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월요일에 붉은 광장 거리를 찾은 유생들은 재무부 관료의 안내를 받으며 한 곳으로 향하였다.
“당분간 너희는 9급 공무원으로 재무부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9급이라면 9품 관료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비슷할 거다. 대우는 훨씬 좋을 테지만.”
직속 선배라는 이는 처음 그들을 찾아온 사무관의 분위기와 어딘가 비슷하였다.
피로에 찌든 분위기였던 것.
‘어제 휴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이런 모습이라니. 말이 휴일이지, 진짜 집에서 쉬게 해주는 것은 아닌 모양이지?’
이만춘은 속으로 실망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다른 유생들이야 주말이란 개념을 애초에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토요일은 주간 근무에, 일요일은 통째로 하루를 쉰다니.
일주일이란 단위가 쓰이지 않고 순보(열흘) 단위를 사용하는 조선으로선 당연히 낯설게만 느껴지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만춘은 빠르게 적응하였다.
그는 이미 관직 생활이 시작되면 주말에 무엇을 할지도 다 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정작 직속 선배라는 이의 피로에 찌든 모습을 보니, 주말에 쉰다는 말이 거짓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대우를 받느냐고? 집을 빌려주고 밥도 챙겨주고 급료까지 한 달에 2냥씩 준다. 1년에 휴가도 거의 2주 치를 받고 말이야.”
유생들은 그런 그의 말에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말단 관료가 이 정도의 대우를 받는다는 게 그들로선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
“휴가 말고는 쉬는 날이 없는 겁니까?”
“주말에는 쉬고 따로 포상 휴가가 내려지기도 하지. 뭐, 공무원이 그런 일은 자주 없지만. 포상 휴가를 받고 싶으면 군대에 가는 게 좋을 거야. 축구만 잘해도 포상을 주니까.”
“정말 주말에 쉬는 게 맞습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이만춘은 포상 휴가라는 말은 넘겨들은 채, 주말이란 말에만 반응하였다.
그러자 그의 직속 선배는 뭐 그런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였다.
“주말에는 당연히 쉬어야지. 사람이 어떻게 안 쉬고 계속 일할 수 있어? 대신, 토요일은 하루를 통째로 쉬는 건 아니고, 오전 근무는 해.”
그 말에 이만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유생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들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화였던 것이다.
공부할 때도 쉬는 날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하는 유생들이었다.
1년에 열흘 쉬어도 게으르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
관료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선 관료들도 휴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조직 문화 자체가 휴가를 쓰기는 쉽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유생들이 놀라건 말건, 선배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아마 9급 공무원이란 신분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이번에 전하께서 지시하신 일을 잘 수행하면 단숨에 5급까지 승차(승진)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그런데 전하께서 지시하셨다는 일이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우스운 일일 수 있지만, 유생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재무부에서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조선으로 치면 호조라 할 수 있는 재무부에서 일하게 되었으니 세금과 관련된 일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뿐이었다.
“전하께서 부동산 보유세라는 세금을 새로 만들라고 지시하셨다. 이것 말고도 시민증이나 관세 문제도 손을 보실 거라는데, 상인을 억압하는 정책이라고 말들이 많아. 물론 우리야 전하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될 일이지만 말이야.”
“상인을 억압하는 정책이라고요?”
“오오!”
기존의 대두국 관료들이라면 앞으로 떨어질 일거리 폭탄을 걱정하며 음울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생들의 표정은 전혀 달랐다.
음울한 표정을 짓기는커녕 기대감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인을 억압하는 정책을 그 누구보다 반기는 것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
요한은 유생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재무부 관료를 궁전으로 불렀다.
“알아서 야근까지 한다고?”
“예, 그것 때문에 하급 공무원들 사이에선 말들이 많습니다. 정시에 퇴근하는 것도 괜히 눈치 보인다고···.”
“퇴근 시간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정확하게 고지했는데도 그러합니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출근한다고 하는 걸 간신히 말렸습니다.”
그 같은 말을 요한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 풀어진 공무원 사회에 제대로 환기를 시켜줬군.’
