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26
나 혼자 무한 보급! 126화
“작전이라고 하지만 어렵게들 생각 할 거 없습니다.”
플레이어들과 무림인들이 뒤섞인 공터 한복판.
손에 든 돌멩이로 그림을 그려가며 민수가 브리핑을 시작했다.
“여러분이 할 일은 하나뿐입니다. 신호 떨어지면, 달려들어서, 갑옷 입 은 놈들 다 쳐죽이는 거죠. 이해했 습니까?”
“네!”
“좋습니다. 작전 지역 내에 통로 출입구는 총 세 군데 존재합니다. 우리 병력 전체는 이 출입구를 통해 서 일시에 투입됩니다.”
동그란 원 안에 그려지는 세 개의 원.
날카로운 돌멩이 끝이 그 앞에 화 살표 세 개를 그렸다.
“신호는 이쪽에서 보낼 테니 그때 까진 철저하게 몸을 숨겨주십시오. 그리고 작전에 앞서서 저를 포함한 특작조가 먼저 전장으로 투입될 겁 니다.”
“특작조?”
“길 닦아놓는 역할이죠. 수는 적지 만 최대한 정예화시킬 생각입니다.”
고개를 든 민수가 몇몇 플레이어들 과 시선을 맞췄다.
“저, 나브, 엘레나, 환일 아저씨, 영은 아주머니, 태준이 형. 이 6명 이 특작조로 움직입니다.”
“은비도 데려가야 하지 않아? 특작 조면 분명 위험할 텐데, 강력한 전 력은 한 명이라도 많을수록 좋잖 아.”
“어차피 전력 태반은 지상에 전개 될 겁니다. 위험하기로는 후공 쪽이 더해요. 총공세에 들어섰을 때 최대 한의 파괴력을 발휘해서 적의 예봉 을 꺾어야 합니다.”
“잠깐. 지상에 전개된다는 건……
거기서 잠시 말을 머뭇거린 환일이 씩 웃었다.
척 하면 착이라고, 이쯤 되니 민수 의 생각을 대충 알 것 같았다.
“……그 아가씨를 안에 잠입시킨 게 이거 때문이었던 거로군.”
“뭐,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요. 아무 튼 그런데, 이러고도 지상 전투는 좀 많이 힘들 겁니다.” “그 황자랑 황녀 때문에?” “그렇죠. 정확히는 둘이 입고 있는 마도기갑, 임페리움이 문제입니다.”
이 자리에서 임페리움에 잠시라도 맞서 싸워본 건 자신이 전무.
그리고 그 경험에 의하면, 임페리 움은 결코 정면으로 부딪쳐선 안 되 는 물건이다.
“진짜 말도 안 되게 강해요. 칼질 한 번으로 크레이터를 만들어버리는 놈이니까요. 그냥 황금으로 만든 2m짜리 요새가 걸어 다닌다고 생각 하시면 됩니다.”
“본좌의 검으로도 무리겠는가?”
“……어르신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 만, 힘들 겁니다.”
“허허어.”
기막힌 얼굴로 갈중혁이 혀를 찼 다.
이야기만 들어서는 도통 믿을 수 없는 설명.
하지만 유일한 목격자가 그렇다고 하니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약점이 있다면, 황금으로 떡칠해놔서 어디 있건 눈에 잘 띈다 는 거죠. 금색으로 번쩍거리는 놈이 있거든 일단 뭐든 냅다 쏟아부으십 시오.”
“오케이. 다음은?”
“병운 씨. 통로 세 개 중 한 개는 병운 씨한테 맡기겠습니다.”
“네, 넵?!”
착잡한 얼굴로 뻑뻑 담배를 피우던 병운이 벌떡 일어났다.
캘룩캘룩 기침까지 하는 그의 얼굴 에 경악이 서렸다.
“혀,형님? 혹시 잘못 말씀하신 거 아닌가요?”
“아뇨. 제대로 말했습니다. 병운 씨 는 세 개 통로 중 저와 가장 가까 이 있는 곳으로 플레이어들을 지휘 해서 진입하십시오.”
