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08)
제108화
8화 : 맞을 짓을 하면 맞아야지
보레아스 가문의 훈련장.
백작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문의 훈련장은 헤스티아 영지의 훈련장보다 2배는 넓었다.
바닥에는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벽 쪽에는 훈련에 필요한 도구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 훈련장에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까앙! 깡!
그 훈련장에서 릴과 안드레가 서로 목검을 부딪치며 결투를 치르고 있었다.
목숨을 건 전투가 아닌, 명예를 건 결투였기에 진검이 아닌, 목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격렬한 전투.
하나, 우세한 건 안드레 쪽인 듯, 릴의 공격은 쉽게 막히고, 안드레의 공격은 그대로 릴의 몸을 강타했다.
“큭…….”
“뭐지? 고작 그 정도인가? 그 정도의 실력으로 기사라고? 헤스티아 영지에도 인재가 없나 보네?”
“닥쳐!”
릴은 목검을 크게 휘둘렀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지만, 흥분한 나머지 동작이 커졌다.
눈에 보일 정도의 큰 동작.
숙련된 기사인 안드레에게는 오히려 때려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따악!
“큭!”
안드레가 휘두른 목검이 정확하게 릴의 손목을 강타했다.
그 충격에 릴은 목검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안드레가 이죽였다.
“우습군. 정말 기사가 맞나? 그 정도의 실력으로?”
“…….”
“조금은 기대했는데, 이 정도라면 그 주군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군.”
“주군을…… 모욕하지 마라.”
“모욕할 게 있나?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안드레의 입가에는 조소가 가득 담겼다.
“하긴, 사론톤 가문의 사생아의 기사이니, 실력은 안 봐도 뻔했겠군. 그 천한 것이 거둔 기사가 거기서 거기지.”
명백한 조롱.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주군에 대한 조롱에 릴은 단전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릴은 왼손으로 목검을 주우며 자세를 취했다.
“취소해라.”
“취소하게 할 실력은 되고?”
“하아압!”
릴이 의지를 다잡고, 다시 한번 달려들었지만, 그의 목검은 안드레에게 닿지 않았다.
“그딴 실력으로 뭘 하겠다고.”
안드레의 목검이 섬광처럼 움직이며, 릴의 전신을 때렸다.
이건 결투가 아니었다.
결투를 빙자한 일방적인 폭행에 불과했다.
“윽!”
릴은 목검으로 어떻게든 안드레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공격을 막는 것도 아슬아슬했다.
전신에서 아찔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 웃기는 놈. 기사라는 놈이 검술 실력이 좋은 게 아니라, 맷집이 좋네.”
때리는 안드레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훈련을 해 왔는지, 그의 근육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튼튼해서 때리고 있긴 하지만,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쯧, 귀찮게 하고 있어!”
안드레의 구타는 계속되었다.
상처가 찢어지고, 피가 튀었지만, 주변 기사들은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히 말렸다가 휘말리면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이게 무슨 일이죠?”
훈련장으로 로사 보레아스가 들어왔고, 그녀는 훈련장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얼굴을 찡그렸다.
그제야 안드레는 목검을 거뒀다.
로사는 안드레를 노려보며 물었다.
“다시 한번 묻겠어요. 이게 무슨 일이죠?”
“기사끼리 실력 향상을 위한 교류회를 가지고 있었을 뿐입니다.”
“당신은?”
“저는 사론톤 가문의 늑대 기사단의 단원, 아돌프라고 합니다.”
“당신은 이게 단순한 교류회라고 하고 싶은 건가요? 저렇게 다쳤는데?”
“후배에게 가르침을 내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게 조금 과격해졌을 뿐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경 쓰지 말라니.”
아돌프의 말은 정중하긴 하지만, 분위기는 강압적으로 로사를 압박했다.
로사는 이를 악물었다.
일단 나서긴 했지만, 사론톤 가문과 엮일 순 없었기에 그녀로서는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고작 기사라고는 하지만, 사론톤 가문의 기사인 이상, 백작가라도 어찌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난장판이네.”
이번엔 뒤따라 에이든이 들어왔다.
에이든은 훈련장 가운데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무릎 꿇고 있는 릴을 보며 혀를 찼다.
“엉망으로 당했네.”
에이든은 릴에게 다가갔다.
정말 엉망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맞았는지, 손목은 심하게 부었고, 맞은 부위는 터져서 피가 흘러내렸다.
릴도 충분히 강해졌다고는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검술을 배운 기사에게는 못 미치는 모양이었다.
