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 외전 6. 헌터판 무림(下)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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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비비빅, 삐비비빅-.
동래북의 손목에 찬 스마트왓치가 진동했다.
시계 베젤 오른쪽 위 버튼을 클릭하자 이내 오른쪽 귀에 연결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연결되었고,
이제는 지겨운 이두호의 당부가 들려왔다.
― 다시 한 번 강조하네만, 삽살개하고 마주치면 절대 선공하지 말게나.
“…….”
― 아니, 삽살개가 선공을 해도 일단 말려들지 마.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 맨땅에 헤딩하면 어떻게 돼?
“대…… 머리통이 깨집니다.”
― 그럼 핵 버튼에 헤딩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
과하다, 과해.
무슨 사람을 핵 버튼에 비유한다냐?
이어진 몇 번의 잔소리에 충실히 답을 마친 동래북이 마지막으로, ‘네, 알겠습니다. 청장님’이라는 말을 하고는 통화를 마쳤다.
그때.
삐빅-.
왼쪽 귓가의 무전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장 직통의 오른쪽과 달리, 왼쪽은 SHAT 팀원들과의 무전연락.
― 여기는 알파, C구역 대동빌딩 14층 층계참 쪽에서 삽살개 저격 준비 완료.
“브라보는?”
― 여기는 맛좋은 미노타 옥상. 브라보도 준비됐습니다.
― 차리도…….
― 델타…….
이후 차례대로 SHAT 대테러 타격대의 최정예들이 준비를 마쳤다고 타전해왔다.
이두호의 말마따나 정말 위험한 자라면 먼저 싸움을 걸 수도 있다. 굳이 우리 쪽이 시비를 걸지는 않더라도 미리 준비는 해둬야겠지.
톡, 토톡, 톡
한층 짙어진 다크서클을 한 번 쓰다듬은 동래북이 스마트왓치를 두드리자, SHAT 팀원 전용 플렉시블 스마트폰으로 변했다.
― 찾았나?
이번에 연결된 이들은 수색조원들.
하지만 연이어 뜨는 ‘아직 찾지 못했다’는 대답들.
현재 마장동 곳곳엔 SHAT 요원들이 구석구석 흩어져 단유성의 행방에 대해 탐문중이었다.
괴수육 특유의 퀴퀴한 냄새와 함께, 여전히 왁자지껄 술을 들이켜는 이들의 소리가 그득한 C구역 속에 숨어서.
그리고 C구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질 법한 대화를 나누려 애쓰고 있었다.
흥정 중인 척, 그걸 도와주는 척, 술에 취한 척 바닥을 뒹굴거리거나, 괴수육을 먹으며 커플인 척 희희낙락 데이트…….
‘강북, 이상화! 저것들은 이 와중에 진짜 데이트를 하네.’
튀겨먹어도 시원찮은 것들.
참자, 참어.
곧 결혼할 것들이니.
축하한다, 이 새끼들아.
아무튼 그들 외에도 수십 명이 마장동 곳곳에서 수색 중이었다.
문자 그대로 개미 한 마리 못 빠져나갈 포위망을 형성해놨는데…… 이자는 대체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무협지에서 보면 이런 걸 천라지망이라고 하던가.
그럼에도 어쩐 일인지, 꼭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그자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아까 오우삼의 으로 봤을 때는 여기가 확실했는데?
토톡, 촤라락.
― 계속 수색해.
동래북이 플렉시블 스마트폰을 패턴에 맞게 두드리자, 길게 늘어나 휘어지며 손목시계처럼 그의 손목에 감겼다.
“아이씨, 날 샌 건가?”
여러 의미를 담은 그 말 그대로, 시계로 변한 스마트폰이 새벽 6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마 꾸무리한 날이 아니었다면 벌써 동이 텄어도 텄을 시각.
‘이 인간은 대체 어디 처박힌 거야?’
조끼 안주머니에 대충 박아놨던 담뱃갑을 꺼낸 동래북.
하지만 비어 있다.
“아까 핀 게 돗대였나?”
누군지 모를 ‘그자’를 찾아다니면서 하나둘 피다 보니 어느새 담뱃갑이 비었나 보다. 빈 담뱃갑을 주머니에 구겨 넣은 동래북은 C구역 한구석에 비치된 무인 담배자판기로 걸어갔다.
자판기는 구형인지라 현금 밖에 안 받는 것이었다.
돈을 찾아 주머니 곳곳을 뒤적거려봤는데, 나오는 거라곤 달랑 1000원 짜리 두 장.
“하…… 이황 형님, 왜 형님들 밖에 안 계십니까?”
그래도 다행이다.
우리 퇴계 이황 형님 두 장이면 만드라고라 플러스 한 갑은 뽑을 수 있었으니까.
만드라고라는 양식 가능한 대표적인 식물형 몬스터로, 각종 요리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잎은 이렇게 담배로도 활용되는 아주 유용한 몬스터였다.
동래북처럼 헐렁한 주머니의 공무원 애연가에게는 더욱 반가운 품종의 몬스터였고.
덜커덩.
2천원을 넣고 돌리자, 아래 배출구로 만드라고라 플러스 한 갑이 나왔다.
역시나 거기 적힌 건강한 문구가 먼저 동래북을 반긴다.
― 담배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탈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쉬발암.”
치이익-.
“됐어. 그냥 피고 뒤질란다.”
곧, 연초 연기가 그윽하게 폐를 휘감고 입밖으로 나온 매연이 새벽 공기 속에 섞여든다.
그때 옆에 다가온 사내 한 명.
“연초 한 가치만 빌릴 수 있겠수?”
