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35
“다만 유일한 걱정은 이 동양 국가들은 의외로 나이가 어린 군주에게도 쉽게 충성심을 바친다는 점이야. 만약 우리의 예상과 달리 왕위 계승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곤란한 상황이란 대두국의 보복을 말하였다.
대두국에서 요한이 어떤 존재인지, 바타비아의 사람들도 모르지 않았다.
반은 인간이요, 반은 신적인 존재였다.
광신도처럼 요한을 추종하였던 것.
그리고 이런 광신도들의 나라가 자신들의 신을 죽인 자를 가만둘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들키지 않으면 되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한 비밀은 없는 법.
한 나라의 왕을 암살하려면 그만큼 많은 자원이 투자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여러 흔적이 생기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아마 소문 정도는 반드시 퍼질 것이다.
그리고 미다그 정도의 국력을 가진 나라라면 소문만으로 전쟁을 선포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암살에 성공하여 요한을 죽인다 해도, 100% 안심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요한의 죽음 이후,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의외로 높지 않았다.
제1 왕후인 정은지의 세력이 너무 막강했기 때문이다.
정은지는 여인 중에서 세계 제일의 부호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재력가였다.
사실 비교 대상을 같은 여인이 아닌, 남성으로 넓혀도 그녀의 자산 순위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그녀는 정지룡의 자산을 물려받은 데다, 왕실 상단과 한정 상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타비아에서 이 사실까지 알지는 못하였다.
그저 왕후들의 친정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고, 그로 인해 왕위 계승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할 뿐이었다.
“왕후들도 많고, 그 왕후들이 각각 다른 나라의 왕실이나 세력가를 배후로 두고 있기에 미다그의 왕이 죽으면 왕위 계승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흠.”
요안 마차위커르는 고민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박처럼 여겨졌다.
동인도 회사의, 아니 어쩌면 네덜란드라는 나라의 운명을 건 그런 도박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동인도 회사는 도박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했다. 미다그 왕국은 너무 빠르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3년 전, 보르네오 섬을 점령했을 때도 그는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었다.
오죽하면 원수나 다를 게 없는 스페인이나 영국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보르네오 섬은 동인도 회사의 수도나 다를 게 없는 바타비아와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섬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세 나라가 힘을 합친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제대로 된 대가도 얻지 못하고 보르네오 섬의 지배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시간을 벌었다는 것에 안도하였으나, 막상 3년이 지나고 나니, 시간을 벌어서 득 본 쪽은 오히려 대두국이었다.
3년 동안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였고, 동인도 회사는 더욱더 대두국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심지어 그들의 마지막 희망인 일본조차 대두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서일본의 왕이라 불리는 시마즈 미츠히사부터 대두국을 상국 모시는 것처럼 열심히 섬길 정도였다.
이러니 가능성이 낮은 도박이라도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설령 실패한다 한들, 언젠가 대두국과 전쟁이 벌어지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본국 이사회의 명령도 있으니, 한 번 계획을 세워보자고.”
네덜란드 정부도 이제 대두국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군사를 동원해서라도 대두국의 확장을 저지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정부에서 먼저 과감한 명령을 내렸으니 도박수를 던지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
각국에 거점을 세워지고 무역 교류가 더욱더 활발해지자, 안 그래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대두국의 경제력은 더욱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볼 때마다 풍경이 달라지는 거 같군. 계속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으니 말이야.”
왕궁의 발코니에서 요한은 수도, 대경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대경은 그야말로 매일 변화한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처음 이곳을 수도로 정할 때만 해도 텅 비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머나먼 미래를 보고 설계한 계획 도시라서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인구 10만이 넘었을 때조차 거리를 보면 여전히 한산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지금 요한의 눈에 비치는 대경의 모습은 달랐다.
대경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공터였던 자리엔 3층이나 4층짜리 건물들이 들어섰다.
지금의 대경은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도시였다.
대경 중심부에는 새로운 상업 지구가 형성되었으며, 그 상업 지구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물품들로 가득하였다.
외국의 사치품은 30%에 가까운 관세까지 맞아서 무척 비싼데도 대경의 거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흔하다는 건 그만큼 이 도시의 구매력이 높아졌다는 의미였다.
‘대경만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물론 수도이니만큼, 가장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으니.
하지만 기존 수도였던 안평은 물론이고, 필리핀의 중심 도시인 마닐라, 그리고 유구의 본섬까지.
대경을 포함한 이 네 개의 도시는 중국의 대도시와 비교해도 그렇게 밀리지 않았다.
안평이나 마닐라 같은 경우는 인구가 15만에 달할 정도였다.
참고로 대경의 인구는 20만에 달하였고 유동 인구는 30만 명이었다.
그리고 대두국은 비교적 부의 균형이 잘 이루어진 나라였기에, 도시만 풍족한 것이 아니었다.
농촌도 대단히 번영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기작이 가능한 기후에다, 구아노를 비료로 썼기에 농업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구아노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는 그런 자원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20세기에도 구아노 때문에 전쟁이 벌어질 뻔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천연 비료의 가치는 그만큼 대단했고, 대두국의 농부들은 이를 확실하게 체험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청나라와 남명이 전쟁을 벌이는 동안 쌀값이 크게 오르기도 했었다.