“영주님……. 죄송합니다.”
“뭐, 죄송할 것까지야.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저들이 영주님을 모욕해서……. 그만 못 참고.”
“아아…….”
대충 예상은 갔다.
딱 봐도 제파르가 사주해서 이 둘이 릴에게 시비를 걸게 만들었겠지.
그를 노린 것이다.
이건 일종의 경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얌전히 지내라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참으로 치졸한 방식이 아닐 수 없었다.
‘아돌프와 안드레, 들어 본 적 있네. 늑대 기사단이었나?’
늑대 기사단은 사론톤 가문에 속해 있는 세 개의 기사단 중, 가장 아래에 있는 기사단이다.
지금은 기사단장이 따로 있지만, 원작에 의하면 훗날 제파르가 늑대 기사단의 단장이 된다.
늑대 기사단은 사론톤 가문에서 가장 말단이긴 하지만, 검술 명가에 속한 기사단인 만큼, 그 실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당할 수밖에 없겠지.’
릴도 강해지긴 했지만, 애당초 훈련의 질이 달랐다.
저들은 어릴 때부터 엄격하게 엄선되어 훈련받아 왔고, 좋은 것도 처먹으며,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거기에 가문에서 준비한 뛰어난 검술까지 받았으니, 실력의 격차는 어쩔 수 없었다.
“심하군.”
“하하하, 죄송합니다. 이거 참, 적당히 하려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약해서 말이죠.”
안드레는 히죽- 웃었다.
비웃음이 가득했다.
명백히 그를 무시하는 태도.
에이든이 아무리 사생아라고 할지라도, 사론톤 가문의 막내.
최강의 마스터, 아벨의 피를 물려받은 가문의 일원이다.
늑대 기사단이 저런 식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만큼 가문 내에서의 에이든의 취급이 어떤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좀 더 실력 좋은 기사를 뽑으셔야 하겠습니다. 고작 그딴 실력으로 에이든 님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아, 맞는 말이네.”
“그렇죠? 그러니…….”
“네가 맞는 말이라고, 새끼야.”
그때였다.
에이든의 주먹이 섬광처럼 움직이더니, 안드레의 얼굴 중앙에 정확하게 꽂혔다.
“커헉!”
피할 틈도 없는 기습 공격!
그 광경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란 듯, 입을 벌렸다.
“큭…….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안드레는 코가 내려앉을 듯한 통증을 느끼며, 날카롭게 에이든을 노려봤다.
“뭐 하긴, 네가 맞을 짓을 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맞을 짓이라니! 제가 뭘 했다는 겁니까!? 설마 기사 때문에 그런 겁니까? 이건 정당한 결투…….”
“아, 그거 때문에 맞는 건 아니야.”
“그럼!”
“릴이 그러던데, 나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면서?”
“그건…….”
“안 했다고 하려는 건 아니겠지? 보기엔 주변에 있는 기사들이 전부 들은 거 같은데?”
“…….”
안드레는 말문이 막혔다.
릴을 자극하기 위해서 에이든을 들먹이면서 일부러 모욕적인 언사를 늘어놓았었다.
그걸 들은 기사들도 있었다.
증인이 여럿이 있는 이상, 잡아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거봐, 했잖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에이든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비틀어졌다.
동시에 주먹을 말아 쥐었다.
“맞을 짓.”
* * *
“흐음~”
제파르는 느긋했다.
‘슬슬 끝났으려나?’
파티장이 조금 어수선했다.
기사들의 소동으로 책임자인 로사가 자리를 비웠고, 그 뒤를 에이든과 니케가 따라 나갔다.
제파르는 여유를 가지며 시간을 쟀다.
‘슬슬 가 볼까?’
지금쯤이면 일이 마무리되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도 귀찮게 하신다니까.’
제파르가 생일 파티에 참석한 이유는 세실리아가 한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헤스티아 영지로 쫓아낸 에이든의 이름이 계속 들려오자, 그게 거슬렸던 모양이다.
‘최근에 하던 일을 누가 방해하는 바람에 틀어져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셨지.’
“그 덕분에 히스테리도 부리기 시작하셨단 말이지……. 쩝…….”
그러던 차에 그림자의 정보망에 니케가 에이든에게 파티 초대장을 보낸 것을 알아냈다.
세실리아는 곧바로 제파르도 이곳에 참석시켰다.
정탐이었다.
도대체 에이든이 어떻게 변했기에 마탑이 본산을 옮기고, 헤스티아의 이름이 계속 들려오는 건지.
