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51
────────────────────────────────────
스페인의 반응은?
“헉!”
적진을 살피던 장교 한 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요한은 구태여 장교에게 놀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의 눈에도 적진의 동태가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기병을 꺼내다니.’
대범하게도 네덜란드군은 기병대를 가장 먼저 돌격시켰다.
보통 유럽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기병대를 꺼내는 시기는 최후의 최후였다.
즉, 전투의 종지부를 찍을 때 기병이란 카드를 꺼낸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네덜란드군은 무슨 생각인지 기병부터 꺼내 들었다.
요한은 적의 생각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흑기군의 화력을 무시하는 모양인데?’
네덜란드가 알고 있는 아시아의 군대는 그 화력이 형편없었다.
물론 흑기군의 경우 예상치 못한 포격을 보여주긴 했다.
흑기군 포병대가 보여준 화력에 네덜란드군은 분명 큰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흑기군이 보여준 것은 포병뿐이라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네덜란드군은 아시아의 군대를 열등하다 여기고 있었고 포병대가 조금 존재감을 보인 것을 두고 이 같은 생각이 바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 한번 경험해봐라. 내가 키운 흑기군의 힘을.’
요한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오만한 네덜란드군은 곧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
“두려운가?”
기병대장, 헨리의 물음에 여기저기서 코웃음이 나왔다.
“중국인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흐흐! 저것에 최소 두 배는 데리고 와야 조금 상대하는 재미가 있을 거 같습니다.”
헨리가 이끄는 기병의 숫자는 모두 합해서 마흔.
반면 적의 숫자는 1,000명이 넘었다.
그런데도 그의 병사들은 전혀 두려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장창병이 한 명도 없다니. 전장의 기본도 모르는 놈들이군. 아마, 어설프게 유럽의 전술을 따라 하는 거 같은데···, 많고 많은 나라 중에 하필 우리 네덜란드를 적대한 것이 너희의 최대 실수다.’
적이 보여준 포격은 꽤 놀라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야포 몇 문으로 전장의 흐름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기병대장인 그가 생각하기에 전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병종은 오직 기병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장을 지배하는 건 기병이었던 것.
적군처럼 기병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 된 군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딱 한 번! 저들의 일제사격을 딱 한 번만 뚫으면 된다!”
헨리의 외침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기 넘치는 부하들의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지은 헨리는 이내 돌격을 명령하였다.
그러자 그의 말이 가장 먼저 있는 힘껏 땅을 박차며 정면으로 내달렸다.
적의 군대, 오직 흑색으로 이루어진 흑기군이 점점 가까워졌다.
‘뭐지?’
흑기군을 바라보는 헨리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수십 명의 기병이 달려드는 상황에서 흑기군은 조금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1,000명이 넘는 병력이 있다고 해도 동시에 사격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이었다.
최소 절반 이상은 살아서 흑기군의 정면을 돌파할 터.
그런데도 흑기군 병사들은 견고하게 자리를 지킨 채, 사격 자세를 취하였다.
타타탕!
예측에서 벗어난 일이 또 한 번 벌어졌다.
그건 바로 사격 시점이었다.
‘벌써 쏜다고? 멍청한! 역시 어설프게 유럽을 따라 하는 것들이었나···!’
유럽의 군대도 이 거리에서는 발포하지 않았다.
100m 이상 떨어진 거리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 거리라면 총알들이 대부분 빗나갈 수밖에 없었다.
“컥!”
“히이잉!”
헨리는 눈을 부릅떴다.
수십 개의 총알이 그의 주변으로 날아오는 것이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총알 중 일부가 그의 부하와 말에 적중한 것도 같이 느껴졌다.
‘이, 이렇게나 명중률이 높다고?’
당황스러웠다.
비명만 들어도 꽤 많은 병사가 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사격이 이어졌다는 것이었다.
“꿀꺽.”
과연 몇이나 살아남았을까?
헨리는 뒤를 보는 게 두려웠다.
곧 적의 마지막 공격이 쏟아질 것을 상상하면, 당장에라도 숨이 막혀서 죽을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기다렸다는 듯, 적의 사격이 쏟아졌다.
총알이 그의 귓불을 스치고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없었다.
자신이 피한 총알이 자신의 부하를 맞췄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헨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이내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제 끝이다! 용감한 전사들이여! 앞으로 가자!”
호응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다행이었다.
그 혼자 살아남은 것은 아닌 듯 보였다.
살아남은 기병이 몇 명이라도 있다면 그거로 충분하였다.
이제 적에게는 기병의 돌격을 막아설 어떤 수단도 남아있지 않을 테니까!
‘뭐, 뭐야, 저건? 창이라니? 갑자기 어디서 창이 튀어나온 거야?’
조금 전까지 평범한 머스킷 병사였던 적들이 눈 깜빡할 사이 창병으로 변해있었다.
비록 그 길이 자체는 짧았지만, 그의 눈엔 분명 창으로 보였다.
“컥!”
헨리는 기어코 적에게 닿는 것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적에게 닿는 그 순간이 그의 최후의 순간이었다.
총검이라는 창의 벽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 채 그를 막아섰다.
그의 말은 곧 총검에 꿰뚫렸고 그의 몸에도 여러 구멍이 생겨났다.
그렇게 헨리를 포함한 40기의 기병은 단 한 기도 살아남지 못한 채 허망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
처음 40기의 기병이 흑기군을 향해 달려들 때, 정성공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네덜란드 기병이 탄 말은 하나같이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였다.
그래서일까?
숫자를 세보면 겨우 40명뿐인데도 마치 수백 명이 달려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와아아아!”
기병만 달려드는 것도 아니었다.
