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25
나 혼자 무한 보급! 125화
민수 일행이 지하로 향한 지 어언 한 달.
이제 더 이상 지상에서 이성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하아아아압!”
비틀대던 마장기의 뒤통수에 철퇴 가 파고들었다.
우그러진 철판 사이로 비어져 나오 는 기름과 부품.
뇌진탕 당한 사람처럼 비틀대던 마 장기가 결국 앞으로 풀썩 고꾸라졌 다.
“후우!”
쿠르르르릉!
굉음과 함께 자빠지는 마장기의 뒤 통수에서 흑철색 갑옷이 뛰어내렸 다.
피와 기름을 뒤집어쓴 채 거친 숨 을 헐떡이는 갑옷.
이윽고 투구를 벗어들자 그 안에서 해쓱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후우……
“도예진 경.”
바닥에 늘어진 시체를 걷어차 치우 며 마도기사가 달려왔다.
가까스로 가쁜 숨을 가다듬은 예진 이 힘겹게 웃었다.
“아닙니다. 크로마일 경이야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도갑주의 상태는 어떻지?”
“만전입니다. 피나 오물 정도만 닦 아내면……
“그거면 됐네.”
짧게 대답한 기사, 크로마일이 그 런 예진을 지나쳤다.
스쳐 지나가는데도 칼바람이 불 것 같은 냉랭한 태도.
예진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고생한 보람이 없네. 수고했다는 말 한 번 해주는 게 그렇게 힘든 가?’
물론 저들의 생각이야 짐작 못 할 것도 없다.
일개 토인이 황자의 독단으로 마도 기사가 된 것으로도 모자라.
이젠 전장에서 전공까지 뺏고 있으 니 영 못마땅하겠지.
이 판국이 되도록 저리들 정이 없 으니 참 한결같기도 하다.
물론 예진 입장에선 차라리 그런 냉랭한 태도가 더 반가웠다.
‘쓸데없이 정들어서 일을 그르칠 것도 없고. 괜히 나중 가서 머뭇거 릴 리도 없겠고.’
그리 생각하니 이런 왕따 처지도 썩 나쁘지는 않다.
애초에 황자 이름을 등에 업고 있 으니 누가 시비를 걸지도 않고.
위험천만한 3중 스파이 노릇을 하 기엔 오히려 더 편한 환경이다.
가볍게 웃은 예진이 철퇴를 짚은 채 주변을 둘러봤다.
‘오늘도 꽤 험하게들 싸웠네. 일단 잘은 풀려가고 있는 것 같은데.’
방금 전투로 전사한 적병은 약 20 명.
마도기사가 3명. 중급 마장기 2대. 고급 마장기 1대 손실.
특히 고급 마장기가 중요하다.
자신이 계산한 바에 의하면, 여기 투입된 놈이 아마 황녀가 보유한 마 지막 고급 마장기.
즉, 이제 더 이상 황녀 측에 고급 마장기는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미끼지만.’ 황자 측의 작전 정보 일부를 비밀 리에 황녀 측으로 넘겼다.
아마 지금쯤 황녀군 또한 황자군의 마지막 고급 마장기를 파괴하고 있 을 것이다.
즉, 이제 더 이상 이 땅에 고급 마 장기는 없다.
위험천만한 3중 스파이짓으로 얻은 고무적인 성과.
하지만 그럼에도 예진은 차마 마음 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
‘민수 씨가 예상 이상으로 조용해. 물자를 제때 보내주는 걸 보면 큰일 생긴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달은 너무 긴 것 같다.
대체 밑에서 뭘 하고 있기에 한 달씩이나 걸린단 말인가?
이렇게 준비가 길어지니 오히려 의 심이 커져만 갔다.
이 발밑의 지하통로만 보더라도 심 상치 않은데.
지금 민수는 무엇을 생각하며, 무 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의심하지 말자.’
살짝 약한 마음이 들려던 걸 얼른 밟아서 눌러 넣었다.
인제 와서 의심해본들, 어차피 상 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서 양측의 전력을 최대한 소모시키는 것.
어떻게든 민수의 작전이 수월하게 풀릴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전력 으……
[김민수(보급관) : 안녕? 예진 씨.] [김민수(보급관) : 별일 없었죠?] 그때, 호랑이도 제말하면 나온다고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흠칫 놀라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예진.
의아해하는 병사들의 시선을 피하 며 그녀가 가까운 수풀로 숨어들었 다.
