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42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42화 –
나는 내 옆에 난데없이 나타난 다자르를 보며 눈을 끔벅였다.
겉으로 티는 안 나겠지만, 매우 놀란 상태였다.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었다.
화들짝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다자르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뭐예요?”
“뭐긴 뭐야. 네가 너무 안 와서 데리러 왔지.”
아니, 내 몸에 무슨 결계라도 붙여 놨나?
어떻게 내가 있는 곳에…….
‘아. 나는 그런 게 안 통하지.’
시선이 절로 아래를 향했다.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악시온이 보였다.
아까 운 탓에 눈 밑이 살짝 붉었다.
‘악시온에게 뭔가 해 둔 건가?’
불쑥 불쾌감이 밀려왔다.
내게 허락도 받지 않고 악시온에게 수작을 부려 뒀다고?
“여기, 어떻게 온 거예요?”
“그건 가면서 설명해 주지. 우선 나가자.”
한쪽 다리를 삐딱하게 다른 쪽 무릎 위에 올린 채 앉아 있던 다자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끼익, 의자가 뒤로 거칠게 밀려났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도 없이 자리를 뜰 필요가 있습니까? 다자르.”
그때 얌전히 맞은편에 앉아 있던 모로카닐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다자르가 나타났을 때부터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놀란 기색이 없었다.
“신전과 황실이 있는 수도에서 공간을 찢다니. 이 무슨 위험한 행동입니까.”
“왜? 금지된 것도 아닌데.”
“위급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것입니다.”
“아, 미안. 지금 좀 위급 상황이었거든. 나랑 같이 사는 녀석이 갑자기 실종되어서 말이야.”
다자르가 삐딱한 얼굴로 받아쳤다.
모로카닐의 상냥한 얼굴에 빗금이 그어졌다.
“같이 사는……?”
모로카닐의 눈이 나에게 향했다.
그의 눈이 내게 향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다자르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아, 혹시 우리 상냥한 모로카닐께서 내가 신전에서 금제를 받을까 걱정을 하는 건가? 걱정하지 마. 어차피 네 녀석도 내가 나타나고 나서야 공간이 찢어진 걸 인지했잖아? 다른 녀석들은 지금 눈치채지도 못했을걸.”
“……오만한 건 여전하군요.”
“네 녀석이야말로 그 가증스러운 내숭은 여전하구나.”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지켜보면서 나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공간을 찢는다는 그 신성 마법은 위급 상황이 아니고서야 금지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아마 그걸 어기면 신전에서 초월자들에게 제한을 두는 모양이다.
둘째, 다자르와 모로카닐은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
‘같은 초월자 아니었나…….’
게다가 전생부터 같이 초월자로 살아온 것 같은데. 그럼 더 깊은 인연이지 않나.
나는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대는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뭐, 둘이 사이가 좋건 말건 내게는 별로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난 악시온만 신경 쓰면 되니까.
‘우선 돌아가면 악시온에게 걸어 둔 걸 없애도록 해야겠어.’
아마 위치를 추적하는 것일 테다.
“저기…….”
내가 입을 여는 동시에 다자르가 입술을 뗐다.
“한동안 방랑벽이 도진 것 같더니. 웬일로 수도에 붙어 있나 모르겠군. 또 괴상한 걸 만들고 있나 보지?”
“평소에 절 길거리의 돌덩이 취급하시더니, 알고 보니 제게 관심이 많으셨군요? 하긴, 그럴 만도 하군요.”
다자르의 눈이 가늘어지고, 모로카닐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껏 상냥한 얼굴만 가득하던 그의 얼굴에 살짝 비웃음이 걸렸다.
“이 세상에서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저니까요.”
“……하. 그건 피차 마찬가지 같은데.”
아니.
둘만의 비밀 같은 그런 달콤한 단어에는 별로 관심 없고요.
집에나 보내 달라고요.
“저기요. 이보세요. 똑똑.”
나는 악시온을 고쳐 안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서로를 향해 진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던 두 남자의 눈이 내게로 꽂혔다.
아주 따갑구먼, 따가워.
“두 분이 친해서 수다 타임을 갖고 싶은 건 알겠는데요. 제삼자도 좀 생각해 주시죠?”
“…….”
“…….”
친하다는 말에 두 남자가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나는 모른 척하며 걸음을 옮겼다.
“더 친분을 나누고 싶으신 거면, 전 먼저 갈게요. 그럼 이만.”
악시온을 위해 준비되어 있던 우유를 냉큼 낚아채서 방을 나섰다. 으리으리한 복도를 지나 찻집을 나오니, 언제 따라 나온 것인지 옆에 다자르가 뚱한 얼굴로 서 있었다.
“왜 두고 가?”
“뭘 두고 가요?”
“나.”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내가 왜 당신을 챙겨 가야 하는데요? 허락도 없이 애한테 이상한 위치 추적 같은 거나 걸어 둔 사람한테.”
“……아, 그건.”
다자르가 살짝 찔리는 얼굴을 했다. 나는 그를 뒤로하고 걷기 시작했다. 슬슬 저녁이 되어 가고 있어, 날이 쌀쌀했던 탓이다.
악시온이 추울지도 모르니까 우선 저택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걔 이리 줘.”
그때 내 품에 안겨 있는 악시온을 향해 다자르가 슬쩍 손을 뻗었다.
