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294
294화 – 외전 19. 예언 (1)
300년 전, 만한전석의 주인이 만천하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었다.
200년 전, 런던의 만찬 테이블을 리드하는 사람이 전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었다.
100년 전, 워싱턴의 정가를 쥐락펴락하는 인물이 사해(四海)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럼 지금은?
뉴욕의 초인탑을 이끄는 이가 온 세상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곳은 초인탑 대회의실, 달리 말하면 UH 대회의장.
그리고 그 회의실 정중앙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미국 초인청장이자, 전세계 헌터들의 집합체인 United Hunters의 수석 사무국장인 스미스였다.
그 앞에 놓인 원탁에는 각국 헌터관련 기관의 장들, 세간에 SSS급이라고 알려진 수십 명의 헌터들, 그리고 정체불명의 중국인들 몇이 빙 둘러앉아 있었다. 워낙 사안이 사안인지라, 중국측 무림맹 소속 인원들도 다수 참석한 것이었다.
다만, 무림맹의 십대고수들은 자기들의 은밀함을 위해서인지 끝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미스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 항상 중국이 문제야, 문제.’
이런 글로벌한 위기에도 자기들만 쏙 빠지다니.
그래도 이 정도면 다급히 소집령을 발령한 것 치고는 많이들 모였다.
직접 참여뿐만 아니라,
대회의장을 둘러싼 사면의 벽면엔 수백 개의 모니터 화면이 떠 있었는데, 그중 90% 정도에 사람들의 얼굴이 들어차 있었다.
그 면면은 결코 이 자리에 착석한 이들에 못지 않은, 세계적인 헌터계 저명인사들이었다. 소집령에 바로 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화상참여를 한 것이었다.
오히려 직접참여율이 너무 높아서 의외일 정도.
개중엔 전혀 뜻밖의 인물도 몇 눈에 띄었다.
‘한국의 헌터청장은 미국에 볼일이 있어 체류중이었나?’
아마도 그랬으리라.
벌써 왔다기보다는 미리 와 있었다는 게 더 맞겠지.
이두호와 동래북, 그리고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의 젊은 사내 셋이서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대원탁 앞에 따로 일자의 각탁 하나가 상석으로 놓여져 있었는데 그곳을 차지한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단연코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하며 또한 제일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바로 12인의 세계 최강자들을 위한 좌석이었으니까.
십이성웅.
제 12성웅, 관 샤오페이(참여 예정)
십이성웅의 말석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이며, 십대고수이기도 함. 이미 초인탑 부속 호텔에 체크인한 게 확인이 됐으나, 아직 미참석. 지금 위치파악 중.
제 11성웅, 로버트 크레이그(착석)
용병왕. 세계 각지의 전장이나 마수 퇴치에 그의 용병 컴퍼니인 로버트 코퍼레이션이 안 끼는 데가 없다.
성웅이란 칭호를 받은 이후의 행보는 돈에 좌지우지되는 빌런에 가까웠지만, 그 실력만큼은 최고 중의 최고. 거대 용병 컴퍼니의 CEO이기도 하므로 지금의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 중 한 명.
제 10성웅, 카를 카이저(작전중)
독일황제의 직계후손으로 특이한 능력의 소유자.
각성으로 인해 귀 뒤에 아가미가 생겼으며, 무산소인 상태로 수백 일 동안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즉, 해양이나 성층권 등에서 발생한 균열 브레이크 같은 무호흡 상태에서 진행해야 할 작전을 수행하기에 최적인 인물. 그러나 지금 반드시 실행해야 할 작전에 투입중.
제 9성웅, 카카로트(작전중)
일본 최고의 헌터이자 유명 만화 주인공의 이름을 별칭으로 써서 그게 그대로 굳어버린 자.
카를 카이저와 비슷하게 극히 희박한 산소만 있어도 활동이 가능함. 동시에, 비행능력까지 가진 만능 각성 능력자.
하지만 카이저와 마찬가지로 극비 작전에 투입중.
