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76)
제176화
1화 : 대가리! 대가리!
아셀트는 검술 명가라고 불리는 사론톤 가문에서 기사단 단장을 맡고 있었다.
흑표범 기사단.
최강은 아니라고 해도 가장 강한 기사단을 언급할 때면 항상 나오는 이름이었다.
당연했다.
사론톤 가문의 기사단은 왕국 기사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사론톤 가문의 가언 때문이다.
약육강식.
약자는 멸시당하며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함을 숭배하는 가문.
그런 가문에서 기사단에 들어갔다는 건, 실력과 재능을 입증받았다는 뜻이다.
거기서 기사단 단장이라는 건, 기사들 중에서 가장 강한 자라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아셀트는 자신 있었다.
‘무능아가 달라져 봤자지, 제파르 님도 방심해서 당하신 게 분명해.’
제파르가 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그가 방심했기 때문에.
불의의 기습을 받았거나 혹은 놈이 비열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에이든이 가문을 떠난 지 고작 몇 달.
짧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이 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제파르의 경고를 흘려들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에이든이 대결을 신청했을 때도 같잖다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귀찮게 하는 것보다 그냥 빨리 때려눕히고 끌고 가야겠구나.’
오히려 이게 편했다.
굳이 귀찮게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대결을 통해서 현실을 보여준다면 순순히 따라올 거라 생각했다.
‘무능한 놈이 바뀌면 얼마나 바뀌었다고.’
가문에 있을 때도 검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그저 샌드백처럼 얻어맞던 놈이었다.
이번 기회에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랬다.
그랬는데.
“크윽…….”
까앙! 깡깡!
아셀트는 이를 악물며 검을 움직였다.
검과 검이 닿을 때마다 손바닥이 저리는 충격이 전해졌다.
아셀트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이게 그 에이든이라고!?’
“말도 안 돼!”
아셀트는 현실을 부정하며 공격을 시도했지만, 에이든은 그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고 피했다.
‘이걸 피한다고?’
에이든의 움직임은 동체 시력을 갈고닦은 아셀트라고 해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기민했다.
베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목검은 그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어디로?’
에이든이 사라졌다.
동시에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감각에 아셀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굴렀다.
대결 중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는 건 수치스럽긴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야, 잘 구르네? 곰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던데 딱 어울리는 거 같지 않아?”
“크윽…….”
몸을 일으킨 아셀트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검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저를 모욕하지 마십시오!”
“모욕은 네가 했지, 새끼야!”
아셀트는 지면을 박차며 목검에 분노를 담아 섬광처럼 휘둘렀다.
역시 흑표범 기사단의 단장.
아무리 흥분했다고 해도 그 검술 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정교하게 짜인 궤도를 타고 흐르는 목검의 기세는 날카롭기 짝이 없었다.
‘내가 고작 저딴 놈에게!’
괴리감이 느껴졌다.
가문에서 봤던 에이든과 눈앞에 있는 에이든 사이에서 강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가문에서 보였던 에이든의 눈에는 항상 공포가 서려 있었다.
의기소침하여 남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던 사생아였다.
과연 저놈이 최강의 마스터라고 불리는 아벨의 피를 이어받은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었다.
그런 무능아였는데!
‘이 힘은 도대체 뭐란 말이냐!’
검을 막을 때마다 목검을 놓칠 거 같은 충격이 전해진다.
기사로서의 자존심이 가까스로 검을 놓치지 않게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제길!”
아셀트는 허깨비를 상대하는 거 같았다.
에이든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그 어떠한 공격도 그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의 검은 애꿎은 공기만을 벨 뿐이었다.
동시에 쏟아지는 에이든의 입 딜!
“허공을 왜 베는 거야? 여기 있잖아. 맞춰야지.”
“젠장! 닥쳐!”
“그렇게 느려서 뭘 할 수 있겠어? 에이~ 이번에도 빗나갔네? 좀 잘 좀 해봐~”
안 그래도 빡쳐 있는 와중에 쏟아지는 입딜에 아셀트는 이를 갈았다.
에이든의 언변은 그의 성질을 절묘하게 긁었다.
으드득.
“야, 그렇게 이 갈다가 나중에 틀니 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내가 좋은 치과 알려 줄까?”
“내가 그 입을 닥치게 해 주마!”
“풉, 그 실력으로 그게 가능은 하고?”
“너!!”
아셀트는 악에 받쳐서 에이든을 향해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흑표범 기사단 단장을 맡은 만큼 실력은 좋았지만, 아쉽게도 상대가 좋지 않았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도 부족했을 텐데 그는 이미 에이든에게 흐름을 빼앗긴 상태였다.
