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3
나 혼자 무한 보급! 013화
광명시를 벗어나서 아예 서울로 가 버리자.
생각해 보면 이걸 왜 지금 떠올렸 나 싶을 정도로 그럴싸한 대안이었 다.
‘가산디지털단지.’
여기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금 천구청역.
거기서 겨우 지하철 두 정거장 거 리에 가산디지털단지가 있다.
위치로는 대충 독산역과 가산디지 털단지역 사이.
하안사거리 인근까지 이동해서 금 천교를 넘으면 바로 진입할 수 있 다.
‘지금 시점에선 가장 나은 목적지 다.’
일단 거리부터 단축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찜질방은 여기 서 한참 떨어진 철산동에 위치한다.
가는 길에 어떤 식으로든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먼 거리.
반면 가산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이 거리를 절반 가까이 단축할 수 있다.
게다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플레이어들이 득실거리는 아파트 단지를 지날 필요 없이.
안양천을 낀 서부간선도로로 빠져 서 금천교까지만 다다르면 된다.
게다가 현장의 입지 또한 대단히 좋은 편이었다.
태생이 공단이다 보니, 이 근처엔 마땅한 아파트도 없다.
상대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 주칠 확률도 낮아지는 것이다.
‘물론 하안동 쪽에서 넘어오는 플 레이어들이 있다면 골치 아파지겠지 만.’
적어도 코앞에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것보단 낫다.
하천과 다리라는 지형지물이 가지 는 거리감은 생각보다 더 크다.
앞집 상가를 터는 것과 다리 너머 공단을 터는 감각이 같을 수는 없다.
일단 여기까지만 이동하면, 상대적 으로 더 안전하고 풍족한 보급고를 확보할 수 있다.
‘직장인 대상의 상업시설들도 많
아. 이 근처만 평정해도 어떻게든
된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민수가 다시 금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
슬쩍 시선으로 그려보는 내일의 예 상 이동 루트.
최대한 다른 플레이어와의 접촉을 피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생각보다 더 돌아가 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재수 없으면 야외에서 1박 정도는 감수해야겠네.’ 그리고 비박을 위해선 그만한 준비 가 필요하다.
볼펜을 집어 든 민수가 지도 위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필요한 물자는 뭐가 있을까?”
물론 걱정할 필요 따윈 없다. 이쪽 은 보급이 무한이니까.
* * *
다행히도 비는 다음날 새벽에 그쳤 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수는 바로 출발 준비를 시작했다.
“핫도그 종류별로 1000개씩 만들어.”
메시지와 함께 포장된 핫도그들이 카페 바닥에 가득 깔렸다.
오리지널, 불고기맛, 칠리 3종이 각 1000개씩.
무려 3000개의 핫도그를 질린 눈 으로 바라보던 민수가 그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경매장. 이것들 전부 경매장에 10 코인으로 해서 올려.”
오늘의 보급물자는 핫도그 3000개.
매일 편의점 도시락만 넣어줬으니, 오늘은 간만에 특식으로 정했다.
물론 굳이 편의점을 찾아다가 보급 고 지정하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거긴 했지만.
설령 불만이 접수된다 한들 들어줄 생각조차 없었다.
‘뭐 어쩌겠어? 주는 대로 사 먹어 야지.’
이래서 독점사업자가 욕을 먹는 거 구나.
새삼스레 경제윤리를 몸으로 체감 하며 민수가 다음 준비를 시작했다.
‘어디 보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1층에 위치 한 옷가게.
각종 스포츠웨어와 신발을 주로 파 는 곳이다.
재빨리 보급고로 지정하자 메시지 창이 민수를 반겨줬다.
[스포츠용품점 – Lv.1]
[분류 : 일반 보급고]
[점령 시 획득 가능 보상 : 없음]
“일단 옷에. 신발에……
빛과 함께 무한 리필되는 옷들을 아공관 보관함에 하나씩 집어넣었 다.
활동하기 편한 긴 팔 츄리닝 몇 벌. 방한 대책을 위한 두터운 등산 복 몇 벌.
덤으로 발이 편한 운동화도 다섯 켤레 정도 집어넣었다.
장거리 이동 동안 무슨 일이 일어 날지 모르니, 가급적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이걸로 옷은 대충 챙겼고.’
뒤이어 다른 상가를 뒤져 우의와 우산, 돗자리도 챙겼다.
호프집에서 가스버너와 부탄가스 몇 통도 손에 넣고, 물을 끓일 냄비 와 각종 식기까지 살뜰하게 쓸어 넣 었다.
“이만하면 됐겠지.”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나니, 어느 덧 시간은 아침 9시.
