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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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공을 만나다.
요한은 혀를 내둘렀다.
‘어영중군 도독이었던가? 기껏해야 소장이나 중장에 해당하는 계급으로 알고 있는데, 집무실은 왜 이렇게 화려한 거야?’
정성공의 집무실은 일단 문부터 남달랐다.
크기도 컸고 금으로 도칠되어 있어서 더 화려하게 느껴졌다.
‘하긴, 일개 장성이 아닌, 삼성 그룹의 후계자나 다를 게 없으니 당연한 건가?’
그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들어오시지요.”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두 명의 사내가 요한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한 명은 서 있고 한 명은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의자에 앉은 자가 그를 부른 정성공이었다.
정성공은 잘생긴 귀공자처럼 생겼다.
해적왕의 아들이라 우락부락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물론 요한이 정성공을 보고 처음 느낀 감상은 외모에 대한 평가가 아닌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젊음’이었다.
“젊구나.”
“······.”
요한은 속으로 뜨끔하였다.
순간 그는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읽은 줄 알았다.
그가 정성공을 보고 품은 생각을 정성공이 똑같이 말했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몇이라고?”
“올해 약관이 되었습니다.”
“좋구나. 명과 조선의 미래가 밝아.”
그렇게 말하는 정성공이지만, 그의 나이도 불과 22살이었다.
그래서인지 요한은 코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사실 그의 진짜 나이는 서른이었다.
게임 속 아바타가 18살이라, 그냥 대충 스무 살이라고 이야기한 거뿐이었다.
“조선 출신으로 서역에서 왔다지? 고국이 그립겠어.”
“뭐, 그렇게 그립지는 않습니다.”
“호오. 그립지 않다면 어째서 나고 자란 곳을 등지고 만 리를 항해하였는가?”
“서역에선 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겼음에도 말입니다.”
요한이 그리 말하자, 정성공의 곁에 시립한 장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약관의 나이에 백전무패라. 주군, 이런 허풍선이를 가까이 둬서 좋을 게 없을 거 같습니다.”
“당신이 뭔데 나를 허풍선이 취급하는 거지?”
“뭐? 당신? 이놈이!”
정성공의 부관, 감휘(甘輝)는 요한의 반격에 울컥하였다.
화를 참지 못한 그가 요한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정성공이 그를 말렸다.
“그만. 감휘, 귀한 손님에게 이 무슨 무례한 짓인가?”
“송구합니다. 주군.”
그렇게 감휘를 진정시킨 정성공은 온화하게 웃으며 요한에게 말했다.
“백전무패를 경험했다니 더 좋군. 사실 자네를 이 자리에 부른 이유는, 조언을 듣기 위함이네.”
“말씀하시지요.”
“자네가 생각하기에, 달자를 다시 동북으로 쫓아내려면 우리가 어떤 수를 쓰는 게 좋을 거 같은가?”
요한은 내심 흡족하였다.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정성공이 그를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었다.
“가장 급한 건 인재를 등용하는 일입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 방법은 인재로 귀결됩니다. 인재만 적시 적소 배치해도 전쟁에서 능히 이길 수 있을 겁니다.”
요한이 이 같은 조언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였다.
인재인 자신을 더 중히 쓰라는 의미였다.
“맞는 말이야. 논어에도 나왔지. 정치를 한다는 것은 인재를 얻는 것을 급선무로 삼는다. 하긴, 우리 명국에 제대로 된 인재가 있었다면 남경을 빼앗기지 않았을 거야.”
“또한, 올바른 정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사실 요한이 생각하기에 이게 가장 급하였다.
아직은 남명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은 그였지만, 그런 그가 봐도 남명의 정치는 엉망진창이었다.
정성공의 아버지, 정지룡이 융무제를 황제로 세웠지만, 여전히 융무제를 황제로 인정하지 않는 명나라인이 적지 않았다.
노왕이라는 자가 융무제의 정통성을 위협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제대로 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해적왕 출신인 정지룡이 최고 권력을 누리게 되었으니 상황이 좋을 수가 없었다.
매관매직이 성행했고 백성들을 향한 수탈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반면 청나라는 요역과 부세를 낮춰준다는 기치를 내걸어 민심을 얻고 있었다.