적 기병의 바로 뒤로 수백 명의 보병이 뒤따르고 있었다.
흑기군은 선형 진으로 퍼져있어 대열이 굉장히 얇았다.
그리고 정성공의 상식으로는 저렇게 얇은 대열은 충격에 약하기 마련이었다.
기병 돌격을 허용한다면 그대로 중앙이 허물어질 것이다.
“적 기병이 하필 2중대라 부르는 부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포격을 가장 많이 얻어맞은 부대 아닙니까? 안 그래도 사기가 낮아졌을 텐데, 기병까지 돌격하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요?”
정성공의 부하 장수들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흑기군을 바라봤다.
“어쩌면 기병의 돌격에 그대로 돌파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심지어 주전빈 같은 경우, 퇴각할 준비를 하라고 조언하기도 하였다.
“기, 기병이 전멸하였습니다!”
“설마 제자리에서 기병의 돌격을 막아낼 줄이야!”
“심지어 하나의 열도 돌파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병 돌격의 결과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는데, 기병은 단 한 기도 살아남지 못하였다.
세 번의 일제사격으로 이미 30기 이상의 기병이 사망하였고, 나머지 10기는 흑기군의 얇은 대열을 뚫지 못한 채 총병의 방어에 막혔다.
돌격이 멈춘 기병은 그대로 총검에 찔려 죽음을 맞이하였다.
“총병만으로 기병을 압도하다니···.”
정성공은 이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몸을 떨었다.
요한이 범상치 않다는 사실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물론 요한이 키운 흑기군이 엄청난 수준을 자랑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질서정연한 군기를 봤을 때는 감탄이 절로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십 기의 기병이 저리도 무력하게 당하다니?
기병을 잡을 때 흑기군이 입은 피해는 겨우 열 명도 안 됐다.
전사자만 따지면 한두 명에 불과할 것이다.
‘과연 기병의 숫자가 많았다고 결과가 크게 달라졌을까?’
40명이 아니라, 100명이었다면.
아니, 200명이었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흑기군의 피해가 더 커지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성공이 생각하기에 기병 200기로도 저 얇은 벽을 돌파하긴 어려워 보였다.
300기 정도는 데려와야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돌파만 가능할 뿐, 전투에서 반드시 이기라는 법은 없었다.
1,000명의 흑기군을 상대로 필승하려면 최소 500기의 기병을 동원해야 하리라.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정성공만의 생각이었다.
“···어쩌면 총병만으로 청군을 상대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휘하 장수 중에 가장 지모가 뛰어난 감휘도 그 같은 말을 하는 걸 보면 정성공의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닌 듯싶었다.
***
기병을 모두 잡았다고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흑기군의 주력이 보병이듯, 네덜란드군의 주력 역시 보병이었다.
400명이 조금 안 되는 네덜란드 보병이 횡대로 길게 늘어선 채 천천히 진격하였다.
이에 흑기군 역시 선형 진으로 대응하였다.
네덜란드군의 기병이 모두 전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군이 전장 중앙에서 마주하였다.
양군은 각자가 들고 있는 소총을 적에게 겨누었다.
타타타타타탕!
그것은 일종의 라인배틀이었다.
정성공은 눈을 반짝이며 그의 인생 최초의 라인배틀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흑기군은 그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실망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아니, 실망스럽기는커녕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같은 총병 싸움으로 가니 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군.’
흑기군은 전원이 총병이었다.
총병 비율이 100%라는 뜻이었다.
반면에 네덜란드군은 총병의 비율이 절반이었고 그에 따라 총병 숫자는 무려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총병 개개인의 수준은 네덜란드 쪽이 더 높을 수 있으나, 그 수준이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극복할 정도는 아니었다.
흑기군 한 명이 쓰러질 때, 네덜란드 병사는 최소 네 명이 쓰러졌다.
만약 라인배틀이 익숙한 군대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사기가 유지되었을 것이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한 번의 사격에 죽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실 해가 질 때까지 싸워도 죽는 인원은 최대 100명 정도일 터.
하지만 라인배틀이 익숙하지 않은 건 네덜란드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이 죽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아군은 수도 없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본 네덜란드군은 더 버티지 못하였다.
“적이 퇴각합니다!”
정성공은 감탄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강력한 네덜란드군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요한은 대단할 것 없다는 듯, 태연한 기색이었다.
***
“적이 퇴각합니다!”
무덤덤한 눈으로 전장을 지켜보던 요한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모든 게 유리한 전투였으니 승리는 너무도 당연하였다.
하지만 유리한 전투건 불리한 전투건 간에 승리는 언제나 달콤한 법이었다.
지금처럼 큰 피해 없는 압도적인 승리라면 더더욱 달콤하였고.
‘하지만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이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전투 자체는 끝이 났다.
하지만 하나의 전투가 끝이 났을 뿐, 네덜란드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 장군.”
요한은 마치 관전무관라도 되는 듯, 하는 일 없이 열심히 전투를 관찰하는 정성공을 불렀다.
정성공도 마침 그를 돌아보고 있었다.
“예, 총병 각하!”
“지금 바로 출격하여 적의 뒤를 쫓으시오.”
흑기군이 보병 위주로 편성되었다지만, 기병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본부 대대의 전체 기병을 끌어모으면 대략 30명 정도의 기병을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정성공이 개인적으로 이끄는 병력 중에도 20명의 기병이 있었는데 요한은 이들 모두를 추격대로 편성하였다.
“충!”
정성공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요한의 명령을 받았다.
설마 이렇게 빨리 공을 세울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리라.
‘최대한 활약해달라고. 그래야 금의환향할 수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