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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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검의 위력을 보여주다.
‘어두워서 잘못 본 거겠지?’
다로니는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어두워야 할 밤하늘은 반짝이는 별들 덕에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다로니의 시선은 밤하늘에 가 있지 않았다.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것은 불꽃과 연기, 그리고 붉은 피였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그 냄새를 맡자 먼 옛날의 일이 떠올랐다.
부족의 장로들은 풍성한 수확을 위해 불놀이 축제를 열고는 하였다.
하지만 다로니는 그 타는 냄새가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질감을 느꼈다.
수확 축제의 불놀이와는 달리, 지금 나는 향기는 어딘가 기괴하였다.
‘이것이 사람의 살이 타는 냄새인가.’
탕! 탕! 탕!
그때 다시금 총소리가 들려왔다.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속한 홍모인 전사들이 그의 부족과 비슷한 양식을 가진 원주민 마을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였다.
그들은 총이라는 압도적인 무기를 가지고, 표적이 되는 모든 것을 불태웠다.
“꺄아아악!”
공포에 질린 한 여인이 아이를 품에 안고 도망쳤다.
하지만 홍모인들은 총알을 아끼지 않았다.
표적이 된 여인은 곧 총을 맞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아마 그녀는, 그리고 그녀가 품에 안은 꼬마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끝이 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한 원주민 전사가 홍모인에게 대항하려 들었다.
도끼를 휘두르며 몸을 내던지는 전사의 모습은 실로 용맹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의 용맹은 곧 허사로 돌아갔다.
탕!
다로니는 풀숲에 숨은 채, 그 원주민 전사의 사망을 지켜봤다.
절망과 공포, 그리고 분노라는 감정이 그의 눈에 서렸다.
그는 자신의 손에서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새 강하게 움켜쥔 그것은 바로 총이었다.
“다로니. 지금은 아니야.”
카이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그 역시 분노에 휩싸인 표정이었다.
하지만 애써 침착하게 행동하였다.
일개 병사가 아닌, 분대장이기 때문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카이카.”
“안다니 다행이야.”
“근데···. 정말 참기 힘들군.”
다로니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당장 홍모인에게 총을 겨눠서 방아쇠를 당기고 싶었다.
‘나는 이런 잔혹함에 맞서 싸워야 하는 전사였구나.’
다로니는 마침내 자신이 흑기군의 일원이란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네덜란드라는 악의 세력으로부터 이 땅의 사람들을 지키는 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
볼리나오 항구는 작았다.
3,000명에 달하는 흑기군을 하루 만에 상륙시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였다.
이미 늦은 밤이었기에 본부 대대 병력만 먼저 상륙시키고는 주둔지를 만들었다.
그러곤 몇 개 소대를 지정하여 정찰을 보냈는데, 곧 총소리를 들었다는 보고가 요한에게 전해졌다.
‘네덜란드 보병은 아직 철수하지 않은 건가?’
해군도 모두 철수한 마당이다.
네덜란드 보병은 무엇을 노리고 아직 이 지역에 남아있는 것일까?
‘그런데 총소리라. 누구와 전투를 치르는 거지?’
정보가 없으니 무척이나 답답하였다.
하지만 다행히 그는 모든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는 병사들을 시켜 항구에 남아있던 네덜란드인과 원주민을 불러왔다.
“나는 북쪽의 거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군주, 김요한이라고 한다.”
요한은 볼리나오 항구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이들에게 그와 같이 자신을 소개하였다.
포모사나 대만이라고 해도 되지만, 일부러 ‘북쪽의 거대한 영토’라는 식으로 거창하게 표현하였다.
중국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그걸 고려해서 그리 이야기한 것이다.
솔직히 대만만으로는 ‘간지’가 안 났기 때문이다.
“구, 군주를 뵙습니다.”
“대추장을 뵙습니다!”
병사가 데려온 이는 모두 다섯 명.
네덜란드 상인이 세 명이고 두 명은 토착 원주민이었다.
“묻겠다. 네덜란드의 군대는 지금 누구와 싸우고 있지?”
