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34)
제34화
9화 : 양조장(1)
“거의 다 왔다.”
바루스는 마차를 몰며, 저 멀리 보이는 목책을 보며 말했다.
산뜻한 바람이 몸을 휘감는 게 느껴진다.
예전과는 다르다.
몇 달 전만 해도 헤스티아 영지에 갈 때면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인지……. 그런 무거운 마음뿐이었다.
망해 가는 영지와 계속 거래하는 게 맞는 걸까?
‘신념과 신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는 하지만.’
상인은 이득을 좇는다.
다른 상인이었다면 당장이라도 헤스티아 영지와 거래를 끊었을 것이다.
모두가 그를 비웃었다.
상인이면서 신념과 신의를 지킬 수 있을 거 같냐고.
너의 그러한 선의가 나중에 보답받을 수 있을 거 같냐는 식의 조롱도 들었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지. 하지만.’
계속 눈에 밟혔다.
만약 자신마저 가지 않는다면 영지의 영지민들은 뭘 먹고, 뭘 입고 산단 말인가?
다른 이들은 외면하라고 했지만.
그는 외면할 수 없었다.
‘나도 그랬거든.’
마족에게 가족을 잃었을 때, 누군가가 제발 자신을 도와주길 간절히 원했다.
하나, 그는 외면당했다.
졸지에 세상에 혼자 남게 된 그는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독기를 품고 일어났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사람들의 외면에 그는 많은 상처를 받았었다.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배고파요……. 빵 조각이라도 좋아요, 그러니…….’
‘저 좀 도와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그러한 간절함에도 각박한 세상은 그를 외면했다.
그래서일까?
헤스티아 영지민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 그때의 자신을 투영하게 되었다.
누군가 한 번이라도 손을 내밀어 주면 좋겠다는 바람.
그 때문에 그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정말 느낌이 묘합니다.”
“라인하르트.”
“예전에 상단주님과 이 길을 갈 때면 늘 막막하기만 했었습니다. 상인이라는 분이 이득보다 신념과 신의를 우선으로 하시니…….”
“하하하, 미안하네.”
“뭐, 저는 돈 받고 고용된 몸이니까, 상관은 없었지만 말이죠. 월급까지 밀렸다면 저 바로 그만뒀을 겁니다.”
그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랬었는데, 그때와 지금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막막함은 사라지고, 늘 불길했던 이 바람도 지금은 상쾌할 뿐입니다.”
“그렇지.”
“그리고 보답받는 느낌이 듭니다.”
“보답?”
“고생의 보답 말입니다. 뭔가 바라고 한 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뭔가 돌아오는 게 있으면 좋지 않습니까?”
“크흠, 기분이 좋긴.”
“좋지 않습니까?”
그 말에 바루스는 히죽- 웃었다.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는다.
“당연히 좋지, 엄청 좋아! 생각했던 것의 5배는 기분이 좋지.”
“이게 전부 그 이상한 영주님 덕분이네요.”
“그렇지. 에이든 영주님 덕분에 자네 월급도 밀리지 않게 되었고, 도리어 올려 줄 수도 있게 되었지.”
“그건 정말 좋았습니다.”
“어때? 이제 용병 그만두고, 우리 상단에 제대로 들어오는 게?”
“그건 생각 좀 해 보겠습니다. 저도 꿈이 있지 않습니까.”
“꿈? 뭔데?”
“말씀드리기 좀 부끄럽군요. 최근에는 꿈도 바뀌었거든요. 확실히 정리되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인하르트는 어색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제 우리 상단도 상단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규모가 되었군요.”
“그렇지. 상인도 더 고용했고, 마차도 늘렸고.”
뒤쪽에 상인이 많고, 마차도 한 대 더 뽑았다.
하운드의 가죽 판매, 쇠뇌 판매로 번 돈으로 일단 투자했다.
“슬슬 사업을 늘려야 해.”
원래 계획은 어느 정도 기반을 만들면 천천히 몸집을 키울 생각이었다.
에이든을 만나고 나서는 계획을 조금 더 앞당기기로 했다.
‘가능해. 지금이라면 내가 생각했던 것을 이룰 수 있어.’
꿈을 이룬다.
가족을 죽인 마족에게 복수하겠다는 하나의 일념.
