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91)
제191화
16화 : 욕심 많은 영주
“이쪽으로 간다.”
“정말 이쪽으로 가도 되는 겁니까?”
“영주님께서 혹시 모르니 칼리바이 숲에서 멀어지라고 했으니 움직여야지.”
“하지만 그래도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렌은 걱정된다는 투로 말했다.
칼리바이 숲이 어떤 곳인가?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는 금지 구역이다.
칼리바이 숲을 가득 채운 마력은 뛰어난 기사조차 미치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심지어 거기서 흘러나온 마력에 잠시 노출되었을 뿐인데 기사들도 미쳐 날뛰지 않았던가.
그만큼 위험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런 렌의 반응과는 다르게 한스는 상관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괜찮다. 영주님은 반드시 해내실 분이니까.”
“하지만…….”
“영주님이 하시는 일이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허…….”
렌은 에이든에 대한 한스의 절대적인 신뢰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에이든이라면 해낼 거라는 강한 믿음.
거기에는 그 어떠한 의심도 없었다.
‘대단한 신뢰 관계구나.’
“어쨌든 사람들을 이끌고 다른 곳에 주둔지를 만들 거니까 이동한다.”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한스를 따라 칼리바이 숲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에 영향받지 않는 장소를 주둔지로 삼았다.
“그런데 한스 님은 기사이신가요?”
“기사?”
“네.”
“기사 아닌데?”
“그럼…….”
“나는 경비대 대장이다.”
“……경비대 대장이요?”
“그래.”
렌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경비대는 치안을 유지하는 단체다.
하지만 한스는 누가 봐도 그와 반대였다.
저 큼지막한 근육과 험상궂은 얼굴을 봐라.
그는 치안을 유지하기보다는 치안을 해치는 쪽의 사람이어야만 했다.
그쪽으로 재능이 확실했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엄청 쫄았는데.’
한스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강렬한 감각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그를 보는 순간 허리를 굽히고 가지고 있던 돈주머니를 절로 상납할 뻔했었다.
상납을 부르는 얼굴이었다.
그런 그가 경비대 대장이라니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왜? 불만인가?”
울끈불끈!
한스의 대흉근이 꿈틀거렸다.
대흉근이 살아 움직이며 ‘불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도 좋다.’라고 하는 거 같았다.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한스의 근육은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나름대로 근육에 자신 있었던 렌조차도 그의 앞에서는 그냥 멸치에 불과했다.
“……없습니다.”
“그렇겠지.”
그 누가 그의 앞에서 불만을 말하겠는가.
말했다가 한 대 맞을 수 있었다.
“일단 여기에 자리를 잡는다. 그럼 그동안 영주님께서 일을 해결하고 돌아오시겠지.”
“그럼 일단 주변을 정돈하고…….”
그때였다.
한스와 렌이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 움직이려고 할 때, 이들이 자리 잡은 장소로 마차 한 대가 들어왔다.
마차를 호위하는 말에는 한스도 몇 번 봤던 기사가 타 있었다.
‘론트?’
그는 바로 론트였다.
이제 보니 마차는 평범한 귀족이 타는 것이 아니라, 왕족이 탈 법한 그런 마차였다.
“누구지?”
“누가 왔는데?”
“갑자기 이런 곳에 누가…….”
마차는 사람들이 있는 근처에서 멈췄다.
말에서 내린 론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공주님, 도착했습니다. 이제 내리시면 됩니다.”
“응, 고마워.”
론트의 에스코트를 받은 니케는 조심히 마차에서 내렸다.
니케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곳에 있던 기사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찌 저 얼굴을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아름답게 길게 내려온 은발에 신비로운 은색 눈동자를 지닌 여성.
멀리서 봐도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크흠!”
그때.
니케의 옆에 있던 론트가 얼굴을 구기며 헛기침을 했다.
그제야 기사들은 자신들의 무례를 깨닫고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와, 왕국의 아름다운 별, 니케 해밀턴 공주님을 뵙습니다!”