‘끝났군.’
그것을 보고 있던 알폰스는 고개를 저었다.
대결에는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동급 상대끼리의 대결에서는 이 흐름을 먼저 잡는 쪽이 승리하기 마련이었다.
에이든과 아셀트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었다.
만약 아셀트가 이 흐름을 생각해서 침착하게 대응했다면 이 정도로 철저하게 농락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주님께서 완벽하게 흐름을 가져왔다. 저 기사도 약한 건 아니지만…….’
흐름은 이미 에이든 쪽으로 기울어졌다.
처음에는 에이든에게 천박한 말을 한 놈에 대한 무례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천 년 전이였다면 망설이지 않고 놈의 목을 베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아아악!”
“소리만 지른다고 되겠어? 소리만 지르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야지.”
“닥쳐!!”
“닥치게 해 보라니까?”
지금은 조금 불쌍하게 보일 정도였다.
* * *
“허억…… 허억…….”
아셀트는 거칠게 숨을 토했다.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벽이 느껴졌다.
자신의 일생을 바친다고 해도 절대로 부술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거 같았다.
검 끝이 흔들린다.
짙은 패배감이 발목을 휘어 감아 그를 잠식하려고 하고 있었다.
‘내가 진다고……? 저딴 놈에게?’
으드득.
그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살심이 솟는다.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의지와 지금까지 무시했던 에이든에게 궁지에 몰렸다는 모욕감이 치밀었다.
동시에.
우우우웅!
아셀트의 목검에 마나 블레이드가 만들어졌다.
익스퍼트 상급의 마나 블레이드는 릴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강렬했다.
“죽여 버리겠어!!”
아셀트의 목검에는 살기가 담겼다.
그리고 그의 공격은 누가 봐도 선을 넘는 목숨을 위협하는 공격이었다.
“저런!”
“대결 중에 마나 블레이드라니!!!”
“반칙이다!”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지만, 아셀트는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
거친 살기가 그에게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네놈이 강해졌다고 해도! 나는 익스퍼트 상급이다! 그런 내 마나 블레이드를 고작 목검으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어!’
아셀트는 일도양단해 버리겠다는 의지를 검에 실어 휘둘렀다.
익스퍼트 상급에 오른 그의 마나 블레이드를 막으려면 최소한 그에 준하는 수준은 되어야만 했다.
무능아라고 불리던 에이든이 가문을 나간 건, 고작 몇 달 전.
그 짧은 시간에 그가 익스퍼트의 벽을 깨고, 상급의 경지에 올랐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에이든이 아셀트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말이다.
서걱.
“……!”
아셀트의 검이 잘렸다.
익스퍼트 상급이 만든 마나 블레이드가 둘려 있던 그의 목검이 잘린 것이다.
“이게 무슨…….”
아셀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잘린 목검을 바라봤다.
그리고 보았다.
우우웅.
에이든의 검에 불투명한 색의 빛이 맺혀 있는 것을 말이다.
그는 경악했다.
익스퍼트 상급의 마나 블레이드를 잘라냈다는 건, 에이든 또한 그에 준하는 경지에 올랐다는 뜻이다.
‘그, 그게 가능하다고!?’
고작 몇 달 전만 해도 검도 제대로 못 들던 쓰레기였던 에이든이.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면 그 누가 믿겠는가.
그때였다.
“……!”
그의 얼굴에 목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에이든이 무언가 말하는 것이 보였다.
“……리…….”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곧 그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대가리! 새끼야!”
퍼어어억!
“꺼어억!”
에이든의 목검이 정확하게 아셀트의 머리에 내리꽂혔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비명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새끼가, 마나 블레이드까지 써? 누굴 죽이려고! 대가리!”
퍼억!
“그러다가 다치면, 네가 치료비 낼 거야!? 낼 거냐고! 대가리!”
퍽!
“대가리! 대가리!!”
퍽퍽!
에이든은 연속으로 아셀트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 격렬한 통증에 아셀트는 어떻게든 공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무의미한 발버둥이었다.
“어딜 튀려고! 대가리!”
이미 눈깔이 돌아간 에이든에게 벗어나는 건 불가능한 일!
어디로 도망치든 에이든의 목검은 아셀트의 대가리에 꽂혔다.
너무 아팠다.
집요하게 한 곳만 노리는 공격에 아셀트는 결국 손을 들었다.
“하, 항복! 제, 제가 졌습니다!!”
그제야 에이든의 검이 멈췄다.