“하, 하지만 뭐냐, 재열 아저씨도 있는데……
“아뇨. 병운 씨 일행이 최적입니다. 제 부름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으니까요.”
정확히는 병운뿐만이 아닌, 그의 일행 전체를 본 것이다.
김병운. 이수찬. 서태환.
현재 광명시 플레이어 중 그 단결 력으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3인방 이다.
당연하지만 셋이 뭉쳤을 때 발휘할 수 있는 전투력 또한 최고 수준.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서 이 셋을 특별하게 키워왔고.
이제 그 밥값을 할 자리를 만들어 줄 차례다.
“뭐, 그리고 재열 아저씨를 배려하 는 것도 있습니다. 요즘 좀 힘에 부 치시는 것 같아서.”
“아이고, 말도 마라. 나도 나이를 먹었나, 갈수록 뼈가 삭는 것 같아.”
“거, 류 선생. 그러니까 내 진작 운동 좀 하라 그러지 않았나?”
“스킬빨로 도핑해서 몸 만들어놓고 하실 말씀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선생님.”
“허 허허.”
악의 없는 대꾸에 껄껄 웃는 환일.
두 남자의 농담에 진지했던 분위기 가 다소 풀어졌다.
비로소 입가에서 미소를 되돌리는 주변의 면면들.
돌멩이를 내던지며 일어난 민수가 손뼉을 짝 쳤다.
“자! 아무튼, 이렇게 됐군요. 현장 에서의 행동 요령 및 기타 자세한 작전 진행 상황은 내일 전파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드디 어 우리의 숙원을 풀러 가는 겁니 다. 다들 잘 해낼 거라 믿습니다. 그럼 해산!”
그렇게 박수와 함께 떨어진 해산 선언.
주변에 몰려 있던 플레이어들과 무 림인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굳은 표정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들.
절로 의지가 차오른 은비가 들고 있던 칼집을 꽉 쥐자, 문득 그녀의 시선이 저 멀리 있던 노구를 향했 다.
“A 소닌?”
“……은비야.”
민수조차 자리를 비운 회의장.
바닥에 남겨진 그림을 내려다보며 갈중혁이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 었다.
벅찬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와중에 도 슬퍼 보이는 얼굴.
대체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은비가 고개를 갸웃하자.
비로소 표정을 바로 한 그가 제자 를 돌아봤다.
“……본좌는 그저, 그저 이 광경을 보고 싶었다.”
“스승님……
“온 무림이 과거의 은원을 청산하 고, 일치단결하여 중원을 뒤덮은 저 거악을 쓰러뜨리는 광경을 보고 싶 었다. 이것이 한낱 환상에 불과하다 는 걸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지금껏 저 밑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꿈꾸던 순간이 눈 앞에 다가왔다.
비록 환상이라 한들, 무림이 단결 하여 하나가 된 그 순간을.
이제 이걸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루었다.
다 늙은 몸으로 무슨 욕심을 부리 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딱 하나 더 바라 는 게 있다면.
“……본좌 또한 어쩔 수 없는 무인 이구나.”
“무슨……?”
“그리 추하게 바닥을 기며 살아왔 으면서도, 결국 마지막만큼은 근사 하길 바라는…… 스스로가 쌓아온 혈채를 외면하면서까지 협의 영광에 서 자유롭지 못한……
그런 못난 스승이 이런 훌륭한 제 자를 낳았다.
플레이어 서은비. 마교 무학의 정 수를 물려받은 제자.
이제 그녀가 있으니, 이 늙은 몸을 채찍질할 필요도 없겠지.
“살아서는 무림에 폐를 끼치고, 죽 어서도 제자에게 폐를 끼칠…… 본 좌는 참으로, 참으로 못난 스승이 야.”
“무슨……?”
메마르게 갈라져 끅끅대는 웃음소 리.
어째서일까, 그 웃음의 의미를 물 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화, 황녀 전하! 기침하셨습니까?”