“손자병법에서 나온 말이로군. 확실히, 손자병법에서도 첫째가 올바른 정치라고 했었지. 그리고 올바른 정치는 군주와 백성이 같은 뜻을 품어 생사를 같이하고,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요한의 말에 정성공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와 같이 반응하였다.
‘이 자식, 왜 이렇게 아는 척을 해대는 거야? 잘난 척이 심한 성격인 거 같은데?’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논어는 어떻고 손자병법은 어떻고 춘추는 어떻고 불필요한 말을 덧붙였다.
그런 정성공의 모습이 요한으로선 그저 우습게만 느껴졌다.
“외교적 노력도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남명에는 동맹이라 부를 세력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시급히 동맹을 만들어 청나라가 더 커지는 걸 막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네가 생각하기에 현재 상황에서 남명이 동맹으로 삼기에 가장 적합한 국가는 어디인가?”
“그야 당연히···.”
요한과 정성공이 동시에 말하였다.
“역시 조선인가.”
“대서국입니다.”
순간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조선은 이미 청나라의 속국이 되었는데 무슨 조선 타령이야?’
요한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정성공이 살짝 노한 기색으로 물었다.
“대서국이라니. 설마 그 유적 떼를 말하는 건가?”
“예. 설령 그들의 태생이 유적이었다고 해도 지금 급한 건 청나라를 상대하는 일입니다.”
대서국은 사천에 근거지를 둔, 장헌충이란 도적이 세운 국가였다.
그리고 명나라 지도층은 청나라보다 장헌충, 이자성 같은 반란군을 더 싫어했다.
정성공 역시 명나라 지도층이란 걸 증명하듯 장헌충에 대한 적대감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 유적들 때문에 명나라가 이런 상황이 되었는데, 어찌 유적들과 손을 잡을 수 있겠는가?”
사실 명나라는 청나라에 의해 멸망한 것이 아니었다.
명나라를 무너뜨린 건 내부 반란군, 즉 이자성이 이끄는 농민군이었다.
명나라의 주력 군대가 산해관에 묶여있을 때, 이자성이 북경을 함락하였던 것.
그리고 장헌충은 한때 그 이자성의 밑에서 같이 반란을 일으켰었다.
정성공으로선 당연히 명나라 멸망을 초래한 장헌충을 동맹으로 둔다는 걸 생각하기 어려웠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는 안 됩니다. 청나라를 막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판인데 옛일을 따져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옛일이라기엔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네.”
“반대로 말하면 명나라를 무너뜨릴 정도로 강맹함을 떨치던 반란군이 1년도 안 돼서 청나라에 의해 진압된 것입니다. 심지어 반란군의 수괴인 이자성도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소문일 뿐일세. 달자들도 아직 이자성의 수급을 찾지는 못했어.”
요한은 어깨를 으쓱하였다.
그거까지는 알 바 아니었다.
아니, 이자성이 살아있으면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대서국뿐만이 아니라, 한때 수십 만 명의 병력을 보유했던 대순국까지 동맹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니.
하지만 정성공은 반란군과 협력할 생각이 없는지, 인상을 쓴 채로 다른 대책을 물었다.
“다른 의견은 더 없는가?”
정성공의 그 같은 반응에 요한은 속으로 혀를 찼다.
‘괜히 남명이 오래 못 간 게 아니네. 남명에서 제일가는 인재라 불리는 정성공도 이렇게 생각이 짧다니.’
요한이 알기로 남명은 남송과 달리 역사가 짧았다.
50년, 아니 어쩌면 그 절반도 못 갈 수도 있었다.
한국사를 제법 공부했던 그의 기억 속에 남명이란 나라가 없는 걸 보면 사실 그것도 많이 쳐준 것이었다.
“제가 봤을 때,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단 한 번의 승전입니다. 청나라도 지금쯤 내부가 어수선할 테니, 지금이 기회입니다.”
현재 남명은 패배주의에 빠져있었다.
13개의 성 중에 4개 성밖에 남지 않은 상황.
믿었던 사가법의 군대조차 청군에 연전연패하였다.
끝내 사가법은 죽었고.
이런 상황이었으니 명나라 전체가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승전이 필요하지.’
어찌 보면 요한의 말처럼 지금이 남명의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었다.
청나라는 남경을 장악한 이후, 모든 점령지에서 ‘체두변발’을 시행하였다.