이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하지만 유생들은 단순히 열정 하나만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면에서 대두국 관료를 압도하는 능력을 갖췄다.
세금을 새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보름도 안 돼서 확실한 기준을 세워줬을 정도였다.
몇 채부터 세금을 내야 할지, 그 세금으로는 몇 냥을 내야 할지, 모든 기준을 세워준 것.
“취득세라.”
심지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유생들은 취득세라는 세금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건물을 취득할 때마다 세금을 받자는 제안이었다.
‘역시 조선 유생들에게 일을 맡기길 잘했어.’
상인을 억압하는 것에 진심인 조선이었다.
그런 조선 출신인 유생들답게 상인들을 괴롭히는 방법을 잘 알았다.
취득세는 물론이고, 관세도 더욱 세분해야 한다고 하였다.
1년에 은자 50냥 받고 내줬던 시민증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하였고 말이다.
다만 문제는 이들의 제안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대두국의 행정력이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요한은 우선 처음 계획했던 대로 부동산 보유세라는 세금만 새로 만들기로 하였다.
이 또한 행정력 소모가 상당할 테지만, 어차피 요한의 주목표는 건물만 300채 이상을 가진 정성원이었다.
정성원만 목표로 삼아 행정력을 동원하고 나머지는 적당히 경고만 하여 자발적인 세금 납부를 유도하면 될 것이다.
***
연말이 되었을 때, 재무부 소속 관료가 붉은 광장 거리에서 새로운 세금 정책을 발표하였다.
그 정책은 다름 아닌, 부동산 보유세라는 세금 정책이었다.
“10채 이상 가진 이들만 세금을 낸다고? 하하! 그것참 통쾌한 일이로군!”
“그러게 말이야. 안평에 살지도 않는 놈들이 건물을 잔뜩 보유하고 있는 게 꼴 보기 싫었는데, 아주 잘 됐어!”
안평 시민들은 새로운 세금이 생겼다는 소식에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라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건 극히 일부 사람, 그것도 돈이 많은 이들만 내게 될 세금이니 특별하게 반응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통쾌하게 여기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가진 자를 질투하는 건 안평 시민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식견이 있는 사람은 이 같은 우려를 하기도 했다.
“우리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게. 저들이 세금 낼 돈 아까워서 임대료를 올리면 어쩔 건가?”
“아, 자네 정말 똑똑하군. 그런 생각을 바로 하다니!”
“어쨌든 최소 기준치가 10채라면 영향을 받는 임대인은 많지 않을 테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야.”
안평 시민들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일 때, 정부에서 걱정하였던 화교 자본의 단체 반발도 거의 없었다.
애초에 건물을 대거 사들인 정성원이 예외적인 경우였다.
화교 상인들은 돈이 있으면 배에 투자하지, 건물에 투자하는 일은 비교적 적었다.
건물보다는 농지에 투자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것.
그렇기에 화교 상인들은 요한의 귀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우려의 목소리만 작게 표할 뿐이었다.
하지만 화교 자본의 단체 반발은 없을지 몰라도 화교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거상, 정성원의 반발은 없을 수 없었다.
“기어코 나를 노리고 이딴 악세(惡稅)를 만들었단 말이지?”
정성원에게 부과될 세금은 무려 1만 냥에 가까웠다.
이는 그가 보유한 300채의 건물에서 받는 임대료에 버금가는 액수였다.
워낙에 많은 건물을 보유하여 세금이 가중된 것인데 당연히 정성원에게도 이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하여 정성원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낭인들을 모집해. 왈패들도 부르고. 아주 힘을 잘 쓸 거 같은 이들로 말이야.”
“헉! 설마 반란을 생각하시는···?”
퍽!
“반란은 무슨 반란이야! 내 자산을 지키는 정당한 행동을 하려는 거다.”
요한의 조치에 정성원은 용병을 모집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물론 반란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었다.
‘내가 안 내겠다는데, 네가 왕이라 한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다.’
