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24
나 혼자 무한 보급! 124화
위천협과 팽서운을 밀어 넣었을 때 부터 이미 마음을 먹은 뒤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림인들을 전 부 갈중혁의 제자로 만들 생각이었 다.
물론 쉽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 았다.
당장 송대암의 완고한 태도를 고칠 방법은 없으니까.
그러니 민수 또한 이번만큼은 정공 법으로 가기로 했다.
‘밑에 내려가서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둬 오는 걸 보면 흔들릴 수밖에 없을 테지.’
어쨌든 간에 무림인들의 근본은 무 인.
더 높은 경지를 갈망하고, 더 강해 지기 위해 뼈를 깎는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강한 무위에 대한 동경이 큰 만큼, 뛰어난 성과를 거둬 돌아 오는 걸 보면 그만큼 설득하기도 쉬 우리라는 판단이었다.
“단지 그게 겨우 하루 만에 이루어 질 줄은 몰랐지만……
“놀라신 모양이군요. 맹주님.”
“그야 당연히 놀라지 않겠어요? 바 로 어제 들어간 사람들이 다음 날에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돼서 돌아왔는 데.”
위천협의 질문에 대꾸한 민수가 나 선 계단을 올랐다.
지금 민수의 뒤를 따르는 건 위천 협 한 명뿐.
원래대로라면 은비에 더해 팽서운 까지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그 자리에는 한 명만 있어도 된다 며 위천협이 자청한 결과였다.
“정말 한 명이서 되겠어요? 그래도 사람이 한두 명이라도 더 있으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한 시가 바쁜 사제와 사매까지 귀 찮게 해서 뭐하겠습니까? 이런 짐은 저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겁니다.”
“사제에 사매라……
정황상 사제라 함은 팽서운일 테 고.
그렇다면 사매라는 건 당연히 은비 일 터.
좀 뜻밖의 표현에 민수가 놀란 눈 을 치떴다.
팽서운이야 그렇다 치고, 은비를 사매라 부른다고?
불과 몇 달 전에 은비 보고 마인 이라며 펄펄 뛰던 그 위천협이 할 말은 아닐 텐데?
“저 위에서는 하루지만, 저 밑에서 는 한 달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 동 안…… 저도 참 많은 걸 배우고, 또 생각했습니다.”
“생각이라……
“스스로가 너무나도 옹졸했다는 걸 깨달았고, 우리 모두가 근거 없는 증오에 미쳐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 니다. 비록 입으로는 협을 말하나,
그 누구보다 협을 지키지 못하던 게 바로 우리였습니다.”
민수의 뒤를 따르던 위천협이 고개 를 저었다.
살짝 퀭한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났 다.
“우리가 따르던 협이 우리의 목을 짓누르고 눈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온 무림이 단결해서 대처해야 하는 재앙 앞에서도, 우리는 그 협 뒤에 숨어 농축된 증오만을 부르짖었습니 다.”
“그 결과 우리는 여기까지 밀려났 습니다. 중원 무림맹은 한 줌밖에 남지 않았고, 십만대산의 마인들은 떼로 몰살을 당했습니다. 그렇기 때 문에……
새로운 협(依)이 필요하다.
그간의 원한을 등지고 새로운 협 (依)을 쌓아야 한다.
어차피 한 번 망해 엎어진 세상.
그 위에 새 세상을 세우려 한다면, 이제부턴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겠지요. 정 마를 가리지 않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며 천하의 기강을 바로 세우
는 데에 필요한 기준 말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그 또한 변질되어 다시금 우리를 뒤틀리게 할 수도 있 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거기까지 말했을 때, 마침 민수의 걸음 또한 계단 끝에 다다랐다.
입구에 서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누 런 가사의 중년인.
반질반질한 빛을 반사하는 그의 민 머리를 바라보던 민수가 고개를 갸 웃했다.
“스님? 여긴 어쩐 일로……?”
“……아미타불.”
염주알을 만지작대는 중년의 승려.
운상대사에게선 염불 외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민수의 바로 뒤.
형형한 눈빛을 발하는 운상대사를 바라본 그의 눈동자가 복잡하게 흐 려 졌다.
“……오랜만입니다. 시주. 그간 강 녕 하셨습니까?”
“걱정해 주신 덕분에 큰 성취를 얻 었습니다. 대사님.”
“그래 보이는군요. 비록 소승이 무 학에는 배움이 짧습니다만, 그럼에 도 불구하고 알 수 있을 것 같습니 다.”
눈이 아주 맑다.
강한 의지와 탄탄한 고집을 담고 있지만.
그래도 그 눈 어디에도 오탁 한 점 찾아볼 수 없다.
스스로가 선택한 길에 그 어떤 의 심도 갖지 않은 눈.
