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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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필요성.
당연히 팔루아와 카루토도 양념치킨을 맛보았다.
바삭!
치킨을 한 입 먹는 순간, 팔루아는 엄청난 감동을 느꼈다.
20년 넘는 세월을 살면서 먹는 것으로 이만한 감동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맛있네.”
“이, 이건 맛있는 정도가 아니야. 이 세상 맛이 아니라고!”
호들갑을 떠는 카루토를 보자 팔루아는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꼈다.
적의 것에 감탄하다니.
카루토의 이 같은 반응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의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안 되겠어. 이번 외박 때는 그 떡볶이란 것도 먹고, 양념치킨도 실컷 먹어야지.”
“미친. 먹는 것에 돈을 쓰겠다고? 족장께서 허락하실 거 같아?”
“내 돈이야. 내가 한 달 동안 열심히 훈련 받아서 받은 내 돈이라고. 내가 내 돈을 쓰겠다는데, 이것까지 족장의 허락을 받아야 해?”
“······.”
팔루아는 그동안 흑기군에서 받은 월급을 족장인 탈리부에게 고스란히 넘겼다.
이건 카루토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카루토가 처음으로 약속을 깨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월급을 사용하고자 하였다.
이는 사실상 족장을 향한 배신이나 다를 게 없었다.
‘근데 카루토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 않나? 우리가 힘들게 훈련해서 받은 돈을 왜 족장에게 줘야 하는 거지? ···부족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껏 족장에게 월급을 넘겼던 이유가 부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명분 때문이었다.
족장, 탈리부는 팡가시난 족 병사들이 흑기군에서 받는 월급으로 흑기군에 대항할 군대를 만들어내겠다고 주장하였다.
그 명분 때문에 팔루아는 아무런 불만을 느끼지 않고 월급을 고스란히 족장에게 넘겼다.
하지만 타지 생활이 길어지자, 팔루아는 조금씩 생각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과연 자신이 그 알량한 명분 때문에 월급을 상납한 게 맞는지 의문을 느낀 것이다.
‘나는 그냥 족장이 두려워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필리핀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족장, 탈리부는 너무 가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가 있는 곳은 대만이었다.
탈리부의 영향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장소라는 뜻이었다.
‘애초에 진정으로 부족을 위한다면···. 흑기군에 대항할 생각을 하면 안 돼. 내가 직접 경험해서 알잖아. 이들이 얼마나 강한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팔루아는 이런 생각까지 하였다.
흑기군에서 받는 월급의 가치를 알게 되자, 월급을 지키기 위해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지배를 당하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거야? 족장은 흑기군이 우리 부족의 원수라고 했지만, 우리는 이들에게 어떤 해도 당한 적이 없어. 그냥 식량을 조금 빼앗겼을 뿐이야.’
식량을 빼앗긴 것도 탈리부가 괜히 요한에게 반기를 들어서 생긴 일이란 점을 생각하면 더욱더 탈리부를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가 이런 생각을 할 때, 요한이 엄청난 규모의 연회를 열었다.
7대대와 8대대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또한 루손 섬 북부를 얻은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연회를 연 것인데, 팔루아를 비롯한 팡가시난 족 병사들은 이 연회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졌다.
팡가시난 족 전사로서의 정체성이 아닌, 흑기군 병사로서의 정체성을 말이다.
***
“저들이 필리핀에서 새로 모집한 병사들입니까?”
“그래. 처음으로 참가한 연회라서 많이 들뜬 모양이야.”
요한은 흥겹게 전통 춤을 추는 8대대 병사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필리핀에서는 흑기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던 그들이었다.
그래서 사실 걱정도 많이 하였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잘 적응하고 있었다.
조선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어서 부대 장교들과의 소통도 제법 원활하여질 정도였다.
“분위기가 워낙에 흥겨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1대대와 2대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
“···제가 제대로 감독했어야 했는데, 제 능력이 너무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진정은 마치 죄인처럼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런 진정의 모습에 요한은 픽 웃었다.