“일어나 있느니라. 왜 그리 호들갑 이냐?”
“지금 즉시 확인하실 것이 있습니 다!”
꼭두새벽부터 호들갑을 떨며 달려 온 근위기사.
그 다급한 목소리를 듣기 무섭게 가장 먼저 아나스타샤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탄식이었다.
‘결국, 미하일 놈이 무거운 엉덩이 를 떼었나. 하여튼 간에 피는 못 속 이는군.’
어차피 이대로 가면 공멸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슬슬 어느 한쪽이 승부수를 띄워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단지 어느 쪽이 먼저 칼을 드느냐 의 문제였을 뿐.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다.
정 안 되면 자기가 먼저 나설 생 각이었으니 별달리 대수롭지는 않았 다.
“어•…”
그래, 대수롭지 않았다.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전까 지.
천공성의 끝자락에 선 아나스타샤 가 황당한 눈으로 기사들을 돌아봤 다.
“……내가 지금 뭘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송구하옵니다. 전하.”
“마음에도 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설명을 해라. 왜 미하일의 천공성이 여기 있는 거지?” 구우우우우우우우우웅 !
아나스타샤의 황당한 물음에 대답 하듯.
다가오던 미하일의 천공성으로부터 굉음이 터져 나왔다.
현재 양자 간의 거리는 약 2km.
탑재된 함포의 사거리를 감안하면 사실상 코앞이나 마찬가지다.
천공성을 노려보던 아나스타샤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 다.
‘미하일 놈, 설마 돌아버린 것인가? 승부수에 천공성을 동원하다니.’ 일단 함포도 달려 있고 충분히 강 한 병기지만, 어쨌든 천공성이라는 건 교전을 위해 존재하는 무기가 아 니다.
병력을 수용하고 전선을 지휘하는 일종의 사령부 막사 같은 위치.
교전을 벌일 일도 없고, 벌여서도 안 된다.
사령부 막사를 떼어다가 최전선에 세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격침당 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끝이다. 격침 당한 쪽도, 격침한 쪽도 황제 폐하 께서 가만두실 리 없다.’ 황족 둘이 오지에서 싸우고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위험하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선을 한참 넘었 다.
그리고 아무리 우둔한 미하일이라 한들 그런 것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여기 천공성을 끌고 나타 난 데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봐 야•…”.
“누님! 계십니까?!”
그때, 호랑이도 제말하면 나타난다 고 미하일의 외침이 들려왔다.
마법으로 증폭되어 온 땅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고함.
하나둘씩 천공성에서 줄발한 병력 이 지상에 전개되는 가운데.
황금의 마도기갑을 걸친 미하일이 그 선두에서 언성을 높였다.
“아우 미하일이 왔습니다! 앞으로 제국의 치세를 감당하겠다고 하시는 분께서 이리 게으르시다면 참 제국 의 신민들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미하일……!”
빠득, 이를 간 아나스타샤가 옆에 있던 마법사에게 손짓했다.
즉시 고개 숙인 마법사가 손을 맞 잡은 채 뭐라 중얼거리고 잠시 후. 어마어마하게 커진 목소리로 아나 스타샤가 미하일을 향해 외쳤다.
“한 달 동안 쥐새끼처럼 도망치면 서 참회라도 한 모양이구나! 그래, 이제 네 죄를 깨닫고 네 누이에게 죽어줄 마음이 든 것이냐?”
“거, 적반하장이시군! 난 누님께 별 마음 없습니다! 서로서로 못 할 짓 해놓고 왜 누님만 이리 옹졸하게 구시는지, 이 아우는 참으로 모르겠 소!”
“뻔뻔함만큼은 제국을 품을 재목이 로구나! 감히 내 사람을 해해놓고 그냥 넘어갈 생각이렷다?”
“그 보급 능력자 건을 아직도 품고 있으셨습니까? 죽을 놈이 죽은 것뿐 입니다! 스스로의 무능을 아우에게 물을 생각이십니까?”
