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ctious Disease Survival RAW novel - Chapter 47
47화 그린농원 (2)
이제 그린농원 내에서 확인해 보지 않은 곳은 부지 구석에 자리한 창고형 건물뿐이었다.
서둘러 창고 내부를 확인한 후, 필요한 것들을 챙겨 원룸 건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저씨! 이것 좀 보세요.”
“뭐야? 무슨 일인데?”
창고 뒤에는 우리가 타고 온 것보다 큰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다.
윙바디가 달린 적재 중량 5T 트럭으로 적재함의 크기는 대략 폭이 2m에 길이가 6m는 되어 보였다.
한참 동안 운행하지 않았는지 차량 외부와 앞 유리창에는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었지만, 전체적인 차량의 상태나 부식된 곳 없이 깔끔한 도장 상태를 봐서는 최근 연식의 차량 같았다.
“어때요? 엄청나죠? 차는 안 잠겨 있는데, 열쇠가 없어요.”
“새로 뽑은 지도 얼마 안 된 트럭 같은데? 욕심나는군.”
“그렇죠? 근데 배터리가 방전이 안 됐나 모르겠네요. 그럼 흩어져서 열쇠를 찾아보죠.”
넓은 농원 부지 내에서 트럭 열쇠를 어떻게 찾을지 막막했지만, 트럭의 크기와 상태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적재 중량은 우리가 타고 온 2.5T 트럭의 2배밖에 되지 않지만, 적재함에 실을 수 있는 부피는 2배가 넘어 보였기 때문에 부피가 많이 나가는 것들은 훨씬 많이 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적재함에 윙바디가 달려 있기에 화물을 좀 더 안전하게 옮길 수 있어 보였고, 상황에 따라서는 캠핑카처럼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태경아. 네가 이 주변을 찾아봐라. 내가 사무실이랑 비닐하우스 내부를 찾아보고 오마.”
“네,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무전 주세요.”
워낙 넓은 공간에서 트럭 열쇠를 찾아야 하기에 철민 아저씨와 구역을 나눠서 찾아보기로 했다.
옛날 자동차들은 키 박스를 뜯어낸 후 (+)극과 (-)극을 연결하면 시동을 걸 수 있었지만, 최근 자동차의 열쇠에는 ‘이모빌라이저’라는 도난 방지 시스템이 있기에 반드시 트럭 열쇠가 필요했다.
‘흐음, 어디 있으려나?’
트럭의 문이 열려 있어서 차량 내부에 열쇠가 있을지 몰라 다시 한번 차량 내부를 샅샅이 뒤져 봤지만, 열쇠는 찾을 수 없었다.
철민 아저씨가 사무실과 비닐하우스를 찾아보고 있었기에, 내가 트럭 내부 다음으로 찾아볼 수 있는 곳은 눈앞에 보이는 창고였다.
아직 창고 내부를 탐색해 보지 않았기에,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
철민 아저씨가 오기를 기다렸다 같이 들어가려 했지만, 감염자 한두 명쯤은 충분히 해치울 자신이 있었기에 혼자 창고 내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철컥- 끼이익-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창고 출입문을 열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의 경첩에서는 전혀 기름기가 남지 않은 쇠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바로 창고 내부로 진입하지 않고, 석궁을 조준한 채 창고 출입구에 서서 혹여 문을 여는 소리에 반응했을 감염자를 기다렸다.
하지만,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창고에서나 날 법한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풍겨 오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변화나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말이 있듯,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고 외벽 패널을 때려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감염자를 유인했다.
쾅-! 쾅-! 쾅-!
대략 30초가 지났음에도 창고 내부에는 아무런 반응도 들리지 않았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 감염자들이 이 정도 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창고 내부에 감염자가 없다고 봐야 했다.
저벅- 저벅-
창고는 2층 구조로 내부는 생각보다 크고, 이것저것 많이 쌓여 있었다.
“오…… 대박인데?”
창고 내에는 비닐하우스의 유지 보수를 위한 넓은 폭의 비닐과 원형 파이프 및 부수 자재들이 잔뜩 쌓여있었고, 식물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기구와 자재들도 가지런히 적재된 상태.
창고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출입구 앞에 놓인 작업대 위에 나와 철민 아저씨가 그토록 찾던 트럭 열쇠가 보였다.