“거친 무인들을 통제하는 게 쉬울 리가 있나. 내가 맡긴 일만 잘했으면 그거로 된 거야.”
한족과 번족의 갈등이 이렇게 심해질 줄은 그 역시 예상 못 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진정을 나무라지 않았다.
나무라기는커녕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요한이 기대했던 진정의 역할은 행정가로서 여러 가지 개혁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었고, 이 부분에서 진정은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세금만 22만 냥을 거두었다고 들었어.”
“인두세로 14만 냥, 상업세로 8만 냥을 거두었습니다.”
22만 냥은 절대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인구가 고작 십수 만에 불과한 대만이었다.
남명의 1년 조세 수입이 수백만 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진정이 거둬들인 세금은 절대로 적지 않았다.
물론 남명의 경우 워낙 부정부패가 심해서 그런 거지만 말이다.
심지어 일 년에 한 번 걷고 끝나는 인두세와 달리, 상업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걷고 있었다.
8월인 지금 벌써 8만 냥을 거두었다면, 앞으로 인두세와 비슷한 수입을 얻을 거라는 뜻이었다.
이러니 요한으로선 진정이 거둔 성과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세금을 걷는 과정에서 꽤 많은 일이 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가장 큰일은 안정 현에서 있던 일입니다. 물론 각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말입니다.”
“안정 현뿐만이 아니라, 다른 마을에서도 조세 저항이 상당했다지?”
사실 세율 자체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인당 1냥이었으니 세율로 따지면 10%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원래 내지 않던 생돈(?)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1냥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족장의 권력이 강한 부족은 속으로 불만을 품을지언정, 세금을 기꺼이 냈다.
문제는 족장의 권력이 약한 부족이었다.
현재 세금 부과는 족장이 가장 먼저 1냥씩 거두고 그걸 그대로 중앙에서 파견한 세리에게 넘기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때 족장의 권력이 약한 부족의 경우, 부족민들이 세금을 잘 내지 않았다.
조세 저항하는 부족이 많았던 것은 대부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래도 호구조사가 전혀 안 되어 있어서, 세금 부과가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어떤 마을은 호구수가 천이 넘는데 수백 냥을 내고 또 어떤 마을은 호구수가 수백인데 세금은 수천 냥을 내기도 하니 말입니다.”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금을 내기 싫어 핑계 대는 마을도 있었지만, 몇몇 마을은 실제로 중앙에서 추산한 인구와는 전혀 달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모두 공평하게 세금을 걷었다면 조세 저항이 이보다 줄었으리라.
‘역시 행정력이 문제야. 행정력이.’
각 부족의 족장들을 현감, 현령으로 임명한 것은 그들의 저항을 우려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관료가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대만엔 식자층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한자를 배운 인구만 따져도 많아야 천 명 정도일까?
물론 한글은 워낙 배우기가 쉬워 이제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인구는 흑기군 병력을 제외해도 수천 명이었다.
하지만 한글‘만’ 배웠다고 갑자기 식자층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한글을 배워봤자 한글로 된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한글의 필요성에 의문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대만의 식자층은 요한이 대만을 장악하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그리 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호구조사는 어림도 없었다.
‘필리핀은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괜히 요한이 새로 영토를 확장할 때, 루손 섬 북부로 만족한 것이 아니었다.
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였던 것.
새로 확보한 루손 섬 북부는 대만을 얻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올해는 세금을 걷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러다 내년쯤 필리핀 전체를 장악하면 그때부터 세금을 걷을 계획인데, 지금처럼 행정력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진다면 인구도 많고 내부 상황이 더 복잡한 필리핀에선 대대적인 반란이 일어날 수 있었다.
행정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기껏 필리핀을 얻어놓고 어떤 수입도 창출할 수 없을 거라는 의미였다.
