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One With Genius DNA RAW novel - Chapter 44
43화. 생명의 플레이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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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원과 박주혁, 이혜원 변리사가 다녀간 후, 몇 시간이 지나자 이번엔 생명창조 팀원들이 나타났다.
온다는 얘길 듣긴 했지만 팀 전체가 대전까지 오다니. 이래도 되는 걸까.
“지금 업무시간 아닙니까? 오늘 평일인데.”
“다 같이 반차 썼죠. 오전에 업무 정리해놨으니 걱정 마요.”
정혜림이 안쓰러운 표정을 하며 다가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이게?”
“지광만이 한 것 같아요.”
류영준이 말했다.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게 무슨······. 아니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어요?”
박동현이 황당한 듯 말했다.
“지광만 확실해?”
천지명이 물었다.
“아마도요.”
“증거 있어요?”
정혜림이 물었다.
“곧 생길 겁니다.”
“생기다니?”
“제가 정치인들하고 검찰, 뭐 이런 데 힘을 좀 썼거든요.”
“류 박사가?”
천지명이 황당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무슨 소가 고기 씹는 소리지?
“진짭니다. 가만 내버려두면 법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되도록 조금 푸시한 거예요. 머지않아 수사망에 지광만이 특정될 겁니다.”
“맙소사······.”
“근데 의심스런 정황이 있으면 인터뷰로 터뜨리는 게 낫지 않아요?”
배선미가 물었다.
“그러면 마치 제가 지광만하고 권력 암투를 벌였을 것 같은 분위기가 될 수도 있잖아요. 전 피해자 포지션을 지킬 겁니다.”
류영준이 답했다.
대신 뛰어줄 선수들이 많으니, 굳이 손에 칼을 들고 피를 묻힐 필요는 없다.
“그보다 혹시 알츠하이머 쥐 실험 어떻게 됐나요? 데이터 나왔나요?”
류영준이 배선미에게 물었다.
“이겼다! 내놔요!”
갑자기 정혜림이 탄성을 터뜨리면서 박동현과 고순열에게 손을 내밀었다.
“쳇. 입금해줄게.”
“저는 현금으로 줄게요.”
고순열이 만원짜리 몇 장을 꺼내서 정혜림에게 내밀었다.
“무슨 내기를 한 거예요?”
류영준이 황당한 듯 물었다.
“제가 류 박사님이 분명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해서 물어보실 거라고 예측하고 거기다 걸었죠.”
정혜림이 뿌듯해했다.
“차에 치여서 죽을 뻔한 사람이 병상에서 회사 일을 물어볼 줄은 몰랐죠.”
박동현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데이터는 나왔나요?”
류영준이 다시 배선미에게 물었다.
“저도 류 박사님이 물어보신다에 걸었어요. 그래서 노트북 가지고 왔죠. 데이터 보여드릴게요.”
배선미가 노트북을 꺼내 침대 옆의 탁자에 놓았다.
배선미가 파워포인트 자료를 열자, APP 모델 쥐의 뇌 해부 사진이 첫 슬라이드에 나왔다.
APP 모델 쥐는 ‘베타 아밀로이드 프리커서 프로틴 β-Amyloid precursor protein (APP) 모델 쥐’를 말한다.
이 쥐는 APP 유전자에 V717F 돌연변이가 있어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의 세포 밖 위치에 계속 누적된다.
사람의 알츠하이머도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누적되면서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APP 모델 쥐는 사람의 알츠하이머를 쥐에서 동일하게 구현한 것인 셈이다.
“보시면 여기 신경반이 형성된 게 보이고, 시냅스가 손실된 위치들이 표지된 게 보이죠.”
배선미가 사진에서 체크된 부분들을 가리켰다.
“여기서 시간이 더 지난 후에는 뇌가 지속적으로 파괴되어서 이런 모양으로 변했어요.”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이제는 정상 쥐에 비해서 훨씬 수축된 뇌 모양이 나타났다.
