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이보배는 기쁨의 세리머니를 날렸다.
“꾸익! 꾸익!”
“돼지처럼 처먹지 말고 너도 말을 하란 말이다!”
“술 마시다 늦은 건 처음이지만 원래도 일찍 들어오는 편이 아니라…….”
이보배의 정시 퇴근은 이한생이 깨어난 이후 시작된 일이다. 본래는 버스 막차도 끊겨 회사 차를 타고 귀가하는 게 일상이었다.
이보배가 동의를 구하듯 이해기를 보았다. 이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생아, 보배는 학생이 아니야. 엄연한 사회인이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늦을 수도 있는 거야. 생존 신고만 한다면 난 보배가 언제 들어오든 자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 자주 늦으면 안 좋지만 너무 안 놀던 것보단 보기 좋구나.”
공작가 도련님인 화르세인지가 문화 충격을 받았다.
“결혼 적령기 동생에게 외박과 유흥을 권하다니! 네놈이 제정신이냐!”
‘제 입으로 망나니랬으면서 왜 이렇게 순진해. 그 동네 망나니 기준이 뭐야.’
이보배가 이세계의 망나니란 대체 무엇인가 생각했다. 식탁 앞에서도 핸드폰을 붙들고 있던 이귀한이 끼어들었다.
“셋째야, 너무 그러지 마. 둘째도 걱정했어. 최요한에게 전화해서 얼마나 진상 부렸는데.”
이보배는 김치를 씹으며 이해기를 타박했다.
“신세 진 분께 그게 무슨 실례야. 얼른 전화해서 사과드려.”
“차단당했다.”
“……내가 대신 사과할게.”
헌터를 관리하는 공무원이 헌터를 차단했으면 얼마나 개진상 떨었다는 소린가. 사과 문자와 전화로 끝낼 게 아니라 음료수 선물 세트라도 사서 바쳐야 할 급이다.
휴일에 뜬금없이 시달렸을 최요한을 위해 이보배는 3초간 애도를 표했다.
“몇 번 보지 않은 자의 말을 믿고 동생의 안전을 확신하다니! 무르다!”
“크윽, 망나니 주제에 맞는 말을 하다니.”
“간사한 새끼, 네놈의 악행을 두 달간 지켜본 이 몸께서 판결을 내리겠다!”
성신의 이름으로 사법권을 허락받은 체키빙 공작가의 유일한 후계자 화르세인지 드 체키빙이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팔짱을 낀 그가 엄숙하게 선포했다.
“유죄! 죄목은 나태와 착취! 처벌은 추방이다! 짐 싸서 악마 새끼와 함께 이 집을 나가도록 하여라!”
이해기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럼 너도 유죄야.”
“흥! 나는 돼지 주인이기 때문에 괜찮다!”
“난 자유로운 돼진데.”
“또한 신성한 신의 사자는 존재 자체로 세계를 정화하는 법이다!”
“그렇게 치면 우리도 존재 자체로 세계를 구하고 있어. 그렇지, 형?”
이해기가 부르자 이귀한이 활짝 웃으며 둘째의 말을 부정했다.
“너랑 셋째는 아닌데? 막내가 지키는 건데? 막내 죽으면 다 뿌셔뿌셔 할 거야.”
장남이 대놓고 막내를 편애하자 차남은 어깨를 으쓱였다. 삼남은 척수반사적으로 외쳤다.
“형은 맨날 막내만 예뻐하고!”
“딱 걸렸어, 이 새끼. 너 기억 없다고 건방 떠는 거 언제까지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냐. 솔직하게 말하면 20대만 때려주마.”
“놓아라! 놓아라악! 나는 정말 18살까지의 기억밖에 없단 말이다! 아버지가 날 창고에 가둔 후 기억이……!”
“잘 먹었습니다.”
이씨 집안의 가장 이보배는 아침 식사를 마쳤다. 이해기가 따라둔 물을 시원하게 마시고 식기를 싱크대에 넣었다.
“돼지야, 날 구해라!”
이해기가 헤드락 거는 바람에 피가 쏠려 이한생의 얼굴이 삶은 문어처럼 붉었다. 아픈 동생 괴롭히는 철딱서니 없는 꼴을 보니 간헐적 작은오빠가 끝났나 싶어 이보배는 아쉬워했다.
하지만.
“보배야, 저녁으로 먹고 싶은 건 없니?”
간헐적 작은오빠는 저녁까지 유지될 모양이다. 이보배는 반색하고 외쳤다.
“나 돈가스!”
“나는 고구마 돈가스. 치즈 없는 거.”
“그럼 한생이는 치즈 좋아하니까 세 종류 만들어둘게.”
쾅쾅!
“무시하지 마라, 이것들아!”
* * *
출근 준비를 마친 이보배는 공허한 시선으로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아침 식사 시간은 즐거웠지만 출근 준비하는 동안 즐거운 마음이 싹 사라졌다.
‘회사 가기 싫다.’
어제 그런 얘기를 들어놓고 회사 가고 싶으면 그건 인간이 아니다. 진짜 개돼지만도 못한 노예다. 이보배가 1등급 우량 돼지 판정을 받긴 했지만 그건 가족 한정 서비스일 뿐이다. 회사에까지 그러고 싶진 않았다.