6시부터 시작한 출발 준비에 무려 3시간 이상 소모됐다.
하루 이상의 이동, 심지어는 야영 까지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제법 걸 렸다.
온갖 물자들로 이미 아공간 보관함 도 절반 넘게 찬 상태.
그렇게 최대한의 준비를 마치고 정 문을 나서자, 쨍한 햇살이 민수의 얼굴을 찔렀다.
“날씨 좋네.”
한바탕 쏟아붓고 난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말간 햇살이 바람과 함께 녹색으로 물든 가로수들을 우수수 흔들고, 차 한 대 없는 거리에는 아직 비릿한 비 냄새가 풍겼다.
세상이 망가졌어도, 분명 시절은 봄이었다.
어딘지 모를 감상에 젖어 그 풍경 을 바라보길 잠시.
옷가게에서 가져온 모자를 푹 눌러 쓰며 민수가 중얼거렸다.
“이런 날 놀러 가면 딱인데.”
지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었 다.
줄발하기 전부터 지도를 통해 이동 루트 또한 정해둔 뒤였다.
건물을 나서기 무섭게 민수는 재빨 리 바로 옆의 대로변으로 향했다.
‘일단 사거리까지 가고, 거기서 오 른쪽으로 빠지면 시흥대교.’
거기서부턴 그냥 안양천만 끼고 걸 으면 된다.
마땅한 장애물도 없으니 안양천변 만 따라 걸어도 목적지까지는 도착 할 수 있다.
물론 중간에 마주칠 몬스터들만큼 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미 그와 관련된 대책도 세워둔 뒤였다.
“쿠어어어 어.”
‘ 왔군.’
오크 울음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가 까운 화물차 뒤로 숨었다.
살짝 고개를 내밀어 적의 숫자부터 파악한다.
대로 너머에서 어슬렁대는 오크가 총 네 마리.
엄폐물도 없고, 우회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야 한다.
거기서 마음을 굳힌 민수가 재빨리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석궁.’
번쩍!
아공관 보관함에 넣어놨던 석궁이 민수의 손에 잡혔다.
재빨리 어깨에 붙이고 오크를 조준 하자 그 옆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헤비 크로스보우]
[등급 : 1급]
[단발 장전식 크로스보우. 질 좋은 목재와 활줄을 사용했다. 한 발에 사 람 정도는 간단하게 관통할 수 있지 만, 장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
점.]
[가격 : 800코인]
‘거리 약 50m. 충분해.’
나중에 안 거지만, 사격술 스킬은 꼭 총에만 통하는 게 아니었다.
어깨에 견착하고 총처럼 겨눌 수 있는 물건이면 뭐든 사격술 스킬이 적용된다.
즉 크로스보우를 쏴도 충분한 명중 보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
지체 없이 방아쇠를 당기자, 굵직 한 화살 한 발이 오크 한 마리의 머리를 꿰뚫었다.
“쿠억!”
“쿠오오오오!”
동료가 쓰러지자 비로소 남은 오크 세 마리가 민수를 발견했다.
괴성을 울리며 달려오는 오크들 앞 에서 민수가 미련 없이 빈 크로스보 우를 내버렸다.
‘ 다음!’
번쩍!
아공간 보관함에 넣어놨던 두 번째 석궁이 민수의 손에 잡힌다.
지체 없이 겨누고 사격. 두 번째 오크의 머리에 화살이 박힌다.
‘다음!’
뒤이어 세 번째, 네 번째 사격.
세 마리 째의 오크가 즉사하고, 네 마리 째에서 약간 조준이 빗나갔다.
하지만 이 정도는 민수 또한 감수 하고 있었다.
다리에 화살이 박혀 쓰러지는 놈의 목을 향해 민수가 힘껏 단검을 뽑아 휘둘렀다.
[오크들을 처치하셨습니다. 총 40코 인을 획득하셨습니다.] 메시지창의 내용을 대충 흘려넘긴 채 조금 전 내버렸던 석궁을 챙겼 다.보급관 능력으로 네 자루 모두 안 의 화살은 리필된 상태.
낑낑대며 도르래를 돌리며 민수가 생각했다.
‘총보단 불편하긴 하지만 그나마 낫긴 하네.’
여러 가지 시험해 보던 중 민수가 찾아낸 가장 합리적인 대체재였다.
사격술 스킬이 적용되는 크로스보 우를 쓰되, 여러 자루를 장전 상태 로 아공간 보급고에 넣어놨다가 필 요할 때 꺼내서 쓴다.
이렇게 하면 재장전 시간도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방아쇠만 당기면 나가는 총에 비하면 훨씬 불편하긴 하지만.
‘함부로 총 보여주고 다니다가 어 그로 끌리는 것보단 낫지.’