젊은 무인이기에, 젊은이이기에 가 질 수 있는 눈이다.
묵묵히 그 눈을 바라보던 운상대사 가 나직이 한숨을 토했다.
“그 천마라는 자가 자칫 시주를 홀 리려 드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습니 다만…… 아무래도 소승이 잘못 생 각했던 것 같군요.”
“천마라는 위치를 떠나 훌륭한 스 승입니다. 적어도 누군가를 가르칠 위치에 설 만한 자임에는 의심의 여 지가 없습니다.”
“……아미타불.”
할 말을 잃고 나직이 염불을 외는 운상대사.
막막한 눈으로 막혀 있는 하늘만 바라보길 잠시.
이윽고 염주를 매만지던 그의 손이 딱 굳었다.
“……당 시주께서 어제 저 밑으로 내려가겠다고 결정하신 이래, 소승 또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강호에 죄를 짓는 것 이 아닐까. 정파 무림의 유구한 역 사를 내 손으로 망가뜨리는 것은 아 닐까…… 하지만 그런 의심 또한 결 국 소승이 부덕한 탓이었습니다.”
“부덕이 라됴?”
“정마를 떠나 의기투합한 젊은 시 주들이 천하를 구하고자 하고 있습 니다. 비록 거기에 동의는 하지 못 할지라도, 우리가 그 앞길을 막는 일은 있어선 아니 되겠지요.”
거기서 말을 맺은 운상대사가 옆으 로 한 걸음 비켜섰다.
몇 번이고 오간 길쭉한 통로.
그 끝에서 아스라이 흔들거리는 야 명주 불빛을 바라보는 민수를 향해 그가 고개 숙였다.
“맹주님. 맹도들이 기다리고 있습 니다. 앞서가시지요.”
“……A 니 ” “ 일체중생실유불성 (一切衆生恐有 佛性). 만물에 불성이 있으니 이를 발견하는 것은 불자의 몫. 젊은 맹 도들의 선택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으리라 믿겠습니다. 아미타불.”
그리 말하는 운상대사의 얼굴에서 는 아련한 고집이 떠올라 있었다.
납득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인정 은 해주겠다는 마지막 고집.
그래도 이만하면 그 또한 많이 양 보한 셈이다.
피식 웃은 민수가 그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스님.”
“……아미타불.” 몇 번을 외었는지 모를 염불.
불자의 대답에는 그 나름의 의기가 담겨 있었다.
* * *
“오랜만입니다. 송 대협.”
“……난 이틀 만입니다. 위 대협.”
다시 마주친 두 남자의 대면에선 냉기가 풀풀 흘러넘쳤다.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한 눈을 빛내 는 송대암.
그 앞에서 우묵한 눈을 치뜨고 있 는 위천협.
그들 사이를 몇 번 돌아본 민수가 뒷짐을 진 채 슬그머니 뒤로 빠졌 다.
“비록 맹주로 추대되었다곤 하나, 전 결국 부외자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무 림의 문제이죠. 두 분이 알아서 해 결 보십시오.”
스릉.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위천협의 손에 서 칼이 뽑혀 나왔다.
시퍼렇게 번들거리는 칼날을 본 송 대암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러시겠지. 기껏 마교 괴두 밑에 서 제자 노릇하며 배운 힘인데, 어 디서든 자랑하고 싶지 않겠나?”
“……그리 보이십니까?”
“마침 잘 되었소. 이렇게 된 김에 내 직접 확인해드리리다. 화산의 검 을 흉내 낸 마공이라니 오히려 흥미 가 동하는군.”
살기등등하게 칼을 뽑아든 송대암 이 위천협과 마주보고 섰다.
말 한 마디 꺼낸 적 없는데 순식 간에 비무장이 형성되었다.
한데 섞인 채 두 남자를 둘러싸는 무림인과 플레이어들.
그 가운데서 가볍게 검을 몇 번 뿌린 위천협이 입을 열었다.
“일초 무르겠습니다.”
“됐소. 내가 일초 무르겠소.”
“후회하실 텐데요.”
“난 딱히 위 대협과 상하관계를 가 르고 싶은 마음이 없소. 위 대협을 홀린 마공의 실체를 모두가 보는 앞 에서 내 직접 까발리고 싶을 뿐이 지.”
그리 대답하는 송대암의 얼굴에선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비무의 승패는 둘째 치고, 마공의 정체만 까발려도 충분하다는 자신 감.
물론 그런 계산을 위천협이라고 모 를 리 없었다.
작게 한숨을 쉰 위천협이 검을 세 게 잡았다.
“……어쩔 수 없군요. 송 대협께서 도 패배를 각오하셨다고 하니.”
