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융무제는 이상적인 군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였다.
술과 여자를 멀리하였으며, 늘 서책을 끼고 살았다.
청나라와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그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전쟁으로 남명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그는 이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전념하였다.
“하하하! 오늘만큼 기분이 좋은 날이 없구나!”
하지만 그랬던 융무제가 큰 연회를 열고는 그답지 않게 만취한 기색을 내비쳤다.
“폐하, 황자의 탄생을 천하의 모든 사람을 대표하여 경하드리옵니다!”
“경하드리옵니다!”
융무제가 큰 잔치를 베푼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황자의 탄생이었다.
정지룡에 의해 황제로 옹립된 정권 초기만 해도 융무제 정권은 정통성 문제에 시달렸었다.
직계와는 거리가 먼 혈통도 혈통이지만, 노왕이란 존재가 융무제의 정통성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왕이 죽었고 그를 옹립하였던 권신, 정지룡까지 청으로 귀순한 지금은 누구도 융무제의 정통성을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융무제 정권에도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게 바로 불안정한 후계 구도였다.
융무제는 황녀만 여럿 낳았을 뿐, 오랫동안 황자를 생산하지 못하였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지천명(50세)이 되었기에,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동생인 주율오가 괜히 황태제로 주목받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불안했던 후계 구도도 이제는 끝이었다.
융무제가 마침내 황자를 낳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마음껏 먹고 즐겨라!”
술잔을 높이 들어 올리며 그와 같이 외치는 융무제의 모습에 대신들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
만취한 상태의 융무제는 자신의 침전에 도착하자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그러자 전혀 취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그의 정신은 어느 때보다 명료하였다.
‘황이를 위해서라도 정리해야 할 것이 너무 많구나.’
융무제는 대신들에게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마음껏 먹고 즐기라 명령하였으나, 정작 그는 명료한 정신으로 대신들의 얼굴을 살폈다.
대신들의 모습은 겉으로만 보면 기분 좋게 웃고 떠들기 바빴지만, 융무제는 그들의 속내를 예리하게 간파하였다.
융무제의 자식, 주유황의 탄생은 몇몇 세력에 있어서는 그리 좋아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그의 아우, 주율오에게 선을 댄 이들도 적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이미 결속력이 강해질 대로 강해져 주율오를 차기 황제로 옹립하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즉, 융무제의 정적이라 부를 만한 이들이었으니, 그들의 변화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가장 신경 써야 할 상대는 역시 요한인가.’
융무제가 가장 경계하는 인물은 단연 요한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요한은 더 이상 번방의 왕이 아니었다.
남명 내부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친왕 중 한 명이 되었던 것.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요한의 나이였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요한의 나이를 생각하면, 미래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갓 태어난 그의 자식이 요한을 감당할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설령 주유황의 자질이 출중하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대두국의 호구가 얼마라고 했었지?”
“100만 호에 달한다고 보고들은 바 있습니다.”
“…소국이라 부르기엔 지나치게 많은 호구로군.”
백관수의 대답에 융무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요한이 이끄는 대두국은 인구수가 변변치 않았을 때도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었다.
적은 인구와 한정된 자원으로 남명의 수십만 대군도 어쩌지 못한 팔기를 무찌를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인구도 대폭 늘어났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폐하,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저들의 군병은 겨우 4만에 불과합니다.”
백관수가 애써 위로하였으나, 융무제에겐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고작 4만인 것이 아니다. 4만이나 되는 것이야. 흑기군이라 불리는 상승군이 말이지.”
“…….”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군대, 흑기군.
이천에 달하는 흑기군이 처음 파견 나왔을 때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생겼었다.
요한이 직접 데리고 온 2만의 흑기군은 말할 것도 없었다.
60만에 달하는 청군이 고작 2만 때문에 발이 묶였던 적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저들의 본토에는 2만을 넘어 그것의 2배나 되는 병력이 있다 하니, 실로 경계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북의 달단보다 요한을 더 경계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백관수에게조차 하지 못한 말.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융무제의 진심이기도 하였다.
현재만 보면 당연히 청나라가 가상적국 1순위겠으나, 미래를 보면 대두국이 청나라보다 위협적인 국가로 여겨졌던 것이다.
***
요한은 기분 좋게 대만으로 귀환하였다.
대만의 백성들도 그런 요한을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천세, 천세, 천천세!”
부두에서 일하는 인부들부터 단순히 구경나온 구경꾼까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요한을 보기 무섭게 천세를 외쳤다.
요한은 그런 백성들의 환영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필리핀의 백성들도 이제 그를 환영해 주었지만, 역시 대만의 백성들이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거 같았다.
‘그나저나, 그새 또 많은 게 바뀐 거 같은데?’
바다까지 쭉 뻗어 있는 거대한 부두.
그 부두 너머로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대로가 더 넓어지고 새로운 건물이 세워졌으며 인파는 더 많아졌다.
북쪽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안평에 예산 투입을 줄였는데도 여전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마닐라와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것이 없을 정도였다.
인구 면에선 오히려 압도하고 있을 정도니까.
“전하, 오셨습니까.”
“어째 분위기가 이상한데?”
그렇게 요한이 안평의 바뀐 점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각 부서의 장관들이 그에게 다가와 인사하였다.
요한은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던 중, 무언가를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눈치가 유독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보였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대신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이 얼굴에 멍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쯧.”
잠시 상황을 파악하던 그는 이내 혀를 차고 말았다.