“뭐예요?”
“뭐긴. 오늘 하루 종일 애 안고 있었을 텐데, 무거웠을 거 아니야? 바닐라 그 녀석도 조그마하면서, 웬만한 돌덩이 저리 가라던데.”
내 앞에 내밀어진 기다랗고 예쁘게 뻗은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됐어요. 알고 있겠지만, 제가 무쇠 팔이라서요.”
“그러지 말고.”
다자르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악시온이 내 품에서 둥실 떠올라 부드럽게 날아 다자르의 품에 안착했다.
워낙 조용하고 안정감 있게 움직인 탓에, 악시온은 여전히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어어……. 지금 또 허락도 없이 악시온을…….”
“알았어. 알았다고. 없애면 될 거 아니야.”
다자르가 냉큼 말했다.
“나도 일부러 걸어 둔 거 아니야. 이 녀석 심장에 있는 그걸 숨기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자르의 표정이 매우 억울해 보였다.
“모로카닐까지 마주할 줄은 몰랐지만. 그 녀석들 모두 다 눈치채지 못했지?”
악시온의 심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신전에 오기 전 다자르의 말한 대로 아무도 악시온의 심장에 대해 이상해하지는 않았지.
“네. 그러긴 했어요.”
“그런데 넌 왜 저 녀석이랑 저런 찻집에…….”
“아! 맞다!”
이런.
나는 터덜터덜 걷던 걸음을 멈추고 우뚝 섰다.
악시온을 넘겨 자유로워진 손을 재빨리 코트 안으로 넣었다. 안주머니에 넣어져 있는 주머니가 만져졌다.
모로카닐의 돌이 들어 있는 주머니였다.
“당신 때문에 까먹어 버렸잖아요.”
“내가 뭘.”
“그러니까 당신이 다음에 건네줘요. 같은 초월자니까 또 볼 거 아니에요?”
그리 말하며 주머니를 건네려 하자, 다자르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싫어. 절대 싫어. 앞으로 평생 저 녀석 볼 일도 없어.”
“…….”
황급히 떨어진 후, 날 앞서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걷는 그의 등을 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건 대체 언제 돌려주지?
* * *
두 사람이 찻집에서 사라진 후, 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모로카닐도 찻집을 나섰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모로카닐 님.”
그를 전속으로 담당하는 웨이터가 마중을 나왔다.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모로카닐의 화답에 웨이터가 감동 어린 얼굴을 하며 더욱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모로카닐은 그를 뒤로하고, 아까 실리아를 만난 탓에 들르지 못한 곳으로 향했다.
딸랑.
“안녕하세요.”
“…….”
실리아를 마주쳤던 골목길 바로 옆 가게.
실리아가 그를 찾으려 들렀던 ‘3초만 주면 독살시켜 드림’ 가게였다. 언제 와도 가게 안은 여전히 기묘했다.
모로카닐은 제 인사에도 아무런 답이 없는 게 익숙하다는 듯, 스태프로 바닥을 짚으며 척척 걸었다.
그가 카운터 앞에 섰을 때.
툭, 무언가가 건너편 문 아래로 튀어나왔다.
모로카닐은 익숙한 얼굴로 종이를 펼쳤다.
-또 그거냐?
“네. 오늘도입니다. 남은 예약도 부탁드려요.”
-지겨워 죽겠군. 바로 다음 예약을 웬일로 흥미로운 거로 했길래 혹시나 했는데.
모로카닐이 하하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지겨워도 참아 주세요. 그만큼 사례는 두둑이 하고 있잖아요.”
-흥. 알겠으니 가 봐.
툭, 성의 없이 떨어진 쪽지를 펼친 모로카닐이 싱긋 웃으며 카운터 위로 돈주머니를 올렸다.
이곳 ‘3초만 주면 독살시켜 드림’ 가게는 예약이 가득 차 있었다.
모두 그가 걸어 둔 예약이었다.
그리고 그 예약은 오로지 하나만을 주문하고 있었다.
“그럼 가 볼게요.”
모로카닐은 카운터에 올려진 돌을 들고 가게를 나섰다.
“오늘은 어디에 두고 와 볼까.”
신성력을 물건에 담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 돌은 그의 힘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건 가게 주인이 드워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디에 두어야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모로카닐은 돌을 들고 걸음이 닿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두 번째 생을 시작한 후 보내는 일상은 오직 한 인물을 찾는 일로 가득했다.
“어서 이 돌을 가지고 와 주면 좋으련만.”
작게 중얼대며 모로카닐은 흐릿하게 웃었다.
초월자들이 그를 이상한 취미가 있는, 방랑벽에 빠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 돌에 있었다.
돌에는 돌의 주인이 누구인지 잊게 만드는 신성 마법이 걸려 있었고, 그는 그 돌을 일부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여기저기에 놓고 다니곤 했으니까.
확실히 퍽 이상한 행동이긴 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이 세상에 속한 어떤 힘도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단 한 사람, 모로카닐이 찾고 있는 바로 ‘그녀’였다.
그리고 이 사실은 오직 그만이 알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만이 알게 되었다. 다른 누군가는 이 사실을 이제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이번에 그녀 옆에 서는 이는, 바로 접니다.”
모로카닐이 나직이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