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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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만으로.
“장군, 새로 구상하신 대계가 있으십니까?”
“전당도 지켰으니 슬슬 돌아가야지.”
요한에겐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아직 대만의 통치가 불안정하였다.
마투스가 흑기군을 장악했다지만,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다.
‘무엇보다 정지룡이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가할 텐데, 빨리 대만으로 돌아가서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어.’
만에 하나 정지룡이 대만으로 함대를 보냈다면?
대만은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외부와의 교류가 없으면 5,000에 달하는 막대한 병력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즉, 항구를 봉쇄하는 것만으로도 대만은 큰 타격을 입었다.
요한이 있다면 몇 달도 견딜 수 있겠지만, 요한이 없는 상황이라면 몇 달은커녕 한 달도 못 버틸 터.
어쩌면 정지룡의 사병이었던 오번병들이 먼저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으리라.
“그래도 남경의 일은 마무리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하자는 거야?”
“남경 봉쇄를 유지한 채, 함대 절반을 파견하여 장강 전체를 통제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진정에게 그 같은 말을 들은 요한은 헛웃음을 지었다.
“장강을 통제하자는 건, 장강을 따라 운행하는 상선들을 공격하자는 소리지?”
“그렇습니다. 상선을 공격하는 것만큼 청나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전략은 없는 거 같습니다.”
요한이 처음 장강에 왔을 때 했던 전략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때도 요한은 장강에 돌아다니는 상선을 마구잡이로 공격하였으니까.
물론 주 목표는 장강 이남의 청나라 군대에 물자를 보급하는 수송 선단이었지만 말이다.
“시랑 제독의 생각은 어떻지?”
“좋은 전략인 거 같습니다. 만약 장군께서 이 전략을 받아들인다면, 제가 남경을 지키겠습니다. 장군께서 마음껏 활개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전에는 수적질이라고 헐뜯지 않았었나?”
“송구할 따름입니다. 그때는 황도주 장군을 지원하는 걸 가장 급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시랑의 사과를 들은 요한은 어깨를 으쓱하였다.
“굳이 여기서 더 무언가를 하고 싶지는 않아. 이미 나는 충분한 활약을 해주었다고 생각하거든.”
앞서 말했듯, 요한에게 급한 것은 대만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아무리 함대의 규모를 키우고 청나라의 경제력을 약화시킬 기회라 해도, 요한에게는 대만이 더 중요하였다.
하지만 시랑은 이런 요한의 반응을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 더 큰 공을 세울 기회입니다. 어찌 이런 기회를 마다하십니까?”
“애초에 내가 공명심 때문에 장강까지 온 것이 아니란 사실을 시랑 제독도 알잖아. 아니면 설마 또 그때처럼 나를 협박할 건가? 더 큰 공을 세우지 않으면 돌려보내지 않을 거라고?”
쿵!
요한의 곁을 지키는 190cm에 달하는 거한, 카우종이 발을 내리찍었다.
별거 아닌 행동이었으나, 그런 카우종을 정면으로 마주한 시랑은 엄청난 압박을 느껴야 했다.
물론 시랑이 그 정도의 압박감에 기가 죽을 인물은 아니었다.
다만 요한에게 저지른 잘못을 부정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미 장군은 국성야(정성공)께서 부탁하신 일을 모두 행하였습니다. 장군께서 어떤 결단을 내리든 저는 그저 따를 뿐입니다.”
시랑은 요한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명 역사에서 요한만큼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정성공이 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요한을 말릴 수 없을 것이다.
“황도주 장군이 위기에서 벗어났으니 바로 대만으로 가야지.”
“아쉽지만 반대할 명분이 없습니다. 장군의 뜻대로 하십시오.”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시랑은 힐긋 진정을 바라보았다.
진정은 요한의 참모였다.
하지만 진정은 요한의 사람이기 이전에 남명의 충신이었다.
당연히 진정도 시랑과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되도록 요한이 장강에 오래 머물러 청나라를 계속 괴롭혀주길 바라고 있다는 뜻.
