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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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와의 전투.
‘어찌해야 할까.’
피터 분은 고심하였다.
그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싸우는 것과 물러나는 것.
“놈들이 남쪽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원래라면 대두국을 집어삼키기 전에 흑기군의 뒤를 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잠시 대기하던 중, 정찰병들이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요한의 군대, 흑기군이 그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미다그 놈들은?”
“전혀 움직임이 없습니다.”
대두국의 움직임이 없다는 말을 듣자, 피터 분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히!”
그가 느끼기에 대두국의 행동은 배신이었다.
아무리 전투에서 패배하여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해도 아직 전력의 상당수는 남아있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멀리 후퇴해서는 반격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으니 이건 배신이라고밖에 보기 어려웠다.
‘미다그 놈들이 같은 노란 원숭이의 편을 들기로 한 것이로구나!’
피터 분은 아예 대두국이 요한의 편에 섰다고 확신하기까지 하였다.
실상은 왕이 포로로 잡혀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것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우선 요새 방향으로 이동한다.”
분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미 대두국이 적으로 돌변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대두국이 적으로 돌변했다는 말은 이 근방이 모두 적지라는 뜻이었다.
올해, 대두국과 싸워본 경험이 있는 피터 분은 대두국이 자신들의 영토에서 얼마나 까다로운 상대인지 여실히 알게 되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이 지역을 탈출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노란 원숭이 놈들···. 추격하려면 추격해봐라. 후회하게 될 테니.’
피터 분은 자신의 군대가 흑기군에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두국이 흑기군에 처참히 패배한 것은 분명 충격적이었으나, 그거야 대두국이 VOC와 싸울 때와 달리 지리의 이점을 전혀 활용하지 않아서였다.
VOC도 대두국과 싸울 때 평야에서 싸울 기회가 있었다면 흑기군보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으리라.
그만큼 VOC의 군대는 막강하였다.
그래서 피터 분은 오히려 흑기군이 자신을 추격해주길 바라였다.
기껏 원정대까지 꾸렸는데 아무런 성과 없이 요새로 복귀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
“흰둥이 놈들이 남하하기 시작했다.”
흑인 정찰병의 보고를 들은 요한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 지역에서 최대한 멀어지려는 생각이겠지.”
“놈들과 싸울 건가?”
“당연히 싸워야지. 대만을 먹으려면 말이야.”
마투스의 물음에 요한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하였다.
그는 대두국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부터 VOC의 원정대와 싸울 생각을 하였었다.
원정대가 그대로 요새로 돌아가서 요새 수비병이 된다면 그것만큼 까다로운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놈들의 화력은 우리보다 강할 거다.”
600 vs 1,000.
원래라면 숫자가 많은 흑기군의 화력이 더 강해야 정상이었다.
총병 비율이 낮은 것도 아니었으니.
하지만 요한은 마투스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 시대의 화력은 단순히 총병이 많다고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부대의 훈련량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재장전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에 따라 같은 숫자의 총병으로도 압도적인 화력 차이를 보였으니 말이다.
‘흑기군의 총병들은 1분에 한 발 쏴도 잘 쏘는 거지.’
총병을 정예화시키는 것은 요한이 훈련 교관으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졌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훈련에 쓸 화약 자체가 거의 없는데 어떻게 정예화시킨단 말인가.
그래서 요한도 VOC의 원정대와 화력 싸움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무엇보다 적에게는 대포가 있을 거다.’
이미 오번병 출신 정찰병이 보고하기를, VOC 원정대가 몇 문의 대포를 끌고 다닌다고 하였다.
뭐, 그래 봤자 VOC 원정대의 이동 속도를 봤을 때, 중국에서 홍이포라 부르는 컬버린 대포가 아닌, 초소형 대포일 테지만, 어쨌든 대포는 대포였다.
전장에서 대포의 유무는 엄청난 차이를 불러일으켰다.
대포의 살상력은 설령 보잘것없을지 몰라도 먼 곳에서 일방적으로 얻어맞는다면 사기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까.
“적의 화력이 우리보다 강하다면 그 화력을 쓸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 돼.”
요한은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그와 같이 말하였다.
그러자 마투스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라고 묻는 얼굴이었다.
요한은 대답 대신 하늘을 바라보았다.
***
흑기군은 VOC 원정대를 빠르게 추격하였다.
사실 VOC 원정대가 도망치기로 했다면 진즉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훈련량의 차이가 크다 보니 행군 속도도 제법 차이가 났다.
원래 나흘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으니, 요새까지 무리 없이 도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VOC 원정대는 일부러 행군 속도를 늦추었다.
그러다 대두국의 영역에서 벗어나자 아예 행군을 멈췄는데 마치 덤빌 테면 덤비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실제로 VOC 원정대는 백기를 든 기병들을 보내 이와 같은 말을 전하였다.
“요한 공. 다시 남하하는 걸 보면 해적 토벌은 끝난 모양인데, 군대는 자진 해산하겠습니까, 아니면 강제로 해산당하겠습니까?”
그 같은 도발에 요한은 코웃음을 쳤다.
“아직 가장 큰 세력을 가진 해적이 남아있는데 벌써 군대를 해산시킬 수는 없지.”
“가장 큰 세력을 가진 해적이라면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바로 너희 네덜란드 놈들을 말하는 거다.”
아무렴.
이 시기의 네덜란드만큼 해적 국가란 별명이 잘 어울리는 나라가 없었다.
원조 해적 국가 영국은 왕당파와 의회파 간의 대규모 내전이 벌어져 그야말로 신사의 나라가 된 상태였다.
중국에서조차 호구 취급을 당할 정도로 말이다.