“스, 스페인이라는 나라와 전쟁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같은 부족인 일로코 족을 상대로 싸우는 중입니다! 북쪽의 대추장이시여. 부디 불쌍한 저희 부족을 도와주십시오!”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스페인과 싸우는 중이라 했고, 토착 원주민은 일로코 족과 싸우는 중이라 이야기하였다.
“일로코 족이라. 내가 듣기로 일로코 족은 네덜란드의 동맹이 아니었나?”
“···원래는 스페인을 무찌르기 위해 잠시 협력하던 관계였으나, 그들이 우리를 수탈하고 억압하여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요한은 작게 탄성을 질렀다.
적이 분열했다는 소식이었으니 이는 호재라 할 수 있었다.
‘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필리핀의 원주민 부족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말이야. 위기에 처한 일로코 족을 구해주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편이 될 수밖에 없겠지?’
어차피 일로코 족이 아니더라도 네덜란드군과 싸울 계획이었다.
네덜란드군과 싸우는 김에 일로코 족을 돕는다면 그들은 요한을 은인이라 여기게 될 터.
그러면 훗날 그의 백성으로 삼기도 수월해질 것이다.
이미 대만에서도 자주 경험했던 일이니까.
***
“중대장님. 서둘러 퇴각하셔야 합니다.”
네덜란드 원정군의 제1중대를 지휘하는 장교, 제이콥 발렌틴 소령은 자신의 부하, 프레데릭 코예트 대위의 조언을 듣고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긋지긋하군. 또 그 소리인가?”
“원주민 따위를 상대할 상황이 아닙니다. 중국의 대규모 군대가 오고 있습니다!”
“대규모는 무슨.”
발렌틴 소령은 코웃음 치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제1중대는 말이 중대지, 인원수가 400명에 달하였다.
포로나 원주민 일부를 병사로 받아들여 규모를 키웠던 것.
그리고 이 근방에서 400명 정도 되는 규모라면, 상대가 스페인이 아니고서는 적수가 없었다.
필리핀의 인구는 꽤 많아서 일로코 족쯤 되면 수천 명의 전사를 동원할 수 있었고, 실제로 이천이 넘는 숫자가 네덜란드에 대항하여 싸우는 중이었다.
하지만 일로코 족의 전사들은 고작 400명에 불과한 제 1중대에 무참히 학살당하였다.
‘중국 놈들이라고 다를까? 똑같은 미개인들인데 말이야.’
발렌틴 소령은 확신하였다.
중국인으로 이루어진 군대도 일로코 족의 전사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거라고.
그래서 그는 지금 즉시 철수해야 한다는 코예트 대위의 조언을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정찰병들이 전해준 정보대로라면, 저들의 군세는 수천에 달합니다!”
“함대의 규모가 크다고는 들었어도 정크선이잖아? 그 조그만 정크선으로 몇 명이나 수송할 수 있겠어?”
그는 피식 웃고는 이어서 말하였다.
“그리고 말이야. 중국 놈들이 데려온 병력이 수천에 달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
“프레데릭 대위. 자네는 너무 걱정이 많아. 아시아에 온 지 몇 년 안 돼서 잘 모르나 본데, 중국인들은 이곳의 원주민과 다를 게 없어. 미개하기 짝이 없다는 뜻이지.”
중국을 무시하는 발렌틴 소령의 태도는 사실 그렇게 유별나다고 보기 어려웠다.
아시아에는, 심지어 VOC의 본부가 있는 바타비아에도 중국인들이 거주하였다.
그리고 서양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 중국인들은 대단히 미개하였다.
법을 잘 지키지도 않았고, 기술과 도구를 제대로 활용할 줄도 몰랐다.
조직력도 형편없어서 서양 열강이 화교 세력을 제거하려 들 때, 자기들끼리 싸우기 바빴다.
마닐라에서도 수만 명의 중국인이 학살당한 과거가 있었다.
물론 끔찍할 정도로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답게 언제 학살당했느냐는 듯, 다시 수만 명의 중국인이 마닐라에 자리를 잡았지만 말이다.
‘바보 같으니! 상대는 평범한 중국인들이 아니란 말이다!’