[치지직- 아저씨, 트럭 열쇠를 찾은 것 같아요. ㅈ직-] [ㅊ직- 오! 그래? 어디서 찾았어?] [창고 작업대 위에서 찾았어요. 그리고 창고에 쓸 만한 게 많아요.] [알았다. 그럼 창고로 가마.]철민 아저씨와 무전을 마치고 창고의 2층을 살펴보기 위해 계단으로 향했다.
쾅-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둔탁한 소음.
창고에 들어올 당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에 긴장을 풀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나의 신경은 순식간에 날카롭게 곤두섰다.
그리고는 석궁의 방아쇠를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스윽- 살금- 살금-
인기척을 최대한 숨긴 채 계단 아래에 서서 소음이 들려온 2층을 올려 봤다.
하지만 제법 큰 소음이 들린 이후에 2층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뭐였지? 뭐가 넘어진 건가?’
2층에 쓸 만한 것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층에 있는 자재들을 무사히 챙겨 나가기 위해서는 창고 내의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한 후 반드시 제거해야만 한다.
조심스레 계단을 오르자 시야에 들어오는 2층 창고의 풍경은 1층의 공구와 자재들이 적재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어떤 용도인지는 모르지만 가벽이 설치되어 여러 공간으로 구분된 구조였다.
2층에 올라서자 보이는 건 눈앞으로 늘어선 길쭉한 복도가 있었다.
복도의 중간에는 좌우로 문이 2개씩 있었으며, 복도의 끝에도 문 하나가 달려 있었다.
‘뭐 하는 곳이지?’
총 5개의 방이 있었고, 모두 확인해 봐야 했다.
철컥- 끼이-
계단에 가까운 방 중 좌측 방의 문을 열었다.
방 내부에는 좌우로 옷걸이와 선반들이 있었고, 여러 종류의 작업복들이 아무렇게나 걸려 있었다.
여러 종류와 사이즈의 장화들, 햇빛을 가리기 위한 챙이 넓은 모자들, 팔 토시, 사계절 종류별 작업복 등이 있는 걸 보니….
농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작업복들을 모아 놓은 방 같았다.
이 방에서는 조금 전에 들려온 큰 소리를 낼 만한 물건은 안 보였다.
그다음으로 방금 확인한 방의 맞은편에 있는 문을 열었다.
철컥-
이번 방은 방이 아니라 화장실이었다.
얼마나 사용을 안 했는지 바닥과 사방의 벽면에는 까만색 물곰팡이가 잔뜩 껴 있어 상당히 역겹고 거북한 광경이었다.
‘으윽…….’
이제 확인해 봐야 할 방은 총 3개.
복도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 좌측 문을 열었다.
철커덕- 끼이익-
세 번째 방을 열고 들어가 보니 좌우로는 2층 침대가 놓여 있었고, 방구석에는 옷장과 책상이 있는 걸 보면 대략 4명이 생활하던 공간인 것 같았다.
하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음 방을 확인해 보기 위해, 침실의 반대편에 있는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철컥- 철컥-
‘뭐지? 잠겼나?’
철컥- 철컥- 철컥-
문이 잠겼는지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아 문을 열어 볼 수가 없었다.
문 너머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잠겨 있는 문 너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복도 끝의 마지막 방을 확인한 후에 잠겨 있는 방을 확인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살금- 살금-
복도 끝 문 앞에 서니 자세히 듣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작은 인기척이 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여긴가?’
잔뜩 긴장한 채 조심스레 문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스윽- 철컥-
끼이익-
닫힌 문을 살짝 열어 내부를 살펴봤다.
좁은 문틈으로 보이는 내부는 다용도실인지 방 가운데에 4~6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식탁이 존재했으며, 창문이 있는 벽면에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가 있었다.
끼이- 멈칫-
살짝 열었던 문을 더 열어 내부를 좀 더 확인하려던 순간,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문 너머의 사람은 방구석에 자리한 냉장고 앞에 서 있었다.
‘뭘 하는 거지?’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식탁 밑에는 전기밥솥으로 보이는 물체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아마도 내가 아래층에서 들었던 소리의 원인은 전기밥솥이 식탁 위에서 떨어지는 소리였던 것 같다.
“죄송합니다. 생존자가 있는 줄 몰랐어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 조용히 떠나겠습니다.”
“…….”
내가 먼저 말을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답이 없이 여전히 방구석의 냉장고 앞에 선 채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혹시 어디 불편하신가요?”
