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82
82화 – 27. 새로운 목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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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전광.
수백 년 전, 새외에서 중원으로 건너온 신비고수.
어떤 이는 저 머나먼 서역, 어떤 이는 저 바다 건너 외떨어진 동영, 또 어떤 이는 청구에서 왔다고도 했지만, 결국 어디서 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기인.
다만, 그가 스스로를 김신이라고 했으며, 중원에 있는 동안 732번의 비무를 치루었다는 것.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는 당대 무림의 최고 고수들만 찾아다니며 비무행을 했다.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여기까지는 어쩌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가끔, 정말 아주 가끔이지만 무림이란 세상에는 규격 외의 괴물들이 등장하는 법이고, 불패의 존재들도 매우 드물게나마 나타나는 법이니까.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그는 그 비무행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같은 병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장병, 단병, 투사병, 암기 등등.
“자네는 대체 몇 가지의 병기술을 알고 있는 겐가?”
그가 강호행을 하던 도중 사귄 어떤 벗이 물었단다.
그에 김신은 담담히, 아주 담백한 어조로 답했다고.
“칠백서른두 가지의 병기로 싸움을 했다.”
다시 말하면, 칠백서른두 번 싸웠고, 칠백서른두 번 이겼으며…….
칠백서른두 개의 무기에 능통했다는 뜻.
그 어떤 벗, 제갈평이 다시 물었다.
“언제까지 비무행을 할 작정인가?”
“…….”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못한 것인지.
십전광 김신은 그 자리에서 무려 칠주야나 그대로 서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칠 일이 지난 후, 그는 무림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제갈평은 한동안 김신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중원에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여생을 무학연구에 몸을 바쳤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그는, 말년에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자신이 아는 한에서,
궁극의 무인은 십전광 김신이었다고.
결국, 노구를 이끌고 그는 새외로 나섰다.
서역에서 동영, 청구, 대막, 남만까지.
가지 않은 곳보다 가본 곳이 월등히 많았지만, 결국 생애의 끝자락까지 김신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저 그가 십병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렸었다는 것 말고는…….
제갈평은 유언에서 십전광을 이렇게 평했다.
― 고금제일인 동광천의 경지가 어떠했는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허나, 십전광 김신이 본인의 길을 끝내 이루었다면 그만은 그에 한 번 겨뤄봄 직하지 않겠는가?
그리곤 이어서 진정한 유언을 남겼다.
― 제갈가의 후인들은 들으라. 본 가주를 대신하여, 그의 후예를 찾아낸다면 꼭 물어봐다오. 그 끝을 보았느냐고. 그리고…….
…..
….
…
..
.
“보았다면 그 끝을 보여달라고.”
제갈총의 눈이, 저쪽 후원 출입구 쪽으로 사라지는 단유성의 등에 가서 꽂혔다.
제갈평 사후 십전광의 후예를 찾는 일은 제갈세가 전체의 사명이 되었다. 그러한데, 그 후예가 이렇게 갑작스레 나타나다니.
“흠. 유성이 저 아이가 백만장서관 10층에서 찾은 게 십전광의 진전이었다니. 놀랍도다. 실로 놀랍도다.”
“이 또한 강호의 홍복인 게지요.”
그리고 어쩌면 제갈평 선조의 유언을 드디어 이룩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요.
“하오나, 행과 불행은 언제나 같이 다니니, 이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가만히 단유성의 등을 바라보던 제갈총이 나직이 말한다.
“최근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각 1명씩, 사도제일련에 1명이 나타났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기정사실이라…….
천기자가 눈썹을 추어올렸다.
“오대세가 쪽은 남궁금인 게 확실하고?”
제갈총은 거의 사라져가는 단유성의 뒷모습을 더욱 주시하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저 아이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군요.”
“저 아이의 말?”
“언젠가 저 아이가 그랬다고 하셨지요.”
“뭐가 말이더냐?”
“중원멸망 말입니다.”
“……!”
“이대로라면 실제로 강호의 멸망이 코앞에 다가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제 대에서 정파무림의 역사가 끝이 날 수도 있겠지요.”
“통중사에서 이르는 예언을 말하는 것이더냐?”
제갈총은 학익선을 접으며 가만히 품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 , 사마염가(司馬廉可) 저(著)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통중사는 예언서가 아닌 사서(史書)입니다.”
“그게 사서든 뭐든, 오마지체에 대한 글문은 예언이 아니더냐?”
“통계는 예언이 아닙니다. 관주님.”
대답 대신 가장 뒤쪽에 적힌 무언가를 펼치는 제갈총.
