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6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26화 –
나는 시아스터 공저에 돌아오자마자 그에게 음식을 하나 만들어 내밀었다.
“이건 뭐야?”
그의 어깨 위에는 오랜만에 맞이하는 붉은 새가 얌전히 앉아 있었고, 그와 나 사이의 테이블에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음식이 하나 올려져 있었다.
붉은 새도 내가 내민 음식이 궁금한지 고개를 갸웃한 것 같았다. 사나운 외양과 달리 꽤 귀여웠지만, 나는 지금 중대한 상황에 봉착해 있으므로 어깨를 쫙 펼쳤다.
나는 손가락으로 척 그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간장계란밥이라는 거예요.”
하얀 쌀밥 위에 살포시 올라가 있는 계란과 윤기가 흐르는 간장 비슷한 소스.
간장계란밥이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실제 간장은 아니었다.
이 세계가 K-로판이 패치된 세계관이긴 했지만, 간장은 없었으니까. 다만, 다행히 간장과 비슷한 맛을 내는 소스가 있긴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다음에는 직접 간장을 만들어 볼까 싶다.
그가 꿀꺽, 침을 삼켰다. 그의 얼굴에 이제껏 보지 못한 화색이 돌았다.
금방이라도 스푼을 뻗어 입에 집어넣을 태세였다.
그때 재빨리 두 손으로 그릇을 덮었다.
팅! 그가 내밀었던 스푼이 튕겨 나갔다.
“잠깐. 그 전에. 먹고 싶으면 제 말을 따라 해 봐요.”
다자르가 입술을 씰룩였다.
“뭐?”
“앞으로 실리아 님을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
“싫어요? 그럼 이건 어때요. 실리아 님의 발닦개가 되겠습니다. 기한은 실리아 님이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
다자르의 황금빛 눈이 바르작바르작 애처롭게 떨렸다. 그가 쥔 스푼도 바들바들 흔들렸다.
다자르가 입술을 살짝 물고 눈을 깊게 감았다 떴다.
한참을 머뭇대던 그가 제 손에 들린 스푼을 한 번, 내가 입구를 막고 있는 간장계란밥을 한 번 보더니 느릿느릿, 한 글자씩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발…… 닦…… 개…….”
“네? 뭐라고요? 잘 안 들리는데, 크게 말씀해 주실래요?”
“…….”
“똑똑~?”
“누가…… 누가……!”
휘익!
그때 그가 벌떡 일어서며 손에 들고 있던 스푼을 저 멀리 날렸다.
유려하게 하늘을 날아 대리석 바닥에 채앵! 하고 떨어진 스푼은, 어찌나 세게 던진 건지 바닥에 떨어져서도 저 멀리 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졌다.
한동안 미끄러지던 스푼은 팅! 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췄다.
그의 손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은 스푼의 짧은 여행을 감명 깊게 바라보다가, 내 앞에서 씩씩대고 있는 그를 보며 정신을 바싹 차렸다.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할까 보냐!”
그는 목청 높여 버럭 외치고는 성큼성큼 걸어 밖으로 나가 버렸다. 덕분에 그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붉은 새가 퍼뜩 날아올라 내 앞 소파에 툭 내려앉았다.
문을 나서는 그의 목덜미가 분노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자기 새도 이렇게 두고 가 버리다니. 퍽 화가 난 모양이었다.
“음.”
뭐, 거절할 거라고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이 놀랍지는 않았다.
나는 조용해진 방 안에 붉은 새와 마주 보고 앉아서 그릇을 당겼다.
그러고는 트레이 뒤에 살짝 숨겨 뒀던 내 몫의 스푼을 집어 들고 간장계란밥을 삭삭 비벼 한 입 먹었다.
“으음!”
역시. 간장계란밥은 언제 먹어도 진리지. 크으.
흐뭇하게 웃으면서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네 주인은 참 속이 좁다, 그치?”
내 말에 동의하듯 붉은 새가 언뜻 고개를 끄덕인 것도 같았다. 나는 속이 시원해져 씩 웃었다.
아, 기분이 참 좋네.
* * *
모로카닐이 놓고 간 이상한 돌을 돌려주기 위해서, 며칠 뒤 다시 ‘3초만 주면 독살시켜 드림’ 가게에 갔지만, 모로카닐은 없었다.
“실리아 님, 오늘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시는군요.”
“아, 그래 보여?”
나는 책상에 놓여 있는 돌에서 시선을 떼고 칼을 보았다.
잠든 악시온을 업은 채인 칼은 과일을 깎아 가져다주려던 참인 듯했다.
토끼 모양으로 깎은 사과가 가득 올려진 은쟁반을 그가 톡 내려놓았다.
“네에. 오늘 도착한 서신 때문인가요? 흠흠, 렛시라는 분은…… 허험, 남성분이신가요?”
내 앞에 놓인 서신을 안 보는 척 힐끔힐끔하면서, 칼이 연신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나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자.”
“맙소사.”
“응?”
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왠지 익숙한 반응이었다. 그 뒤에 이어질 내용이 대충 예상이 갔다.
“실리아 님께 드디어 동성 친구가……!”
칼이 왈칵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빠르게 눈을 깜박였다.
천장을 향한 눈에 물기가 서렸다.
“이번 황제 폐하의 무도회에서 사귀신 친구인가요? 오오……. 세드릭 님 말고 또 다른 친구를 사귀실 수 있을지 무척 걱정했습니다만, 죽기 전에 결국 제 꿈을 이루었군요. 흑흑. 이게 다 선견지명을 지니신 스칼렛 황제 폐하 덕분입니다.”