직접 보고 알아 오라는 것이었다.
“귀찮은 사생아 때문에 내가 이런 짓이나 하고 있고, 훈련할 시간도 부족한데.”
제파르는 이런 짓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이러는 시간에도 유다는 계속 강해지고 있을 텐데, 그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사론톤 가문의 다음 가주는 나다……. 형이 아니라.’
제파르는 유다에게 강한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차기 가주는 유다라고 생각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가 많지만, 제파르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사론톤 가문은 약육강식!
약하면 죽고,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적자생존이다.
‘강하면 된다. 그러면 가주는 나의 것이다.’
가주의 조건은 단 하나.
강하기만 하면 된다.
최강의 마스터인 아벨도 그런 식으로 선대 가주를 이기는 형식으로 가주가 되었다.
‘아버지가 하셨으니, 나도 못 할 건 없지.’
그런데.
의아한 것이 하나 있었다.
‘최근 아버지를 못 뵌 거 같은데.’
워낙 두문불출하시는 분이긴 하지만, 가끔 연무장으로 와서 훈련을 도와줬었다.
한데, 몇 달 전부터인가 가문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계셨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수련 중이라고 하시는데…….
‘모를 일이군…….’
“그나저나, 이제 슬슬 끝났겠지.”
에이든은 엉망으로 당한 자신의 기사를 보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유배지로 가면서 조금 달라진 거 같기는 하지만, 본성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놈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쯤 제발 그만해 달라며 기사들에게 매달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는 문득, 니케가 떠올랐다.
붉은색과 하얀색이 조화를 이룬 드레스를 입은 니케는 천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정도라면 내 옆에 둬도 좋겠지.’
아들의 이름은 제니라고 하면 될 거 같고, 딸이라면 제파니라고 지으면 딱 좋을 거 같았다.
웅성웅성.
훈련장이 시끄럽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너무 심한데?”
“누가 좀 나서 봐…….”
“하지만 저렇게 살벌한데, 어떻게 나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들은 제파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잘하고 있나 보군.’
그는 이제 적당할 때 나타나서 상황을 중재하면 이번 임무는 끝이다.
하지만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고 할지라도, 세상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지금이 딱 그랬다.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어허, 동작이 느리다. 뭐? 갑옷 때문에 그렇다고? 알 바냐? 얼른 굴러.”
“빠져서, 대가리 박아.”
분명 지금쯤 에이든이 울면서 용서를 빌고 있어야 할 텐데, 되레 자신의 기사들이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제파르는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차렸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기사가 얻어맞고, 꼴사납게 구르고 있지 않은가.
“뭐 하는 것이냐!!!”
제파르의 눈에는 노기가 서려 있었다.
그가 성큼성큼 다가오자, 기사들이 길을 열며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텄다.
그를 보자, 에이든은 반갑다는 듯 손을 들었다.
“제파르, 어서 오고.”
“제파르?”
“형님이라고 부를까요? 싫다면서요.”
“……다시 한번 묻겠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아아~ 이놈들이요? 뭐, 대충 맞을 짓을 해서 가볍게 교육 중입니다.”
“교육? 네가?”
“네.”
제파르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놈들이 기사들 앞에서 저를 모욕했다고 하더라고요. 증인들도 많고.”
“…….”
“그럼 어쩌겠어요? 저를 모욕한 놈들을 그냥 둘 순 없잖아요? 그래서 적당히 교육했죠.”
에이든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아돌프를 짓밟았다.
명분은 에이든에게 있었다.
감히 기사가 사론톤 가문의 일원을 모욕한 일이니, 이건 정당한 ‘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심하군.’
두 기사의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전신이 멍투성이에 갑옷도 폐차장에 들어간 차처럼 찌그러져 있었다.
고쳐 쓰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더 쌀 거 같았다.
‘이놈에게 당한 건가?’
그럴 리가.
제파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상황을 봐서는 두 기사가 에이든에게 두들겨 맞은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럴 능력이 안 될 텐데?’
늑대 기사단은 사론톤 가문의 기사단 중 가장 약하지만, 그건 가문 내에서일 뿐이다.
늑대 기사단 개개인은 다른 가문으로 가면 최소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실력자.
그런 기사들이 고작 에이든에게 당했다고?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은 나의 기사다. 그런 식의 취급은 용납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면요?”
“기사들이 받은 모욕은 나에 대한 모욕이다. 그러니…….”
“그러니?”
제파르는 끼고 있던 장갑을 에이든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에이든이 그것을 받는 것을 본 제파르는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
“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