하지만 진정은 그런 시랑의 눈빛을 받고도 쓴웃음만 지을 뿐, 요한을 더 설득하려 들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남명의 충신을 자처해도 일단 요한의 휘하에 들어온 입장이었다.
주군이 뜻을 정했는데 남들이 보는 앞에서 반대하는 건 그의 사상에 맞지 않았다.
“나를 설득하고 싶으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해.”
그러던 중 요한이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시랑은 눈을 빛내며 요한에게 물었다.
“방법이라면 어떤 방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가 여송(필리핀) 점령을 목표로 삼은 건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나와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어.”
요한의 그 같은 말에 시랑은 잠시 침묵하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원래 제가 남안후께 받은 명령도 함대를 이끌고 장군의 여송 정복을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독은 나를 돕지 않고, 복주로 돌아갈 생각이었잖아?”
“······.”
시랑은 정곡을 찔린 듯, 입을 다물었다.
사실 그는 복주로 돌아가, 정지룡의 손에 죽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정성공의 명령이 있었다고 해도 그가 정지룡을 배신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가 아는 정지룡이라면 절대 이 일을 용납할 리 없었다.
이때 시랑에게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정지룡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리 도망치는 것.
다른 하나는 정지룡에게 용서를 비는 것.
시랑이 선택하려는 것은 후자였다.
설령 죽더라도, 아니 반드시 죽을 테지만 그는 죽음을 결심하고 정지룡에게 가려고 하였다.
정지룡은 그를 지금의 자리까지 끌어올려 준 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복주로 돌아가지 않고 나를 따른다고 약속해. 그러면 나도 한동안은 시랑 제독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요한의 말을 듣자, 시랑의 얼굴이 번뇌로 가득해졌다.
아마 고민이 될 것이다.
정지룡에게 죄를 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애초에 정지룡에게 죄를 짓게 된 이유가 무엇이던가.
바로 애국심이었다.
남명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정지룡을 배신하는 행동을 하였던 것.
지금 요한이 내건 조건도 바로 애국심과 충성심 사이를 두고 결정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청나라와의 전쟁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복주로 돌아가지 않고 장군을 돕겠습니다.”
“좋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했어. 남안후도 언젠가 제독의 결정을 이해해줄 거야. 어쩌면 지금쯤 반청 의지가 생겼을지도 모르고.”
요한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함선 몇 척을 더 얻고 청나라의 경제를 타격하는 것보다 대만의 안위가 중요한 요한이었다.
하지만 해군 사령관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재목을 선보인 시랑까지 얻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는 최고의 인재였다.
단순히 함선 지휘 능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지모가 뛰어났고 무엇보다 인망이 대단했다.
해적이나 다를 게 없는 정씨 상단의 선원들이 마치 애국 열사처럼 굴며 의기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바로 시랑 덕이었다.
그가 필리핀 정복을 돕는다면 네덜라드든, 스페인이든 서양 세력과의 전쟁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일단 대만으로 데려오기만 한다면 정지룡의 배신자란 오명 때문에라도 나의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겠지.’
이건 삼고초려가 아니었다.
그때는 시랑이 자발적으로 요한을 주군으로 모시게 될 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이왕 해적 활동을 이어가기로 한 거, 300척을 채우고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남명에 실질적인 황제가 따로 있는 것처럼, 청나라에도 황제인 순치제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황숙부 섭정왕, 도르곤이었다.
“끄응.”
도르곤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누르하치의 자식답게 도르곤은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였다.
단순히 체격만 좋은 것도 아니었다.
청나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그는 언제나 정력적으로 활동하였다.
국정을 꼼꼼하게 살폈으며, 전쟁을 지휘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취미인 사냥을 즐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몇 달 전에 있었던 금주성 전투에서 크게 다치고, 그는 한동안 침실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때 입은 부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인지, 지금도 간신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장강을 헤집고 다니는 놈이 누구라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 그의 첫 물음은 바로 요한의 정체였다.