[도예진(마도기人D : 민수 씨?] [도예진(마도기人D : 대체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어요?] [김민수(보급관) : 준비할 게 좀 많 아서요.] [김민수(보급관) : 이것도 최대한 당 긴다고 당겨 본 거예요.]눈앞에 연신 떠오르는 메시지창들.
마도기갑의 건틀릿 속 손아귀에 땀 이 차기 시작했다.
이 판국에 민수가 먼저 연락할 이 유라면 단 하나뿐.
무려 한 달을 기다린 끝에, 드디 어……!
[김민수(보급관) : 아무튼 용건 전달 하겠습니다.] [김민수(보급관) : 준비 끝났습니 다.]그토록 기다리던 한 마디가 예진의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김민수(보급관) : 밑밥 좀 깔아주세 요.] [김민수(보급관) : 상세는 전부 예진 씨 믿고 맡기겠습니다.] [김민수(보급관) : 엄청난 싸움이 될 거니까 그렇게 알아두세요.]“벌써 한 달째로군.”
미하일의 천공성 내부에 위치한 회 의실.
좌중에 둘러앉은 마도기사들 사이 에서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 다.
“무슨 수만 대군이 격돌하는 것도 아니고, 천공성 한 대에 수납 가능 한 병력으로만 싸워서 한 달이다. 경들은 이 사태를 어찌 생각하는 가‘?”
“……생각보단 황녀의 저항이 질기 군요.”
미하일의 물음에 옆에 있던 근위기 사가 대답했다.
“저쪽의 보급 능력자가 전사했음에 도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습니다. 마땅한 외부 보급선도 없는데 저러 는 걸 보자면 아마……
“그자가 죽기 전에 보급받은 식량 을 어마어마하게 쌓아놓았겠지. 빌 어먹을. 곱게 죽어주진 않겠다 그거 로구만.”
나직한 투덜거림에 저 멀리 앉아있 던 예진의 얼굴이 움찔 굳었다. 황녀 측의 보급 사정이라면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민수가 잠적하기 전에는 민수를 믿 고서 비축에 태만했고.
지금 자신은 저쪽에 공급되는 보급 량을 임의로 조절하고 있는 상태.
자신이 없다면 황녀 측은 단언컨대 전쟁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뭐, 어차피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어쨌든 나보다 군문에 더 오래 몸담 고 있었던 여자야. 이 정도 상황은 그 여자에게 있어선 위기 축에도 들 지 못할 것이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하지만…… 아무튼 자꾸 이러니 영 재미가 없군. 오늘 우리 측의 마 지막 고급 마장기가 격파당했다고?”
“그렇사옵니다. 목격 증언으로 미 루어 보아 발러 트라칸트의 소행으 로 보입니다.”
“판드온 평원 전투의 영웅인가…… 역시 진작 내 사람으로 만들어뒀어 야 했었는데.”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미하일.
부쩍 예민해진 그의 모습에 다시금 좌중이 숨을 삼켰다.
그야말로 눈알 굴러가는 소리만 들 리는 침묵.
누구 하나 섣불리 말을 꺼낼 엄두 조차 못 내는 가운데.
결국, 참다못한 미하일이 먼저 입 을 열었다.
“이대로라면 안 된다는 건 나보다 경들이 더욱 잘 아리라 믿는다.”
“한 달 동안 이렇다 할 결정적 국 면도 없이 야금야금 병력만 까먹고 있어. 오늘부로 양측의 고급 마장기 는 전부 소실됐고, 누적된 병사들이 나 마법사들, 마도기사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고 있다.”
병력 규모도 동등. 질도 동등. 장 비 수준도 동등.
그나마 차이라고 할 만한 건 보급 능력 정도겠지만.
보급 능력자라는 변수가 튀어나온 시점에서 그 또한 힘을 잃었다.
결국, 비등비등한 양군 간의 도토 리 키 재기가 반복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비록 자존심이 상했다 한들 미하일 또한 엄연히 일군을 이끄는 모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이젠 다른 해결책이 절실해지기 시작했다.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이대로 병 력만 까먹고 있다간 결국 이 천공성 밖에 남지 않게 될 거야.”
“하여 경들에게 의견을 구한다. 경 들이 보기에는 어떠한가? 누군가 이 난국을 타개할 계책을 발휘할 생각 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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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책.
그 단어를 들은 순간, 예진의 눈동 자가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병력만 소모하고 있다간 전멸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위험 을 감수하고 큰 도박수를 띄워서 일 발 역전을 노린다.’