재무부 관료가 독촉장을 들고 세금을 내라 그의 저택에 찾아왔을 때, 그는 그동안 모집한 용병들에게 명령하였다.
관료를 쫓아내라고.
“지,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나는 지금 국왕 전하의 명령을 받고···”
“당신이 누구고 누구의 명령을 받는지는 알 바 아니야. 그냥 꺼지라고. 여긴 정 대인의 저택이니까.”
이는 대두국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개 상인이 대두국 관료를 무력으로 쫓아낸 일은 말이다.
심지어 관료는 분명하게 말하였다.
자신은 요한의 지시를 받은 상태라고.
그런데도 용병들은 개의치 않았다.
정성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흥! 그깟 말단 관료 쫓아낸 게 무슨 대수로운 일이라고. 고작 이만한 일로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거 같으냐? 나, 정성원을?”
측근들의 우려에 정성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였다.
정성원은 괜한 오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요한이 감히 자신을 어쩌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만한 일로 그를 어찌했다간 남명의 상인들이 단체로 반발할 터.
대두국은 경제 구조상 남명의 상인들과 적대할 수가 없는 나라였다.
쾅쾅!
하지만 이 같은 정성원의 생각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흑기군 병사들이 총을 들고 그의 저택에 방문한 것이다.
“무, 문을 열지 않으면 강제로 폭파하겠다고 합니다.”
“대두국 왕이 나랑 끝까지 가자는 건가?”
정성원은 이를 빠드득 갈고는 자신이 고용한 용병들에게 소리쳤다.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마! 만약 저들이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오려 하면 무기를 사용해서라도 막아!”
그런 정성원의 말에 용병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용감하게 외쳤다.
하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용병들이 군사 훈련을 받은 흑기군에 저항하는 게 가능할 리 없었다.
탕!
도끼로 문을 부수고 쳐들어온 흑기군 병사들이 경고 대신 허공에다 총을 한 방 쏘니 정성원이 고용한 용병들은 잔뜩 겁에 질린 채 무기를 내던졌다.
“이 겁쟁이 같은 놈들!”
“정성원!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닥쳐! 소국의 병졸 주제에 내가 누군 줄 알고 소리를 질러!”
여전히 기가 죽지 않는 그의 모습에 흑기군 장교는 차갑게 웃었다.
마침 그는 한족 출신이라 정성원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 우습게 느껴졌다.
남명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흑기군을 소국의 병졸 취급하다니.
“뭣들 하고 있어! 놈을 생포해라! 대역 죄인이다!”
병사들이 몰려오자 정성원은 강하게 경고하였다.
자신은 남안후의 조카라고.
자신을 이리 대했다가는 너희 모두 중형을 받게 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그의 말에도 흑기군 병사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남안후를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 나라에서 정지룡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적어도 흑기군 내부에서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들이 동요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요한의 명령이었기 때문이었다.
흑기군 병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요한의 명령을 받아야 한다고 훈련받았기에 설령 정지룡 본인을 생포하라 해도 그들은 명령에 따랐을 것이다.
물론 남명의 황제, 융무제라고 다르지 않았고.
“이익! 감히 나를 이리 대하다니! 오늘 일은 절대 잊지 않겠다!”
“끌고 가!”
정성원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자신의 양팔을 붙잡은 병사들의 얼굴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언젠가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다는 다짐이 담긴 눈이었다.
일개 병사에게도 이만한 원한을 불태우는데 당연히 요한에게는 그 이상의 원한을 불태우고 있었다.
‘빌어먹을! 남명에서도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거늘! 가오리방쯔 놈, 오늘 일은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마.’
***
정성원을 생포하라 지시한 요한은 정작 이 일에 크게 신경을 쏟지 않았다.
그에겐 이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일이 수두룩하게 있었던 것이다.
“일단 계속 감옥에 가두고, 남안후한테 서신을 보내지. 놈을 죽이려면 통보 정도는 해야 할 테니 말이야.”
요한은 정성원과 관련해서 간단하게 그와 같은 지시를 내리고는 다른 국정 현안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