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60)
제160화
10화 : 악필(惡筆)
“드디어 끝났구나!?”
에이든은 저택에 있는 암호 해독실로 향했다.
암호 해독실은 그 이후로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아니, 찾고 싶었지만, 제지당했다.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건데.’
파닥파닥!
‘집중에 방해되니까…… 오지 말라는 거야?’
끄덕끄덕.
요정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오지 말라고 그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암호 해독이 끝났다.
벌컥.
에이든은 암호 해독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풍경이 예전과는 달랐다.
처음 왔을 땐, 서재에는 가지런하게 책이 꽂혀 있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랬었는데.
“왜 이렇게 엉망이냐……?”
서재에 꽂혀 있던 책은 근처에 아무렇게나 펼쳐진 상태로 널브러져 있다.
지도 위에는 잉크가 잔뜩 튀어 있었고, 구석에는 쓰레기도 쌓여 있었다.
그리고 요정들은.
파닥…… 파닥…….
바닥에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죽은 건가?
그건 또 아닌 것이 날개를 파닥이면서 자신의 생존 신고를 하고 있었다.
몇몇 요정들은 피곤했는지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지도에 적힌 암호를 해독하는 데 굉장히 힘들었던 모양이다.
피곤에 절어 있었다.
에이든은 그중, 위태롭게 테이블에 걸쳐져 있는 요정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일어나…… 일해야지?”
파닥…… 파닥…….
요정이 손바닥을 폈다.
5분만 더 자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평소와 다르게 상당히 흐트러진 그 모습에 왜인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지는 에이든이었다.
저쪽 세계에서 에이든이 아르바이트로 바쁘게 생활할 때, 퇴근 후 저렇게 뻗었었다.
‘참 신비로우면서도 친숙한 놈들이야.’
그때였다.
삐익삐익!
호각 부는 요정이 나타났다.
요정이 호각을 강하게 불었지만, 그 누구도 꼼짝하지 않았다.
만사가 귀찮은 상태다.
그 모습에 호각 부는 요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덥석! 휙!
덥석! 휙!
쓰러진 요정들을 잡더니 그대로 빛무리 안쪽으로 던져 넣었다.
마치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듯이 던져 넣는 그 모습에 에이든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막 다뤄도 되는 건가?”
삐익-
탁탁!
암호 해독실에 있던 요정들을 전부 안쪽으로 집어 던진 호각 부는 요정은 손바닥을 털었다.
그러곤 새침하게 에이든을 한 번 보더니 그대로 빛무리 안쪽으로 사라졌다.
“…….”
참 신기했다.
저 호각 부는 요정은 확실히 다른 요정과는 달랐다.
‘그러고 보니, 알폰스는 저 요정에 대해서 아는 거 같은데……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단 말이야.’
알폰스에게 호각 부는 요정에 대해 물었지만 소용없었다.
‘죄송합니다, 영주님! 저는 영주님의 기사로 당연히 위대하신 영주님의 명령이라면 대답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엔 그 위대한 명을 따를 수 없습니다! 크흡……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언젠가 말씀드릴 기회가 올 겁니다! 그때까지만…….’
그 이후로는 물을 수 없었다.
‘알폰스와 관련된 거라면 저 요정도 천 년 전 요정이라는 건데…….’
알폰스는 말했다.
반가운 얼굴이 많았다고.
다시는 보지 못했을 얼굴을 보게 되어서 무척이나 기뻤다고 말이다.
‘아직 궁금한 게 많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정답을 알려 주려고 하지 않았다.
‘스스로 찾으라는 건가?’
“귀찮게 하네.”
“뭐가 귀찮다는 거니?”
“어라? 어머니.”
에이든이 한참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비앙카가 들어왔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혹시 뭐 찾는 거라도 있으세요?”
“아니, 그런 건 없단다. 단지 여기에 있는 책을 좀 읽고 싶어서.”
“책이요?”
“그래, 요즘 취미로 독서를 하고 있단다.”
“그럼 서재에 있는 책을…….”
“서재에 있는 건 다 읽었단다. 그래서 여기로 온 거란다. 여기에도 책이 많아서.”
서재에 있는 책을 다 읽었다고?
거기에는 다양한 책이 꽂혀 있었다.
그중에는 누구의 취향인지 알 수 없는 책들도 제법 많았었다.
‘백작님은 시녀를 사랑해? 기사와 금지된 사랑을……. 도대체 그런 걸 누가 읽는 건지…….’
취향이 의심될 것들이 많았다.
그걸 다 읽었다는 건가?
“재미있으셨어요?”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래서 거기에 있는 거 다 읽어서 이쪽으로 오신 거예요?”
“그래, 그런데 요정들은 전부 갔구나?”
“네, 일이 끝났거든요.”
“내가 왔을 땐 바빠 보였는데 드디어 끝난 모양이구나?”
“혹시 암호 해독실에 왔는데 요정들에게 쫓겨나지 않았어요?”
“응? 아니, 쫓겨나지 않고 오히려 책을 추천받았는데?”
“추천이요……?”
“그래, 이거.”
에이든은 요정들이 비앙카에게 추천해 준 책 제목을 봤다.
[공작가의 시녀는 공작님을 사랑해…….] [첫사랑에게 은밀한 취향을 들키고 말았…….]에이든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요정이 추천해 줬다고요?”
비앙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요정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비앙카에게 이런 책을 추천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안 내쫓고, 나만 내쫓아? 이거 차별 아니야?’
“그런데 그건 뭐니?”
비앙카는 에이든이 들고 있는 지도를 보며 물었다.
낯익은 지도다.
이제 보니 요정들이 머리카락 빠지게 암호 해독을 하고 있던 바로 그 지도였다.
“지도구나?”