확실히 슬슬 나올 법한 해결 방안 이다.
갈수록 쓸 수 있는 패가 줄어들기 만 하는 상황이니.
이제 뭔가 큰 거 한 방 노려볼 심 리가 작동할 만도 하다.
‘문제는 그걸 무엇으로 하느냐인 데…… 마장기는 이제 거의 남지 않은 상황. 이제 남은 전력은 마도기사와 마법 사들, 한 줌 정도의 병사들이 전부 다.
그리고 이는 아마 황녀군 또한 마 찬가지일 터.
작전을 수행할 절대적 병력 숫자가 줄어든 지금.
굳이 무언가를 해보려고 동원할 만 한 게 있다면…….
“……천공성.”
“전하. 실례 무릅쓰고 한 마디 올 려도 되겠습니까?” 옆에 있던 기사의 기겁한 반문은 나 몰라라 한 채.
얼른 머리를 처박은 예진이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지 금껏 양군의 전력은 비슷하게 심각 한 피해를 입어왔다고 사료됩니다. 전장에 나설 마도기사가 드문 나머 지 신마저도 전장에 나서게 되었습 니다.”
“그렇지. 그 점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한다. 도예진 경.”
“양측이 비슷한 피해를 입은 지금, 전하께서 하명하신 계책을 위해 동 원할 만한 수단조차도 없어진 판국 입니다. 이 판국에서 무언가를 해보 려고 한다면……
순간, 고개를 번쩍 든 예진이 말했 다.
“……이 천공성을 동원해야 합니 다.”
쾅
“도예진 경! 지금 그게 할 말인 가!”
참다못한 기사 한 명이 책상을 내 리치며 노성을 터뜨렸다.
물론 그 생각을 자신들이라고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생각만 하는 것과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데에는 엄청난 차이 가 있다.
“천공성은 제국의 상징이야! 제국 최고의 병기이자 제국의 치세를 상 징하는 물건일세! 그런 걸 겨우 이 런 작전에 써버리자는 건가?!”
“하지만 그 또한 병기입니다. 그리 고 병기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 모될 수 있는 물건입니다. 제가 잘 못 알고 있는 겁니까?”
“하물며 이 천공성은 황자 전하의 거처일세! 지금 황자 전하의 집을 무기로 쓰겠다는 것인가? 아니, 그 런 걸 떠나서! 자네는 도적 잡겠다 고 자기 집에 불을 놓을 수 있겠는 가?!”
“큰 도적을 잡기 위해서라면 얼마 든지 감수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제국을 도적질하려는 유례없는 도적 아니겠습니까?”
“닥쳐라! 이 년이 오냐오냐하니까 기고만장하게……!”
“조용히들 하시게!”
버럭 터진 미하일의 노성이 회의실 을 쩌렁쩌렁 울렸다.
거짓말처럼 입을 꾹 다물고 눈알만 데굴데굴 굴려대는 기사들.
그들을 한심한 눈빛으로 쓸어본 미 하일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굉장히, 굉장히 과격한 제안 이로군. 도예진 경.”
“면목 없습니다. 전하.”
“아니, 아니야. 그대는 토인 출신이 니까. 제국의 법도나 상식 따위에 얽매일 이유가 없지. 그런 작전을 내놓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도예 진 경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끈대는 머리에서 손을 뗀 미하일 이 예진을 노려봤다.
슬슬 치밀던 가벼운 노기가 본격적 으로 눈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예진 경. 이거 하나만 알아두게.”
“네. 전하.”
“들었다시피 천공성은 제국의 상징 이야. 천공성이 전장의 전면에 나선 다는 건, 하나의 병기로 취급된다는 건…… 자네가 막연하게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일일세.”
“만약 그리하여 성과가 나오지 않 는다면 내 아주…… 아주 애석할 것 이야.”
꿀꺽.
참고 있던 마른침이 예진의 목울대 로 넘어갔다.
이마를 타고 줄줄 흐르는 식은땀.
그 와중에 필사적으로 평정을 유지 하는 표정.
메마른 눈으로 그런 그녀를 노려보 던 미하일이 눈매를 좁혔다.
“……지금이라도 발언을 철회하고
싶다면 철회하게. 한 번은 봐주지.”
“하지만 두 번은 없을 것이야. 만 약 그대가 그 머릿속에 있는 작전을 밀어붙였을 때, 성과가 안 좋다 면…… 글쎄. 그땐 나도 내가 어찌 될지 잘 모르겠느니라.”