“교육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학교는 꽤 많이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식자층 자체가 없는 수준이니 조선이나 남명에서 그러는 것처럼 과거제를 연다고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나라를 운영하려면 관료는 반드시 필요하였으니,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학교를 세우는 것.
교육으로 관료를 직접 양성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군에 하나씩 총 열 개의 학교를 개교하고자 준비 중입니다. 현재는 세 곳의 학교가 개교한 상태입니다.”
“열 개라.”
요한은 턱 끝을 쓰다듬었다.
대만 전체에 학교가 고작 열 개뿐이라니,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심지어 열 개 중에 개교한 학교는 불과 세 곳뿐이라지 않은가.
“생각했던 것보다 학교 수가 너무 적군. 예산이 부족한 것은 아닐 텐데, 학교 수가 이리 적은 건 교사가 부족해서 그런 건가?”
“그렇습니다. 인성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교사의 자질을 가진 인력 자체가 사실상 없다시피 합니다.”
“흑기군 전역자들로는 아무래도 어렵겠지.”
“예, 애초에 전역자가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워낙 흑기군으로서의 소속감이 강해서 병사고, 간부고 간에 흑기군을 떠나고 싶지 않아 합니다.”
흑기군은 대만에서 가장 엘리트 집단이었다.
전원이 한글과 조선어 사용이 가능하였고 수학에도 능하였다.
한족 장교들 같은 경우는 중국의 병서에도 조예가 깊은 편이었다.
워낙에 대우가 좋아서 대만에서 인재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전부 흑기군으로 흡수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흑기군의 전역자로 하여금 교사의 길을 걷게끔 유도하였다.
뭐, 전역자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하여 크게 의미는 없어 보였지만 말이다.
‘역시 하루빨리 조선과 교류할 필요가 있겠어.’
조선에선 낙오자라 할 수 있는 선비들도 대만에서는 초엘리트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보니 요한으로선 조선과의 교류를 간절하게 바라였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이 인력만 얻어도 조선과의 교류는 남는 장사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선과 교류하기엔 아직 시기가 일렀다.
일본 상인, 무토 헤이가쿠를 통해 조금씩 간을 보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은 밀무역이면 모를까, 공식적으로 관계를 맺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자호란이 불과 10년 전의 일이었다.
조선 조정은 그 어느 때보다 청나라의 눈치를 보는 중이었다.
올해 초에는 예물이 형편없었다며 꾸중을 듣기도 하였다.
더군다나 최근에 일본과 조선의 관계가 악화하여 조선 조정 몰래 사람을 데리고 오는 행위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인조가 죽을 날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뭔가 수를 쓰기는 해야겠는데.’
요한이 속으로 그 같은 생각을 할 때, 진정이 말문을 열었다.
“소신이 생각하기에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무엇이지?”
“대두국과 완전히 합병하는 것입니다.”
요한이 조선에서 인재를 수입하는 것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생각하였다면, 진정은 조선이 아닌, 대두국을 해결책으로 거론하였다.
“대두국이라. 하긴, 그곳도 조정이 있으니 인재가 적지는 않겠어.”
“예, 오랜 시간 명나라의 문화를 배웠던 국가입니다. 또한, 조선어에 능통한 이들이 많으니, 대두국과 합병한다면 적지 않은 수의 인재를 수급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을 들으니, 대두국의 가치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거 같았다.
하기야, 인구수가 그래도 수만이나 되고 조정도 있었으니 관료의 수가 적지만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대두국의 왕위를 넘겨받을 생각이었는데 잘 됐군.”
“···대두국의 왕위를 넘겨받는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야. 내가 왕이 된다는 소리지. 이미 대두국의 왕과는 이야기를 끝낸 상태다.”
“헉!”
진정은 눈을 부릅뜨며 경악하였다.
그런 진정의 모습에 요한은 픽 웃었다.
‘차분한 성격의 진정도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군. 심지어 양위식은 바로 이번 달인 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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