오마지체가 1명이 나타났을 때, 2명이 나타났을 때, 3명이 나타났을 때, 4명이 나타났을 때, 그리고…….
5명이 나타났을 경우.
사마염가는 그 경우의 수에 대해 빼곡히 분석해놓았다.
“그게 아무리 언어도단으로 보이고, 상리에 맞지 않는 것 같아도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
“그건 사실이며 진실이자, 실현가능성이 높은 섭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런고로, 현재 최소 3명의 오마지체가 확인된 현 상태에서 마지막 두 명만 더 강호에 등장하면…….”
“…….”
“중원은 멸망합니다. 높은 확률로.”
“…….”
“어쩌면 확실하게 말이지요.”
1) 휘이잉-.
2) 삭풍이 불어와 천기자의 백염과 백미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3) “그런가?”
4) 그가 정신을 잃은 장기후를 내려다보며 백염백미를 곱게 쓸어내렸다.
5) “이 아이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셈이로구나.”
6) 비록 이곳에 있는 아이는 장기후뿐이었지만, 그는 분명 ‘들’이라 표현했다.
7) “이제 그 아이를 데려와야 할 것 같구나.”
8) “아, 이제 그 아이를 제자로 삼으실 생각이 드신 것인지요?”
9) “그래야겠지.”
10) “…….”
11) “이 늙은이가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그 아이의 천재성을 이미 확인하기도 했고.”
12) ‘들’.
13) 그 안에는 단유성이 있음은 분명했다.
14) 그리고 일전 상해성검후를 따라간 천소소도. 여기 누워있는 장기후도.
15) 그리고…….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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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8) “이제 오십니다?”
19) 기숙관에 돌아오니 늘 그렇듯 알라봉대가 반겨준다.
20) 그리고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또 말한다.
21) “좋겠습니다?”
22) “뭐가?”
23) 대답 없이 알라봉대가 내 침상 쪽을 부럽게 흘깃 본다.
24) 그쪽을 바라보니, 뭔가 분홍분홍한 종이쪽지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25) “저것들은 다 뭐다냐?”
26) “……님들입니다.”
27) “님들? 그게 뭐, 아! 그거. 크.”
28) 그래, 이놈에겐 님은 여자고 님들이면 여인네들이지. 크크.
29) 이번 백만장서관 사건으로 내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특히, 여자관생들에게 말이다.
30) “너놈 약속 아직 안 지켰습니다. 고자입니다.”
31) “새꺄, 좀만 기다려. 한 명 해줄게. 해주면 되잖아?”
32) “정말입니다?”
33) “그래그래. 당장 내일이라도 저 중에 한 명 섭외해주마.”
34) “넵입니다!”
35) 그게 뭐가 그리 좋은지 알라봉대는 당장 내 침상 위에 널브러진 종이 쪼가리들을 싹 쓸어 자기 침상으로 들고 가 하나씩 살펴본다.
36) “뭐하냐?”
37) “글씨는 마음씨입니다.”
38) 새끼 순진하기는.
39) “신똥, 마음씨 예쁘다고 얼굴씨가 맵씨있는 건 아니다.”
40) “마음씨 예쁘면 그냥 아씨입니다. 나님은 그거면 얼씨구나 색씨 삼으렵니다.”
41) “그러냐? 그럼 차근차근 열씨미 골라보씨오.”
42) 풀썩, 나는 2층 침상에 올라 비환 등을 모두 풀어 침상 끄트머리에 던졌다.
부스럭부스럭, 알라봉대가 편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헤헤 거리는 것만 빼면 고요한, 인관 9층 임방.
나는 깍지 낀 손을 머리맡에 두고는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백만장서관이 사라진 것만 제외하면 처음 온 그날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무림대학관의 야경.
그 밤풍경 위로 아까 벌였던 장기후와의 싸움이 겹쳐졌다.
복기가 끝난 후의 내 감상은…….
‘솔직히…… 졌다. 이건 진 거다.’
싸움에 만약이란 가정을 하는 게 우스운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처음부터 방패가 나무가 아니었다면?
면밀히 따져볼 필요도 없었다.
분명 아까 위쪽에서 내리깔렸을 때 이미 피떡이 됐으리라.
‘젠장.’
유성아, 단유성아. 너 임마, 아직 멀었어.
그래도 백만장서관에서 얻었던 여러 가지 기연들 상당수를 시험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한 대련이었다.
게다가…….
정말 우습게도 기후 녀석도 나 때문에 또 한 꺼풀 벗었다.
그래 이것 또한 좋다고 해야겠지.
녀석이 한 발짝 나아가면 그 덕분에 나도 진일보할 수 있을 테니.