“김요한이라는 이름의 조선 놈이라 합니다.”
“조선···!”
요한의 정체가 밝혀지자 도르곤은 이를 갈았다.
놀랍게도 청나라는 요한의 정체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지룡은 청나라에 있어 포섭 순위 1순위에 있는 인물이었다.
요한은 그런 정지룡의 사위가 된 자이니 청나라에서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요한이 청나라를 위협할 존재가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정지룡을 영입하면 딸려올 정지룡의 식솔로만 취급하였었다.
하지만 요한이 함대를 거느리며 장강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자, 청나라는 큰 충격에 빠졌다.
단순히 배 몇 척을 빼앗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대운하가 멈춘다는 점이었다.
대운하가 멈추면 장강 경제권도 멈추게 될 것이다.
수도 북경과의 연결도 자연스럽게 끊어질 것이고 말이다.
“놈을 이대로 놔두면 우리는 남경을 잃게 될 거다.”
남경뿐만이 아니다.
만약 요한이 대운하를 거슬러 올라온다면?
북경이라고 안심할 수가 없었다.
‘죽이거나, 우리의 것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요한을 죽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이미 장강의 요충지를 지키는 진강 수군이 요한에게 대패를 당한 상황.
수백 척에 달하는 함대를 보유한 요한을 무찌르는 것은 청나라도 쉽지 않았다.
애초에 청나라는 수군이 약하기도 했고.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회유하는 것.
그리고 도르곤의 장기 중 하나가 적을 회유하는 것이었다.
산해관을 지키던 그 오삼계조차 결국 청나라로 넘어오지 않았던가.
‘정지룡에게도 다시 사신을 보내야겠어.’
***
시랑이 남경을 봉쇄하는 동안 요한은 열심히 장강을 누볐다.
함대 규모가 100척으로 확 줄었지만,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100척이 아니라, 30척이어도 그는 충분했을 것이다.
적의 규모가 크다면 쫓아오기 전에, 아니 아예 들키기도 전에 피해버리면 그만이었으니.
실제로 요한은 100척이 넘는 청나라 함대를 먼저 발견하고는 바로 피해버렸다.
저들이 남경으로 향했다면 모를까, 굳이 비슷한 규모의 함대와 싸울 필요는 없었으니까.
‘저 배는 뭐지? 왠지 나를 찾아온 거 같은데 말이야.’
그러던 중 어느 날 요한은 백기를 든 호선 한 척이 다가오는 걸 발견하였다.
요한은 그 호선에게 다가가 문정을 시도하였다.
“저는 황숙부 섭정왕께서 보낸 사신입니다. 이 서신을 받아주십시오.”
놀랍게도 호선에는 도르곤의 밀사가 타고 있었다.
“서신을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장군! 이자를 참하십시오!”
“진정 참군. 뭘 그리 걱정하는 거야? 나는 남명의 충신이라고. 괜한 걱정하지 말고 물러나 있어.”
누구도 믿지 않는 충신 행세를 그럴듯하게 하고는 밀사가 건넨 서신을 읽어 보았다.
사실 청나라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면 언제든 남명을 배신할 준비가 되어있는 그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청나라의 제안은 꽤 실망적이었다.
“뭐야. 겨우 후? 왕으로 인정해도 못 자랄 판에. 쯧.”
요한은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
도르곤은 요한이 청나라로 귀순하면 대만후에 봉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대만을 그의 영지로 인정한다는 의미였지만, 요한으로선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굳이 청나라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이미 대만은 그의 영토였다.
곧 왕이 될 생각으로 가득한 그인데, 고작 대만‘후’에 만족할 리가 없었다.
“돈도 겨우 10만 냥을 준다고? 고작 이거로 내가 만족할 거 같아? 장강에서 1년만 머물러도 내가 벌 수 있는 돈이 얼마인데?”
“장군께서 바라시는 금액을 알려주시면 제가 섭정왕께 잘 전하겠습니다.”
“은자 50만 냥을 줘. 그럼 장강에서 물러나 주지.”
“그,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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