아셀트는 드디어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빠악!!!
목검이 다시 한번 그의 머리에 꽂혔다.
“아악! 왜! 어, 어째서요! 저, 저는 항복했습니다!”
“왜긴.”
퍽!
“심판이!”
퍽!
“끝이라고 해야, 끝이지, 안 그래?”
“그, 그럼! 어, 얼른 끝내 주십시오!! 심판!”
아셀트는 알폰스를 바라봤다.
알폰스는 무심하게 그를 보더니, 이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명백한 무시였다.
‘저놈! 편파 판정 안 한다면서!’
그러든 말든.
에이든의 목검은 계속 아셀트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렇게 몇 번 치고 나니 아셀트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에이든은 그제야 알폰스에게 눈빛을 보냈다.
알폰스는 손을 들며 선언했다.
“패자가 정해졌으니! 이번 대결의 승자는 에이든 헤스티아 님이십니다!”
알폰스의 선언으로 드디어 대결이 끝났다.
에이든의 압도적인 승리!
그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이미 뱀파이어와 싸우는 모습을 봤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단 한 명을 빼고 말이다.
“……저게 뭔…….”
제파르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더 강해졌잖아?’
아셀트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론톤 가문에서 두 번째로 강한 기사단의 단장 자리에 앉은 실력자다.
인성에는 문제가 있어도 실력은 확실했으니까.
보레아스 가문에서 봤던 그의 힘을 생각하면 아셀트라면 충분히 놈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에이든은 그때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압살이었어.’
이 대결은 어린아이와 어른의 대결이었다.
에이든이 데리고 논 수준이다.
심지어 에이든의 움직임은 집중하고 있던 제파르조차 몇 번이나 놓칠 정도로 빨랐다.
거기에 그의 검술은 어떻던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정교함이 느껴졌다.
“…….”
제파르는 손을 떨었다.
산이 보였다.
너무 커서 봉오리조차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산이 눈앞에 있었다.
넘고 싶어도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산을 보고 있자면 절망감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괴물 같은 놈…….’
느껴졌다.
에이든의 재능이.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더 강해질 것이고 훗날 자신은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를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건가…… 난…….’
그때,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어라? 그런데 뭐 하시는 거지?”
“대결은 끝났잖아.”
“그런데 왜 저렇게 쭈그려 앉아서…….”
주변이 소란스럽다.
그에 제파르는 고개를 돌려 에이든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에이든은 기사를 부르더니 그에게 무언가를 건네받고 있었다.
그러곤 그것으로.
“저 미친놈이!”
아셀트의 머리를 밀어 버리고 있었다.
한번 해 봐서 그런지 이제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머리를 깨끗하게 밀어 버리는 에이든.
그러곤 묻은 머리카락을 대충 털더니 제파르에게 다가왔다.
그가 다가오자 제파르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했다.
순간 그의 기세에 밀린 것이었다.
“……너…… 아셀트 경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머리를 밀었지.”
“어째서!?”
“저놈이 하고 있는 목걸이가 태양 신전의 목걸이라더라고.”
태양 신전의 목걸이를 걸고 있다는 건, 그는 태양 신전에 입단한 신도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밀었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유냐!”
“왜긴, 태양 신전의 성녀와 똑같이 만들어 줬을 뿐인데.”
태양의 은총을 가장 많이 받은 성녀는 대머리였다.
그러니 그 신도도 더 깊은 신앙심을 가지라고 성녀와 똑같이 만들어 줬을 뿐이었다.
물론, 이건 말해 줄 수 없는 일이었다.
비밀로 하기로 했으니까.
“자~ 일단 이쪽 대결은 끝났으니까~ 다음으로 가야지.”
“다, 다음? 이, 이제 끝났을 텐데?”
“아니지~ 남았잖아.”
에이든은 제파르를 향해 은근한 시선을 던졌다.
동시에 제파르는 강한 불길함을 느꼈다.
“나, 나는 상관없는 일이다…….”
“연대 책임.”
“…….”
“기사가 죄를 저질렀다면 주인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어?”
에이든의 입가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스산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본심이 튀어나왔다.
“깝쳤으면 맞아야지.”
그날.
제파르도 아셀트와 똑같이 대가리가 깨졌다.
그리고 그는 이미 밀린 머리카락을 대신해서 다른 것을 밀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결이 끝나고.
“아단 백작님.”
“으, 으응? 왜 그런가?”
“밥 먹고 움직여서 그런가요? 조금 허기가 지는데 밥 남은 거 있나요?”
“…….”
식신의 강림에 아단은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