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30
730화. Heaven’s door (1)
계속해서 몰아치는 공세 속.
루시퍼는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수많은 시련과 과업들을 경험하며 쌓아온 경험이 결코 헛된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이집트와 베리엘의 맹공에도 주요 거점들을 완벽하게 지켜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 명성은 난데없이 나타난 침입자들에 의해 갈가리 찢겨나갔다.
콰아앙!
퍼어엉!
“으오오오!”
“견뎌라!”
“크하하하! 다 때려 부셔주마.”
각 계층에서 온 다양한 거주자들.
공통분모 따위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는 조합이다.
숫자가 적은 거야 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런데도 외곽 성채에 중심부에 파고들어 마족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가히 치가 떨릴 수준이었다.
“그래서… 단 한 명도 잡지 못하고 전부 놓쳤다?”
외눈 악마를 통해 저장된 기억을 본 루시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평소의 냉철함과는 다른 차가운 분노가 스며든 눈빛이었다.
“죄, 죄송 합….”
퍼어억!
말을 하던 마족의 머리가 그대로 터졌다.
붉은 피가 바닥을 적셨다.
루시퍼가 벌벌 떨고 있는 두 번째 마족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어서 보고해라.”
“예, 예!”
식은 땀을 뚝뚝 흘리는 긴 흑발을 한 서큐버스가 고개를 조아렸다.
“상한 마수들이 많긴 하지만, 아주 큰 피해는 아닙니다. 애초에 침입한 적들이 워낙 소규모이기도 했고 본격적인 전투보다는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강했습니다.”
“시간을 끌었다?”
루시퍼가 그 말을 되뇌였다.
성채 외곽에서 특별히 강진혁 쪽이 노릴 만한 건 없을 텐데.
거기에는 마수들의 흉폭성을 높여주는 각종 비약들과 오직 마계에서만 자라는 식물들의 모종이 있을 뿐이다.
‘두 개 모두 놈에겐 쓰레기와 다름없을 터.’
그럼에도 굳이 침입했다는 건 그걸 이용할 방법을 찾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 방 먹었군.”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완벽한 패배다.
루시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길 지키고 있던 무능한 놈들은 모두 처형해라. 새로운 지휘관에겐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간 똑같은 꼴이 될 거라 전하고.”
“예.”
좌우를 지키던 리치들이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아, 마무리는 깔끔하게 해야겠지.”
“제, 제발….”
서큐버스가 몸을 가늘게 떨었다.
목숨에 대한 갈망이 가득 담긴 눈물이 흘러내렸다.
허나, 상대는 마왕이다. 인간에게 놀아났다는 사실에 짜증이 가득 나 있는.
퍼퍼퍼퍽!
루시퍼의 손짓 한 번에 보고하던 서큐버스의 몸 마저 한 줌의 핏물이 되어버렸다.
진혁이 노리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에덴과 용족에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루시퍼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에덴 측 역시 언젠가 마족들이 점령해야 할 골칫거리들.
굳이 그들에게 유리한 걸 알려줘서 전력이 손실되는 걸 막을 필요는 없다.
가장 좋은 결말은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에덴 측이 서로 죽고 죽이며 공멸하는 것. 너덜너덜해진 상황에서 온전히 모아둔 전력을 투입해 전부 다 쓸어버리는 게 루시퍼의 계획이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드래곤 레어의 거점을 완벽하게 정비한 진혁이 다가오는 결전을 차분하게 기다렸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정신없이 수많은 이들을 만나고 아이템들과 히든 카드들을 마련해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열세인 건 변함없었지만, 진혁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절망이 아닌 흥분이었다.
어느덧 가시권으로 보이기 시작한 탑의 정상 정복.
이제는 혼자가 아닌 모두와 함께 그 광경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들자 가슴 한켠이 간질거렸다.
‘반드시… 이긴다.’
인류의 멸망을 막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과 멸망이 끝난 그 내일을 맞이하겠다.
마음을 다잡은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자.”
진혁이 텐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시작이군.”
“기다리고 있었어요.”
“너무 걱정말고 짐만 믿거라. 하찮은 천사들이나 도마뱀들이야 모조리 박살내줄 터이니.”
