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남명이 지나치게 강해진 거 같군.’
국정 현안을 살핀다고 했지만, 사실 그가 가장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은 내정 문제보다는 국제 문제였다.
진정을 총리로 삼은 덕에 내정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물론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것이지, 여전히 반란이나 대규모 폭동의 위험성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가장 위험도가 높은 지역은 일종의 군정을 실시하는 루손 섬 북부였다.
5대대부터 8대대까지, 루손 섬 북부에는 총 4,000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병력을 지휘하는 것은 요한이 가장 신뢰하는 지휘관인 마투스였다.
대규모 군사력과 믿음직한 지휘관이 있기에 지금껏 큰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얼마 전, 루손 섬에서 삼발 족이 대규모 반란을 계획했었다는 보고가 전해졌다.
사전에 삼발 족의 지도자들을 생포하여 반란을 저지하였으나, 삼발 족 말고도 반란을 노리는 부족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워낙 여러 민족이 얽혀있고 언어도 제각각이다 보니 이들을 대두국의 백성으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강력한 군사력으로 평화를 강제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사실 요한이 가장 오래 통치한 대만이라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번족과 한족은 여전히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국가 체제가 세워지면서 세금이라던가, 법이라던가, 여러 책무가 생겨나고 있어 이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직은 안심할 단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내정은 원래 시간을 들여 장기에 걸쳐 진행하는 일이었고, 국제 문제는 시급을 다루는 일이 많았다.
요한이 내정 문제보다 국제 문제를 더욱 주의 깊게 살피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서나라(대서국)의 잔당이 남명에 귀순하였다는데, 이 일을 어떻게 보는가?”
중국 서남부 지역을 장악하던 나라가 바로 대서국이었다.
대서국은 이자성과 함께 난을 일으켰던 장헌충이 세운 나라였는데, 사천을 근거로 강력한 힘을 키워냈다.
그러다 장헌충이 죽고 잠시 분열하는가 싶더니, 청나라의 공격에 오히려 단결하여 난관을 잘 극복하였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요한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봤다.
중국이 세 개로 쪼개진 셈이니 그로선 나쁘게 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헌충은 후계자를 남기지 않고 죽었기에 왕을 옹립하는 일에 문제가 생겼다.
이런 와중에 청나라의 공격이 거듭되자 대서국은 결국, 남명의 그늘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였다.
즉, 융무제를 황제로 받들고 다시 남명의 백성이 되는 걸 선택한 것이었다.
“비록 서나라의 잔당이 한때 유적(도적)이었다고 해도 그들은 하나같이 싸움의 귀재입니다. 그들이 합류한다면, 청나라의 싸움에 큰 쓰임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에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
“예?”
교육부 장관인 위주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진정은 요한의 말뜻을 알아차린 것인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남명의 국력이 강해지는 것을 우려하시는 겁니까?”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대두국은 남명의 조공국이었다.
조금 과장하면 동맹을 넘어 같은 나라라고 봐도 무방하였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때 하는 얘기였다.
당연히 요한은 남명을 같은 나라로 여기지 않았다.
남명의 국력이 강해지는 것에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남송과도 같은 입장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강남의 입지가 이전 남송과는 전혀 다르다는 게 문제야.”
“확실히, 예전보다는 강남의 곡물 생산량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구도 마찬가지로 많이 늘었고 말입니다.”
요나라가 강북을 지배하던 시절이든, 금나라가 강북을 지배하던 시절이든, 뭐가 됐든 남송 시절보다 지금의 남명이 경제력 측면에서 압도적이었다.
기후 변화도 큰 영향을 끼쳤고, 또 미개척지도 줄었으며 그사이 농업 기술도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청나라가 차지한 강북 영토는 강남에 비교하면 그렇게 눈에 띄게 발전이 없었다.
한때 강북에 치우쳐있던 중국의 부가 강남으로 완전히 이동한 셈이다.
‘물론 청나라의 전성기를 연 강희제의 시대가 열린다면 이 정도 불리함이야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강건성세가 열리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남명 사람들은 지금의 청나라를 과거의 요나라나 금나라, 몽골 등과 비교하며 두려워하였다.
하지만 요한은 알았다.
청나라의 진정한 전성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요한도 바로 그 청나라의 전성기를 우려하여 남명의 편에 선 것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나비효과였다.