프레데릭 코예트 대위는 대만 총독이었던 프랑수아 카롱의 처남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중국의 세력을, 정확히는 요한의 세력을 무시하지 않았다.
VOC에서 내린 평가와 달리, 프랑수아 카롱이 무능하기만 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남인 그는 알기 때문이었다.
“하, 항구 방면에서 적이 나타났습니다!”
“적이라. 중국 놈들이 진짜 왔나 보군.”
그러던 중 마침내 중국의 군대가 그들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였다.
“숫자는 얼마나 되지?”
“대략 천 명입니다.”
“천 명? 푸하하!”
발렌틴 소령은 크게 웃더니, 코예트 대위를 향해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규모 군대라더니, 겨우 천 명이라는데?”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후후, 저놈들이 전술이란 걸 아는 놈들이라면 그렇겠지.”
“······.”
코예트 대위를 실컷 비웃어주던 발렌틴 소령은 이내 망원경을 들었다.
적의 군세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으, 음?”
망원경으로 적의 모습을 자세하게 살펴보던 발렌틴 소령의 얼굴에서는 어느덧 웃음이 사라져있었다.
중국의 군대가 원시적이고 조직력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발렌틴 소령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발렌틴 소령은 적의 군대를 보자마자 그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자신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적의 군대는 놀랍도록 질서정연하였다.
뚜렷하게 부대가 나누어져 있었고, 그들 각각의 움직임은 마치 시계처럼 정교하였다.
잘 무장된 갑옷과 투구, 그리고 총기까지 모든 것이 예상 밖이었다.
발렌틴 소령은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를 느꼈다.
지금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운 것은 오직 두려움뿐이었다.
***
“발포하라.”
본부 대대에는 포병이 있었다.
팔코넷이 16문에 컬버린은 4문이었다.
그리고 요한은 이 20문의 대포를 전부 동원하여 적을 공격하였다.
쾅! 쾅! 쾅!
네덜란드 측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대포알에 맞아 죽은 이는 겨우 서너 명 정도.
하지만 적들이 느낀 공포는 동료가 백 명 이상 죽었을 때 느끼는 공포와 유사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필리핀에서 언제 포격을 경험해봤겠는가.
일방적으로 포를 쐈으면 쐈지, 지금처럼 포격을 당한 적은 거의 없었을 터.
당연히 그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네덜란드군 역시 포병대가 없는 것이 아니었기에 곧 반격이 시작되었다.
콰아아앙!
2중대 쪽에 적의 대포알이 떨어져 희생자가 여럿 발생하였다.
“화력은 거의 비슷한 거 같습니다.”
“포병들의 실력이 아쉽습니다. 대포는 저희 쪽이 더 많은데도 화력으로 압도하지 못하다니.”
네덜란드군과 포격을 주고받는 장면을 지켜보던 참모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올챙이 시절을 벌써 잊은 건가. 이 정도만으로도 대단한 건데 말이야.’
물론 요한도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본부 대대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대 역시 포병대를 최대한 키워야 했다.
유럽의 군대와 비슷한 규모로도 화력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척! 척! 척!
언제까지 포격만 주고받을 수는 없는 일.
곧 조선 소총으로 무장한 보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수에서 압도하고 있기에 요한은 특별한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
그저 정공법으로 밀어붙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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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군은 실로 정예 중의 정예로군.”
정성공이 감탄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기세만큼은 대단하긴 한 거 같습니다.”
“그래 봤자 실제 전투력은 보잘것없지 않겠습니까? 전부 화승총을 들고 있는 걸 보십시오. 저런 군대로 청군을 어떻게 상대합니까? 기병이 돌격하면 그대로 쓸려나갈 겁니다.”
감휘와 주전빈이 각각 그와 같은 평가를 했다.
흑기군의 포병대만 봐도 이들의 수준이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성공의 부하 장수들은 흑기군의 실력을 애써 깎아내렸다.
중국 본토의 군대도 아니고, 오랑캐로 이루어진 흑기군이 정예 하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부하 장수들의 모습에 정성공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실제 전투력이 어떨지는 보면 알겠지.”
곧 흑기군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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