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38
38화 – 15. 용봉시(龍鳳試) 폭격 (後) (1)
댕댕.
세 번째 소집종.
그 소리 탓이리라.
나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었다.
천만 근인지, 억만 근인지.
눈 하나 뜨는 게 이리도 힘들 줄이야.
“크크크……. 뭐, 이……정도야…….”
……는 개뿔이다.
막말로 좆빠지게 아프다.
할짝할짝.
식은땀인지, 주주가 밤새 핥아댄 건지, 온몸이 축축하다.
지금도 녀석은 낑낑대며 내 목덜미를 핥는 중.
꼭 ‘어서 일어나! 늦을라!’ 하는 것 같다.
“임마. 아직 안……늦었어…….”
나는 [창고]에서 술이 든 봇짐을 꺼내 술병을 녀석의 주둥이에 꽂아주었다.
꼴냥꼴냥, 주주의 목구멍이 들썩인다.
그 때문에 줄었던 고통이 다시금 올라왔지만, 참아야지 뭐.
흐릿하게 보이는 주주 녀석의 터럭을 헝클어뜨리며 몸을 굴렸다.
“아……자, 가자……!”
● ● ●
정신을 잃은 사이 회복되었던 체력이며 정신력이며 상무관 앞까지 걸어오는 데에 모조리 소모되었다.
시험시작이 임박했기에 주주도 [창고]에 넣었다.
그 까닭에, 천소소나 장기후 등 천봉무관 동료들이 내게 다가와 이것저것 걱정의 말을 던지는데, 솔직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반혼수상태에서도 이렇게 계속 말한 것 같다.
“괜찮아, 괜찮아.”
죽을 만큼 힘든 거지, 죽는 건 아니니까.
그래, 그 정도면 아직 괜찮은 거다.
곧 시험감독관이 연단에 오르고, 마지막 시제와 주의사항에 대해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1) “마지막 시제는 ‘경공술’이다. ‘천지’에 꽂힌 맹주님의 인장이 찍힌 ‘깃발’을 가장 빨리 가지고 오는 것으로…….”
2) 다 듣긴 들었지만, 기억나는 단어는 단 세 가지.
3) ‘경공술’,‘천지’, ‘깃발’.
댕댕댕.
뭔 소린지 모를 시험감독관의 일장연설이 끝난 지,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흐른 후.
진용봉시 마지막 세 번째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4) 쉬쉬쉬쉬쉬쉬쉭!
5) 용봉시 응시자들이 앞다투어 태을종문 밖으로 뛰쳐나간다.
6) 흐릿한 눈에도 그 광경이 이지러지듯 눈에 들어온다.
7) ‘경공술, 천지, 깃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세 어휘.
– 경공술을 발휘해 천지에 꽂힌 깃발을 가지고 오라.
8) 종남산 중턱에 있는 천지에 꽂힌 깃발을 가장 빨리 찾아오는 순서대로 순위가 매겨지는, 달리기 경합.
실낱만큼 남은 이성이 만든 문장.
그거면 내 본능을 일깨우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태을종문 밖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 ● ●
9) 후욱후욱.
10) 어디서부터 어떻게 출발한 것인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그저 뛴다는 그 사실 한 가지만 인지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아니, 그것마저도 잊었다.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따름.
한 발 내디디고, 다시 한 발 내딛고.
기계적인 반복.
하나, 열심히 뛰었다는 방증으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리고 [중원전도]에 찍힌 천지에 마침내 다다랐을 때.
[맥박이 한계치를 넘어섰습니다! 민첩 Up! 민첩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짜릿짜릿!
민첩이 증가하며 체력이 일부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을 혼미하게 하던 고통도 상당히 경감되었다. 주변에 대한 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여기까지 오는 동안 주변풍광은 그저 배경이었고, 실제 눈은 계속 반투명한 [중원전도]만 주시하고 있었다.
“중원전도를 닫습니다.”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주변 전경. 마치 물속에 들어가 있다가 물 밖으로 나온 듯한 느낌.
그리고 눈앞에 쫙 펼쳐진 거대한 호수.
천지다.
전생에도 몇 번 와봤었고, 이번 생에도 몇 번 봤었지만 사실 기억에는 거의 없었다. 전생의 기억은 너무도 흐릿했고, 이번 생에서는 그저 스쳐 지나가거나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마주했었으니까.
어쨌건, 지금은 천지의 맑은 물을 여유롭게 감상할 시간이 없었다.
텅 빈 천지 주변.
‘썩을! 설마 꼴찌인 건가?’
그저 10여 명의 시험감독관이 천막 하나를 친 채 천지 호변에서 맹주인장이 찍힌 깃발을 지키고 있었다.
