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75
75화 – 26. 양의심공(兩儀心功)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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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관으로 돌아가는 길. 어쩌면 이제 한동안 다시 가지 않을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두초희라.”
사실 그녀가 나를 지속적으로 감시한다는 건 진즉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 상관도 없는데, 길가에서 자주 마주치기도 했고, 정주에 한 번씩 나갈 때면 어김없이 어딘가에서 숨어 나를 정탐하기도 했고.
뭐, 본인은 잘 숨었다 여겼을 테지만, [삼지안]을 속이기는 쉽지가 않지.
각설하고, 이제 두초희가 저렇게 대놓고 날 사찰한다는 건, 구파일방의 눈이 내게로 쏠리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어차피 잘 됐어.”
언젠가는 주목을 받게 되어 있었다.
피해 다닐 것도, 숙일 필요도 없다.
그저 하던 대로 한다. 다만, 주의는 해야겠지. 저들이 무슨 생각으로 나를 감시하는 건지. 이 무림맹과 정주 안에 있는 한 해코지를 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터이지만, 또 무슨 짓을 벌일지도…….
제갈맹주와 금봉남 영감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저들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뭐, 아무튼 이제 백만장서관에서 뭘 어쩔 도리는 없겠지만.’
기대몽이 을 드디어 찾았으니까.
11월 초하루.
역사는 비틀리지 않았다.
그래, 이대로도 좋은 거다.
어차피 지금의…… 대몽이 녀석이라면 따위 양보할 수도 있지. 난 이미 를 얻었으니까.
“지금쯤 다 보고 용정차 한 사발하고 있겠지? 식어서 마시기는 좀 거시기 할 테지만.”
그때.
쿠르르르르.
발밑이 살짝 울리는 느낌.
뒤이어 뒤쪽에서 날아든 번쩍이는 붉은빛 한 줄기.
사위의 어둠이 한순간 사라진다.
그에 나는 반사적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화르르르르.
불길에 휩싸인 백만장서관을.
팟-!
그 순간 이미 내 발이 되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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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훅-.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어떻게 온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본능적으로 두 발을 놀렸을 뿐. 정신을 차리니, 백만장서관 부근에 도착해 있었다.
뜨거운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백만장서관이 사람의 접근을 불허한다.
한데, 이게 참 희한하다.
이 와중에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뛴 결과,
띠링-.
이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맥박이 한계치를 넘어섰습니다! 민첩 Up! 민첩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짜릿짜릿.
민첩이 증가하며 체력이 일부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어지럽던 정신이 금세 제자리를 되찾았다.
[민첩이 100에 도달하여…….]
그때 쿠구궁, 쿠르르.
백만장서관의 일각이 무너지며 발밑이 기우뚱한다.
막 어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 같지만, 순간 시야에서 놓쳐버렸다. 뭐, 어쨌건 지금 중요한 건 그딴 게 아니지.
난 주위전경을 배경에 깔고, 열려진 [중원전도]만 주시하고 있었다.
백만장서관.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바로 그 건물.
이제는 집보다 익숙해진 그곳이 그 짧은 시간에 완전히 화마(火魔)에 휩싸여 있었다.
속속 무림맹의 무사들이 도착해 진화에 나섰지만, 워낙 불길이 거셌다. 탈 게 좀 많은가? 책이 100만권도 넘게 있으니.
상상을 초월하는 불길.
지옥에 떨어져 본 적은 없다만, 아마 지옥에서 볼 수 있는 겁화(劫火)도 저 정도는 아니리라.
‘됐다. 이제 생각은 그만.’
생각은 선택지가 여러 개 있을 때나 하는 거다.
친구…… 그래, 친구가 저 안에 있다. 지금 선택지는 그것뿐이다.
띠링-!
[돌발임무]
불길 속에 갇힌 기대몽을 구출하시오.
성공시 보상 : 무공 [내화성(耐火性)] 획득
실패시 불이익 : 임무 삭제 및 체열이상 삼주야(3일)
‘젠장.’
혹시 기대몽이 을 얻고 이미 백만장서관을 빠져나왔을 수도 있을 거다, 라고 잠깐 생각했었는데…….
이걸로 확정이다.
기대몽은 아직 10층에 있고, 속에 숨겨진 기연과 알 수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으리라.
팟, 불길에 길게 늘여진 내 그림자가 기민하게 움직인다.
그때.
“멈추라.”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는 십여 개의 그림자.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이곳은 우리가 통제한다. 모든 관생들은 즉각 기숙관으로 돌아가 대기하라.”
하나같이 왼쪽 어깨에 영(影), 오른쪽 어깨에 비(臂)라고 적힌 흑의인들.