혹시 모를 불상사는 최대한 방지하 기로 결심한 민수였다.
아무튼, 그렇게 재장전한 크로스보 우를 다시 보관함에 넣은 두].
빛이 되어 사라지는 오크의 시체들 을 지나치며 민수가 걸음을 옮겼다.
생각했던 오크들의 대규모 습격은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주변을 살피며 조금씩 앞으로 전진 하기를 약 30분.
드디어 첫 번째 분기점에 다다른 민수가 주변을 둘러봤다.
‘사거리까지 왔다.’
아파트 단지, 상가, 단독주택에 둘 러싸인 사거리.
여기서 우회전해서 직진하면 바로 시홍대교에 다다른다.
특기할만한 점은 시흥대교까지 이 어지는 상가 건물들.
사거리 쪽 상가에는 대형 생활용품 점이 입점해 있고.
이외에도 편의점이나 식당도 곳곳 에 입점해 있다.
‘이렇게 된 거 생활용품점 한 번 들러볼까?’
혹시 뭔가 쓸만한 걸 건질 수 있 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민수가 가까운 생 활용품점으로 가려던 그때.
뒷골에서 날카롭고 거북한 감각이 느껴졌다.
육감 스킬 특유의 강하고 날카로운 감각.
이 정도로 강하면 당장 생명의 위 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
그 순간 지체 없이 민수가 옆으로 몸을 굴렸다.
“어 억!”
칵!
조금 전 민수가 서 있던 곳으로부 터 섬뜩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가까운 상가 화단을 향해 기듯이 허둥지둥 달려간 민수가 놀란 숨을 가다듬었다.
‘뭐야? 방금 뭔데?!’
안 보였다.
보지 못한 게 아니다. 아예 보이질 않는다.
투명한 무언가가 날아와서 자기를 노린 건 분명한데.
대체 뭘 쐈는지. 어떤 놈이 쏜 건 지도 알 수 없다.
실제로 방금 민수가 서 있던 곳에 는 그저 커다란 구멍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콘크리트 바닥을 뚫 어버릴 정도면 위력이 보통이 아니 리라.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참아내 며 민수가 침을 꿀꺽 삼켰을 때였 다.
“거 기.”
“?!”
느닷없는 사람 목소리에 민수가 홱 고개를 돌렸다.
사거리에 인접한 상가 건물 뒤.
낡은 카센터 건물 그늘에 쪼그려 앉은 그림자가 민수를 가리켰다.
“여기로 와. 거기 위험해.”
“거기 놈 사선이야. 방금 거기 숨 었다가 내 동료도 갔……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민수가 수풀 을 박차며 달려갔다.
콱! 콱! 달려 나간 발걸음을 타고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굉음.
뛰어들 기세로 몸을 굴린 민수가 그림자 옆에 처박히듯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학생. 괜찮아? 다친 데 없지?”
“허윽…… 좀 긁히긴 했지만…… 겨우 10m 남짓 달렸을 뿐인데 숨 이 턱에 걸렸다.
헐떡헐떡 숨을 몰아쉰 민수가 자신 을 부른 남자를 돌아봤다.
“……아, 아무튼 감사합니다. 덕분 에 십년감수했네요.”
“뭘. 이럴 때일수록 돕고 살아야지.”
청년인가 싶었지만, 인제 보니 배 나온 중년 아저씨였다.
흙먼지로 더러워진 셔츠에, 등에 멘 커다란 백 팩.
옆에 기대놓은 커다란 양손 검을 보 니 그 또한 플레이어임이 분명했다.
“아무튼, 학생. 코인 벌러 나온 거지?”
“네, 네?”
“딱 봐도 그래 보이는데, 뭘. 그런 데 여기는 자리가 썩 안 좋아.”
남자의 손가락이 맞은편 건물을 가 리 켰다.
사거리 너머 3층짜리 주상복합 주 택 옥상.
그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그 림자를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여기 저 새끼가 전세 냈거든. 몬 스터인 건 분명한데……
“분명한데?”
“안 보이는 화살 같은 걸 쏘고 있
어. 말했다시피 방금 내 동행도 저 놈한테 걸려서 죽었어. 그냥 움직이 는 건 닥치는 대로 다 쏘고 보는 놈이야.”
심지어 같은 몬스터도 가리지 않고 말이지.
투덜댄 남자가 막막한 얼굴로 하늘 을 올려다봤다.
“저 새끼 있는 한 이 앞으로는 한 발짝도 못 지나가.”
“코인이라면 딴 데 가서 벌어. 여 긴 위험해.”
여기서 더 가고 싶거든, 저놈부터
조져야 한다는 의미였다.