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전면전(全面戰) (2)
“29층…… 쿨럭! 29층이야! 29층이라고! 이제 그만 꺼내 줘, 제발. 가라앉을 것 같단 말이야!”
오필리아가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29층이라면…….”
진혁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시련의 탑 29층.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데카서스와 나머지 다섯 가문에서 노리는 곳은 바로 ‘제국’이 지배하는 층계 중 하나였다.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가네.’
놈들이 뭔가 뒤가 구린 일을 꾸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대상이 제국일 줄이야.
이 여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토록 강력한 군대를 준비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자신들이 있는 곳보다 아래쪽 층계를 노리는 것도 흥미롭지만, 하필이면 뒷줄이 든든한 제국을 노리는 이유는 더 궁금한데.’
아마도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실제로 조금 전 엘리스가 처리한 아귀 외에도 식귀와 그 이상의 것들이 게이트 너머에서 넘어오려고 하고 있으니까.
진혁이 재차 입을 열었다.
“제국을 치려는 목적은 뭐지?”
“쿠, 쿨럭! 모…… 목적?”
“그래, 목적. 굳이 29층을 노린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예를 들어…… 탑의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서 48층에 있는 신격들과 그놈들이 부리는 도마뱀 한 마리의 힘을 약화시키고 싶다든가…… 하는 그런 이유 말이야.”
진혁의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한 마디에.
“그, 그걸 어떻게!?”
오필리아의 안색이 아예 하얗게 변해 버렸다.
바닷물을 몇 모금인가 꿀꺽꿀꺽 삼켰지만, 그걸 신경 쓸 겨를 따위는 없었다.
그만큼 지금 진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결코 나와서는 안 될 말이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탑의 상층에 관한 건 심지어 데카서스 가문의 혈족인 그녀조차도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정보였으니까.
“리액션이 생동감 있는 건 좋은데, 그것보다 내가 묻는 말에 1초라도 빨리 대답하는 게 생명 연장을 위한 소중한 한 걸음이 아닐까?”
“나, 나도 몰라…… 모른다고!”
“정말? 정말로? 흐음. 이래도 생각이 안 나려나?”
꾹! 꾹!
진혁이 나뭇가지를 들고 열심히 오필리아의 정수리를 눌렀다.
머리가 물속으로 아래로 들어갔다 위로 나오는 과정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꼬르륵! 꼬륵!
삶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지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입술을 뻐끔거리는 게 대단하긴 하다.
역시, 이래서 뱀파이어들이 질기다는 소리를 듣는 거구나.
“사, 살려…… 발…….”
“시발이라고?”
이게 물을 한 가득 먹더니 정신이 나갔나.
진혁이 사심을 가득 담아 나뭇가지에 마력을 주입하려고 할 때였다.
“발…… 쿨럭! 뭉…….”
오필리아의 입에서 끊어졌던 음절이 연결되었다.
호오.
욕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또다시 의외의 단어가 언급되었다.
진혁이 나뭇가지에서 잠시 힘을 뺐다.
‘발뭉이라…….’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놈이라 지금쯤 어디 있나 했더니 제국에 있던 거였나.
최상급 성유물로 분류된 용살검(龍殺劒)이라면, 확실히 탑의 상층에 있는 신격이나 고룡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괜히 남색 등급을 받은 성유물이 아니었으니까.
이제야 조금씩 퍼즐들이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좋아. 아주 쓸 만한 정보들이었어.”
이대로 오필리아를 죽여서 레벨업을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약속은 지키자는 주의라서 말이지.
무엇보다 오필리아는 이후에 6개의 가문은 물론, 제국과의 만남에서도 꽤나 유용한 카드로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에 따른 대략적인 계획 또한 머릿속에 차곡차곡 그려졌다.
진혁이 나뭇가지를 거둬들였다.
올라오는 걸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아! 그리고 가주들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이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가주 중에 ‘염혼의 낙인’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놈이 있어 낙인을 찍진 않았지만, 어디 한번 곰곰이 잘 생각해 봐라.
그 잘난 6가문의 가주들과.
나 하나 중에.