“그리고 류 박사님이 만든 줄기세포 치료제를 이용해서 치료한 결과는.”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파괴된 뇌 조직의 90%가 회복되었다.
이제는 정상 쥐의 뇌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다.
“실제로 인지 기억 능력을 테스트한 결과에서도 상당히 많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어요. 시간을 좀 더 주면 100 퍼센트까지 뇌가 회복될 것 같아요.”
“성공했군요.”
류영준이 빙긋 웃었다.
“네.”
배선미의 얼굴에 희열이 차올랐다.
“류 박사님. 충분히 치료 받고 천천히 퇴원하세요. 제가 임상 시험 준비하고 있을게요.”
***
류영준은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청바지와 셔츠로 갈아입고, 그 동안 병실에 생긴 간단한 살림을 정리했다.
가방을 싸는 동안 뉴스가 나왔다.
-오늘 검찰이 류영준 박사의 살인을 청부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에이젠의 등기 이사 지광만 경영본부장을 기소했습니다.
포토라인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받아내는 지광만의 모습이 나왔다.
-검찰은 지 씨가 류영준 박사를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인물로 인식하여 살인 청부를 계획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류영준 박사가 많은 양의 회사 지분을 얻고 이사가 되어 유명세를 얻자 정적으로 보았다는 것입니다. 지 씨는 관련 모든 혐의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지광만의 인터뷰가 짧게 나왔다.
-‘저는 절대로 그런 일을 의뢰한 적이 없습니다. 브로커 입에서 제가 나왔다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고······.’
-한 편, 전국의 난치 환자 연합과 에이젠의 주주들이 오늘도 지 씨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 현장이 화면에 나왔다.
40대의 중년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소리치고 있었다.
-‘저희 딸은 골수 이식을 못 받아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난치 환자와 가족들 모두가 매일이 지옥이고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류영준 박사님은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그걸 전부 치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류영준 박사님을 죽이려고 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죽이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 편, 류영준 박사는 배후로 지 씨가 지목된 것에 대해 매우 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시 류영준의 인터뷰 화면이다. VIP 병실에서 류영준이 쓰디쓴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말했다.
-저는 회사의 발전과 난치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서 열심히 연구를 한 것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왜 저한테 그러셨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정말 충격적이고, 배신감과 상심이 너무 큽니다.
삑!
TV를 껐다.
류영준은 원무과에서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섰다.
박주혁과 케이캅스 보안 요원들이 서있었다.
정장 차림의 남자 셋과 여자 한 명이었는데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
“경호팀장 김철권입니다.”
이스턴 석상처럼 생긴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류영준입니다.”
악수를 나눈 후, 류영준은 그들이 준비해둔 밴에 올랐다.
이동하는 길에 박주혁이 말했다.
“네가 부탁했던 거 말인데. 에이젠의 제 1 연구소에서 15분 거리에 빈 연구용 건물이 하나 있어. 원래 제 1 연구소에서 연구동을 늘리는 데 사용하려고 구매했는데 다시 매물로 내놓은 거래.”
“그거 사면 되겠네. 얼만데?”
“140억.”
“계열사 에이바이오에서 쓰는 거니까 깎아주겠지?”
“요즘 사회 분위기 볼 땐, 네가 그냥 내놓으라 하면 돈 안 받고도 줄 기세야.”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깔끔하게 하려면 제대로 구매하는 게 낫지.”
“맞아.”
류영준은 로잘린의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전이 상태 : 심장 (9%), 간 (47%), 뇌 (8%), 신장 (15%), 척수 (8%)
-동기화 : 16%
-세포 피트니스 : 5.0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모든 값들이 상당히 올라갔다.
긴급을 요하는 부상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
찢어진 뒤통수와 골절들을 로잘린이 치료하면서 전이 상태가 높아지고, 동시에 동기화값도 상승한 것이다.
그리고 로잘린의 레벨은 4에서 훌쩍 뛰어서 8이 되어버렸다.