특이하게도 두라에뭉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내였지만, 상관없었다. 애연가라면 담배 한 개비 정도 나눠피는 게 대수인가.
동래북은 별 말 없이, 입에 한 개비 문 채 만드라고라 플러스 한 개비를 사내에게 건넸다.
“고맙수다.”
사내는 입맛을 다시고는 만드라고라가 그려진 연초를 입에 물었다.
치익-.
곧, 사내의 입에서도 매캐한 연기 한 모금이 뿜어져 나왔다.
근데,
‘뭐지? 어떻게 불을 붙였지?’
분명 라이터를 꺼내는 것을 본 적도 없는데, 사내는 이미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무림에서는 거의 쓸일도 없는 삼매진화를 여기서는 아주 유용하게 쓰는구만.”
무림? 삼매진화?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래북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 단유성은 만드라고라 플러스 맛을 음미했다.
“화-. 역시 여기는 좋은 곳이구만.”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맡아온 연초 맛이었지만, 이 만드라고라 플러스는 그중 단연 으뜸이었다. 굳이 혜광공감각을 활성화시키지 않아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다만,
― 경고: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동래북의 손에 쥐어진 담뱃갑에 적힌 글귀는 이해가 안 되었다.
끝내주는 연초맛에 어울리지 않게 어처구니 없달까?
게다가 문구 아래에 있는 저 그림은 더 얼척이 없네.
각종 시커먼 안개를 뿜어내는 만드라고라가 임산부의 뱃속에서 아이를 덮치는 그림.
역시 이곳답다고 해야 하나.
팔아놓고 이따위 걱정하는 문구에 담배맛 확 떨어뜨리는 그림이라니.
뭐, 아무튼 뇌력이 흐르는 이상한 연초―전자담배라던가―만 아니면 된다.
“역시 아직은 고리타분한 게 좋아.”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는 동래북의 손에는 지포 라이터라는 기관진식이 설치된 부싯돌도 들려 있었지만, 역시 연초는 불을 붙여야 연초지.
“스읍.”
간만에 연초의 맛이 폐를 기습하며 약간의 어지럼증과 나른함을 퍼뜨린다.
다시 한 모금.
후우. 역시 다른 세상 맛이네.
“너무 콜라만 마셨어. 다른 세상에 왔으면 연초땡부터 해줬어야 했는데.”
그러곤 단유성은 한가로이 동래북을 쳐다보며 말했다.
“거래 잘 끝낸 줄 알았는데…… 우리 뒤를 쫓는 이유는?”
흠칫 놀란 동래북.
그는 그제야 눈치챘다.
아까 오우삼이 보여준 의 홀로그램 속 주인공과 일치하는 인상착의.
하지만 그 첫 인사말의 내용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래? 그게 뭔 소린지는 모르겠으나, 뒤를 쫓은 이유는…….”
동래북이 뒤로 멀찍이 물러서면서 바로 전 요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여기! 여기! 삽살개 출현! 전원 즉시 출동 요망! 좌표 서울 마장동 5252, 8572!”
단유성은 그 말을 듣고는 주변에 난리를 피우며 날아다니는 전파를 감지하곤 자신을 향해 검지를 가리키며 웃었다.
씨익.
“그 삽살개, 나 말하는 거 맞지?”
긴장한 표정의 동래북이 잔뜩 경계하며 슈트 케이스를 꺼내, 구슬형 아티팩트를 가슴팍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영롱한 빛깔의 금색 슈트가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마치 전대물 속 주인공 한 명이 툭 튀어나온 것 같은 비주얼.
이어서,
슈트를 완벽히 갖춰 입은 동래북이 무림계 능력자용 광선 블레이드를 꺼내며 외쳤다.
“에 의거하여 너를 체포하겠다!”
“체포?”
“그래.”
“내가 왜?”
“고레벨의 각성자임에도 각성자 등록을 하지 않고 제멋대로 헌터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
“고레벨이 몇 레벨인데?”
“50.”
단유성은 간단히 새로운 상태창을 확인해보았다.
Lv. 2 [미확인 사용자]
“안 되는데?”
“누가 봐도 당신은 50이 넘어.”
“진짜 안 되면 어쩔 건데?”
“그런 건 조사해보면 돼.”
“조사?”
“순순히 나를 따라가면 별 탈 없을 거야.”
“순순히에 별탈이라.”
단유성은 만드라고라 플러스를 다음 한 모금에 필터까지 다 빨아당기며 말했다.
“내가 싫다면?”
“싫다면…….”
‘무력이라도 써야겠지.’라고 하려다가 이두호의 당부 전언이 다시금 떠오른 동래북.
― 핵 버튼에 헤딩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정말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동래북의 다크서클이 만개한 동공이 웃고 있는 단유성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정말 사실이라면…….’
말도 안 된다 여기면서도,
핵 버튼에 머리를 처박는 그림이 떠올라, 일말의 불안감이 엄습한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뿐.
“일단 협상…….”
‘합시다.’라는 말을 미처 매듭짓지 못했는데,
다 피고 남은 만드라고라 플러스 필터를 쥐고 있던 단유성의 손등에 붉은 빛의 반점들이 드리워졌다.
한두 개가 아닌 수십 개.
단유성이 웃었다.
“이거 대답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아, 아니……!?”
“무림에서 주먹만큼 좋은 첫인사가 없지.”
스르륵-.
미처 동래북이 뭐라 다른 답변을 내놓기도 전에 단유성의 신형이 허공에 녹아들었다.
무한 레벨업 in 무림
지은이 : 곤붕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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