검을 짚은 채 천공성을 올려다보던 미하일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뭐, 우리 둘 다 팔자가 고 약하긴 한 것 같습니다! 한 달 동안 서로 전력만 야금야금 까먹고 있으 니. 황제 폐하께서 아신다면 경을 치르실 겁니다.”
“네놈만 여기서 뒈져버리면 다 끝 날 일이다. 네놈은 한심하게 무림 반란군들에게 걸려 죽었고, 난 아우 의 복수를 했다고 보고하면 그만이 니.” “거, 살벌하시기는. 아우의 말을 들 어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것이오.”
“ 뭐야?”
“누님. 우리끼리 끝냅시다.”
채앵!
미하일의 투명한 칼날이 천공성을 겨눴다.
칼끝이 향하는 곳은 천공성의 선 두
까마득한 아나스타샤의 그림자를 노려보며 미하일이 말을 이었다.
“뒤에 앉아서 기사들과 병사들만 사지로 내몰고 있어 봐야 뭐가 해결 되겠습니까? 어차피 나나 누님이나 여기서 그냥 물러설 생각은 없는 데.”
“임페리움을 입고 나오십시오. 일 대일로 결투를 벌여서, 우리 선에서 이 난장판을 정리합시다.”
웅성웅성!
뜻밖의 제안에 병사들 사이에서 수 군거림이 커졌다.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침묵을 지키 는 기사들과 마법사들.
그들의 앞에서 미하일이 다시금 의 기양양하게 외쳤다.
“어차피 협상의 여지는 없지 않습 니까? 이렇게까지 꼬인 이상 둘 다 살아서는 갈 수 없을 터인데.”
“••••••하!”
“황족 이전에 제국의 마도기사로 서, 명예로운 일대일 결투를 제안하 는 바입니다. 왜요? 혹시 아우의 패 기에 겁이라도 나신 겁니까?”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잠자코 듣던 아나스타샤의 입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천공성까지 끌고 왔다고 해서 잔뜩 긴장했더니.
미하일은 자기 생각 이상으로 우둔 하고 화끈한 방법을 제안해 왔다.
“하하하하하! 한 달 동안 병사들만 까먹더니 기어코 네놈이 돌아버린 모양이구나! 뭐 겁이 나? 감히 누구 앞에서 그딴 망발을 지껄이는 것이 냐!”
“역시 누님이십니다! 그리 말씀하 실 줄 알았습니다!”
“잘됐다. 안 그래도 나 또한 좀이 쑤셔서 못 견뎠거든. 저승에서도 그 딴 헛소리를 지껄이지 못하도록, 내 친히 그 경박한 주둥아리를 짓이겨 주겠다!”
와아아아아!
아나스타샤의 대답에 병사들 사이 에서 일제히 환성이 터져 나왔다.
싸움에 나서는 황족이라면 당연히 임페리움을 입고 나설 터.
전장의 신이라 불리는 마도기갑, 임 페리움.
이 지루했던 전쟁이 두 신의 2차 전으로 끝나는 것이다.
“시간은 30분 주지! 가서 목욕이라 도 하고 오너라. 네놈 목덜미의 추 한 기름때를 내 칼에 묻힐 생각을 하니 역겨워서 못 견디겠군!”
“여전히 말씀 한번 잘 하십니다. 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 지만.”
“그 자신감, 언제까지 갈지 두고 보겠다. 기다리도록!”
매섭게 대꾸하기 무섭게 음성 증폭 마법이 풀렸다.
깊이 고개 숙이는 마법사에게 손짓 한 아나스타샤가 서늘한 눈을 한 채 중얼거렸다.
“……역시. 천공성을 끌고 온 게 그거 때문이었군?”
“ 전하?”
“속에는 구렁이를 수백 마리나 품 고 있는 주제에 감히 명예를 입에 담았겠다?”
명예라니.
지금 이 자리에서 그보다 의미 없 는 게 있단 말인가.
이미 명예를 따질 시점은 지나도 한참 전에 지났다.