제 8성웅, 조셉 프라이저(참여 예정)
슈퍼 젠틀맨, 조셉 프라이저.
아까 인사도 나눴는데,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전형적인 영국식 강약약강의 인간성을 가져 상대하기 싫은 부류였지만, 역시나 필요한 인원.
왜 안 와, 이 인간?
제 7성웅, 차트라바티 시바지 마하라지
인도의 국민영웅.
십이성웅이기도 하고 타지마할의 수호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타지마할에서 열린 SSS급 던전의 브레이크를 단신으로 막아낸 걸로 생불(生佛)의 재림이라 칭해질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성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십이성웅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평.
제 6성웅, 성난 황소
미국의 인디언계 각성자.
실제 이름 대신 별칭인 성난 황소로 불린다.
화가 나면 날수록 강해진다하여 붙여진 별칭.
일설에 따르면 그가 분노하면 지진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제 5성웅, 기욤 뮈토
마나 단위인 mt의 주인공.
본래 각종 학계에서 최고의 영예는 노벨상을 타는 게 아닌, 어떤 단위에 본인의 이름이 박히는 것이라고 한다.
뉴턴(N), 가우스(G), 암페어(A), 켈빈(K), 셀시우스(C, 섭씨), 파스칼(Pa), 헤르츠(Hz), 엄북동(UBD) 등등.
모두 물리학이나 수학계, 연예계의 역사적인 거두들이었다.
그 사이에 당당히 들어가 있는 유일한 각성자, 뮈토(mt).
이걸로 이 사람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면 된다.
제 4성웅, 고르바코프스키
러시아의 국민영웅이었던 전대 십이성웅 프차라카차의 후계자.
프차라카차가 시골 고아원에 있던 그를 직접 데리고 와 제자로 삼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능력은 빙계술.
원할 때 얼음이나 눈으로 산을 쌓을 수도 있고, 멀쩡한 산에 만년설이 뒤덮이게 할 수도 있다고.
제 3성웅, 무바라크 슐레이만
무하마드의 재림이라고 불릴 만큼 탁월한 예언능력을 가진 각성자.
어떤 면에서는 현 세계의 평화에 가장 이바지한 자.
실제로 그가 꾼 꿈이…… 이번 소집령의 시발점이 되었다.
제 2성웅, 에르빈 사이온
사실상 이 자리를 만든 주요 원인이 된 잠식이론을 주창했으며 금번 전세계 각성학자들이 대규모로 모인 빈 포럼에서 ‘이미 우리는 종말에 한 발짝을 내디뎠습니다.’라는 발표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리고 거기에 UH의 상당수 임원들이 동의를 하여, 이 자리까지 긴급히 마련되었고 말이다.
제 1성웅, 마누엘 카바예로(공석)
스페인 최고의 능력자이자 전대 제 1성웅이었던 마르띤 디오스의 후계자.
― 이 아이가 내 후계자가 될 수 없다면 세상 그 누구도 받을 사람은 없다. 만약 이 아이가 성웅 자격이 없다면 내가 무덤에서 일어나서라도 이 아이를 끌어내리겠다.
마르띤 디오스가 이 한 마디로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며 모든 논란을 종식시켰던 인물.
솔직히 평하자면, 아직 제대로 알려진 건 크게 없다.
더 중요한 건…… 오늘 안 왔구나, 제기랄.
이 정도면 참석률이 높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100%가 참석해도 저 GFG를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스미스는 약 5분 정도 더 기다려보다가 이윽고 단상에 올랐다.
“미국 초인청장 스미스입니다.”
그는 잠시 좌중을 둘러보고는 가볍게 단상에서 내려와 대회의실을 거닐며 말을 시작했다.
“아직 안 오신 분들도 계시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바로 개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입을 떼자,
대회의실 한가운데 원탁 위쪽으로 스미스의 홀로그램이 떠 모든 이들이 주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탕, 탕, 탕.
“UH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선언하겠습니다. 범세계적 위기상황, 아포칼립스S를 발령합니다!”