재능이 미천하여, 직접 할 수 없으니.
‘안 되면 돈으로 팬다. 내가 못 패도 돈으로 고용한 놈들이 패 주면, 대리 만족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안 되는 일에 좌절하지 말고, 되는 것에 매달릴 생각이었다.
“아, 다 와 갑니다.”
“보인다!”
헤스티아 영지가 눈에 들어왔다.
영지에 접근하자, 그 앞에서 에이든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마중 나오신 건가?”
“…….”
“정말 좋지 않습니까? 상단주님.”
“뭐가?”
“상단주님이 받으신 보답은 하나만이 아닙니다. 저런 식으로 누군가가 환영해 주는 거……. 좋지 않습니까?”
“크흠…….”
“부끄러우신 모양입니다?”
“내가 뭘.”
그런 것치고 귀까지 빨개진 것이 상당히 좋은 모양이다.
보답을 원한 건 아니지만, 그러한 것이 형태가 되어 돌아오니 기분이 좋았다.
“왔구나!”
“영주님, 저희를 기다리셨군요? 이렇게 반겨 주셔서 영광…….”
“됐고! 가져왔지!?”
“네? 물건이라면, 일단…….”
“그거 말고!”
“그럼…….”
“돈!”
“예?”
“쇠뇌 팔고 받은 돈 있을 거 아니야! 가져왔지!?”
“그거야……. 가져왔죠?”
바루스가 대금화가 든 주머니를 꺼내자, 에이든이 휘익! 하고 그것을 낚아챘다.
“좋았어! 기다린 보람이 있네!! 안 그래도 양조장 만들려고 했는데, 돈이 없어서 어떻게 하나 했는데.”
“여, 영주님?”
“그럼 난 간다!”
“영주님!?”
바루스가 애타게 손을 뻗었지만, 에이든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날 기다린 게 아니라…… 돈주머니를 기다리신 건가요?”
그런데.
“……도대체 돈은 어디에 쓰시는 거지?”
가장 큰 의문이었다.
* * *
“이게 다 돈이야! 돈!”
에이든은 돈주머니를 챙기고 곧장 저택으로 돌아왔다.
“주머니가 두둑하니, 내 마음도 두둑해지는 기분이 드는구나…….”
“영주님, 그건 너무 속물적이지 않습니까?”
“원래 인간은 속물이야. 돈 싫어하는 사람 봤어?”
“있지 않을까요?”
“너는 앞으로 월급은 필요 없다는 거지? 대단한데, 진정한 서포터야. 열정 페이가 뭔지 손수 보여 주려고?”
“생각해 보니, 사람 중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군요.”
돈 싫은 사람 있나?
집도,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노는 것도 전부 돈이 들어가는 시대다.
돈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무소유고, 뭐고, 그딴 건 알 바 아니야.”
개꿀 빠는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어디 보자, 대충 4만 3천 골드인가?”
쇠뇌를 판 금액과 마수를 판 금액을 합치고, 수수료랑 이것저것 떼면 이 정도 된다.
“충분하네.”
에이든은 웃으며 건물주 상점을 열었다.
[양조장 LV. 1을 구매하셨습니다.] [3,000골드를 사용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정말 이걸로 될까요?”
“가능해. 드워프 하면 맥주, 맥주 하면 드워프라는 게, 모든 판타지 세상을 관통하는 국룰이거든.”
똥손 드워프는 존재해도, 맥주 싫어하는 드워프는 존재할 수 없었다.
“어디 보자. 일단 주점 뒤쪽으로 놔야지. 양조장이니까, 주점하고 가까우면 좋겠지.”
주점에서 맥주를 판다.
그러니 주점 뒤편에 양조장을 놓으면 바로바로 물건을 받을 수 있을 터.
[양조장 건축을 시작합니다.] [건축 완료까지 13시간 걸립니다.]건축 완료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평소라면.
“에휴, 돈도 없는데, 기다려야지……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거든~”
양조장을 사고도 아직도 4만 골드나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이 퀘스트가 자신이 생각하는 일과 이어지고 있다면.
한시가 급했다.
“즉완권, 구매!”
즉완권은 남은 시간에 비례해서 금액이 책정된다.
한 시간에 500골드!