매서운 미하일의 눈빛 앞에서 예진 이 이를 꽉 깨물었다.
수틀리면 그땐 너부터 죽이겠다는 노골적인 협박.
본격적으로 목에 칼이 들어왔다는 실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그렇다고 물릴 수는 없다.
여기까지 와서 뒤로 후퇴할 수는 없다.
이 지긋지긋한 계략의 끝에 다다를 마지막 한 수.
내가 여기서 물러나면, 그땐 정말 아무것도 안 된다.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네.”
그렇기에 예진의 대답은 단호했다.
짧은 대꾸에 정말로 험악해지기 시 작한 좌중.
들끓는 시선과 불만들 사이에서, 예진이 부릅뜬 눈을 빛냈다.
“방법은…… 이것뿐입니다.” 떨어져 죽을지, 끝까지 갈지.
그 결말은 하늘만이 알 따름이다.
당연하게도 황자군의 작전 회의는 민수에게 즉각 보고되었다.
천천히 고도를 내리는 원판 엘리베 이터 위.
메시지창에서 눈을 뗀 민수가 피식 웃었다.
“이거 무거운 짐을 주네.”
“민수? 예진이 뭐래요?”
“폭탄 조립 이쁘게 잘 해놨다네 요.”
그리고 그 폭탄의 기폭 스위치를 당기는 건 내가 되겠지.
물론 그 폭발력은 어디까지나 나 하기에 달린 것.
한 치의 실수라도 있다면 그저 폭 죽 정도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거 무서워했으면 애초에 이 런 짓도 안 했어.’
3달을 공들여 밑밥을 깔았다.
지금 와서 망한다니 그건 절대 있 어선 안 되는 일.
그리고 단언컨대 실패하지 않을 것 이다.
나와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무림 인들도 있으니까.
떨리는 마음을 다잡은 민수가 고개 를 돌렸다.
“자아, 그럼.”
구우우우웅.
나직한 소리와 함께 수련동 바닥에 착지하는 원판 엘리베이터.
이미 그 주변에는 수백 명의 인파 가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나 같이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 들.
한 달 전의 맥빠진 분위기는 흔적 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그 동안 이 안에서 뼈를 깎 는 수련을 거쳐왔으리라.
“……은비 있니?”
나직한 부름에 화답하듯, 인파를 헤치며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마찬가지로 수척해졌지만 그만큼 더욱 살벌해진 눈빛.
예기 흘러넘치는 무인의 눈을 한 은비를 바라보며 민수가 씩 웃었다.
“못 보던 사이에 좀 삭은 것 같 다? 하긴 시간 흐름이 30분의 1이 라니까.”
“……오랜만에 봐놓고서 그게 할 말이야?”
“하긴 그러네. 우리 얼마 만에 보 는 거지?”
“500일부터 안 셌어.”
짤막하고 무뚝뚝한 대답.
확실히 이 밑에서 시간이 많이 흘 렀다는 게 실감이 갔다.
그 사이 얼굴의 젖살도 좀 빠지고, 여러모로 성숙해진 것 같은 외모.
여기서 은비는 자신이 감내한 인고 만큼 강해졌으리라.
굳게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마지막 으로 그 옆에 선 노인을 향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르신.”
“정확히는 960일만일세. 귀인이시 여.”
노인, 갈중혁의 입가에 웃음이 걸 렸다.
“그리고 그간 본좌는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네.”
“네.” “이제부턴 본좌 또한 한 명의 협객 으로 돌아갈 것이네. 맹주는 귀인이 시니, 이제 귀인 뜻대로 이끄시게 나.”
그렇게 짧고 담백한 인사를 마친
■o
은비의 어깨를 잡은 갈중혁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채 자신을 바 라보는 무림인들의 시선.
그 앞에서 잠시 숨을 참았다 뱉은 민수가 입을 열었다.
“……수고 많았다, 고생했다. 그런 소리 안 하겠습니다.”
수고한 거 알고, 고생한 건 당연하 다.
이들이 원하는 건 그런 공치사가 아닌.
“때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 한 마디니까.
불끈 쥔 주먹을 들어 올리며 민수 가 외쳤다.
“이 넓은 중원에! 천하를 구할 협 객(依客)이 있는가?!”
“여기 있소!” 일제히 주먹을 치켜들며 외치는 무 인들.
무림을, 천하를 구할 새 시대의 협 객들이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