아포칼립스S.
이름 그대로,
전 지구적인 위기일 때에만 공표되는, UH헌장에 규정된 최고 경계 태세였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모두(冒頭)에 곧바로 아포칼립스S가 발령됐다.
필연적으로, 큰 혼란이 일었다.
대회의실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수백 개의 모니터에 보이는 화상참여자들까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곧,
미국 초인청의 부청장인 알렉스가 짜증이 그득한 목소리로 스미스를 향해 불만을 토해냈다.
“아니, 이게 말이 되오? 대체 뭐가 그리 급해 이리 급작스럽게 긴급회동령을 발동한 것뿐 아니라,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아포칼립스S를 선포하냔 말입니다.”
스미스는 알렉스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부청장.”
“듣고 있소.”
“당신도 보고 받았지 않소?”
“Great Fucking Gate 말이오?”
“……the Great Fundamental Gate가 정식명칭입니다.”
“엎어치나 메치나. 그게 그거 아니오. 막말로 뻐킹스러우니까 이 난리법석을 떠는 것 아닙니까? 아무튼, 그 GFG라는 것에 대해 제대로 설명이나 들어봅시다.”
원탁에 앉아있던 대다수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게 생각하셨으니 특별령으로 긴급회동 발동을 주창하신 걸로 압니다.”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시지 못하신다면 큰 비난을 면키 어려우실 겁니다.”
“옳소, 옳소!”
스미스는 여러 사람들의 말에 고개를 주억였다.
“납득할 만한 설명이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저희 UH가 그런 판단도 없이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벌였겠습니까.”
스미스가 좌중을 쫙 둘러보며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저는! GFG를 지금 막지 않으면 정말로 큰일이 벌어지리라는 걸 확신해서 이렇게 전체 소집령을 발동한 것입니다.”
탕-.
스미스는 가볍게 원탁의 모서리를 치고는 검지로 홀로그램을 가리켰다.
그러자 스미스의 얼굴이 사라지고 두 개의 달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간섭 줄무늬로 명확히 떠올라 상호 공전하는 두 개의 달 형상.
그 두 달의 사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우주공간에 미세한 안개 같은 연기가 잔뜩 끼어 있었다.
“다들 보고 받으셔서 아시겠지만,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저것이 마나망원경에 포착된 예비균열, GFG입니다.”
스미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앞쪽 각탁의 가장 좌측을 바라보았다. 뺨에 긴 자상이 있는, 장발인 백발을 질끈 묶어 뒤로 늘어뜨린 노인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가 바로 십이성웅 중 가장 명성이 자자한 에르빈 사이온이었다.
“저기 앉아계신 사이온 경께서 GFG라는 말 대신 이세계 균열이라고 이름 붙이셨죠.”
그때, 에르빈 사이온의 두 칸 옆의 자리에 앉아있던 근육질의 붉은 머리 노인, 고르바코프스키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설마 겨우 저런 것 하나 때문에 이 난리를 피우면서 우리 십이성웅까지 전체 다 소집한 건 아니겠지?”
스미스는 이번엔 고르바코프스키를 똑바로 응시했다.
“맞습니다. ‘설마 겨우 저런 것 하나’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전원을 불러모은 게 맞습니다.”
“장난해?”
탕!
“장난이 아닙니다! 여러분! 저건…….”
스미스가 다시 한 번 라운드 테이블을 강하게 양손으로 짚었다.
“전조입니다!”
“무슨 전조?”
“세계가 파멸될 전조입니다.”
웅성웅성.
스크린 여기저기에서 오디오가 겹쳤고,
십이성웅 중 대다수는 비웃음, 혹은 하품이 흘러나왔다.
에르빈 사이온 등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특히, 제 3성웅인 무바라크 슐레이만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를 향해 스미스가 눈짓을 보냈다.
그게 신호였다.
그는 시끄러운 와중에도 품에서 USB 하나를 꺼내들고는 중앙에 설치된 컴퓨터로 걸어갔다.