아마 앞의 두 번의 시험도 바닥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늘까지 바닥을 깔면 여지없이 내년에 다시 용봉시를 치러야 하리라.
팟, 바로 움직이는 내 두 발.
11) 혹시나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온 지금부터라도 죽어라 뛰면 다른 응시자들과 벌어진 격차를 줄일…….
“어서 오게.”
“……예.”
“장원이라네.”
“에……?”
“자네가 장원이란 말일세.”
“네……?”
“자, 여기 있네. 자네가 이번 경공술 시험에서 처음으로 맹주직인이 찍힌 기를 받게 되는군.”
“넵!”
……필요가 없네?
나는 얼떨떨하게 손에 쥐어진 깃발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1등?’
피식.
애들 싸움에선 미친놈 지랄발광이 최강이라더니.
정신없이 뛰었더니 장원이란다.
하.하.하.
허탈한 웃음도 잠시.
Lv.이 오른 효과로 인한 고통경감이 서서히 사라지며 힘이 들어가는 이맛살과 괄약근.
나는 기를 꽉 움켜쥔 채 종남산을 올려다보았다.
“중원전도를 엽니다.”
그리곤 다시 정신을 놓고 두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12)
13) [중원전도].
14) 반혼수 상태에서는 몰랐는데, 이제 봤더니 장원을 차지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지도 덕분이었다.
15) 내가 1등이니 되돌아 올라가는 길에, 다른 응시자들과 마주치는 게 상리에 맞다. 한데,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16) [중원전도]가 알려주는 길이 최단거리, 즉 첩경(捷徑, 지름길)이기 때문이었다.
17) 어쩌면 이 지름길은 [중원전도]가 처음으로 개척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18) 한 녀석이 내 앞을 막아섰다.
19) “이제 오는군. 단유성.”
종태기.
“너만은, 네놈에게만은 장원을 내줄 수 없다.”
그 덕분에 깨달았다.
원래는 종남파 인원들만 이 길을 이용한다는 걸.
그 말인즉슨, 지금 이 길에는 나와 저놈 밖에 없다는 걸.
아마도?
● ● ●
“너만은, 네놈에게만은 장원을 내줄 수 없다.”
종태기는 절벽 뒷길로 들어서는 단유성을 보고는 비릿하게 웃었다.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놈이 이 길을 어떻게 아는 걸까?
대대로 종남파 제자들에게만 알려진 비밀스러운 지름길인데.
산길은 갈래가 많다. 종남산에도 당연히 천지로 내려가는 여러 가지 경로가 존재했다.
태을종문을 통하는 길만 해도 수십 가지.
하지만 이 뒷길은 태을종문을 나와서 바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옆으로 새야 했다. 당장 달려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응시자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선택할 수 없고 택해서도 안 되는 길일 텐데, 이놈은 그렇게 했다.
종태기는 단유성이 미친 듯 자신을 앞질러 이 길로 접어드는 걸 보고 장원을 포기했다.
어젯밤 관조양이 찾아왔었다.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 내일만큼은 장원을 차지하거라. 반드시.
처음이다.
스승의 명을 어긴 것이. 한데, 그게 순전히 이놈 탓이었다.
그래서 확실히 결정을 내렸다.
이놈은, 이놈에게만은 결코 장원을 내줄 수 없다고.
단유성의 주먹이 남들보다 꽤 세고, 낚시에 제법 소질이 있다지만, 지금 녀석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은 확실했다.
지금도 뭐가 문제인지 얼굴을 심하게 일그러뜨리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내 앞을 막아서서 뭘 어쩔 생각인데? 용봉시를 포기라도 하는 건가?”
“포기?”
종태기의 새하얀 얼굴에 내리깔리는 비열한 냉소.
“이 몸은 어차피 음서로 합격할 수 있는 분이시다. 네놈 따위와는 다르게.”
20) 뭐가 우스운지, 단유성이 큭큭거린다.
“그래서 나를 여기서 때려눕혀서 아예 꼴찌로 만들고 너님은 음서로 합격하시겠다?”
“그렇다.”
“그럴 일은 없겠다만, 내가 여기서 너한테 맞아서 탈락하게 된다면 내 몸에 남게 될 종남파 무공의 흔적은 어쩔 테냐?”
‘그럴 일은 없겠다만?’
살짝 올라간 단유성의 입술꼬리가 심히 종태기의 비위를 거슬리게 했다. 그 탓이리라. 그의 얼굴에 흐르는 비열함이 한층 짙어졌다.
“나 같은 명문세가 출신이 너 같은 하류무관 출신 따위처럼 고작 몇 가지 무공만 익혔을 것 같으냐?”