“대신이란 자들이 싸움박질이나 하고, 유치하기 그지없군.”
“소, 송구하옵니다.”
장관쯤 되는 이의 얼굴을 멍들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훈육에 진심인 부모님이나, 자기주장이 강한 아내 정도가 아니라면 하나뿐이었다.
바로 같은 ‘장관급’의 사람이었다.
한 명이 아니라 서너 명의 얼굴에 멍이 든 것을 보면 요한은 더욱더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보는 눈이 많으니, 일단 궁으로 가서 이야기하지.”
그래도 장관이나 되는 이들을 보는 눈 있는 곳에서 책망할 수는 없는 일.
사실 장관들의 명예보다는 요한 자신의 명예 때문에라도 요한은 자리를 옮기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가 자리를 옮기려는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장관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사내였는데, 체격도 체격이지만 피부색이 눈에 띄었다.
유일하게 흑인이었던 것이다.
“전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부월의 주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대두국이 아무리 다민족 국가라 해도 주류 민족은 엄연히 동북아에 해당하는 중국, 일본, 조선 등이었다.
당연히 고위층 관료 대부분이 이 세 민족 계통에 해당하였다.
이런 대두국에서 흑인이 장관 자리에 올랐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공을 세웠다는 의미였다.
물론 이만한 공을 세울 수 있는 것은 군부밖에 없었고 실제로 흑인은 군부의 수장 격인 마투스였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냐.”
“신은 여송 총독이었는데, 군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여 그들이 역모를 꾀하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였나이다. 군을 다스리지 못한 죄는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전하!”
요한은 바닥에 엎드려 죽여달라 외치는 마투스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마투스도 꽤 정치가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군.’
대두국이 무슨 조선도 아니고,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어도 이렇게 ‘오버스러운 액션’을 보이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애초에 그의 원래 성격이라면 이리 과장해서 사죄를 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한을 오래 따른 만큼 요한이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알았고 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오버하는 것은 요한에게 사죄를 청하려는 의도보단, 다른 장관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할 것이다.
필리핀에서 일어난 일 즉, 3여단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던 일은 군부의 수장인 그로선 정치적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여 대놓고 이를 거론하여 요한에게 용서를 받아내려는 의도였다.
요한이 공식적으로 용서를 해주면 다른 장관들도 대놓고 이를 가지고 비난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경의 죄가 없다 할 수는 없겠으나, 공이 크니 어찌 중벌을 내릴 수 있을까. 당분간 저택에서 근신하면 용서해 줄 것이다.”
마투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당연히 요한이 ‘그것은 경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한은 그에게 책임을 돌리지는 않았으나, 아예 책임이 없다고도 하지 않았다.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적절히 견제는 해줘야겠지. 필리핀에서의 일도 있고 말이야.’
여기서 말하는 필리핀에서의 일이란 3여단이 반란을 일으키려 했던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일에 대해서 요한은 별다른 생각을 갖지 않았는데, 오히려 마투스가 총독으로서 펼친 정책을 보고 복잡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필리핀에는 놀랍게도 흑인 계통의 소수민족이 존재하였다.
네그리토라 불리는 이들인데, 마투스는 총독으로 부임하던 시절, 이들을 대단히 편애하는 정책을 펼쳤었다.
세금도 가장 늦게 걷었고, 학교도 인구 대비 가장 많이 지어주었다.
그 덕에 필리핀에서 차별받던 네그리토인들이 지금은 상당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요한도 이 사실을 필리핀에 가서야 알게 되었는데, 딱히 마투스의 정책을 폐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방 권력의 분산을 위해서도 소수민족을 키우는 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투스의 변화를 눈여겨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요한이 왕이 되면서 정신적으로 한층 더 성장한 만큼, 마투스 역시도 그저 요한의 말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군인이 아님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
마투스의 변화는 사실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었다.
대두국이 진정한 다민족 국가가 되려면 아예 인종이 다른 마투스가 조금 더 활약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정치가로 성장하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일이었다.
요한은 이 사실을 중국계 관료와 조선계 관료의 대립을 보며 확실히 느꼈다.
“겨우 반년 조금 넘게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그사이에 이런 한심한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
장관들은 요한의 질책에 부끄러운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요한의 추측대로 서로 주먹질을 하며 싸웠으니, 그들로선 부끄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싸운 이유도 황당하군. 고작 잡범 하나 때문에 일국의 대신들이 서로 주먹질을 해?”
“잡범이 아니라, 적의 세작….”
“닥쳐라.”
뭐라 변명하려던 신정호는 요한이 질책하자 입을 급히 다물었다.
“장관으로서 품위를 헤친 이들은 연봉을 절반 삭감할 것이니 잘 알아두도록.”
조선에서 연봉을 삭감하는 건 그리 큰 처벌이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대두국에서는 절대 약한 처벌이 아니었다.
장관쯤 되면 연봉이 은자로 수백 냥이나 되기 때문이었다.
“총리만 남고 모두 물러나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집무실에는 진정 한 명만 남게 되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요한은 마치 진정을 추궁하는 어조로 이렇게 물었다.
“진정. 어째서 황상의 세작을 보호해 준 것이지?”
중국계 장관들과 조선계 장관들이 다툰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였다.
내무부에서 경찰을 동원하여 남명의 세작으로 추정되는 자를 검거하려 하였고, 중국계 장관들이 이를 막으려다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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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대만의 왕이 되었다-19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