천유성과 테레사 그리고 엘리스가 모든 무장을 갖췄다.
“저희도 준비 끝났어요.”
“한 판 붙어보자고.”
유연화와 이태민도 합류했다.
바로 그때.
띠링!
[특수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거점 점령전’이 시작됩니다!] [양 측에 속한 세력은 서로의 핵심 거점을 빼앗아 최종 전쟁에서 승리하십시오.]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거점 수 : 12 vs 에덴의 거점 수 : 33] [기간: 179D : 23H : 59M : 59S] [승리 시: 상대의 영역을 모두 흡수하게 되며 상층부에 대한 자유로운 층계 이동권이 보장됩니다.] [패배 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보상: 현존하는 보라색 등급의 아이템 중 1개를 영구히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선택권은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들을 대상으로 하며 그 아이템이 현재 행방불명인 상태이거나 누군가에 의해 강제 귀속되어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 외에도 12개의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 세부 사항을 확인하려면 ‘자세히 보기’를 누르십시오.]수많은 상태창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최소 3개 이상의 거대 세력들이 연합해 또 다른 거대 세력의 연합과 전쟁을 벌일 경우. 그리고 그 전쟁이 탑의 균형을 붕괴시킬 정도로 막대한 파급력을 지닐 경우.
2개의 조건이 모두 충족된 경우에 한해 발생하는 특수 이벤트였다.
‘보상들이 엄청나네.’
진혁의 눈동자에 스파크가 일어났다.
가장 좋은 보상들만 얻는 다는 독식 특성 덕분이긴 할 테지만, 군침 도는 내용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특히나 보라색 등급의 아이템을 자유자재로 고를 수 있다는 건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으니까.
여기만 돌파한다면 단숨에 탑의 최상층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커다란 대가였다.
하지만.
마냥 좋은 일만 적혀 있는 것은 아닌 법.
적이 거점화시킨 장소가 예상 보다 2배는 더 많았다.
외부와의 활동을 완벽하게 차단한 채 모든 힘을 거점에만 쏟아부은 것 답다.
반년이라는 기간 안에 빼앗기엔 쉽지 않은 숫자다.
……서둘러야겠네.
결집했던 병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베리엘의 영지에서 출발한 연합군이 향한 곳은 에덴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하늘의 폭포’였다.
‘성자들의 사원’도 후보군이긴 했지만, 이쪽이 좀 더 대군이 움직이기 용의했다.
드론을 통해 사전정찰을 해둔 덕에 보초병들을 정리하는 것도 손쉬웠다.
우우웅!
진혁과 테레사가 정교하게 신성력을 재배열하자. 끝없이 흐르던 폭포의 물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가시죠.”
폭포 사이로 드러난 크고 기다란 굴.
다시 한 번 병력이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연합군이 도착한 최종 목적지가 바로 Heaven’s Door(천국의 문)이었다.
본래라면 천상의 허락을 받은 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정문.
당연한 말이지만, 초대권이 없는 이들에겐 허락되지 않은 영역이다.
쫓겨난 가브리엘 역시 권한이 박탈되어있긴 마찬가지였고.
쿵! 쿵! 쿵! 쿵!
엄청난 수의 대군이 문 앞에 집결했다.
연합 측의 병력이 길게 늘어지며 진형을 갖췄다.
“정문으로 돌입할 생각인가? 수천 년을 싸워온 마족들도 여기 만큼은 건들지 않는다고 들었네만.”
북유럽을 지휘하는 오딘이 천국의 문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이건 그냥 던지는 말이 아니다.
수많은 세력들을 이끄는 리더로서. 승산이 희박한 전쟁의 시작을 어떻게 열 것인지를 묻는 것이지.
“이 만한 규모의 병력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는 오직 여기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보급로도 최단거리인 데다, 오기까지 험로도 없어 방어도 용의하죠. 같은 의미에서 후방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도 빨라질 겁니다.”
[보급로와 지원부대에 대한 이동경로가 표시됩니다.]허공에 수많은 선과 점들이 떠올랐다.
플랜 A부터 Z까지.
단순히 무력으로만 찍어누르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으니까.
“흐음. 과연 그렇군요.”