게임부터 영어 성적까지, 레벨 상승은 일반적으로 좋은 것이지만, 로잘린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놈 계속 써도 괜찮을까.
생각에 잠겨있던 류영준이 차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밖에 뭐가 저렇게 시끄러워?”
꽤 거리가 먼 것 같은데, 확성기를 통한 고성이 여기까지 들린다.
“지광만 규탄 집회잖아.”
박주혁이 말했다.
“지금 어디 지나고 있는데?”
“곧 광화문입니다.”
케이캅스 요원 한 명이 알려주었다.
차량이 광화문 앞으로 진입하면서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뭐야 이거?”
류영준의 눈이 커졌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광장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들이 외치는 함성이 지속적으로 자동차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뉴스에서 집회 얘길 떠들어대긴 했지만 이 정도 규모인 줄은 몰랐다.
“오늘 경찰 추산 13만이래.”
박주혁이 말했다.
“······.”
“솔직히 사람들 빡칠 만하죠. 저도 오늘 경호 아니었으면 저기 갔습니다. 저희 할머니가 알츠하이머 앓다가 돌아가셨거든요.”
경호팀장 김철권이 말했다.
“그리고 청부한 게 에이젠 이사라서 사람들이 더 열 받는 거예요. 사람들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해야 하는 제약사가 그 사람들 다 죽이려고 했던 셈인데.”
박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광만이 어떤 줄을 가지고 있든 이 정도 상황이면 처벌이 가볍지는 않을 거야. 범죄 자체의 질도 나쁘고 사회 분위기도 안 좋고. 이제 그 사람은 끝났다고 봐야지.”
류영준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순수한 피해자 포지션을 굳건히 하면서, 검경의 손으로 지광만의 마수를 폭로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
난치 환자들이 집회를 열고 에이젠이 국민적인 규탄을 받으면서 지광만이 빠져나가기 힘들게 판이 만들어질 거라고.
하지만 그게 이렇게 대규모일 줄이야.
기쁘거나 감동적이라기보다 충격적이다.
“국내에만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 수가 70만 명이에요. 암 환자가 100만 명이고.”
김철권이 말했다.
“······.”
“류 박사님이 다 고쳐주세요.”
김철권이 허허 웃었다.
“제가 볼 때는 이 나라는 병든 나라예요. 사람들이 신체적으로도 병들어있고, 정신적으로도 병들어있거든요. 제 정신이면 류 박사님을 죽이려고 하겠습니까?”
***
류영준은 정윤대 근처에 고급 아파트 한 채를 얻었다. 반지하 자취방에 있던 살림 중 필요한 것만 모아서 아파트로 옮겼다.
대부분의 가구는 새로 샀다.
이사 당일 아침에 연락을 받은 류지원이 곧바로 기숙사에서 짐을 뺐다.
“오빠 나 왔어!”
류지원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으며 숨을 돌렸다.
“무거워 죽는 줄 알았네.”
“내가 도와주러 갈걸 그랬나?”
류영준이 생수 한 병을 내밀었다.
“아냐. 나 짐꾼도 데려왔잖아.”
“짐꾼?”
“안녕하세요.”
남자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웬 남자애 하나가 현관에 서있었다. 류지원의 짐 한 덩어리를 어깨에 짊어진 덩치 좋은 남자였다.
“지원이 과 동기, 양동욱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들어오세요.”
“지원이는요?”
양동욱이 짐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까지 방바닥에 주저앉아있던 애가 없어졌다.
그리고 작은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왁! 내 방 너무 좋아 미쳤어! 짜릿해!”
그곳에서 류지원이 흥분을 주체 못하고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좋냐?”
류영준이 그 모습을 보고 방 입구에서 피식 웃었다.
“오빠는 우리 학교 기숙사 생활은 안 해봤지? 거긴 집이 아니야. 인간 사육장 같은 거지.”
“사육장······.”