“으, 으응……. 칼, 악시온의 고개도 같이 꺾였는데…….”
“앗! 악시온 님!”
렛시가 그 스칼렛 황제 폐하라는 걸 알면 아주 기절하겠구먼.
악시온이 얌전히 잠들어 있는 걸 확인한 나는 이제 익숙해진 칼의 리액션을 대충 넘기고, 답장을 마무리했다.
렛시는 간략한 안부와 그날 먹었던 가래떡이라는 게 아주 맛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엘 경이 아직도 발을 절뚝이며 다닌다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와서 국정(찍찍 그어져 있다) 일과를 볼 때마다 곤란해.]나는 렛시에게 웃음을 주어 기쁘다는 말과 함께, 하엘 경의 쾌차를 빌어 주었다.
서신을 봉투에 넣고 인장을 쿡 찍어서 시종을 통해 보낸 뒤 우리가 지내고 있는 별관 앞마당으로 갔다.
‘아니, 내 이름은 대체 어떻게 알고 있었냐고?’
그로부터 한 달 하고도, 며칠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그 민들레 에인젤 모로카닐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혹시 그때 무도회에 참가한 귀족인가?’
나를 보며 슬슬 피하던 귀족들이 생각났다.
그럼 나를 알고 있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
‘나름 악명으로 유명한 인물이니까……?’
흠.
그런데 왜 그런 호의를 베푸냔 말이야?
그때 무도회에서 마주쳤던 귀족들의 반응을 떠올렸다. 나를 마치 바 선생이라도 보듯 하며 후다닥 도망가지 않았나.
‘다자르도 내 악명을 방패 삼으려고 했는데.’
굳이 그런 사람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 수 있을까? 이상한 일이었다.
‘에잇, 모르겠다.’
나는 텃밭의 흙을 작은 호미로 탁탁 고르며 쯧 혀를 찼다.
여전히 농덕인 이 몸은 하루라도 빠짐없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렸기에, 임시방편으로 만든 텃밭이었다.
‘나중에 또 보자고 했으니 언젠가 보긴 보겠지.’
대충 그렇게 생각하고 모로카닐에 대한 생각을 흩어 없애고 있던 나는 이어서 찾아온 손님을 맞이했다.
“실리아! 황궁은 잘 다녀왔어? 기분은 어때?”
“아. 세, 세드릭.”
세드릭이었다.
그의 부슬부슬한 분홍 머리와 동그란 안경을 보니 또다시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갈 것 같았다.
‘실리아아…… 우에엥……!’
헉! 바짝 힘을 줘 현재에 초점을 맞췄다.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것.
과거나 미래에 얽혀 바로 지금, 이곳에 마음을 놓지 않으면 사념과 걱정, 불안에 휩싸여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난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고 흔들림 없는 눈으로 손에 쥐고 있던 연장들을 하나씩 내려놓은 뒤, 그를 반겼다.
“어서 와. 기분은 아주 상쾌해.”
“와아! 그거 잘됐다. 역시 내가 무도회 다녀오라고 한 게 효과가 있었지?”
그가 속삭이듯 말하고는 살짝 눈을 찡긋했다. 그 모습이 과거 이 몸에 괴롭힘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조금 능글맞았다.
그가 말하는 바는 무도회에 가서 사람 하나 후려치고 온 덕에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냐는 뜻이겠지만.
내가 기분이 좋은 건 다자르에게 한 방 먹여 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굳이 설명할 이유는 없었으므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뭐, 나쁘지 않았어.”
“후후. 역시. 나만큼 실리아를 잘 아는 사람도 없다니까.”
그야, 인생의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실리아에게 괴롭힘을 당해 왔으니. 세드릭은 아마 이 몸을 가장 극악무도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무슨 일이야?”
세드릭이 동그란 안경을 고쳐 쓰더니 싱긋 웃었다.
“친구랑 잠깐 시간을 보낼까 해서 왔지. 그동안 일만 했잖아.”
“음.”
오늘 무슨 친구의 날인가.
나는 ‘저는 아주 선하고 착해요.’라고 쓰여 있는 것 같은 세드릭의 얼굴을 힐긋 보고, 장갑까지 마저 벗었다.
“들어와.”
“와아.”
세드릭은 신난 기색으로 룰루랄라 내 뒤를 따랐다. 금방 응접실로 들어온 우리는 칼이 내온 홍차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아까 그건 따로 만들고 있는 텃밭인 거야?”
“응. 그냥 취미 삼아.”
“아주 건설적인걸, 실리아.”
“뭐어…….”
방긋방긋 웃고 있는 얼굴이 썩 부담스러워 슬쩍 시선을 빗겼다. 난 저렇게 선함 가득한 얼굴은 왠지 부담스럽더라.
한참 세드릭이 먼저 주제를 꺼내고 내가 답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굴러가다가, 그가 문득 의외의 주제를 꺼냈다.
“곧 균열의 날이잖아.”
균열의 날.
렛시가 며칠 전 다자르에게 한 말이었다.
원작에서도 등장했기에 나 또한 그날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드릭이 알고 있는 건 아주 의외였다.
왜냐하면, 균열의 날은 초월자들과 황실의 고위급 관리들 말고는 일반인들은 그 존재도 모르는 날이었던 까닭이다.
잠깐. 고위급 관리?
‘그러고 보니 세드릭이 여기 식량 개발의 교육 담당으로 왔다고 했었지.’
나름 직위가 높은 건가? 나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너 직위가 뭐야?”
그러자 세드릭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답했다. 분홍빛 속눈썹이 눈웃음을 따라 예쁘게 내려앉았다.
“나? 재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