“뵙습니다!”
기사들의 인사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도 깜짝 놀라 황급히 무릎을 꿇고 비슷하게 인사했다.
그 모습에 니케는 손을 저었다.
“됐다, 그런 인사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가, 감사합니다.”
렌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는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감히 왕족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보면 죽는다, 보면 옆에 있는 기사에게 맞아 죽는다!’
옆에 있는 론트가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불호령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니, 니케 해밀턴 공주님…… 그, 그런데 여기엔 어쩐 일로…….”
렌이 용기를 내며 묻자.
니케는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왔네, 일단 뒤쪽 짐마차에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싣고 왔네.”
니케가 눈짓을 하자 론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량을 풀어라. 다친 자가 있다면 치료하고.”
“알겠습니다.”
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식량과 약을 풀었다.
그에 렌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곳의 사령관은 어디에 있지? 사령관은 어디 가고 기사가…….”
“아…… 그것이…….”
니케의 질문에 렌은 식은땀을 흘렸다.
주둔지 사령관, 카이스는 인성도, 능력도 없는 무능한 놈이었다.
하지만 그는 왕국에서 임명한 사령관!
‘만약 그를 때리고 묶어서 나무에 매달아 놨다는 것을 안다면…….’
꿀꺽.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섬뜩한 오한이 등줄기를 타고 뇌리에 있는 비상벨을 강하게 누르고 있었다.
귀족 모욕죄로 끌려가서 죽을 수도 있었다.
심할 경우,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여서 삼족을 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왜 대답이 없지? 공주님께서 묻고 있지 않나. 어서 대답해라.”
“아…… 그게…….”
그렇게 렌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팼습니다.”
옆에 있던 한스가 대뜸 말을 내뱉었다.
그 순간, 렌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아니!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지금…… 뭐라고 했지?”
“그를 패 제압하고 묶은 다음에 나무에 잘 걸어 놓고 왔습니다.”
‘야, 이! 미친놈아!!’
렌은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걸 전부 말하면 어쩐단 말인가!
자칫 왕족의 화를 살 수도 있는 상황!
‘이제 우리는 끝이다! 다 죽었다고!!’
렌은 그렇게 최악을 상상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니까…….”
한스의 말에 니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령관을 패고, 묶어서 나무에 걸어 놓고 왔다는 건가?”
“네.”
“어째서?”
“영주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거든요.”
렌은 정말 미친놈을 보는 듯한 시선을 한스에게 던졌다.
어찌 저럴 수 있단 말인가!
영주를 지켜야 할 경비대 대장이 도리어 그것을 영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그분께 화가 미칠 수 있어! 그럴 바엔…….’
“아닙니다, 제가…….”
“그럼 됐어.”
“……예?”
“에이든 경이 그렇게 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
니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렌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 사령관이 뭔가 했으니까 그런 거겠지?”
“주둔지를 버리고 혼자 도망치더군요.”
“그럴 줄 알았어. 잘했어.”
다른 왕족이었다면, 왕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호통을 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니케는 별 상관없다는 듯이 일을 넘겼다.
‘이게 뭔…….’
“그런데 에이든 경은 지금 어디에 있지? 안 보이는 거 같은데?”
렌의 머리가 혼란스럽든 말든.
니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에이든을 찾았다.
“영주님께서는 칼리바이 숲에 들어가셨습니다.”
“드, 들어갔다고?”
“네.”
“……쳇, 늦었잖아? 이래서 서둘러 온 건데. 하아…… 정말 타이밍이 안 맞아, 드레스도 예쁜 거 입고 왔는데…….”
쳇, 하며 혀를 차는 니케.
그런 그녀를 보며 웃는 론트와 한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뭔데?”
렌은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 * *
-끄응…….
“벌써 힘드냐?”
-아, 아닙니다!
“그렇지? 나는 또 벌써 힘든 줄 알고, 실망할 뻔했잖아.”