그들이 백만장서관을 중심으로 둥글게 에워싸고 있었다. 백만장서관을 담당하던 무사들이 열심히 불길을 진화하려는 것도 일부통제하며 뒤로 물려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도와주려는 건지, 그저 불을 못 끄게 막으려는 건지.
아니, 어쩌면 이미 백만장서관이 다 타버린 것처럼 포기한 듯한 모습.
‘영비단(影臂團).’
원로원의 숨겨진 두 팔 중에 하나. 그것도 구파일방 측의 팔이다.
저 수상쩍은 행태는 둘째 치고 이런 야밤에 벌써 출동해? 마치 불이 나길 기다렸다가 나타난 것처럼 일사불란하다. 물론, 원로원이 이곳에서 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애초에 이 주변을 순찰경계하던 무사들보다 더 많은 숫자가 벌써 이곳에 와 있다는 건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아니, 확실하다.
싸아아아- 체온이 식어가면서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던 침착한 변태성이 스윽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야 알 것 같다.
두초희와 우간대가 왜 계속해서 나를 감시해왔고, 영비단이 이곳에 벌써부터 쫙 깔린 건지.
경고다.
무림맹주에게 보내는 ‘간단한’ 경고.
내가 백만장서관에서 책을 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세 가지.
내가 죽거나, 백만장서관을 폐쇄하거나.
‘책을 모조리 불사르거나.’
저들은 나와 무림맹주 간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으리라 확신하고 움직인 것이다.
저깟 책 백만 권쯤이야, 언제든지 불태울 수 있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네깟 놈들이 탕평이니 뭐니 지껄여봤자, 바뀌는 건 없다!
실로 무지막지한 경고다. 하지만 그만큼 빠르고…….
확실하다.
그럼 여기서 뒤로 돌아서 가야 하나?
그럴 리가.
“후우-. ”
나는 후끈 달아오른 공기에 더 가열찬 숨결을 뿜어내며 백만장서관으로 돌진했다.
“당장 멈추라!”
“관생들은 모두 기숙관으로 돌아가 대기하라!”
이 정도에서 뒤돌 거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멈추라 하지 않았느냐? 당장 기숙관으로 돌아가 대기하라!”
계속해서 나아가는 내 발길.
그 보폭과 속도를 올리면서 말했다.
“저 안에 친우가 있소.”
“그럴 리가 없다. 불은 해시가 지나서 났고 사서와 관생 모두 밖으로 나온 것을 확인했느니라. 그러니 너는 마음 놓고 기숙관으로 돌아가거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소.”
“네 이놈! 이곳은 화재가 진압될 때까지 우리가 통제한다지 않느냐?”
기어이 거칠어지는 영비단원의 언성.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가 그러셨거든.
친구를 경솔하게 사귀지 말라고. 하나, 일단 친구가 되면 결코 그들을 저버리지 말라고.
파팟-!
벼락같이 날아오르는 내 신형.
“이 덜떨어진 놈! 네놈이 들어간다고 저 불길 속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여기느냐?”
순식간에 내게 마주 뛰어올라 가로막는 영비단원들.
피식, 입술 꼬리가 절로 뒤틀려 올라간다.
퍼버버버벅!
순식간에 나자빠지는 영비단원들.
일개 관생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그들이 주춤 물러서며 진형을 짠다.
“덜떨어진 게 다 떨어진 것보단 더 나은 거요.”
타닥, 나는 땅에 내려선 후 다시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니 다 떨어지기 전에 비키시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아느……!?”
뻐걱!
알지, 잘 알지.
그래서 어쩌라고!
가장 가까이 있던 영비단원 하나의 얼굴에 내 신발이 틀어박히며, 막혀있던 시야가 탁 트인다.
투두둑, 신발과 함께 영비단원이 바닥에 자빠지며 드러난 전면의 영비단원들.
다섯이 앞에 반원형으로 포진해 있다.
그들 중 하나가 다시 뭐라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거리는 순간, 내가 다시 움직였다.
쉬쉬쉬쉬쉭!
공간을 가르는 소리.
열기를 가르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다섯이 바닥과 친해졌다.
풀썩,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쓰러지는 소리는 거의 하나로 들렸다. 아마 소문으로만 들었지, 정말 당해본 건 처음이리라.
육병귀술. 아니, 아수라 병기술.
“저놈 잡아!”
벌써 이쪽의 상황을 눈치채고 달려오는 영비단원 여섯 명.
난 [귀궁]을 꺼내 살상용이 아닌 뭉툭한 화살을 벼락같이 쏘았다.
쐐쇄쇄쇄쇄쇅!
끼야아아아아아-!
백만장서관 앞에 울려 퍼지는 귀신 호곡성.
퍼버벅, 쐐쇄쇅!
셋은 격중, 셋은 회피.
“이 새끼가! 돌았…….”
쉭.