이른바 전쟁 특수를 본 것인데, 이 전쟁 특수로 대두국의 농부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당연히 농부들이 축적한 부는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고, 대두국의 농촌이 크게 발전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다만 경제가 발전한 것이 무조건 긍정적인 결과만 준 게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인가.’
요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백성들의 삶은 요순시대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세수 수입도 이제는 적자를 완전히 탈출하였다.
내년에는 1억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10원이 은자로 대략 1냥 정도이니, 대두국의 한 해 예산이 1,000만 냥에 달한다는 의미였다.
심지어 앞으로 부동산 취득세 같은 새로운 세금이 추가될 텐데, 몇 년 안에는 2,000만 냥도 가능하였다.
조선 정부가 한 해에 거둬들이는 조세 수입이 200만 냥 정도라고 하니, 대두국은 조선보다 5배 많은 셈이었다.
물론 만주를 점령하였고 관세 수입도 늘어 이제 조선도 300만 냥 정도는 될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백성들의 삶도 좋아졌고 세수 수입도 늘어났지만, 한 가지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생겼다.
그건 바로 ‘인력 수급’이었다.
***
대만이든, 유구든, 필리핀이든 인력난을 호소하지 않는 지역이 없었다.
돈은 계속 순환해야 했다.
그리고 돈을 순환시키려면 새로운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해야 했다.
북에서 남을 잇는 도로를 완공하자, 서에서 동을 잇는 도로 개발을 새로 시작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도로 공사뿐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도시와 항구가 만들어지고 있었고, 왕실 상단에서는 기존의 공장을 더욱 크게 확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력이 워낙 부족한 탓에 모든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가장 시급한 지역은 보르네오 섬이었다.
보르네오 섬을 점령한지도 벌써 3년이나 됐지만, 확보한 영토의 10%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 상태였다.
말라리아나 각종 풍토병도 문제였지만, 역시 인력난이 가장 문제였다.
“임금을 얼마나 적게 주기에 인부를 구할 수 없다는 거야?”
“임금은 충분히 높습니다. 말단 인부조차 한 달에 15원은 받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인부를 구할 수 없다고?”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두국의 백성들은 먹고 살 걱정만 하지 않아도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 먹고 살 기준으로 따진다면 15원이란 돈은 10명이 넘는 자식도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이었다.
절대 부족한 돈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청나라에서든, 남명에서든 15원, 아니 한 달에 5원을 준다고 약속해도, 사람들이 벌 떼처럼 모일 것이다.
그런데 대두국에서는 15원의 임금으로도 사람을 모으기 어려웠다.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일자리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하긴, 나였어도 겨우 1, 2원 더 벌겠다고 보르네오 섬까지 가지는 않을 거 같군.’
요한은 쓰게 웃었다.
보르네오 섬을 개발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필요하였다.
최소 수십만의 인력이 필요하였는데, 대두국의 평균 임금을 생각하면 사업 자금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될 수밖에 없었다.
1, 2년으로 끝날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15원으로 안 된다면 18원까지 올려서라도 인부를 최대한 모집하도록. 보르네오 섬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니 말이야.”
겨우 3원이지만, 인부의 숫자가 10만 명이라면 30만 원이나 추가 지출하는 셈이었다.
1년으로 따지면 360만 원이고, 몇 년을 이어갈 사업이니, 사실상 1,000만 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 지출된다고 봐야 했다.
물론 요한의 자산을 생각하면 그리 많은 돈은 아니긴 했다.
문제는 인부의 임금을 올리면 전체적으로 임금이 상승한다는 점이었다.
‘일단 병사들의 월급부터 더 올려야겠지.’
지금은 자신들이 받는 월급에 별다른 불만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한 달 월급이 25원 정도에, 온갖 수당이 따로 있었으니까.
병장이 되면 월급이 30원까지 오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불만을 느끼지 않는 것과 자부심 또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요한은 군인이란 직업을 대두국의 모든 이가 선망하는 그런 직업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모두의 선망을 받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돈이었다.
다른 직업군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다면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도 인부들의 몸값이 너무 높아서 상인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굳이 아국의 백성을 인부로 쓸 필요 없이, 중국 인부들을 시켜 개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중국인들을 어떻게 믿고? 이번 달에만 몇 명의 중국 간자를 잡았는지 잊은 것인가?”
중국은 현재 네 국가로 나누어진 상태였다.
청나라와 남명, 그리고 남명의 번국인 오국과 서국까지.
대두국은 이 네 개의 국가 중, 서국을 제외한 세 개의 국가와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정성공이 세운 오국이야 말할 것도 없었는데, 남명 역시 요한에게 적대감을 가진 상태였다.
청나라라고 요한에게 호감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동으로는 조선, 남으로는 오국을 접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중국의 노동자를 함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국 정부의 명령을 받은 첩자가 아니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두국의 기술을 노린 일종의 산업 스파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또 문제는 중국의 노동자를 수급받지 못하면 경제 성장이 이대로 멈출 수도 있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