오딘이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주신들도 진혁을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
얍삽하고 능글맞으며 적의 약점만을 파고드는 게 아니라.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계획이 있다면 이곳에서 희생이 크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것이 모든 신격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단 한 명.
진혁을 제외하곤.
‘시작부터 아까운 병력을 소모시킬 수는 없지.’
뛰어난 명장은 수많은 시체 위에서도 승리를 쟁취한다.
그리고 고인물은….
희생자 없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시작해볼까.”
진혁이 아공간에서 고구마를 불러왔다.
“모기이이!”
고구마가 우렁차게 포효했다.
딱 벌어진 날개와 포동포동한 네발이 단단하게 지면을 디뎠다.
이미 현대에 있을 당시 엄청난 양의 마정석을 먹어서 마력을 최대치까지 채워둔 상태.
화력이 부족할 걱정은 없다.
[대량의 마정석이 마력으로 치환됩니다!] [일시적으로 능력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고구마가 Lv??? ‘브레스’를 발동합니다!]쿠쿠쿠쿠쿠!
빨간 입을 따라 모이는 검은색 빛.
최강의 겁화가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
진혁이 전쟁을 시작하기 삼일 전.
시련의 탑 밖에서도 계속해서 웅크리며 타이밍을 보고 있던 이가 움직였다.
“공략법을 알아냈습니다. 지금부터 반년 안에 탑의 정상을 보게 해드리죠.”
전세계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들과 대형 길드의 간부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슈에뜨는 폭탄같은 말을 내뱉었다.
“하하. 슈에뜨 씨께서 농담도 다 하시는구요.”
“좋아요. 저희에게 그런 패기가 필요한 시점이긴 하죠.”
“과연, 인류가 그토록 애를 먹던 유적을 공략시킨 분 다운 발언이십니다. 껄껄껄.”
허무맹랑한 말을 최대한 좋게 넘기고자 하는 아부성 짙은 말들과.
“…….”
“쳇.”
“반년 같은 소리하고 있네.”
허세를 넘어 공상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심 섞인 말들이 교차됐다.
당연히 전자는 큰 소리로 울려퍼졌고. 후자는 혼잣말에 가까운 속삭임이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였다.
그 정도로 슈에뜨가 하는 말에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었다.
“제 말을 믿기 힘드신가보군요.”
슈에뜨가 싱긋 웃었다.
그러면서 긴 말을 할 필요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왜 그러시는 건지…?”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제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지금부터 증명해드릴 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슈에뜨는 탑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보는.
모든 이들을 경악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띠링!
[시련의 탑 40층이 공략되었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한 ‘슈에뜨’는 내일 하루 명예의 전당에 오릅니다.] [앞으로 90일 이내에 탑의 다음 층계를 정복하십시오.]고작 6시간.
대형 길드와 수십 개의 공격대들이 돌파를 하지 못해 쩔쩔대던 층계의 보스 몬스터가 쓰러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럴 수가.”
“정말이었어?”
“다른 도움이 있던 것도 아니에요. 거주자나 신격의 도움도 없이 홀로 공략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허허. 그분을 과소평가한 건 오히려 우리들이었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강함.
하지만, 충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슈에뜨는 보상을 독식하지도 않았다.
높은 랭크의 유적과 미궁들을 돌파할 때마다 나온 성유물과 아이템들을 아낌없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뿌렸다.
“이미 저는 충분히 강합니다. 그렇기에 나머지 분들이 더 좋은 무기와 방어구를 맞추는 것이 모두를 위해 더 효율적이겠죠.”
강한데도 자만하지 않는다.
이타적이기까지 한 슈에뜨의 행보에 시기와 질투를 하는 이들조차 이내 마음을 되돌렸다.
새로운 인류의 영웅.
그 구심점 아래 모두의 목표가 하나로 굳혀졌다.
더 이상 지지부진하게 끌지말고. 짧은 기간 내에 탑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으로 말이다.
“오오오오!”
“할 수 있다!”
“종말의 공포는 이제 끝이다!”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함성 속.
[앞으로 90일 이내에 탑의 다음 층계를 정복하십시오.]점멸하는 상태창이 유독 붉게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