피했으면 공격하거나 방어할 생각을 해야지.
입부터 떼는 정신머리하고는.
뻐걱!
내 목검과 단봉에 다시 한 명이 나자빠졌다.
그리고, 멈춤 없이 움직이는 목부와 목창.
퍽! 퍽!
‘이런 미친놈!’
다른 둘은 이 말을 목구멍에서 꺼내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바닥을 요 삼아 잠을 청했다.
순식간에 구파일방 원로들의 숨겨진 팔이라는 영비단원 십여 명이 잘 구워진 고등어처럼 너절하게 깔렸다.
“희한한 병기술을 쓰는 걸 보아하니, 네놈이 그 단유성이라는 놈이로구나! 더 가까이 오면 아무리 관생이라도 큰 징계를 면치…….”
이미 그때 나는 그자의 면전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팟, 말을 하던 입을 살포시 내리밟고는 그대로 백만장서관 입구로 쇄도해 들었다.
한데, 그 찰나!
길쭉한 그림자 하나가 내 그림자에 겹쳐지더니 급격하게 그 길이를 확장해나간다.
그걸 인지한 순간, 나는 이미 몸을 옆으로 비틀고 있었다.
서걱, 후두둑.
앞머리카락이 한 마디 정도 잘려나가 바닥에 흐트러졌다.
“장난은 거기까지다.”
타닥, 바닥에 사뿐히 내려서는 그림자의 주인공.
한 뼘은 가뿐히 넘을 도신(刀身)에 그 길이마저 자그마치 7척(대략 2m10cm)은 됨직한 거도를 움켜쥔 자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날카로운 눈매와 다부진 체형, 무엇보다도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 긴 팔.
“맹의 무사들이 관생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날붙이를 휘두르지 않는 건 순전히 무림맹대전서에 그리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매서운 음성보다 그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흐릿한 창이 더 내 발길을 사로잡는다.
Lv. ??? [도회남]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간다면 더는 너를 관생으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만큼이나 그의 이름도 껄끄럽다.
미래의 상급자…… 아니,
‘도회남…….’
원수를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주쳤어.
저놈 때문에 잔여전단 전 인원이 전멸할 뻔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만한 작자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다.
이기기도 어려울뿐더러 시간적인 문제까지.
불을 끌 생각은 이미 접은 모양인지, 저 멀리서 영비단원 수십 명이 이쪽으로 몰려들고 있지 않은가.
팟! 눈에 그 광경이 들어온 순간, 내 그림자가 이미 도회남 쪽으로 박차 오르고 있었다.
서겅! 반사적으로 휘둘러지는 도회남의 거도.
막는다면?
뒤로 튕겨 나가 싸움이 계속된다.
피한다면?
가벼운 생채기와 함께 근접전이 개시되리라.
그렇다면?
“……!”
도회남의 눈 속에 비쳐들던 내 모습이 사라졌다.
스륵, 그의 뒤쪽에 나타난 나.
싸움이란 선택지를 고르는 건 시간이 있을 때나 하는 거다.
[보법]으로 한순간에 도회남의 등 뒤로 돌아들어 간 직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백만장서관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뒤쪽에서 뭐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쳐댔지만, 모두 불길에 묻혔다.
쿠르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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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활활 타고 있는 내부.
곳곳이 무너지고 열기에 이지러져 있어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중원전도]는 결코 무너지지도 이지러지지도 타지도 않는다. 난 오직 그것 하나만 보고 황급히 뛰쳐 올라갔다.
위로 올라갈수록 상태는 심각했고, 10층에 이르자 길이 막혀 있었다. 마치 폭발이라도 한 것처럼 끊어진 계단.
누군가 터뜨린 게 분명하다.
참으로 대단들 하시구려. 원로 영감들.
이내 생각을 끊은 나는 도약하기 시작했다. 꼭 불에 타는 밀림을 누비듯 백만장서관 내부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리고 도착한 10층의 구석에서 마침내 기대몽을 찾았다.
역시나 책에 ‘빠져’ 있는 녀석.
정확히는 ‘홀려’ 있다고 해야 하……!
쿠르르르.
갑자기 녀석의 머리 위로 쓰러지는 서가와 기둥들.
나는 다시 생각을 끊고 기대몽을 붙잡고 뒹굴었다.
그 순간.
우우우우우웅!
신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귀를 울리는 묘한 음향, 지진이 난 듯 이지러지는 시야, 뜨거웠던 감각마저도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사그라졌다.
곧이어 찾아온 칠흑 같은 암흑.
정신을 잃은 것이 아닌, 주변이 완전히 빛을 잃었다.
그에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에 펼쳐진 책 속의 진법 속으로 나까지 ‘홀려’ 들어왔다는 것을.
무한 레벨업 in 무림
지은이 : 곤붕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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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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