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27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27화 –
‘……라고 다자르는 생각하고 있겠지.’
어디서도 모로카닐을 찾지 못했다고 말이다. 나는 힐끔 다자르를 보았다. 그는 이마를 찌푸린 채 난감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신성력을 뿌리고 있는 모양인지,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지만 성과를 보는 것 같진 않다.
퍽 난감해 보였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조금 난감하긴 했다.
모로카닐이 있을 거로 예상되는 저택이 눈앞에 떡하니 보였던 까닭이다.
“저기, 있잖아. 다자르.”
사실 처음 이 마을을 돌아다닐 때부터 보인 곳이긴 했다. 그때는 ‘응? 뭔가 이질감이 드는데?’ 정도였고. 두 바퀴를 돌았을 때는 ‘다자르가 왜 그냥 지나가지?’였다가, 지금은……
“혹시 저 저택이 안 보여?”
“응……? 저택? 무슨 저택을 말하는 거지?”
다자르의 반응을 보고 확신하게 됐다. 저건 내 눈에만 보인다는 것을 말이다. 이거 참 난감하군.
나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눈앞의 건물을 물끄러미 보았다.
이 층 높이의 저택은 시골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게 퍽 화려한 외양을 지니고 있었다. 외양부터 아주 이질감이 드는데,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아주 이상했다.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인데.’
다자르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니, 그럼 이 저택에 결계나 어떤 마법 같은 게 걸려 있는 걸까. 그래서 내게만 보이는 거고?
“희아, 네 눈에는 저택이 보여?”
다자르가 심각한 목소리로 물어 왔다. 마주친 황금빛 눈동자에 걱정이 넘쳐 흐르고 있어, 대수롭지 않게 답하려던 입술이 멈췄다.
“어…… 으응,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네. 아마 내 몸 때문이려나. 결계가 걸려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
“……결계라.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정도라면 나보다 실력자라는 소리인데.”
다자르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올렸다. 다자르보다 실력자라.
생각해 보니 세드릭은 이미 몇 번의 생을 반복한 시아스터의 초월자고…… 다자르는 이제 갓 십 대 후반이 된 어린 초월자잖아.
‘이곳에 들어가야 모로카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자르를 함께 데리고 들어가도 괜찮을까?’
나는 결계가 통하지 않는 몸이니, 괜찮다고 쳐도…… 라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비록 어려도 초월자는 초월자고. 실제 능력 또한 나보다 월등히 뛰어나잖아.
어린 다자르가 걱정이 되지만, 지금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나는 이제껏 그가 내게 그래 왔던 것처럼 손을 내밀었다.
“잡아, 다자르. 나와 함께 저 저택에 들어가자. 저곳에 분명 모로카닐과…… 다른 사라진 사람들이 잡혀 있을 거야.”
“하지만, 위험할지도 몰라. 희아. 위험한 곳에 널 데려갈 수는…….”
“그럴수록 함께 가야지. 저곳에서 모로카닐을 구하고 힘을 합쳐서 세드릭, 아니, 그 수장을 상대하자.”
다자르 혼자서는 세드릭을 상대하는 게 힘들 것 같았다. 어른 다자르가 생각보다 쉽게 세드릭을 제압했던 걸 보면 미래에는 그의 능력이 아주 월등해지는 것 같지만.
지금으로서는 두 초월자가 힘을 합치는 게 나을 듯싶다.
‘혹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도망을 쳐도 괜찮으니까.’
그리고 세드릭의 존재를 두 사람이 인지하고 있다가, 추후 성장하며 그를 제거해도 되고 말이다.
세드릭은 암적인 존재라고 이미 이전 세계에서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 이 세계에서 그를 제거하는 게 모두를 위해서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알았어. 희아가 그렇게 말한다면.”
다소 무모한 제안이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도, 다자르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손을 맞잡아 왔다.
어른 다자르보다는 작고, 꼬마 다자르보다는 커다란 손은 내게 굳건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저택 안으로 발을 옮겼다.
“신기하군. 희아와 함께 들어오니, 정말 저택이 있어.”
나와 손을 잡아서인지, 안으로 들어서자 다자르는 저택 내부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아무도 보이지 않네.”
하지만 우리가 정원을 지날 때까지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것 같진 않았다. 정원의 나무들이 아주 반듯하게 다듬어져 있었던 까닭이다.
정원을 가로질러 마침내 저택의 문 앞에 도착하자 다자르가 중얼댔다.