드리밍(Dreaming).
무바라크가 가진 초능(超能)의 명칭으로, 일종의 예언을 꿈으로 꾸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마정석공학이 극도로 발달하면서 그 꿈을 동영상의 형태로 파일화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걸 재생할 예정이었다.
자연스레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아니, 단 한 명만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무바라크가 예언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모를뿐더러, 그런 걸 믿지도 바라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는,
“흐아아함~”
단유성이었다.
하품을 하는 그를 향해 이두호가 조심스레 주의를 주었다.
“……하품은 입이라도 좀 가리고 해주십시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아무튼 윗대가리라는 것들은 저기나 여기나 뭔 서두가 이렇게들 긴지.”
“……윗대가리는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
“왜? 너도 윗대가리다 이거야? 윗대가리에 세 가닥 밖에 없는 주제에.”
“…….”
……아, 진짜 이 새끼를 죽이고 싶다.
하지만 욱한 마음은 잠깐.
어차피 덤벼봐야 본인만 죽는다.
옆에 앉은 이 인간은 아까 십이성웅까지 꺾은, 말 그대로 ‘외계고수’였다.
“저게 아마 본론일 겁니다. 무바라크 슐레이만의 꿈은 예지몽이거든요.”
“예지몽은 지랄.”
“…….”
이두호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단유성이기에 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예지몽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
하지만 단유성은 그것 자체를 믿지 않았다.
미래는 오지 않은 일이며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걸, 수도 없이 겪고 그 본인 또한 수없이 바꿔오며 여기까지 온 인물인 까닭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걍 걔네들이나 데리고 올걸.”
“누구 말씀이십니까?”
“제자들.”
“제자들요?”
“어. 저번에 내가 말한 애들 있잖아.”
“아! 저번에 저희 SHAT에 관심있다고 했던 그 아이들 말씀이시군요.”
“그래. 내가 없더라도 안심하고 여길 맡길 수 있을 만한 포텐을 가진 애들.”
이에 그동안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동래북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아주 낮게 물었다.
“SHAT 신입이라구요?”
“그래.”
“아니, 그런 걸 팀장인 저한테도 말씀 안 하셨습니까?”
“지금 하고 있잖아.”
“……아무튼 어떤 애들인데요?”
“예전 내 스승님께서 그러셨거든.”
단유성의 입술이 얇게 쪼개진다.
“일 년의 대비책은 곡식을 심는 것이, 십 년의 대비책은 나무를 심는 것이, 평생의 대비책은 사람을 심는 것이 가장 좋다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무슨 말씀이긴.
“아주 실한 녀석들이라고. 아직은 설익었지만.”
이두호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어떤 인재들인지 알 수 있을까요?”
“한 명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읽어내는 능력. 전독시라고 하던데.”
“전독시…….”
“뭐, 아직 다 발현되지 않은 다른 능력도 있을 거야.”
잠재된 초월극악……이라고는 말 못 하지만.
“그럼 다른 한 명의 능력은 무엇입니까?”
“다른 한 녀석?”
이어진 이두호의 질문에 단유성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없어.”
“네? 능력이 없어요?”
“어, 아직은.”
“…….”
“뭐, 엄밀히 말하자면 없는 건 아닌데, 아직 정해지지 않은 거야.”
“…….”
“하지만 내 장담하지.”
“…….”
“그게 뭐가 되었건…….”
“…….”
“쩔 거야. 아마.”
“……어떻게 그렇게 확신합니까?”
“믿어.”
단유성이 씨익 웃었다.
“걔가 나랑 비슷한 종자더라고.”
달칵.
그때 가벼운 마우스 클릭 소리와 함께 이내 슐레이만의 꿈이 사방의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내 재생되는 슐레이만의 꿈.
“어?”
단유성의 입에서 경호성이 나왔다.
“쟤들이 왜 저깄어?”
슐레이만의 꿈속에 등장했다.
도천하와 소정희.
둘 다 말이다.
무한 레벨업 in 무림
지은이 : 곤붕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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