이 땅은 이제 두 황족의 목숨을 건 혈투장이 되었고.
둘 중 한 명의 목이 떨어지지 않 으면 이 혈투는 끝나지 않는다.
‘감히 내게 얕은꾀를 부리려 하다니.’ 날 너무 우습게 본 모양이군.
좋다, 그럼 보여주지.
명예를 내버렸을 때 네 누님이 어 떻게 나올 수 있는지.
“근위 기사들을 준비시켜라.”
“ 전하?”
“그놈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보일 것 같다. 힘든 싸움이 될 터이 니 무장을 단단히 하고 내 근처에서 대기시켜라.”
차분한 어조와는 다른 잔혹한 미소.
아나스타샤의 입가가 피비린내 나 는 곡선을 그렸다.
“같잖은 꾀를 생각한 것 같으니,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똑똑히 알아 두거라, 동생아.
이 누님은 네놈 따위가 맘대로 어 쩔 수 없는 존재라는 걸.
한편 그 시각. 미하일의 천공성 안.
“모르비아 경. 황녀가 결투 제안에 응했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고개를 끄덕인 기사, 모르비아가 들고 있던 철퇴를 굳게 쥐었다.
천공성 내부 공터에 자리를 잡은 12명의 마도기사.
이 ‘작전’을 위해 준비된, 근위기사 들을 제외한 최정예 병력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모르비아 눈에 답 답함이 서렸다.
‘이딴 게 작전이라고? 뒷골목 시정 잡배나 할 짓을?’
‘작전’에 필요한 수단은 천공성.
정확히는 천공성에 장비된 마도 견 인장치 다.
천공성의 병력을 지상으로 배치하 고 회수하는 견인장치.
황녀가 나오는 즉시 이 견인장치를 가동해서 천공성 안으로 끌어들인 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즉시 황녀를 때려죽인다.
‘이딴 걸 작전이라고 내놓다니. 제 국 마도기사의 명예와 긍지는 어디 로 간 것인가?’
물론 효율적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구심점인 황녀가 죽는다면 그 순간 전쟁은 이쪽의 승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어찌 효율로만 돌아간단 말인가?
기사로서 지켜야 하는 도리와 선이 있는 법이다.
계략을 써서 황족을 꾀어내 패 죽 인다니.
이게 명색이 기사란 자들이 할 짓 이란 말인가?
“……자네가 토인이라는 사실을 좀 새삼스럽게 깨닫게 하는군.”
“그렇습니까?”
“이딴 비겁하고 더러운 방식을 태 연하게 내뱉을 줄은 몰랐다. 제국에 일말의 충성심이라도 있다면, 이 작 전이 끝나는 즉시 작위를 반납하 게.”
“황자 전하께서 바라신다면 그리 할 생각입니다.”
“이 년이……
태연한 예진의 대꾸에 모르비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온몸으로 불쾌함을 표출하는 그 기 색에 예진의 입가에 헛웃음이 걸렸 다.
‘하긴 어련하시겠어.’
생각해 보면 진즉에 한 번쯤 생각 해 봤을 간단하고 효율적인 작전. 하지만 설령 생각했다고 해도 그걸 입 밖으로 뱉을 수는 없었을 것이 다.
그도 그럴 게, 기사님들 아니신가.
비겁한 방법은 절대로 쓸 수 없다 고 버티시는 기사님.
물론 지금껏 그들이 지상에서 해온 일은 과연 정의로울지 고민해봐야 할 테지만.
“아무튼, 준비하게.”
짧은 지시와 함께 투구의 면갑을 내리는 모르비아.
철퇴를 치켜들고 천천히 살기를 끌 어올리는 기사들.
그들 사이에 섞여 예진 또한 철퇴 를 들어 올렸다.
투구의 면갑을 철컥 내리는 그녀의 눈에 긴장이 차올랐다.
‘앞으로 한 번.’
앞으로 남은 마지막 한 수.
이 한 수로, 이번 시나리오는 끝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