“감히 우리를 해적 취급하다니! 이걸 선전포고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해적을 해적이라 했는데 왜 화내는 거지? 그리고 선전포고라. 어차피 네놈들도 우리와 싸울 생각이었잖아?”
기병은 이를 갈더니, 이같이 외쳤다.
“대네덜란드 제국을 적대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제국은 무슨 제국이야. 독립부터 하라니까?”
“각오하십시오!”
다그닥다그닥!
후회하게 해주겠다, 각오해라.
두 마디를 던지고 그대로 달아나는 사절들이었다.
요한은 그런 사절들의 모습을 보고 조소를 짓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구름의 움직임을 지켜보자 요한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늘이다. 오늘 비가 온다.’
그에게는 초능력이라 부를 수 있는 능력이 4개 정도 있었다.
하나는 인간을 초월한 괴력이었다.
이 괴력 덕에 요한은 일당백 무장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언어 능력이었다.
언어 능력도 초능력이라 부를 만하였는데, 중국어와 영어, 스페인어 등 주류 언어부터 대만 원주민 종족의 언어까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지휘력이었다.
물론 그의 지휘력이 나폴레옹에 버금간다는 그런 말은 아니었다.
전장에서 그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부대에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몇 km 떨어진 거리에 있어도 그의 병사들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가진 초능력이 바로 날씨를 예측하는 능력이었다.
요한이 선택한 ‘해나라’ 출신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었는데, 이 특성 덕에 요한은 일기예보보다 정확하게 날씨를 예측할 수 있었다.
“총병은 모두 총을 내려놓고 요도와 등패를 들어라. 곧 비가 올 것이다.”
“예!”
비가 오면 총기는 무용지물이었다.
꼭 화승총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VOC 원정대가 사용하는 수석식 소총도 우천일 때는 사격이 불가능하였다.
애초에 부싯돌부터 비가 오면 불꽃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요한은 비가 오는 상황을 기다렸다.
적의 최대 강점은 화력이었다.
그러니 화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행군 속도를 높여라! 비가 오기 전에 적과 만나야 한다!”
흑기군은 총기를 내려놓고 방패와 도를 든 채 빠르게 행군하기 시작하였다.
2시간 정도 힘차게 행군하자, 마침내 적이 보였다.
VOC 원정대가 작은 언덕에 포진한 것이 시야에 들어왔던 것이다.
***
피터 분은 평원 지대에 모습을 드러낸 흑기군의 모습을 멀리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며 눈에 이채를 띄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군기가 엄정해 보이는군.’
무기와 갑옷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대열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의 기준에서도 흑기군은 정예군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피터 분은 이내 코웃음을 쳤다.
아시아 전문가인 그는 중국인들이 얼마나 겉치레를 중요시하는지 알았다.
흑기군이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도 겉치레만 요란하게 꾸민 결과이리라.
‘특히 저 겉옷과 모자 때문에 더 그럴듯하게 보이는 거 같은데?’
사실 그가 본 겉옷과 모자는 유삼과 갈모였다.
즉, 우의를 보고 깊은 인상을 느꼈던 것.
‘대포를 얻어맞은 뒤에도 엄정한 군기를 보인다면 내가 인정해주지. 적어도 문명인의 군대는 맞다고 말이야!’
피터 분은 초소형 대포인 팔코넷을 무려 6문이나 끌고 왔다.
컬버린을 비롯하여 17세기에 새로 개발된 다른 대포들과 비교하면 작고 가벼운 포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유용하였다.
워낙 작고 가벼워서 기동성 있게 사용하기 좋았던 것이다.
대두국과의 전쟁에서도 이 팔코넷이 엄청난 활약을 하였었다.
흑기군 역시 대포가 없는 건 매한가지였으니, 이번 전투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적군이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포 사격을 준비하던 찰나, 흑기군이 갑자기 이동을 멈추고 대열을 가다듬기 시작하였다.
“제길! 조금만 더 다가왔으면 대포의 사거리가 닿았을 텐데!”
어차피 선전포고를 당한 마당이었다.
더 대화를 나눌 것 없이 대포로 환영 인사를 해도 문제 될 건 없으리라.
하지만 적군은 마치 팔코넷의 사거리를 정확히 계산하기라도 한 것처럼 유효 사거리가 닿지 않은 곳에 딱 멈추어 섰다.
서른 보 정도만 더 걸었으면 팔코넷의 유효 사거리에 닿았을 테니, 피터 분으로선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비, 비가 옵니다!”
“뭣이?”
그때, 그의 부관이 하늘을 보고 외쳤다.
피터 분은 다급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하필 지금 비가 오다니!’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그런데 잠깐 사이에 먹구름이 끼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실로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대포부터 총기까지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그닥다그닥!
피터 분이 하늘을 보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흑기군 측에서 말 한 마리가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
비가 쏟아지는데도 VOC 원정대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고지대를 장악했으니 비가 그칠 때까지 수비에 전념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럼 강제로 공격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지, 뭐.’
아무리 상대의 화력이 제한되었다고 해도 전투가 압도적으로 유리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특히 지금처럼 지형이 불리하다면 설령 이긴다고 해도 피해가 클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기에 요한은 검은 말을 끌고 적진으로 달려갔다.
“투항하라! 지금 투항한다면 흑기군의 병사가 될 기회를 줄 것이다!”
VOC 원정대가 오합지졸이었다면 이 말을 듣고 동요하는 병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VOC 원정대는 당나라 군대가 아니었다.
“푸하하! 흑기군? 흑인 놈들밖에 없어서 흑기군인 거냐?”
“어이! 노란 원숭이! 원숭이들의 병정놀이에 인간을 이용하지 마!”
그의 투항 권유에 VOC 원정대는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물론 요한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차가운 반응을 보고도 상심하지 않았다.
그저 씩 웃으며 창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인간 대포의 위력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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