시간을 금으로 사는 행위이긴 하지만, 지금은 돈을 들여서라도 그 시간을 사야만 했다.
[건축 즉시 완료권을 구매하셨습니다.] [양조장 건축 완료까지 남은 시간은 13시간입니다.] [6,500골드가 소모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Y/N]“크윽……. 가슴이 아파…….”
6,500골드라면 목책을 업그레이드하고, 거주용 집을 두 개를 짓고, 릴을 몇 달은 부려 먹을 수 있는데.
헤스티아 영지에 소속된 기사들의 월급은 200골드로 책정되었다.
기사치곤 낮지만.
저지른 짓이 있어서 그 정도의 월급만 받기로 했다.
뭐.
‘밥 먹여 줘, 재워 줘, 입혀 줘, 굴려 줘, 얼마나 좋아.’
불평, 불만이 생길 여력은 전혀 없었다.
“릴을 32개월 부려 먹을 수 있는 골드가 사라지는구나……. 후우, 저걸 채우기 위해서 꾸준히 굴려야겠구나.”
에이든이 승낙을 누르자, 주머니가 열리면서 6,500골드가 승천하며 사라졌다.
* * *
“으…….”
“왜 그래, 릴?”
“몰라……. 이상하게 추워…….”
“뭐야? 힘들어서 그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마치 찍혀서는 안 될 악마에게 찍힌 듯한……. 그런 감각이…….”
“……헛소리할 시간에 얼른 손 놀려. 마수 해체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있으니까.”
릴은 산처럼 쌓여 있는 마수 사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악마가 별건가?
지금 자신이 지옥에 있는데…….
* * *
우우웅.
빛이 일렁인다.
“응?”
“저건 뭐야?”
“아, 또인가?”
빛이 일렁이며, 요정이 나타나자, 영지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곳에서는 요정이 신비로울지 모르겠지만.
헤스티아 영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요정이었다.
처음이야 신기했지만, 익숙해지니, 이제는 묘하게 친근감까지 들었다.
“이번엔 또 뭘 만드나?”
삐익-!
여지없이 선두에 호루라기를 부는 요정이 나타났다.
뒤이어 다른 요정들도 건축 재료를 들고 나타나, 옆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여긴 주점 뒤쪽 빈 공간이잖아?”
주점 뒤쪽 공간은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요정들이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와아! 요정이 예뻐요!”
삐익-!
한 아이가 다가가려고 하자, 호루라기를 부는 요정이 빠르게 날아와 아이의 앞을 막아섰다.
삐익- 삐익-
안전요원처럼 단호하게 손으로 가로막은 요정은 어서 뒤로 물러서라고 주의시켰다.
사고 나면 어떻게 하려고?
공사 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에 접근 금지였다.
투닥투닥!
쿵쾅쿵쾅!
쾅쾅쾅!
요정들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번엔 얼마나 걸릴까?”
“그건 모르지. 내일 되어 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보통 10시간은 걸리는 거 같으니, 오늘 밤이면 끝나……. 응?”
“왜 그래?”
“저 요정들 표정을 봐.”
“왜?”
“조금 전만 해도 피곤하다……. 얼른 이 일 끝내고 퇴근하고 싶다는 얼굴이었는데…….”
요정들의 표정은 방금 출근했지만, 퇴근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의 그것이었다.
한데 지금은.
“……왜 저렇게 눈을 빛내는 거지?”
“마치 추가 수당을 받은 것처럼…….”
요정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들의 눈에는 강한 이채와 더불어 생기가 감도는 거 같았다.
삐이이이익-!!
요정이 호루라기를 강하게 불었다.
그 소리에 맞춰 요정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다.
파닥파닥!
요정들이 엄청난 속도로 날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건물을 지어 올렸다.
그러곤 상쾌한 웃음을 지으며, 빛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늘 생각해.”
“뭐가?”
“요정은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신비로운 존재라서 조금 멀게 느껴졌거든?”
“나도 그랬는데.”
“그런데 가끔 저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말이야. 이런 생각이 들어.”
“무슨 생각?”
“요정도 우리랑 사는 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
요정이나, 인간이나.
사는 건, 거기서 거기라는 이상한 동질감이 헤스티아 영지에서 형성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