‘마노 선배한텐 만들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이래놓고 몸은 자연스럽게 포션 1팀으로 들어가 D등급 포션이나 양산하지 않을까? 내일 해야지, 내일모레 해야지 미루면서 결국 한 달 기간을 마치고 C등급 포션 담당 팀장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애초에 자신은 정말 엘릭서를 만들고 싶은 걸까? 한현우와 박마노 같은 진취적이고 야망 있는 사람들에게 휩쓸려 만들고 싶어진 건 아닐까?
‘큰오빠를 고치고 싶은 건 진심이지만.’
엘릭서는 정말 이귀한의 오염도에도 효과가 있을까?
“현관에서 뭐 해?”
“어? 그냥 잠이 덜 깨서.”
“만원 버스 타기 싫은 거면 태워다 줄게.”
“괜찮겠어?”
이귀한과 이한생만 두고 나갔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해기가 피식 웃었다.
“형 너 없을 땐 어린 척 안 하는 거 알지? 어차피 집 밖으로도 안 나가. 한생이 있으니까 참을 수 있을 거고.”
“큰오빠는 괜찮은데 막내 오빠가 문제지.”
“한생이한텐 너 걱정되어서 데려다주는 거라고 하면 얌전히 있을 거야.”
출근하기 싫은 이유 중에 만원 버스도 포함되어 있다. 이보배는 군말 없이 이해기의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오늘 왜 이렇게 서비스가 과해? 내 생일은 멀었는데?”
남매의 비상금을 털어 샀으나 방치하는 바람에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차를 이해기가 대충 닦았다. 차에 탄 이보배가 안전벨트를 차자 이해기가 시동을 걸었다.
“우리 예쁜 돼지 누가 들고 가면 큰일이니까 잘 챙겨야겠다 싶어서.”
“꾸익!”
“그거 하지 마라. 코에 주름 생긴다. 그리고 너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었는데 집은 듣는 귀가 좀 많잖니. 겸사겸사.”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돈가스용 돼지고기를 사면 완벽하다며 이해기가 웃었다.
차가 움직였다. 이해기는 도로 상황을 살펴보고는 좀 막힐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정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운전에 집중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네가 늦는다고 연락했을 때 무척 걱정되었다. 네가 들어서 안 좋을 얘기라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만 네 죽음은 내게 악몽이다. 마음 같아선 지금 멀쩡히 살아 있을 새끼들을 잡아 또 죽이고 싶은 심정이야.”
“미안.”
“그래도 네가 안전하다는 걸 알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왜냐면 너는…… 내가 기억하는 너는 정말 집과 병원, 회사와 연구밖에 몰랐으니까. 연애도 안 해, 친구도 없어, 그나마 소통하는 사람은 정보를 교류하는 연금술사 몇 명이 전부인데 그것도 사적 친분은 없고. 네 장례식은, 내가 상주를 섰는데…….”
아침 햇살이 눈부신 듯 이해기가 선글라스를 썼다. 나이대에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었지만 이보배는 선글라스 아래 젖은 눈 때문에 지적하지 않기로 했다.
“전부 나 때문에 온 사람이고 너 하나 보고 오는 사람이 없더라. 네가 죽은 것도 죽은 거지만 그게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아니? 내가 기억하는 막내는 애교 많은 말괄량이였는데 어떻게 친구라고 오는 사람이 현우 하나밖에 없는지…….”
이보배는 자기 장례식 얘기보다 부길마가 조문 왔다는 말에 더 놀랐다. 진지한 이해기의 말을 끊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 꼭 물어봐야 했다.
“부길마가 내 장례식에 왔어?”
“사흘 밤샘도 같이 해주고 운구도 했어. 화장터까지 따라와 줘서 큰 위로가 되었다.”
“회사 대표로?”
“아니야. 너희 둘이 꽤 친했다. 네가 회사 다닐 땐 접점이 없다가 회사 그만두고 개인 연구 시작하면서 교류 시작했을 거야. 동갑에 사계절 출신이라고 현우가 신경 많이 썼지. 네가 연구에만 몰두한다고 걱정도 하고.”
“흐으으으음. 글쿠나.”
바로 그 신경 써준 한현우 때문에 회사 가기 싫었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현우는 이해기의 추억 속에 싹싹하고 정 많은 동생 친구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게 오빠보다 먼저 죽은 동생이 보여줄 수 있는 의리였다.
“그래서 네가 술 마신다고 문자 보냈을 때 회식 아니면 현우랑 마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설마 마노 누나랑 마실 줄은 몰랐는데……. 마노 누나랑 너는 데면데면했거든. 둘 다 여유 없이 치열하게 살았으니까.”
‘마노 선배가 여유가 없다고?’
박마노는 이보배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자신만만하고 확신에 찬 사람이었다. 열심히 살면서도 여유가 느껴지는 게 멋졌는데 여유가 없다니.
궁금해서 묻고 싶었지만 한번 부길마 일로 옆길로 샜으니 묻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여유 없는 박마노에 대해 물어볼 기회가 다시 올 것이다.
“1시간마다 생존 신고만 하면 네가 노는 건 찬성이란다. 연락 끊긴 지 오래되었지만 학교 친구도 만나고, 회사 동료와 친해지거나 취미 활동 하면서 새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겠지. 형도 돌아오고 한생이도 깨어났으니 네가 여유롭게 살면 좋겠는데 그러질 않고 있더라 이 말이야. 그래서 진지하게 이유를 분석해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