한밤중임에도 순찰하는 무사들 말고도, 많은 관생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같이 연말평가를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들.
저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 시작이다!’하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그때 세운 목표가 무림대학관 수석졸업이었고, 여전히 그 목표가 일차적 목표다.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된 부수적인 목표가, 병신오적들의 기연사냥.
그 가운데 두 번째 기연, 백만장서관에서 양의심공 얻기는,
‘성공했다. 그럼 이제 다음으로 나아갈 차례다.’
그러기 전에 확인할 게 있었다.
43)
[연계임무 : 새외사귀의 후예 – 십병귀 편]
십전(十全)을 완성하시오(병기류 숙련도 모두 Max 완성). 제한시간 : 10년
성공시 보상 : 칭호 [만병지왕(萬兵之王)] 획득
실패시 불이익 : 임무 삭제 및 한 달(30일)간 행동력 0
44)
45) 아까 얻은 10년짜리 장기 임무다.
46) 십병귀이자 십전광의 연계임무.
47) 나는 잠시 그 [임무]창을 보다가 품에서 를 꺼냈다.
48) 책을 가만히 쓰다듬다가 문득 알라봉대를 불렀다.
49) “신똥.”
50) “왜 그러십니다?”
51) “너한테 항상 답이 있댔지?”
52) “넵입니다. 여남관계만 아니면 뭐든 다 있습니다.”
53) 그러고는 잠시 편지들을 치우고 내 쪽을 바라다본다.
54) 곧 늘 그렇듯 내 질문을 지레짐작하고 답변을 한다.
55) “그 책은…….”
56) 잠시 말을 끊고 뜸을 들이던 알라봉대가 다시 한 번 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공이 얼마나 되십니다?”
보통은 그런 걸 묻는 건 크나큰 실례에 해당되었지만, 알라봉대에겐 그런 개념이란 게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10년쯤? 그건 왜 물어보는데?”
알라봉대가 잠시 한숨을 쉬다가 말했다.
“그럼 너놈에게 그 책은 빈 종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빈 종이가 아닌 건데?”
“종이 재질이 식법지(式法紙)입니다.”
“식법지?”
“진식이나 진법이 그려진 종이입니다. 그중에서도 그건 공력지(功力紙)입니다.”
“공력지는 또 뭔데?”
“글자 그대로 내공으로 글자를 쓴 것입니다.”
“내공으로 글자를 써?”
“글을 쓴 자와 최소한 같은 만큼의 공력을 주입해야 글자가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진짜 그런 종이가 있냐?”
“넵입니다.”
이놈 진짜 뭐냐? 백만장서관의 사서들이 대대로 보면서도 몰랐던 걸 단번에 알아채네?
“넌 그런 걸 어찌 아냐?”
알라봉대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님 신똥입니다. 몇 번을 말했습니다.”
57) “……그래, 너 잘났다 임마.”
“네, 나님이 좀 잘났습니다. 헤헤.”
“하여간 겸손과는 담쌓은 녀석이로구만.”
“겸손한 척할 바엔 겸손하지 않은 게 아름답습니다.”
58) ……말이나 못하면, 이쁘기라도 하지.
59) 뭐, 아무튼 이놈의 지레질문이 이번엔 빗나갔다. 저래서 전에 이걸 보고 그냥 잘 봤다고 하면서 말을 얼버무렸구만. 어차피 내가 읽을 수 없는 책이었으니까.
60) 아마도 내가 곧 포기할 거라 여긴 모양이다.
61) 귀엽다 귀여워. 의외의 마음씀도 엿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62) ‘하지만 이번엔 틀렸어, 임마.’
63) 저놈이 보기엔 이걸 어떻게 하면 읽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나는 이미 이 공력지를 다 읽었거든.
더 질문이 없으리라 지레짐작하고 다시 편지를 보려는 알라봉대를 보며 내가 씩 웃었다.
“뭐하냐?”
“다시 님을 찾습니다.”
“그건 좀 있다 찾고, 질문받아라.”
“잘 못 들었습니다?”
“질문 있다고 임마.”
살짝 당황한 표정의 알라봉대.
역시 귀엽다 귀여워. 천재 특유의 예상이 빗나갔을 때의 모습 그대로라 더 귀여웠다.
“목록 하나만 만들어주라.”
“……혹시 연말평가 족보입니다? 나님은 그런 게 필요가 없어서…….”
씩, 역시 이놈이 독심술을 하는 건 아니었어. 그냥 좀, 어쩌면 좀 많이 똑똑한 것뿐.
“그런 거 아냐, 임마.”