강건성세(청나라의 최전성기)의 첫 시작인 강희제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나비효과로 그가 태어날지조차 의문이었다.
요한은 역사의 억지력 같은 걸 믿지 않았기에 강희제가 태어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하였다.
그리고 강희제가 태어나지 않을 걸 가정한다면 남명과 청나라의 싸움에서, 청나라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되었다.
지금 당장이야 청나라의 국력이 남명을 압도하고 있어도 10년, 아니 5년만 지나도 판이 바뀔 것이 분명하였다.
그때는 청나라의 남진을 남명에서 결사적으로 막는 그런 그림이 아니라, 오히려 남명의 북진을 청나라가 견제하는 그런 그림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남명의 내부 상황도 꽤 신경이 쓰인단 말이지.”
“정확히 어떤 상황을 말씀하시는지?”
“근황파가 득세하여 남안후께서도 요즘 위기감을 느끼는 거 같다.”
정지룡은 남명의 신하이긴 하나, 사실 국익으로 따졌을 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인물이었다.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이 아니라, 국익을 해치는 존재라고 평가해도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그런 정지룡이 최근 들어 권력이 약해지기 시작하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지룡의 권력이 약해졌다기보다는, 융무제의 정치적 영향력이 올라갔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대서국 잔당의 귀순을 적극 유도한 것이 융무제였고, 그들의 합류로 군부 내에서 상당한 입김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의 재위 기간도 곧 4년 차에 들어가면서 늘 그를 괴롭혔던 정통성 문제도 흐지부지되는 상황이었고 말이다.
당연히 요한으로선 이런 상황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정지룡과의 친분 때문이 아니라, 융무제의 권력이 강해질수록 남명의 전성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점이 우려스러웠다.
“어쨌든, 남명의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야겠어.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겨날지 모르니 말이야.”
우려스럽긴 해도 아직 그가 특별한 행동을 취할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힘을 키운 채 상황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
남명의 상황을 지켜보는 와중에 정지룡의 서신이 왔다.
“봐라. 이것이 남안후의 답변이다.”
정성원은 요한이 감옥 바깥에서 던져준 서신을 읽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얼마 전 요한은 정지룡에게 정성원의 처분을 어찌할지에 대한 내용이 적힌 서신을 보냈다.
그리고 정지룡이 이에 대한 답변으로 보낸 것이 지금 정성원이 읽고 있는 서신이었다.
“남안후의 유자라고 했던가? 그런데 남안후께서는 너를 그리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는 모양이야. 어떤 처벌을 내려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답변하신 걸 보면 말이지.”
“이익!”
요한은 피식 웃었다.
정지룡이 자신을 마치 자식처럼 아낀다고 당당하게 소리치던 정성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요한은 정지룡의 진짜 자식인 정성공보다 훨씬 더 정지룡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애초에 정지룡은 정성공을 아끼거나 총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문의 명예와 영광을 위해 유학자로 명성이 높은 정성공을 후계자로 삼았을 뿐이다.
정지룡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오직 하나.
가문의 부였다.
그리고 요한은 정씨 일족의 부를 가장 많이 늘려주었고 앞으로도 계속 늘려줄 인물이었다.
이러니 정지룡으로선 일개 상인인 정성원보다 요한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인데? 하긴, 곧 죽을 놈이 정신을 차리긴 어려울 테지.”
요한은 그리 말하고는 자신의 곁에 쥐 죽은 듯 서 있던 간수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충!”
“데리고 가.”
“알겠습니다!”
한때 흑기군 병사였던 간수장은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열쇠로 감옥의 문을 열었다.
“나,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이오!”
정성원이 다급하게 요한을 향해 물었다.
아무리 그가 대담한 성격을 가졌다 한들, 지금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누가 봐도 형장으로 끌려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요한이 팔짱을 끼며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자, 정성원은 안간힘을 쓰며 끌려나가지 않기 위해 저항하였다.
죽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뭣들 하는 것이냐! 죄인을 어서 옥 바깥으로 꺼내라!”
간수장이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간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간수들은 더욱더 힘을 주어 그를 옥 바깥으로 끄집어냈다.