“웅‘?”
“원하시는 만큼 보여드리는 수밖에요.” 그 순간, 장내에 향기가 번졌다.
위천협의 검을 타고 피어오르는 우 윳빛 검강.
살짝 흔들리던 검강이 굳어지고, 이윽고 연분홍빛을 띈 순간.
가까이서 구경하던 무림인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매화••••••
강호를 떠돌던 아주 오랜 전설이 있다.
화산의 검이자 상징인 매화검법.
이를 극성으로 익한 고수의 검에서 는 매화꽃 향기가 난다고.
당연하지만 이를 진심으로 믿는 이 는 없었다.
검은 쇠붙이이고, 당연하지만 내공 또한 무취무미인데.
어찌하여 검을 든 것으로 향기를 뿜어낸단 말인가?
“정말로……
“매, 매화향인가? 그럼 저게……?!”
하여 누구도 믿지 않았던 그 허무 맹랑한 전설.
그리고 지금,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전설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 송이 매화꽃처럼 진한 향기를 뿜어내는 위천협의 검.
그 심상치 않은 기세에 송대암의 얼굴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천마 놈, 희한한 재주를 부리 는군. 설마 마공으로 매화검법의 전 설을 재현할 줄이야.”
“마공이 아니오. 그간 잃어버린 줄 알고 있던 진짜 화산의 검, 이십사 수 매화검법이지.”
“닥치시게! 천마가 화산의 검을 사 사한다니 무슨 헛소리를……?!”
“좀 더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 니다.”
짧게 대답한 위천협이 검을 든 채 땅을 박찼다.
아니, 박찬 것처럼 보였다.
미동 없이 표표하게, 지면을 미끄 러지는 위천협의 신형.
깜짝 놀란 송대암이 검을 겨누지조 차 못하는 사이.
연분홍빛 검강을 두른 위천협의 검 이 그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검으로 꽃을 피우라. 그 심상의 꽃을 피우라.’
비록 이름에는 매화가 들어가나.
이십사수 매화검법은 사실 언제나 매화향을 뿜어내는 검이 아니다.
극성에 달한 매화검법은 그 심상에 깃든 것을 향기로 표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검을 잡아도 누군가는 백합향을 풍길 수 있으며, 그 심상 에 독기가 가득한 자는 때로 지독한 독향을 풍길 수도 있다.
‘그러니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검을 다루라.’
이것이 바로 매화검법의 진짜 깨달 음이다.
검을 잡은 자의 마음을 비추는 거 울 검을 휘두르는 자로 하여금 끊임없 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검. 그리고 그런 검에서 풍기는 매화향 은, 곧 군자의 경지.
군자는 마음 가는 대로 행하여도 그 이치가 천륜을 거스르지 않음이 니.
‘마음 가는 대로 행하면.’
그것이 곧 검(劍)이며.
또한 도(道)이리니.
U | 99
쿠르르르릉!
폭발적으로 진하게 풍겨 나오는 매 화꽃 향기.
그와 동시에 장내에 연분홍빛 꽃잎 이 흩날렸다.
폭산한 내력이 흩날리며 떨어지는 모양새는 그야말로 꽃잎.
취할 듯 짙어지는 매화향의 한복판 에서, 비로소 위천협이 검을 거두었 다.
“••••••후우.”
땡그랑!
위천협의 등 뒤에 있던 송대암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병자처럼 바르르 떨리는 손. 경악 으로 흔들거리는 눈빛.
단 일합을 나눈 충격에 송대암이 스스로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뭐냐? 내가 귀신에 홀렸단 말인 가?’
베였다.
농담이 아니라, 분명 위천협은 나 를 베었다.
어디를 베었는지도 똑똑히 기억하 고 있다.
오른쪽 어깨부터, 왼쪽 옆구리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고통 따윈 느껴지 지 않는다.
‘아니, 그런 게 아냐.’
허둥지둥 자신의 몸을 더듬어 본 송대암이 신음했다.
부상은 고사하고, 옷자락 하나 상 하지 않았다.
위천협의 검강은 분명 나를 두 동 강 냈을 텐데.
어째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것 인가?
“어, 어찌하여…… 설마 그게, 진짜 화산의 검이……?!”
“이 자리에 있는 무림 동도들! 그 리고 우리의 친우들에게 묻겠소!”
그런 송대암은 나 몰라라 한 채, 검을 거둔 위천협이 외쳤다. 충격에 빠져 하나 같이 말을 잇지 못하는 관객들.
그들을 한 바퀴 쓸어본 위천협이 다시금 배에 가득 힘을 주었다.
“방금 전 견식하신 이것이 저 밑의 천마, 갈증혁에게 내가 사사받은 검 이오! 화산이 잃어버렸던 진짜 화산 의 검, 진정한 이십사수매화검법이 지!”