“동욱이한테 물어봐. 동욱이도 기숙사 살거든.”
양동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층은 온수도 잘 안 나와요.”
“물 안 나오는 대신 바퀴벌레가 가끔 나와. 방 엄청 좁고. 방음도 안 되고.”
류지원이 소름끼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그리고 나 룸메 중에 한 살 언니있는데 어휴, 너무 사람이 민폐가 심해가지고 같이 못 살겠더라. 나 잘 때 자꾸 음악 틀어놓고. 키보드 딱딱 두들기고.”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정윤대에다 기부나 좀 할까. 기숙사 지으라고. 그래도 내 모교인데.”
류영준이 말했다.
“그럼 학교 중도에 기부자 명판에 오빠 이름 걸리겠네. 신기하다.”
“그런 거 질색인데.”
“기부금을 한두 푼도 아니고 기숙사를 지을 정도로 내면 기념관이 생기지 않을까요?”
양동욱이 말했다.
“그러겠네. 류영준 기념관. 공학관 옆에 빈 부지 있잖아. 미래관 허물면서 땅 남은 거. 거기 건물 올린다던데 그거 이름을 류영준 기념관 하면 되겠네.”
류지원은 말을 마치고는 풋! 웃음을 터뜨렸다.
“류영준 기념관이래. 진짜 웃겨. 우리 오빠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
“놀리지 마라.”
“진심입니다요. 저를 닭장에서 구해주셨는데요.”
류지원은 침대에 폴짝 올라가 누웠다. 이불을 끌어안고 몸을 길게 뻗었다.
“과제와 알바에 시달리던 일상이 힐링된다······.”
그녀의 표정이 헤롱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양동욱이 귀가 붉어지며 고개를 돌렸다.
류지원을 방에 두고 나오면서 류영준이 슬쩍 물었다.
“동욱 씨, 말 놔도 되죠?”
“네!”
“너 지원이랑 사귀니?”
“네에? 아니에요!”
“사귄다고 해도 뭐라고 안할게. 그냥 궁금해서 그래. 지원이도 다 컸으니까 남자친구 있을 만도 하지.”
“아니에요.”
“그냥 친구 입장으로 짐 옮기는 거 도와주러 온 거야?”
“음······. 사실······.”
양동욱이 우물쭈물했다.
“전 형 보러 온 건데요······.”
“어······어?”
이건 또 무슨 전개람.
양동욱이 말했다.
“저 형 팬이에요. 생명공학과고요. 형이 잘 된 후에 형이 박사 하셨던 반두일 교수님 연구실로 대학원 진학하려는 애들 엄청 많아졌어요. 저도 그 중에 하나예요. 아직 대학원 가려면 멀었지만.”
“반두일 교수님.”
정겨운 이름이다. 잘 지내고 계시려나. 한 번 찾아뵈어야 하는데.
“형. 제 꿈은 반두일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까지 한 다음에 에이바이오에 입사하는 거예요.”
양동욱이 말했다.
“그 때면 엄청 큰 회사가 돼있겠죠? 한 10년 후니까요.”
“······. 어어. 그렇겠지?”
“형은 우리나라 과학의 희망이에요. 나중에 짐 정리하고 나서 저 싸인 한 번 해주세요.”
약간 부담스럽다.
류영준이 어색하게 웃자 양동욱이 물었다.
“근데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정말 나오는 거예요?”
“보도자료 돌리기 전까진 연구 단계 정보는 비밀이야.”
“저 알바해서 모은 돈 500 정도 있는데 그거 전부 다 에이젠 주식에 박았거든요. 요즘 지광만 때문에 떨어져서. 괜찮죠?”
“500?”
“네.”
“그럼 조만간 임시 주총이 열릴 테니 구경삼아 와서 에이바이오 지분을 받아가. 처음엔 얼마 안되겠지만 머지않아 너도 닭장인지 사육장인지 그거 탈출하고 원룸 전세로 옮기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