정성원이 아무리 비대한 몸집을 가졌어도 장정 여럿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저, 전하! 목숨만! 부디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전하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이 자식이!”
형장으로 끌려가기 직전, 정성원은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그와 같이 외쳤다.
요한이 간수장에게 턱짓으로 신호를 주자 그가 간수들을 말려 세웠다.
다시 평화가 찾아오자 요한이 정성원에게 물었다.
“무엇이든 하겠다고?”
요한이 그리 묻자, 정성원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바닥에 엎드렸다.
이전에 요한이 무례를 지적했을 때만 해도 고개를 숙이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 잠깐 사이 궁전의 예절을 어디서 배우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소인은 이런 식으로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는 전하께 폐를 끼치지 않을 테니, 부디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이번에 용서해준다고 네가 달라질까? 너는 벌써 여에게 두 번의 잘못을 저질렀다. 아니, 여의 관료에게 모욕을 준 일까지 포함하면 총 세 번이지.”
“저, 절대 다시는 전하께 실수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요한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한 번 실수를 저지른 것은 말 그대로 실수지만, 세 번이나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던가.
사실 대놓고 용병을 모집한 일을 생각하면 실수도 아니었다.
그냥 그는 요한을, 그리고 대두국이란 나라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놈을 죽일 수는 없지.’
정지룡의 허락을 받았으니 정성원을 처형해도 남명의 보복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다른 화교 상인들이었다.
대두국의 경제는 화교 자본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 상황.
만약 그들이 단체로 반발하기라도 한다면 당장 쌀값부터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것이다.
중국산 비단이나 천, 그 외에 각종 생필품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질 테고 말이다.
“살려는 주겠다. 대신, 벌은 받아야겠지?”
“버, 벌이라면?”
“은자 50만 냥만 내. 그 정도만 내면 너의 죄를 관대하게 용서해주마.”
“······!”
정성원은 눈을 부릅떴다.
50만 냥은 절대 적은 돈이 아니었다.
애초에 세금으로 낼 1만 냥이 아까워서 요한과 대립각을 세웠던 정성원이지 않은가.
그의 자산이 아무리 커도 50만 냥은커녕 5만 냥을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 부동산에 자금이 묶여있기 때문이었다.
“현금이 부족하면 건물로 대신 내도 상관없다.”
물론 요한은 관대한 군주답게, 그를 위한 배려를 해주었다.
현물로 벌금을 내는 것을 허락해준 것이다.
사실 요한 입장에선 그가 보유한 건물 수를 최대한 줄이고 싶은 생각이라 관대한 조치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만약에 정성원한테서 건물을 뜯어내는 것에 성공한다면 자본이 어느 정도 늘어난 국내 상인들에게 건물을 매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리라.
“왜 대답이 없지?”
“조, 조금만 감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소인은 그렇게 많은 돈을 마련할 수 없습니다.”
“너의 재산을 이미 알고 있는데 그런 거짓말을 해?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지?”
요한은 절대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가 파악한 정성원의 자산은 대략 100만 냥 정도였다.
일개 상인이 이만한 자산을 형성한 건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만큼 정성원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였다.
정성원이 만약 요한에게 충성하고 대두국 경제에 이로움을 주는 존재라면 오히려 요한은 정성원이란 존재를 기껍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정성원은 대두국 경제에 해가 됐으면 해가 됐지, 결코 이로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심지어 자신을 괄시하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요한으로선 조금도 봐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오히려 그의 전 재산을 몰수하고 싶을 정도였다.
단지 화교 자본의 반발이 걱정돼서 절반만 몰수하는 것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은자 50만 냥이 목숨보다 아깝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결국 그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순순히 벌금을 내기로 하였다.
‘이것으로 내년 예산 절반이 확보된 셈인가?’
대두국의 올해 1년 예산은 100만 냥이 조금 넘었다.
군사를 늘리는 과정에서 예산 소모가 컸던 것.
내년에도 아마 이보다 예산을 많이 쓸 테지만, 어쨌든 50만 냥의 세수 확보로 내년은 적자를 면할 거 같았다.
아직 대두국의 조세 수입은 50만 냥이 채 안 돼 매년 적자에 시달렸었는데, 드디어 적자 신세를 탈출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운이 좋았던 거고, 조세 수입을 늘리기는 해야 한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