왕조 교체를 순리로 받아들이던 사회 지도층들도 머리 절반을 삭발하는 것만큼은 용납하지 못하였다.
체두변발을 시행한 이후,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물론 정보력이 부족한 남명은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북벌을 하자고? 나도 그 뜻에는 동감하나, 아직 이 나라에는 정병이 없네. 작년, 사진의 군대가 무너진 이후, 명군은 간신히 규모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야.”
“정병이야 전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법입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아니, 정병 없이 전투에서 이기는 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소장을 전장에 보내주십시오. 오합지졸의 군대로도 청나라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습니다.”
요한은 거침없이 말하였다.
사실 그도 오합지졸의 군대로 청의 팔기군을 이길 자신은 없었다.
청나라가 괜히 중국을 지배했던 게 아니었다.
팔기군은 정예 중의 정예.
반면 그가 지금껏 보아온 남명의 군대는 당나라 군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감 있게 말하였다.
그래야 나중에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말해주게. 어떻게 달자의 군대를 이겨내겠다는 건가?”
“총병의 비율을 극단적으로 높이면 됩니다.”
정예병의 숫자가 적다?
요한이 생각하기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총을 이용하면 쉽게 정병을 양성할 수 있었으니.
“하! 말도 안 되는 소리!”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지?”
“여기서 더 총병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그럼 송산에서 우리 명나라가 패퇴한 이유가 총병의 수가 적어서란 말인가?”
두 사람의 대화에 감휘가 끼어들어서는 그와 같이 말하였다.
“맞아. 명나라가 청나라와의 전투에서 연전연패한 이유는 화력이 적어서다. 더 강한 화력이 있었다면 진즉에 청나라를 무찔렀을 거야.”
요한은 미래를 알았다.
이집트의 맘루크도, 19세기 청나라의 팔기군도 전열 보병을 이기지 못하였다.
그러니 전열 보병을 양성하는 게 정답이었다.
물론 이 시기 유럽의 전쟁사를 보면 무적 같던 스페인의 테르시오가 처음으로 패배를 경험하였고 구스타프의 등장으로 오히려 돌격용 중기병이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총이 아직 완성체가 아니기 때문이지. 개머리판, 가늠쇠, 가늠자, 그리고 총검까지 만든다면 총은 진정으로 전장의 주인공이 될 거야.’
총검은 단순한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전쟁사에서는 희대의 발명품으로 불렸다.
총검의 등장으로 기병의 활약은 갈수록 줄어들게 됐다.
그리고 이 말은 청나라가 자랑하는 팔기군을 도태시킬 수 있다는 말이었다.
“더 강한 화력만 있다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총병 따위가 기병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장군. 제가 증명해보겠습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시면 앞으로 전장을 지배할 군대가 어떤 군대인지 확실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요한은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차피 이렇게 말해도 바로 나를 전장에 내보내지는 않겠지.’
아무렴.
남명에 인재가 없다지만, 어떤 것도 증명되지 않은 그를 전장에 보낼 정도로 인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장군! 이자성의 잔당이 대전현에 출몰하였습니다. 그 수효는 천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전령으로 보이는 병사가 들어와 보고하였다.
‘대전현이라면 복주 부근이잖아? 어떻게 국경이 뚫린 거지?’
요한은 요 며칠 동안 주변 지리를 자세하게 공부하였다.
전쟁에 임할 때, 지리 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남명의 수도는 복주였고 대전현은 복주에서 불과 며칠 거리에 있는 마을이었다.
비록 그 숫자가 적다고는 해도 일국의 수도 인근에 반란군이 출몰한 셈이었다.
남명의 군대가 오합지졸이라더니, 상상 이상이었다.
‘왜 나를 보는 거야?’
요한은 정성공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였다.
전령의 보고를 들은 정성공이 감휘와 작게 속닥이더니 그를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던 것이다.
“자네, 분명히 오합지졸의 군대로도 청군을 이길 수 있다고 했었지?”
“예, 제가 그렇게 말하긴 했습니다.”
“그렇다면 유적 떼는 더 쉽게 상대하겠군.”
“······.”
아니나 다를까.
정성공이 엄청난 말을 꺼냈다.
마치 요한을 당장이라도 전장에 보낼 거 같은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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