종태기는 함양종문(咸陽鍾門) 문주의 장남으로 어렸을 때부터 각종 기본무공을 섭렵했다. 그런 것들로 단유성을 두들겨 패면 나중에 제 놈이 무슨 말을 해도 파견관들이 믿어주지 않게 되겠고 말이지.
“이놈이나 저놈이나, 어떻게 하면 더 비열해질 수 있는가 연구라도 하는 건가? 뭐, 좋아. 어차피 아무 눈치 안 보고, 네놈의 그 허연 면상에 주먹을 틀어 박아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그날이 왔다 치지. 근데 말이야. 다 그렇다 친다고 해도 말이지,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뭐냐?”
“대체 내가 너한테 뭘 했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만난 지도 겨우 며칠밖에 안 됐는데?”
“몰라서 묻나?”
“당연히 모르니까 묻지, 이 새끼야.”
이 새끼?
종태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 이런 거다. 쥐뿔도 없는 놈이, 자신에게 집중되어야 할 이목을 빼앗아 가고, 더 나아가 자신을 무시하기까지 한다.
“그냥.”
“그냥?”
“너 따위가, 너 따위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게 불편하니까.”
더 솔직히 말하면, 단유성의 존재 자체가 불편했다.
용초랑이라는 경쟁자는 인정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저급한 놈은 경쟁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의 발로.
그게 그를 여기까지 내몰았다.
단유성이 그런 종태기를 보며 비죽이 웃었다.
“그래, 그래야 전문불편가답지.”
비웃음.
종태기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딴 놈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도, 비웃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상황에서도 저리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게.
그래서 이렇게까지 비겁해질 수 있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아예 불편하게 만들어주마.”
녀석이 자신에게로 한 걸음 다가섰다.
‘아직, 아직이다. 조금만 더.’
종태기의 얼굴에 야비한 조소가 짙어졌다.
최고의 한 수를 준비했는데, 제대로 먹이려면 단유성이 더 가까이 다가와야 한다.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디려던 단유성이 발길을 멈췄다.
띠링.
[돌발임무]
종남파 응시자들을 꺾고 용봉시를 마무리 지으시오. (0/7)
성공시 보상 : [칭호(Title)] 개방
실패시 불이익 : 임무 삭제 및 냉기이상 삼주야(3일)
단유성이 주변을 쭉 둘러보며 입꼬리를 슥 올린다.
“다 나오라고 해.”
“……뭐?”
“숨어 있는 거 아니까, 다 불러내라고.”
“……어떻게 알았지?”
“몰라서 묻냐?”
“…….”
“그냥.”
“……그냥?”
“너 따위가 혼자서 날 막아섰을 리가 없잖아?”
“이, 이익!”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이 눈치챘다.
더는 시간 끌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종태기가 손을 들었다. 미리 준비된 신호다.
이 일에 동원된 6명이 그가 손을 들면 바로 튀어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걸 본 단유성이 한 걸음 종태기에게 다가섰다.
한 발짝, (1/7)
“……!”
그 순간, 그의 눈에 맺힌 기묘한 이채.
종태기가 보기에, 어찌 보면 당황한 것 같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것 같은 표정.
그렇지만 단유성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두 발짝, (2/7)
그의 눈에 맺힌 이채가 짙어졌다.
그걸 본 종태기가 낮게 그르렁거렸다.
“후후후. 왜? 막상 우리 애들을 보니까 겁나?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어.”
종태기가 이를 드러내며 아까 당한 비웃음을 되돌려주며 소리쳤다.
“쳐.”
조용.
대신 단유성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세 발짝, (3/7)
“쳐라.”
역시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장내.
한 걸음 더.
네 발짝, (4/7)
“쳐!”
한 걸음 더.
다섯 발짝, (5/7)
“치라고!”
하지만…….
그가 아무리 외쳐도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단유성이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왔을 뿐이다.
여섯 발짝, (6/7)
“왜 아무도 안 나서는지 알아?”
갑작스러운 단유성의 질문.
당황한 종태기는 대답 대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때였다.
뻐억! 덜컥!
목에 가해진 돌덩이 같은 충격. 머리가 확 젖혀지는 느낌이 들었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땅바닥.
동시에 쓰러지는 종태기의 귀에 들려온 나른한 음성.
“다 자고 있걸랑. 너처럼.”
마지막으로 무언가 말랑한 게 바닥에 누운 종태기의 등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엉덩이?’
그리곤 종태기는 완전히 정신을 놓았다.
“여~. 또 보네? 용초랑.”
“…….”
무한 레벨업 in 무림
지은이 : 곤붕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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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9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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