어느 쪽이 더 악마에 가까운지, 그리고 어느 쪽을 더 두려워해야 할지.
“히, 히익!”
그 의도를 읽은 오필리아가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쯤 이야기 했으면 알아들었을 거라 믿을게.”
환하게 웃은 진혁이 다시 한번 양손에 검을 쥐었다.
이제, 이번 싸움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다.
***
콰콰콰콰콰콰!
콰아아앙!
막대한 마력과 마력의 격돌 그리고 그 이후의 생긴 잠깐의 공백.
“……큭!”
엘리스의 얼굴이 구겨졌다.
순식간에 고갈되어 버린 마력 탓에 전투는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졌다.
반면.
“후우. 제약이 걸려 있어도 이 정도라니, 정말 지긋지긋하군요.”
미하엘은 처음과 달리 꽤나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최대한 정면 승부를 피한 덕에, 전세는 점점 한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엔 승기가 어느 정도 기울어 버린 지경에 이르렀다.
“그 비겁함은 변한 게 없구나. 너희들이 날 회랑에 가뒀을 때와 똑같아……. 당장이라도 그 목을 쳐 버리고 싶지만, 그저, 내 몸을 옭매는 이 제약이 안타까울 뿐이다.”
엘리스가 애써 분을 삼켰다.
먼지로 더럽혀진 새하얀 머리카락과 뺨에서 흐르는 피가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하하. 아무렴 어련하시겠습니까. 전성기의 당신이라면 저 역시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먼지로 변해 버렸겠죠.”
역대 최강이라 평가받는 진조.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
그 이름이 갖는 의미를 모르는 뱀파이어들은 단 하나도 없었다.
고고한 신격들과 고대종들마저도 엘리스와의 정면 대결은 피하려고 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중요한 건 현재 아니겠습니까? 아타락시아가의 쫓겨난 가주시여. 당신은 그곳에서 나와서는 안 됐습니다.”
“영원히 어둠 속에 갇혀 지냈어야 한단 말이냐? 단지, 내 우리 종족을…… 아니, 탑의 균형을 지키려 했다는 것 때문에?”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저희는 훨씬 더 위로 갈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는데, 왜 그 멍청한 평화와 균형에 안주하며, 저희의 잠재력을 썩혀야 하는 겁니까?”
“50층……은 절대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다. 그걸 위해 전쟁을 하겠다는 건 모두가 다 같이 죽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어. 너도 그걸 알고 있을 텐데?”
“아뇨.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위대한 가문의 가주들께서도 저와 같은 생각이시죠.”
미하엘이 선을 그었다.
이미 모든 게 다 계획된 상황.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 간 퇴물 따윈, 미래를 논할 자격이 없다.
그렇기에.
“이제 슬슬 당신을 죽이고 나머지 군대를 불러와야겠습니다. 부탁인데 추하게 발버둥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한때 가주셨는데, 가시는 마지막 길 최소한의 명예는 지켜 드리고 싶으니까요.”
화르륵!
묵직한 기운이 레이피어의 전신을 완전히 감쌌다.
마력의 질도, 그 양도.
모든 게 엘리스를 압도했다.
이게 마지막이다.
힘을 잃은 마지막 방해물의 심장을 꿰뚫는 것으로 7층에 내려온 모든 목적은 성공을 고하게 될 것이다.
분명…….
그렇게 돼야 했다.
그러나.
“이야. 이건 또 가관이네. 분명히 네가 세계관 최강자 중 하나라고 24시간 내내 자랑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저 녀석 하나 이기지 못하는 걸 보면, 그때 했던 말이 아무래도 방구석 최강자 중 하나라는 뜻이었나 봐?”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진혁이었다.
***
“너……!”
엘리스가 토끼 눈을 떴다.
도와주러 온다고 약속했으니, 나중에 합류할 거라곤 예상했지만,
설마. 이토록 빠르게 와 줄 줄은 몰랐다.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지 않은가?
그것도 데카서스 가문에서 선별해서 데리고 온 혈족들을 상대로 말이다.
진혁이 대단하다는 것쯤은 이미 여러 차례 절감했으나, 이건 어떻게 된 게 가면 갈수록 상식을 깨부수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 미하엘도 마찬가지였다.