“네, 맞아요. 예전에 우연히 얻은 지도예요.”
에이든은 비앙카도 볼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지도를 펼쳐 놨다.
‘읽을 수 있다.’
이전에는 지도에 읽을 수 없는 언어가 적혀 있었지만, 암호 해독이 끝난 지금은 달랐다.
그 옆에 친절하게 해석이 적혀 있었다.
다만.
“…….”
“악필이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해석을 적어 놓기는 했는데 삐뚤빼뚤하게 적혀 있는 것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악필이었다.
“펜이 너무 컸던 모양이구나.”
그랬던 모양이다.
하긴 요정의 크기에 비해 펜이 컸으니 여기에 해석을 적는 데 고생 좀 했을 거 같았다.
그래도 조금씩 읽혔다.
에이든은 눈을 가늘게 뜨며 힘겹게 악필을 읽었다.
“떨어진 별의 안식처…… 숨겨진 무덤…… 그곳을 지키는…… 존재들…… 자격이 없는 자는 그 누구라도…… 들어올 수 없다, 라고 적혀 있는 거 같아요.”
간신히 읽을 수 있었다.
그 외로도 지도에는 이곳이 어디에 있는지까지 자세히 표시되어 있었다.
“칼리바이 숲? 여기에 뭔가 있는 거니?”
“네, 여기에 보물이 있어요.”
“보물?”
“네!”
“확실하니? 여기 어디에도 보물이라고 적혀 있지 않은데…….”
“보물이 있을 거예요. 이건 보물 지도니까요!”
보물 지도니까 여기에 보물이 있을 거라 믿고 있는 단순한 에이든을 보며 비앙카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금은보화가 쌓여 있을 거예요. 저번에 던전에서 뒤통수를 맞았는데 이번은 아닐 거예요. 내가 여기에 투자한 돈과 시간이 얼만데 없으면 안 되지!”
에이든은 당장이라도 보물 지도를 들고 뛰쳐나가려고 했다.
그런 에이든을 비앙카가 붙잡았다.
“아들!”
“네? 왜 그러세요?”
“지금 당장 칼리바이로 가려고 하는 거니?”
“네, 빨리 가야죠! 누가 내 보물을 훔쳐 가려고 할지도 모르잖아요. 얼른 가서 가져와야죠!”
벌써 ‘내 보물’이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 그 보물을 이미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누가 보면 보물에 이름이라도 적어 놨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거기 못 들어간단다.”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칼리바이 숲은 왕실에서 출입 금지 구역으로 정해 둔 지역이라서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단다.”
* * *
칼리바이 숲.
이곳은 마수의 숲과 다른 이유로 출입이 금지된 장소다.
이유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 안은 마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수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없었지만, 숲을 경계로 강한 마력이 숲을 떠돌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멋모르고 발을 내디뎠다가 고밀도의 마력에 노출되어 미쳐 죽었다.
칼리바이 숲의 마력은 그 어떤 곳보다 강하며, 밀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의지가 강한 기사들도 단 몇 초 마력에 노출되었을 뿐인데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마탑에서도 연구를 위해 나왔었다.
그들은 온갖 마도구와 마법을 사용해서 몸을 보호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처음 3분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마력에 노출된 마도구가 오염되어 작동하지 않게 되었고, 마력이 마나의 흐름을 방해해서 마법까지 없애 버렸다.
알아낸 건 단 하나였다.
숲 안쪽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마력의 밀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단계를 나누자면 숲 초입을 3이라고 한다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단계가 높아진다.
수많은 이가 도전했고, 실패했다.
특이한 건, 밖으로 넘쳐도 이상하지 않은 그 마력이 숲을 경계로 일절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무언가가 강하게 막고 있듯이 말이다.
왕실에서는 결국 그곳을 출입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고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게 막아 놨다.
“……몰래 들어가면요?”
“아들.”
“네?”
“엄마는 아직 우리 사랑하는 아들을 신전이나 감옥에서는 보고 싶지 않구나.”
“신전이요?”
“거기 들어가면 미쳐서 돌아온다고 하는데 바로 신전에 넣어야 하지 않겠니?”
“…….”
“그리고 들어갔다가 멀쩡하게 돌아왔다고 해도 걸리면 바로 감옥행이란다.”
커피를 마시면서 우아하게 말하는 비앙카를 보며 에이든은 난감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암호 해독만 끝나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한데, 이런 식으로 막힐 줄이야.
“끄응…….”
비앙카는 힐끔, 에이든을 바라봤다.
한 번 정한 일이라면 에이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무데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돈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었다.
‘저래서 결혼은 할 수 있을까? 나중에 가면 돈 든다고 여자도 안 만날 거 같은데…….’
생각해 보니 에이든이 여자에게 관심을 보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공주인 니케도 만나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성녀 헬리아도 만났었지만, 에이든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이대로 가면 에이든이 노총각으로 죽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앙카는 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조금 더 노력해야겠구나.’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행복하길 원했다.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오붓하게 지내길 원했다.
‘될 수 있으면 손자와 손녀 한 명씩 해서……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외모는 에이든을 닮는다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될 것이 분명했다.
물론.
‘성격은 제발 닮지 말거라.’
성격을 닮는다면 조금 끔찍할 수 있겠지만.
가끔 발작하는 그 모습을 보면 자신의 아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성격 말고 외모만 닮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 내 아들을 노총각으로 죽게 할 순 없으니까.’
그녀는 굳게 다짐하며 커피를 비웠다.
그렇게 그녀가 다짐하고 있을 때였다.
“영주님.”
알프레도가 찾아왔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누군데? 올 사람이 없는데?”
그 말에 알프레도는 조용히 고개를 들며 방문자의 신원을 밝혔다.
“해밀턴 왕국의 제3 공주, 니케 해밀턴 공주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