“문이 열려 있어.”
다자르의 말대로, 저택의 문이 열려 있었다. 마치 방금 전 누군가 급히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동시에 문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선 작은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로비를 지나 계단을 오른 우리는 갈림길에 섰다.
“양쪽으로 복도가 나 있어.”
다자르가 무릎을 구부려 바닥을 손으로 살짝 쓸었다. 그의 손에서 하얀 빛이 나오는 걸로 봐서 신성력을 쓴 듯했다.
“모로카닐의 기운이 느껴지긴 하는데. 어느 쪽인지 모르겠어. 일단 이쪽부터 보는 게 좋을까.”
“음…….”
그때였다.
“어라, 어라. 이게 누구시죠. 저희 마을의 손님들이시군요. 저희 집에는 무슨 일로 오신 걸까요? 그 전에, 이렇게 무단으로 들어오는 게 굉장한 실례라는 걸 알고는 계신지.”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눈앞에 불쑥 세드릭이 나타났다.
“아아, 생각해 보니 두 분이서 아까 그 손님과 지인이시라고 했죠. 제가 잊고 있었네요.”
세드릭이 싱긋 웃더니 내 뒤쪽 복도를 가리켰다.
“아까 그 손님을 찾아오신 거라면, 저쪽으로 가면 됩니다. 물론…… 그 전에 집주인인 제게 허락을 받아야 하겠지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에게서 암울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전 세계에서 마주했던 익숙한 기운이었다.
동시에 그에게 당했던 배가 움찔 떨려 왔다. 그때의 아픔이 떠올랐던 것이다.
“……윽.”
내가 작게 앓는 소리를 내자, 다자르와 맞잡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나를 달래는 듯했다.
“이 녀석은 내가 상대할 테니, 신경 쓰지 말고 희아는 모로카닐을 찾아.”
지금에선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었지만, 선뜻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왠지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두고 가는 기분이었던 까닭이다.
“……어서, 희아.”
하지만 지금 시간을 지체해 봤자 좋을 건 없었다. 오히려 빨리 모로카닐을 찾아서 세드릭을 함께 상대하는 게 더 나을 것이었다.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다자르가 내 손을 부드럽게 놓고, 두 손에서 하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전 날, 내 몸에 닿았다 통 튕겨 나갔던 기운은 세드릭과는 달리 성스러운 힘을 흩뿌렸다.
세드릭이 멈칫했다.
“오호. 이런, 이런. 제가 몰라봤네요. 당신, 초월자였군요? 이번 세계에서는 제가 크게 개입하지 않아도 루벤이 잘 성장하고 있어서 초월자들에게는 딱히 힘을 쓰지 않았는데.”
세드릭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이 기운은 시아스터…… 아직 채 여물지 않은 힘이군요. 재밌겠어요. 어디 한번 실력을 볼까요.”
다자르는 세드릭의 비웃음은 개의치 않은 채, 묵묵히 날 뒤로 밀었다. 어서 다녀오라는 메시지였다.
세드릭의 말이 분하게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 걸까. 어른 다자르는 생을 몇 번이고 반복한 세드릭도 제압할 정도로 실력자인데. 나는 입술을 꾹 물고 바닥을 박찼다.
그리고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모로카닐을 찾아야 해……!’
내가 땅을 박차자마자, 뒤에서 쾅! 쾅!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다자르와 세드릭의 힘이 부딪히는 소리인 듯했다.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빨리 모로카닐을 찾는 게 급선무였으니까.
“어디 있어, 모로카닐!”
나는 복도를 지나며 나타나는 양쪽의 문을 하나씩 쾅쾅 열어 보며 모로카닐을 찾아다녔다.
“꺅! 사, 살려 주세요!”
“파괴신이시여……! 영생을……!”
“흑흑…… 엄마…….”
문을 열어젖힐 때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제각기 다른 반응으로 맞이했지만,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모로카닐을 찾아 움직였다.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은 구해 줄 수 없어요.’
우선은 세드릭을 해결하고 해야 할 문제다.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문을 열어젖히다가, 마침내 모로카닐이 있을 듯한 곳을 찾았다. 그가 초월자라는 걸 안 모양인지, 문에 온갖 결계가 걸려 있었다.
그 문을 쾅! 발로 강하게 열어젖혔다.
문짝이 떨어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로카닐이 보였다.
“모로카닐!”
찾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나는 알아차렸다. 모로카닐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말이다.
“모로카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