‘채…… 5분을 붙잡아 두지 못했다는 건가.’
오필리아와 베르티온. 둘이서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만에 하나 뚫릴 가능성도 염두에 두긴 했으나 이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돌파당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이 상황은 완전히 미하엘의 허를 찌른 셈이다.
언제나 모든 상황을 통제 하에 두는 걸 좋아한 완벽주의자.
때문에 미하엘은 진혁이 엘리스에게 다가가는 걸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바, 방구석 최강자라니! 내가 제약 때문에 그렇지. 제대로 했으면…….”
“알아. 고생했어.”
진혁이 부상을 입은 엘리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미하엘 역시 어느 정도 타격은 입었을 테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설마, 혼자서 싸우겠다는 거야? 아무리 너라도 혼자서는 무리야.”
“그렇게 보여?”
“다, 당연하지!”
분명, 조금 전까지라면 1:1 승부를 장담하지 못했을 거다.
아무리 녀석이 체력과 마력에 타격을 입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영혼 흡혈’을 손에 넣었으니까.
“괜찮아. 뒤는 나한테 맡겨.”
진혁이 싱긋 웃었다.
동시에.
[‘세계의 기억’을 불러옵니다.]진혁의 등 뒤로 황금색 양피지가 펼쳐졌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진리를 담은 대도서관.
탑을 오르며 모아 둔 고유 능력과 스킬들이 저장된 보고다.
파츠츠츠!
눈부신 스파크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이건…….”
미하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정확히 진혁이 하려는 게 무엇인지까지는 몰랐지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인지한 것이다.
콰앙!
곧바로 미하엘이 자리를 박찼다.
극한까지 끌어올린 기운이 번개처럼 뿜어졌다.
그러나. 진혁이 한 발 더 빨랐다.
“‘영혼 흡혈’과 ‘추혼검’을 융합하겠어.”
말이 끝나는 것과 함께.
[융합에 성공했습니다!] [스킬 ‘마혼검(魔魂劍)(SSS)’을 획득하셨습니다!] [마혼검(魔魂劍)입수 난이도: SSS
내용: 시련의 탑 21층. 무림에 소속된 마교의 교주들에게만 전주되는 독문무공입니다. 총 아홉 개의 초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아홉 번째 초식은 초대 교주를 제외한 그 누구도 익히는 데 실패했습니다. 마혼검은 최강의 절기로 손꼽히지만, 방어를 도외시한 패도적인 성향 때문에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바로 이걸 위해서 뱀파이어들과 어울려 줬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한참이나 뒤에서 얻을 수 있는 스킬을 선점하기 위해서.
그리고 정상적이라면 결코 이길 수 없는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우리 여왕 모기 마음에 상처를 입힌 대가는…… 더도 덜도 말고 딱 100배만 받을게.”
[고유 능력 ‘검의 무덤’이 발현됩니다!]검마의 재능에.
마교의 교주들마저 경외 시 여겨 온 검법이 재현되었다.
쏴아아아…….
주변의 공기가 급변했다.
진혁의 발이 한 걸음 앞으로 뻗었다.
그게 신호탄이다.
콰아아앙!
“크윽!”
태산이 내려친 듯한 충격이 미하엘의 손끝에 전해졌다.
크게 휘청거리는 자세.
적의 공격을 물 흐르듯 받아넘기는 레이피어 특유의 검술마저 통용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무식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일격이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진혁이 송곳니로 미하엘의 허벅지를 노렸다.
쌍룡검에 시선을 집중시킨 뒤, 기습적으로 가한 암습.
카아앙!
그러나 미하엘은 종이 한 장 차이로 그 기습에 반응했다.
“흠…….”
의외로 냉정하단 말이지.
어지간해서 저 녀석한테 틈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정석적으로 간다면 말이다.
그럼 이렇게 한번 말해 보면 되려나?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평정심을 유지하던 미하엘의 얼굴에.
“너…… 너 이 망할 쥐새끼 같은 인간이……! 그건 또 어떻게 안 것이냐!”
마침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