“…….”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대답도 없다.
‘장애가 있는 사람인가?’
나에게 등을 돌린 채 냉장고에 서 있는 인영은 감염자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귀까지 덮는 더벅머리에 말끔한 옷차림을 한 채 불안 증세가 있는지 머리와 팔을 계속해서 떨고 있다.
드러난 팔이나 다리를 보면 상처나 핏자국 따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줄 알고 허락도 없이 농원 안에 들어와 비닐하우스와 건물 곳곳을 뒤진 것이 마음에 걸려 정식으로 사과라도 하고 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내심 꺼림칙한 마음에 석궁을 조준한 채 방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을 돌아 냉장고가 있는 벽의 반대편인 싱크대 쪽으로 뒷걸음질 치면서 꾸준히 말을 걸었다.
“허락 없이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혹시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 식탁 위에 있는 병뚜껑을 집어 던졌다.
휘익- 툭-
등을 맞추려던 의도와는 달리 병뚜껑은 상대의 머리를 맞췄다.
“헙…… 죄송합니다.”
그토록 말을 걸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존재는 머리에 병뚜껑을 맞고 나서야 내가 있는 쪽을 돌아봄과 동시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헉! 뭐…… 뭐야?”
중간에 식탁이 있었다지만 불과 몇 미터가 되지 않는 거리.
나는 깜짝 놀라 조준하고 있던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나를 향해 달려드는 존재는 공교롭게도 바닥에 떨어진 밥솥에 발이 걸려 넘어졌고, 머리를 향해 쏜 석궁 화살은 애꿎은 냉장고 문에 박혔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
예상치 못한 상황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넘어진 상대는 나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칼을 뽑아 휘두르기가 어려울 정도로 협소한 공간이었기에 달려드는 상대를 피해 문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서두르다 보니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집이 식탁에 걸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딱- 따닥- 딱- 딱-
넘어진 내 위에 올라탄 것은 다름 아닌 감염자였다.
감염자는 나를 물어뜯기 위해 이빨을 딱딱 부딪쳤고, 나는 감염자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감염자의 목젖과 어깨를 잡고 힘껏 버텼다.
“으아악! 아악!”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감염자를 아무런 상처 없이 완력으로 떼어 내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감염자를 잡은 손에서는 점차 힘이 빠지는 상황.
그 순간, 출입구 너머에서 반갑고도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들렸다.
“태경아, 머리 조심해라!”
타다닥- 뻐억-
내 고함을 들은 철민 아저씨가 서둘러 2층으로 올라와 내 위에 올라탄 감염자의 머리를 있는 힘껏 발로 찼다.
머리를 발로 차인 감염자는 뒤로 나자빠졌고, 철민 아저씨는 나자빠진 감염자의 머리에 화살을 박아 넣었다.
피웅- 퍼억-
“휴우…… 다행이야. 갑자기 비명이 들려서 깜짝 놀랐네.”
“허억……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감염자를 처리한 후, 철민 아저씨와 함께 확인하지 못했던 네 번째 방의 문을 부수고 내부를 확인했다.
네 번째 방을 부수고 들어가니 심한 악취가 풍겼다.
방 안에는 3구의 시체가 방치된 채 썩고 있었으며, 시체의 복장을 살펴보니 생전에 농원에서 일하던 관리자들인 것 같았다.
시체들이 있는 방에서 풍겨오는 악취가 너무 강했기에 다시 문을 닫고 나와 2층을 자세히 살폈다.
생활공간 내에 수화에 관련된 서적과 그림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다용도실에서 만났던 감염자는 생전에 청각 장애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불러도 대답도 하지 않았고, 달려들면서도 아무런 소리 없이 달려들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휴…… 그래도 여기서 얻어 갈 건 진짜 많네요.”
“그러게 말이야. 아까 확인해 보니까 다용도실에는 통조림이 꽤 많이 있던데?”
농원에 들려서 얻을 수 있는 게 참 많았다.
식량을 재배하기 위해 심을 작물들의 모종, 5T 트럭, 여러 통조림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 마주할 모든 상황에서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계획과 다른 상황에서도 절대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경험을 얻은 것이 가장 중요했다.
“아저씨, 어서 가요. 희윤 누나가 기다리겠어요.”
“그래, 얼른 돌아가자.”
깜짝 놀라 벌렁거리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식량 재배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