-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한차례 전투가 끝나고.
에이든은 카덴을 잠식하고 있던 기이한 힘을 드레인 스킬로 흡수했다.
밖에 있던 요력과는 다르게 카덴을 잠식하고 있던 기운은 흡수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카덴은 정신을 차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니까 그 기사가 천 년 전, 네 밑에서 훈련받았던 요정 기사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으음…… 그렇단 말이지?”
에이든은 머리를 박고 있는 카덴을 보며 말했다.
“너 말이야.”
-…….
“응? 너…….”
“이 자식이!!”
퍼억!
알폰스는 머리를 박고 있는 카덴을 강하게 걷어찼다.
그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카덴은 애처롭게 데굴데굴 굴렀다.
-끄응…… 왜, 왜 그러십니까?
“왜 그러십니까? 감히! 영주님께서 부르시는데 관등성명도 안 대고! 무시해? 네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천 년 동안 낭떠러지에서 안 떨어져서 감 잃었지!?”
-하, 하지만…….
카덴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알폰스는 선배 기사이기에 잘 알고 있지만, 에이든은 난생처음 보는 인간이었다.
카덴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알폰스가 저 에이든이라는 인간에게 저렇게 지극정성인지.
-도대체…….
그때였다.
카덴은 느낄 수 있었다.
에이든에게서 느껴지는 요력을 말이다.
자신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격을 가진 요력!
카덴에게 깃든 요력이 꿈틀거린다.
이것은 기쁨이었다.
마치 아기 새가 어미를 발견한 것처럼 환호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아…….
그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에이든이 입고 있는 갑옷이 왕께서 입었던 그 갑옷이라는 것을!
환희가 느껴졌다.
무려 천 년이다.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왕의 명령을 지키기 위해서 고독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왕이 말했던 ‘그’가 찾아온 것이었다.
천 년의 세월을 지나 드디어 왕께서 하셨던 명령을 완수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드디어…….
카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에이든의 앞에 다가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천 년의 시간 동안 당신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왕의 후예시여…… 저는 중급 요정 기사, 카덴…… 왕의 후예를 뵙습니다.
“흐음, 너 말이야.”
-네, 말씀하십시오.
“여기서 뭘 지키고 있었던 거야?”
-저는 왕의 명령에 따라, 그분의 보물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보물!?”
-그렇습니다.
“그럼 뭐 하고 있어.”
-네?
“어서 안내해!”
-아,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카덴이 보물이 있는 곳으로 앞장서서 걸으려고 할 때였다.
“잠깐.”
-네? 왜 그러십니까?
“왜 그러긴.”
에이든은 히죽- 웃으면서 벽을 잡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 어렵긴 했지만, 요력을 손가락 끝에 집중하니 기어 올라갈 만했다.
천장에 붙었을 땐, 흡사 바퀴벌레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샤샥! 샤샤샥!
기민한 움직임으로 천장에 붙은 에이든은 공동 전체를 밝혀 주는 발광석을 보며 웃었다.
“이게 얼마냐!”
그는 발광석을 떼고 주머니에 넣었다.
제법 크긴 했지만, 비싼 마법 주머니답게 아슬아슬하게 넣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발광석을 챙긴 에이든은 지상으로 내려왔다.
-…….
“왜?”
-그건 왜 챙기시는 겁니까?
“왜 챙기긴! 이게 다 돈인데 챙겨야지, 버리고 갈까?”
-…….
“쯧쯧, 이래서 기사들은 안 된다니까. 이런 놈들 먹여 살리려면 내가 노력해야지. 어휴…….”
때아닌 구박에 카덴은 고개를 돌려 알폰스를 바라봤다.
천 년 만에 만난 부하 기사의 시선에 알폰스는.
“…….”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알폰스는 왕의 후계인 에이든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가끔이다.
가끔이긴 하지만.
‘창피하구나…….’
후회될 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