저 녀석하고 이유는 다르지만, 나 또한 연말평가 족보 따윈 필요 없었다.
“……어떤 목록입니다?”
“만병(萬兵).”
“모든 무기 목록 말입니다?”
“아니, 무기하고 방어구 포함해서 전부 다. 됐냐?”
“질문됐습니다. 그런데 아직 안 된 게 있습니다.”
“뭐가 안 돼?”
“안 됐습니다.”
“그러니까 뭐가?”
알라봉대가 지편을 보며,
“저건 저번 고자건입니다. 아직 이번 건 안 됐습니다.”
……진짜 졌다 졌어.
휙, 나는 품에서 빨간 책 한 권을 꺼내 던졌다.
헤죽, 그걸 받아 한참 살펴보던 알라봉대가 한편으로 음흉하게, 또 한편으론 기쁘게 이를 드러냈다.
“됐냐?”
“됐습니…… 아닙니다.”
“뭐가 아냐?”
“번역본 없습니다?”
“공부해, 새꺄.”
“…….”
그런데…….
● ● ●
다음날, 나는 알라봉대가 남긴 세 장의 지편과 금창약을 들고 멀뚱히 앉아 있었다.
한 장은 글씨가 예쁜 여인의 편지.
한 장은 만병목록.
나머지 한 장은,
녀석이 금봉남 영감의 제자가 되어 와룡상호각으로 가게 되었다는 전언이 적힌 종이였다.
“쳇, 다들 훌륭한 스승 한 분씩 모시고 떠나는구만.”
뭐, 좋다 좋아.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천기자, 무림맹주, 상해성검후의 제자.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다.
하지만 뭐, 내게는 이미 이 중원의 어느 누구보다도 훌륭한 스승이 있잖아?
내 눈이 반투명한 [잔여 임무] 목록을 훑었다.
[임무]
[천마를 죽이시오(제한시간 : 30년).]
[성공시 보상 : 성공 후 결정]
[실패시 불이익 : 중원 멸망]
[임무]
용초랑을 다시 한 번 꺾으시오. 제한시간 : 1년
성공시 보상 : [창고(Inventory)] 수납공간 확장 / [전직(Class) 임무] 획득
실패시 불이익 : 냉기 이상 30주야(30일)
[연계임무 : 새외사귀의 유산]
새외사귀의 두 번째 유산을 찾으시오. 제한시간 : 1년
성공시 보상 : 무공 [염공(炎功)] 획득
실패시 불이익 : 화기 이상 30주야(30일)
[연계임무 : 새외사귀의 후예 – 십병귀 편]
십전(十全)을 완성하시오(병기류 숙련도 모두 Max 완성). 제한시간 : 10년
성공시 보상 : 칭호 [만병지왕(萬兵之王)] 획득
실패시 불이익 : 임무 삭제 및 한 달(30일)간 행동력 0
이 [임무]들이 스승이자 한편으론, 삶의 길을 제시해준다.
잠시 그걸 보던 나는 이내 목록을 닫았다.
그 뒤, 이번엔 [창고]를 열었다.
그리곤,
― 이 님은 나님이 찜했습니다. 더러운 생각 마십니다.
라고 적힌 편지 한 통과 만병목록을 갈무리했다.
역시 알라봉대답게 꼼꼼하게 적어놨다.
피식.
“고맙다, 새꺄. 그래도 내 덕분에 혼자 있어도 외롭진 않겠네?”
동영본보다는 서역본이 백 배는 화끈하거든.
마지막으로 나는 [창고]를 다시 닫기 전에 [장보도 생성기]를 꺼냈다.
[장보도(藏寶圖) 생성기]
장보도를 생성하는 구슬.
이 구슬을 깨트리면 임의의 장보도(보물지도) 한 가지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인관 9층 임방에는 나 혼자만이 오롯이 남아 있다.
마음 놓고 이걸 던질 수 있게 된 거지.
새로운 시작은 이 장보도로 하자.
나는 잠시 구슬을 만지작거리다가, 구슬에 바람을 훅 한 번 불어넣고는 그대로 방바닥에 던졌다.
챙강!
마치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산산조각 나는 구슬.
우우우우웅!
기묘한 음향과 함께 방이 신비스러운 안개로 가득 찼다.
빨주노초파남보, 갖가지 색깔로 시시각각 변하는 무지갯빛 연기.
곧 연기는 투명한 아지랑이로 변했고, 이내 구슬이 깨진 곳으로 수축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지랑이마저도 완전히 사라졌고, 모습을 드러낸 한 장짜리 양피지.
씨익-.
자,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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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곤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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