“비단 이뿐만이 아니오. 저 밑에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모든 것이 있소.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중원 무림 이 증오에 취한 나머지 잊어왔던 것 들이 그대로 잠들어 있소. 그리고 그것을 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 리가 결정하기 나름이지.”
물론 이를 익히기 위해선 천마의 제자가 되어야 한다.
정파 무림에 몸을 담고 있는 이라 면 누구든 질색할 상황.
하지만 이젠 그런 고집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강호의 동도들에게 묻겠소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소 이까?”
“악랄한 제국의 침략에서 천하를 되찾기 위해! 그리하여 우리는 와신 상담의 기회를 노리며 이 먼 오지까 지 온 것이오.”
“여기 올 때까지 많은 것을 잃었 지. 스승, 사형, 사매, 사제…… 우 리가 걸어온 길에는 그들의 희생이 융단처럼 깔렸소. 그렇소. 그 또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협(依)이 오.”
“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협에만 매달려야 하겠소이까? 천하의 운명 이 경각에 달하였음에도, 우리는 그 협(依)을 변명 삼아 스스로의 증오 를 버리지 못하고 있소!”
할 말을 잃고 위천협을 바라보는 시선들.
무림인, 플레이어, 송대암, 민수까 지.
그 묵묵한 시선들 앞에서 다시금 협객은 소리 높여 외쳤다.
“여기 사연 없는 이가 어디 있겠 소? 마교에 원한 품은 이가 한둘에 불과하겠소? 하나 그런 증오에 매달 려서 천하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것 이 정말 강호가 지켜오던 협이라 할 수 있겠소이까?”
“이제 솔직해집시다. 우리가 협이 라 포장하며 으스대던 것들은 협이 아니오! 그저 증오요! 우리는 스스 로의 증오에 협이라는 이름을 덮어 씌우며 그 추함을 가려왔던 것에 불 과하오!”
“그것은 한낱 고집이오! 천하의 운 명조차 농락하는 아집이오! 그대들 은 무엇을 위해 무학을 갈고 닦았소 이까? 강호의, 천하의 위기에 맞서 싸우기 위한 검 아니오? 본질 잃은 협이란 변명을 내세워 그것들을 외 면한다면, 대관절 우리의 검은 무엇 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오?!”
제국이 천하를 멸하려 들고 있다.
악랄한 마수가 온 천하를 집어삼키 려 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맞설 수 있는 건 오직 무림의 협객들뿐.
“그런 우리가 스스로의 증오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큰 죄요!”
“무림 동도들이여! 이젠 깨달아야 할 때요!”
“천하를 멸하는 건 제국이나!”
“그 천하의 숨통을 끊는 건, 바로 우리 안의 증오요!”
거기까지 외치고 거친 숨을 몰아쉬 는 위천협.
장내에는 고요한 침묵만이 떠다니 고 있었다.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떠다니는 시 선의 벽.
거기 갇힌 채 거친 숨을 뱉은 위 천협이 나직이 말을 이었다.
“강호를 강호이게 하는 것은 협 (依)이오. 무림을 무림이게 하는 것 또한 협(依)이지.”
“하나 그 협이 우리를 집어삼키려 한다면, 이제 그 연쇄를 끊고 새로 운 협(依)을 세울 때도 되었소.”
새 천하의 새 강호.
새 무림을 지지하게 될 새로운 협 (依).
증오의 연쇄를 끊을 진정한 호협의 정신.
무림을 구하는 것은 검도 무공도 병사도 아닌.
우리의 증오를 다스릴 그 한 순간 의 결단이리니.
“……이제 정말로 시간이 없소.”
“다들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리겠 소.”
그렇게 말을 맺은 위천협이 단호하 게 몸을 돌렸다.
아직도 진하게 남은 매화향을 가르 는 그의 당당한 걸음걸이.
여전히 주저앉아 있는 송대암의 옆 에 선 그가 입을 열었다.
“송 대협.”
“맹주님은 마음이 넓으신 분입니 다. 잠깐의 불편함은 언제든 잊어버 릴 수 있으시지.”
그 얘기를 들은 민수가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민수의 입가에 떠오른 넉넉한 미소 에 위천협 또한 마주 웃었다.
“기회는 언제든지 있습니다.”
“……위 대협.”
“부디 현명한 판단 부탁드리겠습니 다.”
대답은 없었고, 기대도 하지 않았 다.
그의 어깨를 몇 번 두들겨 준 위 천협이 가뿐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날 밤.
모든 무림인의 지하 수련동 이동이 결정되었다.
의결 결과는 전원 찬성. 반대 0명.
증오로 가득했던 무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